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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77화 (77/138)

〈 77화 〉 #76 선생님

* * *

“으...”

나는 지구에서 공부할 때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안 좋은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배우는 이 내용은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집중이 안 된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너무 어려워서.

적당히 어려운 것도 아니고 너무 어렵다.

“그러니까 파이어볼 같은 마법하고 다르게 오른쪽 회로에서 회전을 줘야 한다니까?”

“회전이고... 뭐고...”

페르세스가 열심히 설명을 해줬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걸 어떻게 하는가.

나에게 기본적인 마법에 관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페르세스가 설명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너무 못 했다.

처음에는 내가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나 싶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엘로아도 페르세스가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젓고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는 거였으면 말 다한 거 아니겠는가.

그래 솔직히 내가 빡대가리인건 아니지.

내가 머리는 좋지 않지만 집중력은 좋았다.

나름 집중하고 하나를 파고들면 좋은 성과를 냈었다.

하지만 이건 더하기 빼기 할 줄 아는 애한테 갑자기 삼각함수를 하라는 격인데.

이건 그 애가 천재라도 할 수 없다!

아닌가?

어쨌든 배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흐음... 왜 이해를 못하는 거지?”

답답한 건 나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페르세스도 답답한지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공간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은 있었다.

바로 근원을 이용하는 방법.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차원에 틈에 가야 하기 때문에 근원을 더 이상 소모할 수 없었다.

미래를 봤을 때도 내가 공간 마법을 배우고 요정 여왕을 만나러 갔었기도 했고...

내가 근원으로 간다는 판단을 한다면 미래가 바뀔까 봐 함부로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카루아가 페르세스의 집무실에 들어왔다.

“공간 마법을 가르치는 중이야.”

“공간 마법? 갑자기?”

“하... 처음부터 설명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허... 참.”

둘은 앙숙 사이 답게 티격태격 댔다.

나는 그런 둘 사이에서 머리를 쥐어짜며 공간 마법 공식을 공부했다.

나는 모르는 부분이 보이길래 페르세스에게 물었다.

“근데... 페르세스... 여긴 왜 이런 거야?”

“어? 거기? 거기는 그냥 그렇게 되는 건데?”

아... 그냥 그렇게 되는 거구나...

라고 이해할 리가 없었다.

“하...”

그러자 카루아가 슬며시 내가 가리킨 부분을 봤다.

“거긴 양옆에 있는 회로가 상반된 회로라서 저항이 일어나는데 그 저항을 막아주려고 만들어둔 장치입니다.”

“어?”

“응?”

생각보다 자세한 설명에 고개를 들었다.

“카루아. 마법 잘해요?”

“어느 정도는 합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하겠지...

신이니까.

“아니 이론적인 면에 대해 잘 아세요?”

“네. 흥미가 있어서 논문을 몇 개 써본 적 있습니다.”

논문을 써?

그냥 흥미가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최고의 선생님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엘로아가 여기 한 번 가보라고 했는데 이것 때문에 보낸 듯하군요.”

“저! 저! 그럼 혹시 이건 어떻게 이루어진 거죠?”

내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가리켰다.

“아 그 부분은 왼쪽에 있는 대수에 영향을 받아서 일부러 공간을 키워둔 회로네요. 아마 옆 쪽의 계수들하고 같이 생각하면 더 편할 겁니다.”

카루아의 말대로 보자 이해가 쏙쏙되기 시작했다.

“서...선생님!! 선생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

“로...로엔!”

페르세스는 내가 카루아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자 서운한 듯 내 이름을 불렀다.

“페르세스는 내 무술 선생만 해! 내 마법 선생은 지금부터 카루아 선생님이야.”

“로에에에에엔!”

“후후... 페르세스 같은 빡대가리하고 마법은 어울리지 않죠.”

카루아는 분명 나를 보며 말하고 있었지만 왠지 페르세스에게 말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뭐...뭐? 빡...빡대가리?”

페르세스의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게 보이자 나는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페...페르세스는 무술에 대해서 천재잖아! 누구도 페르세스한테 무술로 이길 수 없을걸? 페르세스가 한 명 더 있지 않은 이상 따라올 사람은 없지!”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어느 정도 화가 수그러들었는지 카루아를 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후... 그렇지. 무술 쪽은 저 녀석이 내 발톱의 때만큼도 못하지.”

페르세스는 카루아를 보며 말했다.

“맞지 맞지!”

그러자 카루아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거라도 잘해야지. 그것도 없으면 억울해서 못 살지. 몸 쓰는 일을 잘하는 것도 머리에 갈 능력치가 전부 몸으로 가서 그런거 아니야?”

“뭐 이 새끼가?”

