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84 그곳에서는...
* * *
“근원, 한 방울.”
나는 근원을 꺼내 상황을 지켜봤다.
가고일에게 신력으로 몇 번 공격해봤지만, 다시 치료될 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한 번 베어볼까...”
내가 이런저런 공격을 해봤지만 유일하게 해보지 않은 공격이 상대방 신체를 베는 공격이었다.
분명 영화 같은 곳에서 이런 녀석을 배면 2마리가 돼서 더 고생하는 시나리오를 본 적이 있다.
솔직히 그건 영화고 이 녀석은 안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잘라버리더라도 치료되는 건 같으니 상황을 좀 더 지켜봤다.
“그럼... 이번엔...”
“로엔!!!!”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신기한 현상을 봤다.
분명 멀쩡하게 서 있었던 가고일에게 흰 선이 그어지더니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내 뒤에서 페르세스가 날라왔다.
“로엔 괜찮아?”
“페르세스!”
쿵!
반으로 갈라진 가고일의 몸은 큰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리고 내가 염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뭐야 저건.”
“통각 계열 가고일인거 같은데 상처가 계속 치료돼.”
“그렇다고 2마리가 되는 건 뭐야!”
반으로 갈라졌던 가고일의 몸이 마치 찰흙처럼 꾸물됐다.
그리고 점점 형태를 갖춰가더니 몸의 반이 한마리의 가고일이 되었다.
그래도 몸집은 조금 줄어든 거 같았다.
2마리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몸집 큰 1마리를 상대하는 게 편한데...
“그럼 배면 저거를 또 배면 4마리가 된다는 거야?”
페르세스는 곤란하다는 얼굴을 했다.
“그렇겠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페르세스의 손에 들려있던 검이 귀걸이로 변했다.
그리고 손을 귀걸이로 가져갔다.
“나와라 워해머.”
그 말과 함께 페르세스의 손에는 화려한 모양의 망치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망치 휘두를 준비를 했다.
“자를 수 없다면 다짐육으로 만들어버려야겠네.”
“한 마리는 내가 맡을 게.”
페르세스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한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나는 자리를 잡고 미카미카를 불렀다.
“미카미카, 어떻게 잡으면 될까.”
“분석하겠습니다.”
미카엘과 다르게 바로 답이 안 나오는가 보네.
나는 그럼 잠깐 시간을 끌어야겠다.
신력을 이용해 화살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까 꺼내놓았던 근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녀석을 붙잡아.”
그저 한 방울처럼 보였던 근원은 엄청나게 길어지더니 가고일을 묶기 시작했다.
하지만 괴물이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바로 묶지는 못했다.
나는 신력으로 화살들을 날려 가고일의 움직임을 막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직접 달려나가 가고일의 배를 찼다.
크러억!!
가고일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내가 상처를 줄 때마다 근원이 가고일의 몸을 묶어나갔다.
힘 자체는 약한데...
상처가 계속 치료되다 보니 아주 곤란한 상대였다.
펑!!!!!!!!
옆에서의 싸움은 너무 일방적이었다.
페르세스가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몸 한 부위가 터져나갔다.
너무 압도적인 무력.
가고일이 반격할 시간조차 없었다.
“로엔님! 해결책 찾았습니다!”
“그래? 어떡하면 되는데.”
“광신의 기운을 담고 있는 핵이 있을 거에요! 그걸 부수면 돼요!”
핵?
뭐 저런 계속 재생되는 녀석들에게 꼭 있는 부위기는 한데 저 큰 몸집에서 어떤 크기를, 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핵을 어떻게 부수지?
“저에게 맡겨주시면 제가 해결할게요!”
“너가?”
나는 잠깐 고민했다.
저 녀석 근원을 다 사용해버리는 거 아니야?
“근원 두 방울 정도만 사용할게요!”
내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말했다.
“그래 한 번 해봐!”
내 이공간에서 근원 두 방울이 나왔다.
“페르세스! 잠깐 나와봐!”
그 두 방울은 내가 묶어놓은 가고일과 페르세스가 상대하던 가고일을 향해 날아갔다.
내 목소리를 듣고 근원이 날라오는 걸 본 페르세스는 망치로 가고일을 밀어내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날아갔던 근원은 가고일의 몸속을 뚫고 들어갔다.
“음?”
그리고 잠시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로엔! 왜 비키라고 했어?”
“그... 내가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데.”
“기술?”
페르세스와 나는 멍하니 가고일을 봤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그...그럴 리가 없는데.”
