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83 포탈 속으로
* * *
“저...저게 뭐야!!”
나는 뒤에서 터지는 폭격을 보며 소리쳤다.
“구경하지 말고 달려.”
엘로아는 담담하게 나를 재촉했다.
“저 녀석 화난다고 우리한테까지 폭격하는 거 아니야?”
“서...설마...”
나는 조마조마했지만 실실 웃고 있는 카리온을 보니 장난이었나 보다.
“그럼 나부터 들어간다!”
제일 앞에 있던 페르세스는 먼저 포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도 포탈로 뛰어들었다.
“어? 으아아아아아!!!!!!!!”
내가 포탈로 들어가니 갑자기 공중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공중에서 보니 주변이 전부 보였다.
그곳은 전부 바위로 만들어진 바위산이었다.
마치 정령계에서 노아스가 있던 곳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정령계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느낌의 황야였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분위기 자체도 우중충했고 햇빛이 보이지 않는 아주 꺼림직한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래 보이는 괴물들 때문이 컸다.
“뭐...뭐야?”
나는 떨어지면서 주위를 보다가 하나 이상한 점을 느꼈다.
내 옆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거였다.
“페르세스!! 카리온!!”
뭐지?
흩어진건가?
크라아아아아아아!!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도중 아래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들었던 소리보다는 작은 울음소리였다.
그 울음소리가 들린 곳을 보니 평범해 보이는 가고일이 아래 있었다.
“큰 특징이 없는 가고일인가?”
“통각 쪽 가고일인거 같아요!”
내가 혼잣말을 하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미카미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계속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바람에 정확하게 보지 못했는데 미카미카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본 게 맞는 거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얘는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튀어나와?
“너 그런 분석 같은 거 하면 내 힘이 소모되는 거 아니야?”
“에이 그 정도는 통 크게 쓰셔야죠! 마신이 돼서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 쓰면!!”
“야! 안돼! 내 힘 허락 없이 쓰지 마!”
이...이 내 피 같은 근원을!!
“힝...”
미카미카는 내 말에 풀이 죽은 듯 말을 멈췄다.
“아...알았어.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만...”
내가 말하고 있는 때 갑자기 공중으로 마물들이 달려들었다.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사람은 아니고 신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의가 아니지!
10마리 정도 되는 괴물들은 나에게 에너지를 날려 공격했다.
“근원, 두 방울.”
나는 근원을 꺼내 한 방울은 그 괴물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균형을 잡은 뒤 아래 있는 가고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형태라서 정확하게 가리키기는 어려웠지만, 몸을 휘적휘적하며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았다.
나는 손가락 끝에 근원 한 방울을 맺히게 했다.
‘쏜다.’
나는 총을 쏘듯 그 근원을 가고일에게 쐈다.
그 한 방울은 정확하게 가고일을 향해 날라가 펑! 하고 터져버렸다.
평소보다 더 큰 폭발.
근원을 인공지능처럼 사용하지 않고 내가 직접 조종하면 파괴력을 더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으...으아!!!”
“로엔님은 바보에요!!!”
손가락 끝으로 큰 기운을 쏴버리는 바람에 반동으로 공중에서 빙글빙글 도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슬슬 땅에 가까워지는데!
근원을 써서,..
아니다!
몸으로 받는다!
나는 슬슬 땅이 다가왔지만, 그냥 몸으로 충격을 받는 걸 선택했다.
신의 몸인데 이 정도 충격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다가오는 땅을 무시했다.
“으으으!!”
그리고 이제 땅에 도착했을 때쯤이 되었다.
얼마나 아프려나.
아픈 건 싫긴 하지만...!
그래도 나중을 위해서는 이 정도 고통 참을 수 있다.
“으...으.”
나는 눈을 질끈 감은 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땅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나는 아직 땅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은 맘에 실눈을 살짝 떴다.
그랬더니 나는 약간 땅 위에 떨어진 채로 떠있었다.
“뭐...뭐야?”
“로엔님은 바보에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데 왜 가만히 계세요!”
내 앞에 마치 반딧불이처럼 근원이 반짝였다.
미카미카?
“너가 막은 거야?”
“네! 잘했죠?”
방금 허락했다고 바로 내 힘을 써버린 건가...
“에휴... 근원 좀 아껴보려고 했는데...”
“근...근원은 안 썼어요! 신력으로 막은 거에요!”
“신력으로?”
“네! 로엔님 몸속에 있는 신력을 이용해서 막은 거에요!”
“그게 가능해?”
근원에 들어있는 미카미카였는데 내 몸속에 있는 신력도 다룰 수 있는지는 몰랐다.
