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69 청각의 사제장 vs 로엔
* * *
나는 마신의 기운으로 검을 만들어 청각의 사제장에게 검 끝을 향했다.
청각의 사제장도 나에게 지팡이를 겨눴다.
“죽여주마.”
청각의 사제장이 살벌하게 말하자 나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어줬다.
“반대쪽 팔도 잘리고 싶나 봐?”
“이 새끼가...!”
“청각.”
청각의 사제장이 공격하려고 나에게 지팡이를 겨누자 뒤에서 있던 남자가 청각의 사제장에게 말을 걸었다.
“돌아간다.”
“교...교황님!”
교황?
아까부터 저 뒤에 있던 남자가 신경 쓰이긴 했다.
청각의 사제장과는 비교되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말하면 어느 정도 힘을 가졌는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들여다본다면 어느 정도 힘이 보이긴 했지만, 그 힘이 끝인 거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목적은 달성했다.”
“교황님. 저는 여기에 남아서 저년을 죽이고 제 팔을 찾아오겠습니다.”
교황이라 불린 남자는 청각의 사제장을 빤히 쳐다봤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이리나 우리만 간다.”
교황은 그 말과 함께 포탈을 열었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엘리시를 들고 그 포탈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엘리시는 놓고 가지?”
나는 미리 꺼내놨던 근원의 힘으로 교황이라 불린 사내를 겨눴다.
“내가 나서면 넌 죽는다.”
“너는 안 죽을 거 같아?”
저 세 명이서 나에게 달려든다면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엘리시가 이대로 끌려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소닉 붐.”
“윽!”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는 손에 띄우고 있던 기운으로 막아버렸다.
“그럼 가지.”
내가 노리고 있던 기운을 방어에 써버리자 그 남자는 이리나와 함께 포탈로 들어가버렸다.
“야 토끼.”
저 자식이 문제다.
저번에 팔을 자르는 게 아니라 더 집중해서 목을 잘랐어야 했다.
“이야~ 표정 너무 보기 좋은데?”
토끼 자식은 비아냥거리는 얼굴을 하며 비웃었다.
갑자기 머리로 피가 쏠렸다.
엘리시를 놓친 것도 빡치는데 웃어?
나는 화가 나는 걸 억누르고 사제장에게 말했다.
으득
“하... 웃으니까 보기 좋네.”
마신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화살들을 만들었다.
“계속 그렇게 웃고 있어 이 씹새끼야.”
나는 화살들을 날리고 그 화살들과 함께 달려나갔다.
토끼 자식은 몸을 돌려 화살을 피해내고 지팡이로 내 검을 막아냈다.
“한 방울, 토끼 자식 죽여.”
내가 말하자 팔에서 마법 진이 시전되며 근원이 한 방울 나왔다.
“그게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다만.”
검과 지팡이를 맞대고 있던 토끼 자식이 말을 하자마자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근원이 내 뒤쪽으로 날아갔다.
‘뒤인가.’
나는 바로 뒤로 돌아 신력을 끌어올렸다.
“어?”
먼저 날아가던 근원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일단 신경 쓰지 않고 끌어올렸던 신력을 공처럼 모아 날렸다.
토끼 자식은 지팡이로 날렸던 신력을 가리켰다.
그리고 지팡이에서 빛이 살짝 나오더니 신력조차 사라져버렸다.
“소닉 붐.”
“읏!”
나는 살짝 몸을 틀어 그 소리 폭발을 몸으로만 받아냈다.
저번에도 당했던 기술.
말 그대로 저 기술은 소리를 폭발시키는 거다.
머리 쪽에만 직접 터지지 않는다면 그다지 큰 피해를 받지 않는다.
물론 큰 소리가 울린다면 몸이 울리는 것처럼 몸에 피해가 없는 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그것보다 그 기운들은 어디 간 거야.’
저번부터 생각했던 건데 청각의 사제장은 공간에 관련된 기술도 사용한다.
