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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72화 (72/138)

〈 72화 〉 #71 광신도의 계획

* * *

엉망이 된 도시.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우리는 이 끔찍한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시체들은 한곳에 모아 태워서 전염병 같은 게 돌지 않도록 조치하고, 생존자들을 찾아 치료해주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다.

“페나, 그냥 쉬는 게 어때?”

“아니에요! 언니야말로 그렇게 싸우셨는데 조금 쉬면서 하세요.”

“아니야, 이래 봬도 신이라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 으아!”

나는 페나에게 자신 있게 말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아야...”

“괜찮아요?”

“으...응! 끄떡없지!”

솔직히 청각의 사제장이랑 싸울 때의 후유증이 없지는 않았다.

신력이나 마신의 기운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근원을 컨트롤 하다 보니 정신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지만, 몸 자체가 이상이 있는 건 아니어서 큰 영향은 없었다.

일하는 거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신계의 상태.

분명 청각의 사제장 말에 따르면 신계에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았다.

전언이라도 해볼까...

걱정되는데...

내가 넘어진 걸 보고 카론과 렌이 다가왔다.

그리고 렌이 나에게 손을 건내며 물었다.

“로엔 무슨 일 있어?”

“아...아니 무슨 큰일이 있는 건 아니고...”

나는 렌의 손을 잡고 일어나 옷을 털었다.

그러자 카론이 잠깐 생각하다가 나에게 말했다.

“신계에 갔다 와 보는 건 어때?”

“어? 너가 어떻게 알아?”

“나도 근처에 있어서 대충 들었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아니야. 여기 상황 정리하는 데 힘들 텐데 여기 일을 도와야지.”

“어느 정도 상황은 정리됐으니까 갔다 와. 걱정될 거 아니야. 멀쩡하면 빨리 돌아와서 더 열심히 도와주고 무슨 일이 있으면 그쪽을 도우면 되지.”

“카론...”

“그럼 나는 로드한테 연락할 테니까 로엔은 후딱 다녀와. 신계에서 놀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데려오고.”

“고마워! 빨리 다녀올게!”

나는 일하러 가는 카론에게 손을 흔들며 웃어줬다.

그리고 침을 삼켰다.

제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있지 않았으면...

“가볼까... [이동시켜주세요.]”

나는 엘로아의 집무실로 이동되었다.

“엘로아?”

집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 안에 있나?나는 집무실 안쪽에 있는 엘로아의 방에 들어가려고 걸어갔다.

­덜컹.

내가 방에 들어가기 전에 엘로아의 집무실에 담당 천사인 리시아가 들어왔다.

“어! 로엔님 안녕하세요.”

“리시아! 안녕!”

오랜만에 보는 리시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리시아의 모습이 엉망이었다.

옷이 군데군데 찢어져 있고 몇 몇 부위에 붕대를 감아져 있었다.

“어? 왜 이리 다쳤...!”

그리고 손에는 구급상자를 들고 있었다.

싸...싸운건가?

청각의 사제장이 말한 대로 신계에 쳐들어온 거야?

그럼 에...엘로아는?엘로아는?

저번에 마신의 기운을 못 쓴다고 했던 게 생각이 났다.

지금 신계에는 페르세스도 카리온도 없었는데?

“에...엘로아!!”

나는 놀란 채로 엘로아 방문을 열었다.

“어?”

문을 열자 옷을 다 벗고 있는 엘로아가 있었다.

아주 하얗고 뽀얀 피부를 한 엘로아.

아무리 봐도 상처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 뽀얀 피부가 보였다.

“로엔 옷 갈아입고 나갈 테니까 닫아줄래?”

“미...미안!!”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문을 빠르게 닫았다.

“으으...”

“하하... 로엔님 뭘 걱정하신 지는 알겠는데 별일 없었습니다.”

리시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어떻게 된 거야? 구급상자는 왜 들고 있어?”

“아 이 앞에서 천사들 몇 명이 다쳐서 도와주고 왔습니다.”

“아... 그래? 왜 다쳤는데?”

“아 미각의 사제장이 신계에 왔었습니다.”

“미각의 사제장?”

“내가 말하지.”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엘로아가 가벼운 옷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

엘로아는 가벼운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팔이나 다리가 보였지만 상처는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나는 혹시 몰라 가까이 다가가 엘로아를 둘러봤다.

“너야말로 다친 곳 없어? 너가 있는 곳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엘로아 그게...”

나는 엘로아에게 엘리시가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도시가 엉망이 되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그럼 그 녀석들은 엘리시를 잡으려고 우리의 시선을 붙잡았다는 건가.”

“그런 거였어?”

“으앗?”

갑자기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내 뒤에는 카리온과 페르세스가 있었다.

