〈 68화 〉 #67 능력의 응용
* * *
“보완해야 할게 좀 있네...”
뭐 그다지 한 건 없었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와 보니 드는 생각이 많았다.
일단 소모성이 너무 컸다.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근원은 2개다.
양도 비슷한 2개만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구를 만들고 나서 우리는 한 번에 큰 구를 만들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크기가 커질수록 능력들을 컨트롤 하기가 힘들었고 그 기운이 터졌을 때 일어나는 폭발은 더 이상 맞으면서 무시할만한 크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하루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뭐 유의미한 시도였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아까운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이 구에서 한 방울씩 뺀다면 그렇게 소모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소모가 컸다.
아까 개미굴 초반에서 다섯 방울을 뺐을 때 구 하나에서 1/10 정도가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정확한 정도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마 틀리지 않을 거다.
뭐 소모성이야 저번부터 생각해뒀던 점이니 그렇게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지금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나도 위험해지면 어쩌자는 거야?”
분명 마지막에 있던 대장 녀석이 강했으니까 강한 공격을 했겠지만, 그 폭발의 여파가 나에게도 왔다.
생각해보니 정령계에서도 이 능력을 만들 때 폭발이 계속 우리를 덮쳤었다.
너무 잦게 폭발하다 보니 그냥 그에 대한 위험성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위험 불감증인가...
뭐 옷이 망가져 버리면 이공간이 망가져 버린다는 이유로 옷에 보호마법을 걸어두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로 만들어둔 보호막이다.
내가 예상치못한 충격을 위해 만든 보호막이 아니다.
“그것보다...”
나는 무너진 개미굴을 쳐다봤다.
산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어 보였지만 안에서 잔당들을 꺼내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뭐... 믿어주겠지?”
굳이 광신도들을 데려갈 필요는 없잖아?
나는 잠깐 개미굴을 쳐다보다가 카론에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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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에휴...”
“뭐 그다지 큰 영향은 없으니까 괜찮습니다.”
로드는 혼나는 나에게 괜찮다는 듯 말했다.
“일단 산 쪽은 정리 해야 될 듯싶은데.”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굴이 무너져버리면 산사태나 다른 재해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로드와 카론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렌이 나에게 어깨동무를 해며 토닥거렸다.
“같이 가줄게.”
“...”
그렇게 나와 렌은 약간의 사람들과 산 뒤처리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 해야할 일은 그 능력에 대한 보완이니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고민만 하면 되니까...
그냥 노동이나 하면서 딴생각이나 해야지.
나는 렌과 같이 산 쪽으로 가서 산사태가 일어날 만한 곳이 있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냥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별 영향 없지 않을까?”
“뭐 그럴 수도 있고.”
우리는 일단 동굴이 무너지면서 뽑혀버린 나무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무를 하나하나 옮기기 시작했다.
나는 나무를 들고 옮기다가 무너진 동굴을 다시 쳐다봤다.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겠지?
우리가 올 게 아니라 전문가가 오는 게 맞지 않았나...
한 번 내 능력으로 알아볼까?
카리온과 함께 생각한 능력의 활용 방법 중 특이한 능력이 하나 있었다.
여기에 딱 맞는.
나는 팔에서 물방울만큼 기운을 꺼냈다.
“로엔 또 뭐하게.”
렌은 사고뭉치를 발견한 듯이 나를 째려봤다.
“윽...”
“그거 집어넣고 빨리 나무나 옮겨.”
“나 하나만 해보면 안 돼? 이건 진짜 도움이 될 거 같거든?”
“흐음... 사고 치지 마.”
“응! 고마워!”
나는 그 기운을 내 앞에 띄우고 능력을 발현했다.
카리온과 생각했던 능력은 정령왕의 기운을 사용하는 거였다.
신력도 신력이지만 마력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신성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친화력으로는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사용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나는 근원을 정령의 힘으로 바꿨다.
그리고 땅에 손을 댔다.
이 산에 대해 파악했다.
이 산의 땅 구조를 확인해보니 굉장히 튼튼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나무가 굉장히 많아서 뿌리가 서로 얽혀있다 보니 땅이 굉장히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동굴이 무너져서 살짝 밸런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보였다.
“뭐...뭐야!!”
“산...산이 움직인다!!!”
“로엔 이게 무슨...!”
산은 조금씩 움직이더니 무너져버렸던 동굴이 점점 일어나기 시작했다.
‘으... 힘이 부족한데.’
하지만 무너진 동굴을 전부 일으키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아니 근원의 힘을 더 쓴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난 몇몇 부분만 일으켜서 산사태나 다른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었다.
“후! 됐다!”
동굴의 몇몇 부분을 일으켰으니 안에 있는 대장 녀석도 꺼내올 수 있겠네.
