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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78화 (78/138)

〈 78화 〉 #77 요정 여왕

* * *

요정.

사람의 모습을 하고 등에는 작은 날개 2쌍이 달려있는 존재.

요정은 다른 중간계들의 존재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점.

원래 요정은 7차원에서만 존재하는 녀석들이다.

장난기가 많지만 싸움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평화를 좋아하지만 평화로운 삶은 싫어하는 녀석들.

원래 처음에는 서로 장난치면서 놀기를 반복했다.

그런 그들은 차원을 이동하는 마법을 발명해버렸다.

그저 장난으로 시작했던 연구였는데 그걸 성공해버린거다.

요정을 어린아이들로만 보고 있었던 신들은 이 사실에 크게 놀랐다.

원래 차원을 이동하게 허락된 건 신들과 천사와 마족 그리고 정령 이렇게밖에 없었다.

허락되었다기보단 할 수 있었던 존재들이 이렇게밖에 없었다.

그래서 차원을 이동하는 이 마법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았다.

결국에 내린 결론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7차원은 다른 차원들과 다르게 동식물과 요정이라는 종족만 존재하는 특이한 차원이다.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차원.

그래서 그들이 다른 차원에 위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해서 이를 허락해 준거였다.

뭐 그들이 부정한 행동으로 만들어낸 마법도 아니었고...

물론 신계나 마계, 정령계 같은 곳은 이동하지 못하게 막아뒀다.

그래서 그들은 평소에 다른 차원에 놀러가서 장난을 치곤 했다.

큰 위해를 끼치지는 않고 그냥 좀 짜증나는 정도의 장난이었다.

그저 짜증나는 정도...

“꺄르륵.”

“깔깔깔.”

“으...니네 두고 봐!!”

우리가 7차원으로 오자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서 작은 요정들이 장난치고 있었다.

“여기가 요정계야?”

그렇게 차원을 이동할 수 있게 된 이후로 모두가 이곳을 요정계라고 불렀다.

어차피 요정들은 이 차원에 밖에 없기도 했고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으니 그냥 하나의 특이한 차원으로 인정해준 거였다.

나는 엄청나게 넓은 숲을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여기서 요정 여왕을 찾아야 해?”

이렇게 울창한 숲에서 사람 하나... 아니 그 작은 요정 하나 찾기는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엘로아는 여유롭게 평평한 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뭐지...?

그러고 있자 우리에게 요정 몇이 날라왔다.

“너희는 누구야?”

“와! 요정이 아닌 사람이 여기 온 거 처음 봐!”

우리 주변에서 빙글빙글 돌며 재잘거렸다.

“애들아 너희 여왕님 어디있어?”

내가 말하자 갑자기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치더니 히히덕거렸다.

“안 알려주지~.”

“어?”

“안 알려준다구~.”

“...”

내가 어이없어하자 지들끼리 꺄르르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대신~ 내 부탁을 들어주면 알려줄게~.”

“부탁?”

“응응! 부탁!”

으음... 부탁이라... 그럴 시간이 없는데...

“어떤 부탁인데?”

내가 묻자 갑자기 내 옆에서 엄청난 신력이 느껴졌다.

엘로아가 자신의 신력을 푼 거 같았다.

“엘로아?”

“그 자식들 장난치려고 하는 거야. 놀아나지 마.”

“응?”

엘로아가 신력을 풀자 갑자기 주변에 있던 요정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뭐...뭐야?”

“도...도망가!!”

그리고 내 주변에서 히히덕거리던 요정들이 전부 도망가버렸다.

아마 엘로아의 신력에 압박감을 느끼고 도망간 거 같았다.

“금방 올 테니까 앉아서 기다려.”

“온다고? 누가?”

“누구긴 누구야 여왕이지.”

“...우리가 찾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걔가 와야지. 누가 누구를 찾아?”

나는 얌전히 엘로아의 옆에 앉았다.

“그런데 그렇게 압박 주면 더 숨어버리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엘로아는 스윽 미소를 지었다.

평소의 평온한 미소와는 다른 살벌한 미소였다.

“숨어? 그럼 차원이 남아나질 않을걸.”

잠시 시간이 지나자 저 멀리서 한 요정이 날라왔다.

아주 작았지만, 머리 위에 왕관을 하나 쓰고 있었다.

귀여운 크기의 왕관이었는데 아마 자기가 여왕이라고 쓰고 있는 거 같았다.

“누군데 여기서 그런 기운을 뿌리고 있는 거야?”

살짝 화가 난 말투로 우리에게 따지듯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내가 말하려고 하자 엘로아가 나를 막고 일어나면서 말했다.

“너무 늦는군.”

“뭐? 너 누군데 나한테 반말이야?”

“넌 뭔데 우리한테 반말이지?”

“난 여왕이니까!”

“난 신이다.”

엘로아가 그렇게 말하자 여왕은 코웃음을 쳤다.

“흥! 신은 무슨 신. 니네 뭐야? 저번에 왔던 녀석들이랑 같은 녀석들이야?”