“정령계에도 통각의 사제장이 왔었어.”

“마계에는 시각의 사제장이 왔고.”

카리온과 페르세스가 말했다.

“내 쪽에는 교황하고 청각의 사제장이 왔었어...”

신들의 시선을 붙잡은 건가.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 약간 다른 점이 있었다.

나는 청각의 사제장과 끝까지 싸웠지만 다른 녀석들은 어느 정도 싸우다가 후퇴했다는 거였다.

“청각의 사제장이 죽었다고?”

“뭐????”

“연구한 성과가 있네.”

페르세스와 엘로아는 매우 놀랐지만 카리온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끄덕였다.

“그런데 좋은 소식이라고 하기 좀 그런 게 엘리시가 잡혀갔잖아...”

“그렇긴 하네... 제물...이려나...”

“그럴 가능성이 크지. 신계나 정령계까지 시선을 잡으러 왔다는 건 지들도 그만큼 위험을 감수한 거니까. 아마 마지막 카드? 그런 거겠지.”

“그것보다 에레보스에 대한 소식은 없어?”

나는 엘로아에게 물었다.

엘로아는 고개를 저었다.

“소식은 당연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기운마저 감춰버려서 찾을 수가 없어.”

“흐음...”

나는 걱정이 됐다.

다른 신들도 공격받았으니 에레보스도 공격받은 건 아닐까?

신들도 못 찾는다고 하니 광신도 녀석들도 못 찾았겠지?

“그래도 에레보스니까 큰 걱정은 하지마.”

“뭐 그렇긴 하지...”

“후우...”

에레보스는 입에서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았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최강의 신 다운 힘입니다.”

제단 위에서 청각을 뺀 모든 사제장이 에레보스를 공격하고 있었다.

물론 교황도 같이.

상대방도 매우 지쳐 보이고 상태는 엉망이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카루아와 에레보스가 불리했다.

이 공간은 이미 저들한테 유리한 공간이었다.

광신의 기운이 공기에 계속 맴돌다 보니 저들은 그 기운들을 받아 계속 자신들을 치료했다.

그러다 보니 저들은 한 번에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대응했다.

그래도 에레보스와 신관장들을 비교하면 기량 차이가 심하게 났다.

압도적인 에레보스의 힘에 사제장들은 죽을 뻔한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균형이 유지된 채로 시간이 넘어갈 수 있던 건 뒤에 있는 교황 때문이었다.

카루아가 신관장의 힘을 버티고 에레보스가 큰 공격을 할 때마다 뒤에 있는 교황이 에레보스의 공격을 받아쳤다.

“대체 넌 뭐지?”

에레보스는 교황에게 물었다.

“저는 접니다.”

교황은 에레보스에게 웃어 보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면 저희의 승리가 확실하지 않습니까.”

“지랄하지마.”

카루아는 교황에게 욕을 날렸다.

교황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 가지 제안을 하죠. 에레보스님이 인질이 되어 주시면 엘리시와 카루아를 풀어주죠.”

카루아는 신력을 보아 교황에게 날렸다.

그러자 통각의 사제장이 사이에 끼어들어 그 공격을 받아쳤다.

“인질?”

“뭐 정확히는 제물이죠.”

“에레보스!! 말도 안되는 제안에 대답하지마!!”

카루아는 이를 갈며 분노한 눈으로 교황을 쳐다봤다.

갑자기 에레보스는 칼처럼 날카롭게 세우고 있던 기운을 내렸다.

“에레...보스?”

카루아는 어이없는 얼굴로 에레보스를 봤다.

“엘리시와 카루아를 풀어주는 걸 보면 잡혀주도록 하지.”

“후각.”

교황이 말하자 후각의 사제장이 뒤에서 엘리시를 끌고 왔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엘리시를 카루아에게 던졌다.

카루아는 엘리시를 붙잡았다.

“최초의 마신 답게 약속은 지키시길 바랍니다.”

“졸렬한 짓은 안 한다.”

에레보스는 천천히 계단 위로 올라가려 했다.

“에레보스... 무슨 말도 안되는... 그냥 도망쳤으면 나와 에레보스는 도망칠 수 있었잖아.”

카루아는 실망감이 가득한 눈이었다.

에레보스는 잠깐 뒤를 돌더니 한 마디를 건넸다.

“애들한테 전해줘.”

갑자기 카루아는 그의 표정을 보고 무언가를 느꼈다.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난 믿고 있어.”

에레보스는 그 말을 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카루아는 엘리시를 안은 채로 그 공간에서 쫓겨났다.

“계...획인가...”

아무리 봐도 에레보스의 모습은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믿고 있다고?

카루아는 엘리시를 업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동.]”

그리고 바로 엘로아의 집무실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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