아마 고통의 사제들이 나무 분신을 사용하는 것처럼 청각쪽은 순간이동이라든지 공간을 사용한 기술도 사용하는 것 같았다.
아마 기술에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다른 공간으로 그 기운을 날려버린 거 같았다.
그 공간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신력은 토끼 자식이 날리자마자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마 날린 거로 추측되는 근원은 아직 나에게 느껴졌다.
‘흐음...’
이걸 이용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수가 보이는 거 같았다.
나는 일단 하늘을 봤다.
하늘에 크게 열려있는 포탈.
저걸 닫는 것도 문제였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지속해서 괴물들이 내려왔다.
카론이 아래에서 괴물들을 줄이는 거 같긴 하지만 계속 소비 전을 한다면 우리가 불리하다.
저 녀석을 죽이면 저게 닫히려나.
아마 공간을 이용하는 녀석이니 저 포탈도 열었을 확률이 높았다.
“언제까지 넋 놓을 거지?”
토끼 자식의 말과 함께 그 녀석의 옆에 큰 포탈이 하나 열렸다.
그 포탈에서 갑자기 큰 돌이 하나가 날라왔다.
나는 날라오는 큰 돌을 검으로 베어냈다.
그러자 내 등에 뭔가 닿는 게 느껴졌다.
뒤를 보자 작은 포탈이 하나 열려있었다.
그리고 그 포탈에서는 토끼 자식의 지팡이만 살짝 튀어나와있었다.
“소닉 차징.”
“컥!!”
그 말과 함께 내장이 파열되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두 방울... 치료, 보호.”
내 말과 함께 근원 두 방울이 나와 내 몸을 보호했다.
“쿨럭...”
“한 방울, 죽여!”
아까와 같이 한 방울을 날렸다.
“검으로 싸워. 그런 건 안 통하니까.”
지팡이의 빛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나는 입에서 흘러내렸던 피를 소매로 닦아냈다.
“소닉 붐.”
“윽!”
소리의 폭발이 내 보호막을 울렸다.
그다지 피해는 없지만, 소리였기에 몸에 살짝 충격이 오긴 했다.
“소닉 붐. 소닉 웨이브.”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이번에도 보호막이 기술들을 막아냈다.
“그 보호막 튼튼한데?”
“너 같은 녀석들은 못 뚫을 기술이거든.”
나는 토끼 자식을 비웃어줬다.
“후... 난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신들이 와서 널 죽일 텐데 어쩌냐?”
나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런 도발에 토끼 자식도 나를 비웃으며 받아쳤다.
“하! 신들이 올 거 같아? 크흐흐흐흐 너가 친한 신들이 죽지 않았기나 기도해.”
“무슨 소리지?”
“이렇게 큰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신 중 한 명도 안 오고 있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아?”
그러고 보니 엘리시가 그런 꼴이 될 때까지 싸웠는데 아무도 오지 않은 게 이상했다.
아무리 신들이 와서 차원 축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엘리시를 구해서 도망가는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
아까도.
지금도.
“지금 사제장들이 신들의 발을 묶어주고 있거든. 아니 묶는다는 게 맞나? 그냥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을 죽이러 간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저 녀석의 말을 들어보니 신들에게도 사정이 있어 보였다.
모든 사제장들이 이곳에 오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인가.
뭐 그건 큰 상관 없었다.
내 가족들은 나보다 훨씬 강하니까.
“그니까 너도 다른 신들 곁으로 가라. 소닉 붐!”
우우우웅!!
“그렇게 숨어있지만 말고 싸우자고.”
‘됐다.’
내가 노렸던 한 가지의 수가 이뤄졌다.
이 보호막은 시간을 끌기 위한 수였다.
나는 보호막을 없애고 아까와 같이 신력으로 화살을 만들어 날렸다.
아까와 같이 그 화살들과 함께 뛰쳐나갔다.