그리고 렌을 보자 렌은 엄청나게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어... 어! 자...잘했어!”
“헤헤...”
렌은 당황하면서도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렌은 이런 생각을 했다.
원래 로엔은 신이었지만 이제 카론과 자신과는 너무 멀리 있는 존재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범접할 수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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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일이 지났다.
그 날은 다른 날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카론은 교황일을 봤다.
렌은 혼자서 수련을 했다.
나는 그 옆에서 능력을 연구하고 있었다.
“으음... 비가 오려나 하늘이 좀 흐려지는 거 같지 않아?”
“그런가? 뭔가 좀 우중충하긴 하네.”
하늘에서 먹구름이 햇빛을 가려 어두워졌다.
아침에는 좀 맑았던 거 같은데...
흐음...
“비 올거 같으니까 들어가자.”
“그래.”
나는 렌과 함께 신전으로 들어갔다.
“수련은 다 끝냈어?”
마침 카론도 업무가 끝났는지 집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그냥 좀 비 올 거 같길래 들어왔어.”
“그래? 아까는 맑아 보이던데.”
“뭐 소나기라도 오려나 보지.”
“그럼 차라도 마실래?”
카론은 본인의 집무실을 가리키며 우리에게 물었다.
“그래! 차나 마시...!!!!!”
하아... 하아... 엘리시님... 언니... 흐윽...
나는 갑자기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털석 주저앉았다.
부...분명 페나의 목소리인데.
“로엔 왜 그래!!!”
“로엔???”
카론과 렌은 나를 부축해줬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들고 있었다.
마치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한...
“로엔 얼굴이 파래.”
렌은 놀란 얼굴로 내 얼굴을 만졌다.
“페나... 페나가 위험해.”
내가 페나에게 심어두었던 기운이 나에게 비상을 알리고 있었다.
“나 지금 바로 페나한테 가볼게.”
“뭐? 갑자기? 왜 그러는데.”
“설명할 시간은 없을 거 같으니까 나 갈게.”
“그럴 거면 같이 가.”
“맞아. 페나라면 우리도 아니까.”
카론과 렌을 데려가면...
사실 지금 그쪽 상황이 어떤지 몰라서 데려가는게 맞는가 싶었다.
페나 뿐만 아니라 렌과 카론도 위험해질 수 있다.
분명 렌과 카론이 약한 건 아니지만 상황을 모르는 상태니까...
"그..."
내가 렌과 카론에게 그 말을 하려고 그 둘의 눈을 봤다.
그들의 눈은 곧고 힘이 있었다.
그리고 걱정하는 듯한 눈이었다.
그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힘이 되고 싶어.'
나는 결심했다.
내 동료들을 너무 의심했던 거 같다.
“알았어. 바로 간다. [이동시켜주세요.]”
우리는 코엔으로 이동했다.
분명 코엔으로...
“끄아아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크라라라라라!!!!!!!
코엔은... 지옥이 되어있었다.
엄청난 수의 괴물들이 사람들을 유린하고 있었고 도시는 불타고 있었다.
“이...이게 어떻게 된...”
하늘 위에는 커다란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그 게이트에서는 엄청난 수의 괴물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게이트의 중앙에 한 남자와 두 여성이 떠있는 게 보였다.
남자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옆에 있는 두 여성은 누군지 확실했다.
한 명은 청각의 사제장이었다.
내가 자른 팔 쪽에는 의수를 달고 있었다.
“이리나!!!!!!!!”
내가 소리치자 이리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리나는 평소의 장난스러운 얼굴은 아니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청각의 사제장이 나에게 소리쳤다.
“로엔!!!! 이것도 한 번 막아보지 그래?”
청각의 신관장은 위에서 내려오는 괴물들을 가리켰다.
나는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보다 페나가 먼저다.
“카론 일단 페나와 엘리시를 찾는 게 우선인 거 같...”
“저번에 같이 싸웠던 파트너가 없으니까 불안한 거냐?”
청각의 사제장은 다시 소리쳤다.
내가 그쪽을 살짝 쳐다봤다.
청각의 사제장 옆에 정신을 잃은 채로 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 머리와 얼굴을 익숙했다.
그 사람은 엘리시였다.
내가 소리치려고 하자 어디선가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창들이 청각의 사제장을 노렸다.
청각의 사제장은 가볍게 그 창들을 막아냈다.
창이 날라온 쪽을 보자 페나가 엉망이 된 옷을 입고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페나!!!”
내가 소리치자 페나가 나를 쳐다봤다.
“어...언니...”
그러자 청각의 사제장이 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를 페나 쪽으로 기울였다.
“소닉 붐.”
나는 빠르게 팔에서 기운을 꺼내 페나에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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