“지금 로엔님의 몸과 근원, 그리고 미카엘님까지 이렇게 셋은 이어져 있어요! 그래서 미카미카가 로엔님의 힘도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이런 편리한 기능도 있는 줄 몰랐다.
그냥 근원을 소모해서 미래를 볼 생각만 하고 미카미카를 데려온 거였다.
그런데 이런 기능이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미래를 보는 것보다 이런 기능들이 훨씬 사용할 곳이 많다.
싸울 때에도, 평소에도.
“미카미카! 너 쓸모 많구나!”
“헹! 저는 굉장히 쓸모가 많은 프로그램이라고요!”
미카미카는 내 칭찬에 우쭐해졌는지 근원을 마구 반짝였다.
크라라라라라라!!!
내가 근원을 터트렸던 곳에서 아까와 똑같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직 안 죽은 건가.
뭐 한 번에 쓰러져버리면 너무 싱겁다고는 생각했다.
싱겁다기보다는 쓰러질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가고일이 풍기는 기운이 그 정도로 끝날 녀석이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요리해볼까.”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앞으로 나섰다.
폭발로 일어난 먼지연기가 서서히 걷히면서 가고일의 모습이 나타났다.
별 다른 타격 없이 멀쩡한 모습.
나는 통각의 사제와 싸웠을 때를 생각했다.
공작.
그 녀석이 통각의 사제였으니까...
아마 공격을 맞는다면 큰 고통이 나를 덮칠 것이다.
공격은 모두 피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카리온이 통각의 사제장과 싸웠을 때 모든 상처가 치료되는 현상을 봤다고 했다.
아마 멀쩡한 이유도 그런 거에 관련되어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까 귀가 큰 가고일이 마물들을 다뤘던 것과 같이 광신의 능력을 사용한다는 건 확실하다.
그럼 어느 정도까지 광신의 기운을 쓰느냐가 문제다.
크르르르르르... 크라라라라!!!
그 가고일은 나를 경계했다.
그리고 울부짖었다.
울부짖자마자 가고일은 몸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뭐야?”
몸집이 커지는 모습이 좀 이상했다.
몸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것처럼 팔이나 몸 부위들이 부글거렸다.
“아마 몸에 있는 세포들을 재생시켜서 몸집을 크게 하는 거 같아요!”
미카미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세포를 재생시켜서 커진 다라...”
몸을 치료하는 걸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건가.
나는 미카미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 어떻게 싸우는지는 알 거 같으니까.
나는 신력으로 황금색 건틀릿을 만들었다.
“일단 때려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냥 기계들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 몇 번 때리면 해결되지 않던가.
나는 점점 몸집이 커지는 가고일에게 뛰어들었다.
“대가리다 이 자식아.”
나는 그대로 그 가고일의 얼굴을 후려쳤다.
끄어어어어!!!
힘을 좀 세게 줬는지 가고일은 얼굴에 가해진 충격을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 쪽부터 쓰러졌다.
엄청나게 큰 몸집이 쓰러져버리니 땅에도 큰 울림이 가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몸이 커져서 지도 못 다루는 건가?”
“균형이 안 맞는 거 같네요.”
하긴 아직도 몸쪽이 부글거리면서 몸이 커지고 있었다.
몸 전체가 한 번에 커진 게 아니라 점점 커지는 중이라서 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 건가?
“저런 애들은 자르면 막 2마리가 되고 그러던데...”
“후후... 답을 알려 드릴까요?”
내가 고민하고 있자 미카미카가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음... 아직은 괜찮아.”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위협이 되는 상대는 아니다.
뭐 줘 패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
“다른 애들은 다 잡았으려나?”
페르세스는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주변은 난도질 된 마물들이 산처럼 쌓여있었고 페르세스의 발 밑에는 눈이 큰 가고일이 쓰러진 채로 누워있었다.
크르...크...
“뭐야 아직 안 죽었어?”
페르세스는 검에 기운을 담아 휘둘렀다.
크라라아...
가고일은 마지막으로 그 검을 맞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가고일이 정신을 잃자 포탈로 가던 흐름 한 줄기가 끊겼다.
포탈의 크기는 조금 작아졌고 페르세스도 그 사실을 느꼈다.
“이 녀석들 잡는 게 맞나 보네.”
생각보다 친절하게 가고일 앞으로 데려다 주는 게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하며 잠깐 고민을 했다.
다른 애들을 도우러 가야 하나?
도우러 가야 한다면 어디로 가지?
“흐음... 어떡한담.”
그때 저 멀리서 점점 커지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오 저건 뭐야.”
아마 그 모습이 가고일과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누군가 그 가고일에게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주먹으로 때리는 걸보니 아마 로엔인 것 같았다.
“저렇게 크니까 다른 애들한테도 보이겠지?”
페르세스는 그대로 달려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