“넌 그것밖에 못 하는 거냐?”
토끼 자식도 아까랑 똑같이 대처했다.
화살들을 피하고 지팡이로 내 검을 막고.
그리고 아까와 달라진 게 하나 있었다.
“어?”
토끼 자식 뒤에 포탈이 하나 열리고 그 안에서 강력한 빛이 튀어나와 토끼 자식의 심장을 뚫어버렸다.
“이...이게 무슨...?”
“뒷처리는 잘해야지. 이 새꺄.”
그 날라온 기운은 근원으로 만들어낸 레이져였다.
아까 사라진 근원이 느껴지자 근원이 어떤 공간에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사라진 신력도 그 공간에 갔다가 나와 연결이 끊기자 서서히 사라졌다.
나는 근원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신력을 파악해봤다.
근원은 사라지는 신력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저 녀석이 내 기술을 날릴 때 사용하는 공간은 같은 공간이라는 걸 알았다.
어떤 공간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나는 근원을 하나 더 토끼 자식에게 날려 그 공간으로 보냈다.
그 두 개의 근원을 만나게 하고 한 개의 근원은 토끼 자식의 뒤로 포탈을 열어주고 한 개의 근원은 공격으로 이용한 거다.
“이...이게 어떻게 된...”
근원을 사용할 때 단점 중 하나가 내가 몇 개의 근원을 꺼내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무조건 마법 진을 사용해서 꺼내야 하니까.
이걸 카운트하면서 싸운다면 내가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까처럼 사용한다면 근원을 꺼내는 행동이 없었으니 예측할 수 없었을 거다.
근원은 내 생각만으로, 따로 컨트롤 할 필요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까.
토끼 자식은 내가 신력을 다루면서 검까지 들고 들어오니 다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할 거로 예측했을 거다.
“너가 안일했어.”
토끼 자식은 피를 토하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하늘에 있는 포탈은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도시를 감싸고 있던 막도 걷혔다.
크르어어?
아래 있는 괴물들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물들이 하나씩 날아올라 닫히는 포탈로 날아갔다.
모든 괴물들이 들어가자 그 포탈은 전부 닫혔다.
나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아래를 보니 엉망이 된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하아...”
그리고 청각의 사제장이 떨어진 곳에 갔다.
그 사제장은 땅바닥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다.
“하아...”
하나의 악연을 끊어낸 느낌이었다.
나는 눈을 감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사제장을 바라봤다.
눈 쪽을 손으로 살짝 쓸어내려 눈을 감겨줬다.
그리고 마신의 기운을 이용해 그 시체를 태워줬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이 녀석의 팔도 같이 태웠다.
분명 악인을 죽였는데... 많은 사람을 죽인 사람을 죽였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좀 그렇네.”
나는 혼잣말을 하고 하늘을 봤다.
지금 이런 생각보다 신계나 다른 곳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가 걱정되었다.
분명 나보다 강한 친구들이니 괜찮겠지.
“로엔!!”
“로엔!! 괜찮아??”
저 멀리서 카론과 페나를 업고 있는 렌이 달려왔다.
나는 그들에게 브이를 들어 올렸다.
“헤헤! 이겼어!”
@
눈이 엄청나게 내리는 산 위.
이 산은 에레보스의 창이라 불리는 산이었다.
한 남자가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에레보스의 신전에 들어갔다.
“으... 누구십니까...?”
안에서 자고 있던 신관은 부스스한 채로 일어나 들어온 사람을 봤다.
이런 시간에 올 사람은 없었다.
그것도 오늘은 눈이 굉장히 많이 오고 있는데 어떻게 왔는지 의문이었다.
“나다.”
“나...라고 하시면...”
신관은 눈을 비비며 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한 남성.
검은 머리를 하고 분위기가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누구십니까?”
“에레보스다.”
“...네?”
“여기서 내 기운을 쓸 수 없어서 그러는데 성배는 어디 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