저번에?

“저번에도 누가 왔었나요?”

내가 묻자 여왕은 나를 놀리듯 혀를 내밀었다.

“베에에~ 안 알려주지~.”

“하하...”

나는 슬쩍 엘로아를 봤다.

화가 차오르는 듯한 얼굴이었다...

“저 빨리 말해주셔야 할 거 같은데...”

“뭐? 뭘 빨리 말해줘. 니네가 누군지 밝히라니까?”

“아 저는 새로 태어난 마신, 복수의 신 로엔이라고 합니다.”

“마신? 그럼 옆에 있는 꼬맹이는 누군데?”

“꼬...꼬맹이요?”

나는 다시 엘로아를 봤다.

오늘 얌전히 끝나지는 않을 것 같네...

그래도 아직 참고 있는 거 같았다.

“그... 옆은 죽음의 신인 엘로아에요...”

“헹! 엘로아? 니네가 마신들이면 난 에레보스다! 무슨 거짓말을 해도 적당히 해야지! 마신들이 갑자기 요정계에 온다고?”

옆에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니네들이 뭔지는 몰...어?”

엘로아에게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두 번은 참았지만 세 번은 못 참는 것 같았다.

"에휴..."

내 한숨 소리와 함께 엘로아는 저 앞에 있는 큰 나무에 손을 뻗었다.

“[터져라.]”

­펑!!!!!!!!!!!!!!!!

엘로아의 말과 함께 주변에서 가장 큰 나무가 터져버렸다.

말 그대로 터져버렸다.

펑하고...

“어...어...엉?”

요정 여왕은 얼이 빠진 채로 그 나무를 봤다.

“요정들이 다치지 않게 터트렸다. 다음은 너를 터트려줄까?”

“......죄송합니다!!!!!!!!”

“모르면 그럴 수도 있죠.”

“그럴 수 없다. 우린 분명 신분을 밝혔다. 우릴 의심하고 능멸하다니 죽고 싶은거지.”

엘로아는 다리를 꼬고 돌에 앉아있었고 요정 여왕님은 물구나무를 선 채로 앞에 있었다.

팔을 땅에 대고 다리를 쭉 뻗은 채로 있었다.

“근데... 그게 뭐에요.”

“어떤 차원에서 유행 중인 그랜절이라는 겁니다!! 자기가 정말 미안할 때 하는 인간들의 문화라고 합니다!!”

“그...그런가요?”

어떤 차원인지는 몰라도 이상한 문화네...

무슨 야만 부족 문화 같은 건가?

“난 엘로아다.”

엘로아의 말과 함께 여왕님은 자세를 풀고 무릎 꿇은 채로 말했다.

“넵넵! 저는 요정들의 여왕인 에루라고 합니다.”

“아 저는 로엔이라고 해요.”

요정 여왕님은 우리의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근데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요...”

“아! 저가 공간 마법에 대해 배우고 싶은데요.”

“그럼 요정 하나를 붙여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다른 건 몰라도 공간 마법은 잘 사용해서...”

요정 여왕이 말하는 도중 엘로아가 말을 끊었다.

“아니. 너가 가르쳐라.”

“저...저 말입니까?”

뭐 내가 봤던 미래에서도 여왕님한테 배우긴 했으니까...

“부탁할게요...!”

내가 말하자 엘로아가 말을 정정했다.

“아니. 명령이다.”

그리고 여왕님은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

“넵...”

“에휴...”

에레보스는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 에레보스는 제단 끝 십자가에 묶여있었다.

이 녀석들이 뭘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십자가에 묶어놓고 가만히 내버려둔 지만 벌써 며칠 째다.

솔직히 이런 십자가도 부수려고 하면 부술 수 있었다.

하지만 육체적인 기운와 다르게 마신의 기운이나 신력은 봉인된거 같았다.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자 옆에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부터 의식이 시작된다.”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에 있어서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투를 들어보면 누군지 대충 추측할 수 있었다.

“교황이냐?”

상대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너 나 알지?”

“에레보스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

“날 직접적으로 아는지 물은 거다.”

“그런 거라면 모른다.”

에레보스는 십자가를 부수고 내려왔다.

그리고 뒤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봤다.

“이래도 모른다고 할 거냐?”

“어느 정도 편하게 지내라고 약하게 속박해줬더니 기어오르는군.”

"그 모습으로 찾아온 이유는 뭐지?"

교황이 손짓을 하자 제단에서 광신의 기운이 나와 다시 에레보스를 속박했다.

그리고 교황은 뒤를 돌아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건지는 차차 들어보도록 해야겠네...’

카루아를 보냈으니까 마신들이 자신을 구하러 올 거다.

뭐 주신을 이길 수 있어야 오라고는 했으니 무작정 오지는 않겠지.

다행히 진짜 주신을 이길 정도는 아닌 거 같아 보이니까...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무작정 올 거 같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이 피어나는 에레보스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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