페르세스가 카루아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걸 온몸을 던져 막았다.

“너 일로와!!!”

“페르세스!!!”

“로엔! 다른 데로 가자. 저 자식보다 내가 더 자세히 설명해줄게!”

페르세스가 공간 마법 회로가 그려져있는 종이를 들려고 했다.

나는 페르세스의 손목을 잡아 가져가려는 걸 막았다.

“로...로엔?”

“페르세스... 미안... 너가 좋긴 한데 마법 설명은 카루아한테 들어야겠어...!”

이대로 페르세스한테 설명을 들으면 밑도 끝도 없이 시간만 낭비할 거 같았다.

“으...”

“훗...”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모습이 보였지만 애써 무시했다.

나는 그렇게 카루아에게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카리온은 잘 지내?

­잘 지내고 있는 거면 좋을 텐데...

­왜? 너희 괴롭혀?

­아니... 그러시지는 않는데 그냥 옆에 있는 거 자체가 불편한 느낌이랄까... 에레보스님하고 다른 느낌으로 불편해...

­그래? 그래도 카리온은 엄청 착하니까 친해져 봐.

나는 카론과 안부를 전하고자 전언을 날렸다.

카론과 다른 사람들이 카리온의 골수까지 뽑아먹는 중이라고 한다.

엄청난 속도로 도시가 복구되고 있고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도 도와준다고 한다.

물론 카론이 옆에 따라다니면서 시중을 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도시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고민하던 막막한 상황보다는 훨씬 나아서 다행이라고 한다.

­혹시나 카리온이 대충한다 싶으면 바로 말해. 내가 달려갈 테니까.

­에이. 며칠 봤는데 그럴만한 분은 아니던데?

­그렇긴 해.

그렇게 카론과 사소한 잡담을 나눈 뒤 페르세스와 함께 엘로아의 집무실로 갔다.

나는 며칠 동안 카루아와 페르세스 사이에서 공간마법을 배웠다.

뭔가 배운 느낌이라기보다는 주입 당한 느낌이지만...

카루아와 페르세스가 서로 경쟁이 붙었다.

누가 나에게 더 잘 가르쳐주느냐는 아주 유치한 경쟁이었다.

물론 그 승부는 카루아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했지만, 페르세스가 삐치는 걸 방지하려고 페르세스의 말도 집중해서 들었다.

아니. 듣는 게 아니고 듣는 척이었다.

뭐 페르세스의 설명은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러다 보니 며칠이 지나자 공간 마법에 대한 기초는 어느 정도 다 배울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된 거 같은데?”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한데 이걸 싸움 할 때 쓰려고 배운 건 아니니까 괜찮을 듯 싶다.”

“진짜 하루 이틀만 더 가르치면 실전에서도 어느 정도 응용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페르세스가 시간이 없는 게 아쉬운 듯 말했다.

원래는 가르치는 거에 굉장히 자신이 없던 페르세스였지만 나를 가르치면서 교육에 대한 재미를 느낀 거 같았다.

뭐 단순히 카루아와 경쟁을 하는 걸 즐긴 거 같기도 했지만...

“그럼 이제 요정 여왕을 만나러 가볼까?”

우리는 내가 공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을 엘로아에게 보여준 뒤 슬슬 갈 준비를 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굳이 배울 걸 다 배웠는데 신계에서 죽치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페르세스와 내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려 하자 엘로아가 말을 꺼냈다.

“이번엔 내가 간다.”

“에?”

“뭐? 서류는? 그리고 나는?”

엘로아가 간다는 말에 페르세스는 의문을 표했다.

“서류는 카루아가 다 할 거다. 나도 맨날 신계에만 있으니 오랜만에 산책이나 다녀오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엘로아가 신계말고 다른 곳에 가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그럼 셋이서 가는 건가?”

“아니. 페르세스 너는 남아야지.”

“뭐? 내가 왜 남아!”

페르세스의 말에 엘로아가 쌓여있는 서류를 보여줬다.

“너 서류야. 언제까지 쌓아두려고?”

“어? 어? 나 파견 나가 있는 상태 아니었어?”

“너가 마계에 갔다 온 이후로 파견 기간이 끝났다.”

“아니 그리고 난 로엔 마법 교육도 했잖아.”

“그거하고 서류하고는 상관없지.”

“...”

페르세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다.

그리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에휴... 알았어 난 서류 처리하고 있을 테니까 조심히 다녀와.”

교육할 때는 카루아한테 멍청하다고 놀림당하다가 다른 데로 가려고 하니까 서류에게 발목을 잡히는 페르세스를 보니 불쌍해졌다.

“기념품이라도 사올게...”

페르세스는 풀이 죽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볼까?”

엘로아의 말에 알았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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