미카미카! 나한테 거짓말한 거야?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유심히 가고일을 보았다.
그리고 끔찍한 장면이 연출됐다.
“어우.”
“에...”
그러더니 갑자기 엄청난 수의 가시들이 가고일의 몸에서 튀어나왔다.
마치 고슴도치의 등처럼 가고일의 몸에서 엄청난 수의 가시들이 뚫고 나왔다.
가시들이 그렇게 나오다보니 몸에서 피가 줄줄 세어나와 주변에 튀겼다.
“무슨 기술이길래 저래...”
“나...나도 몰라.”
그 후 가시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두 가고일은 엄청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로엔님! 처리했어요! 저 잘했죠!”
“뭐...뭐야 이건?”
내 이공간에서 근원이 튀어나와 반짝이자 페르세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근원을 봤다.
“페르세스님이군요! 저는 미카미카입니다!”
“미...미카미카? 로엔 너가 만든 애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작명 센스가 좀 구린데...”
“내가 만든 애 아니야!!”
“로엔님?”
미카미카는 마치 칭찬이라도 바라는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 수고했어.”
“헤헤헤...”
“흐음...”
페르세스는 의심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미카미카는 미카엘의 프로토타입이야...”
“미카엘의?”
그렇게 나는 미카엘을 들고 온 이야기에 대해 해줬다.
몰래 갔다는 점에서는 좀 혼났지만 그래도 나름 머리를 잘 썼다고 칭찬받았다.
“흐음... 그래도 이름 좀 성의있게 지어주지 미카미카가 뭐야.”
“그니까 내가 지은 거 아니라고!”
“미카미카는 미카미카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뭐 본인이 괜찮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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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아 그쪽은 처리됐어?”
카리온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엘로아에게 말했다.
“이 쪽은 끝났다.”
엘로아는 하늘에서 내려왔다.
카리온과 엘로아는 가고일들을 처리하고 페르세스와 로엔을 찾고 있었다.
카리온과 엘로아가 있는 곳은 울창한 숲이었다.
숲이다 보니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나무들에 가려 땅에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전언을 날려봤지만, 로엔과 페르세스에게 답이 오지 않았다.
“이 정도로 전언을 보냈는데 답이 오지 않는 건...”
“아마 전언이 안된다는 거겠지.”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긴 했다.
미리 신계에서 있을 때부터 서로 말했던 내용이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럼 어디에 있는 거지?”
그 둘이 잠깐 고민하던 사이 하늘에 있던 포탈이 닫히기 시작했다.
“가고일들은 다 정리된 건가?”
카루아도 로엔과 페르세스도 무사히 처리했다 보다.
솔직히 가고일이 상대하기 까다롭지는 않았다.
전부 신관장들이랑 싸워본 경험이 있어서 더욱 상대하기 쉬웠다.
서로서로 정보를 알고 있으니까.
“그럼 이제 만나야 할 텐데.”
“흐음... 만나기 전에 해야 할 게 보이는데?”
포탈이 있던 곳에서 새로운 게 생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로엔과 페르세스였다.
“카리온 조심해라.”
“알고 있어.”
분명 모습은 로엔과 페르세스를 닮아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기운이 달랐다.
사람마다 가진 기운이 다르기 때문에 보자마자 다른 사람이라고 알 수 있었다.
“너무 악질인데?”
저렇게 포탈이 닫히고 나타난 이유가 뭐겠는가.
동료와 싸워서 이기라는 소리.
뭐 그 본인들이 아니니까 어느 정도 다르겠지만...
가짜 페르세스가 귀에 손을 가져갔다.
“무기까지 구현된 건가.”
“나와라 칼리버.”
그리고 가짜 페르세스의 손에 검이 들렸다.
“설마 성능까지 같지는 않겠지?”
“막을 준비나 해라.”
카리온은 바알을 앞세웠다.
가짜 페르세스는 기운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이런 시발.”
“하...”
그 검격은 그저 모습만 따라한 녀석의 검격이 아니었다.
똑같다고 말할 정도의 기세.
“[소멸하라.]”
엘로아는 바알에게 막게 내버려둔다면 큰 타격이 입을 거 같아 언령으로 검격을 소멸시켰다.
이번엔은 로엔 쪽에서 기운을 꺼냈다.
“설마 근원도 따라 하는 거야?”
로엔의 주변에 마치 로엔이 근원을 사용할 때처럼 기운이 떠올랐다.
“좆같네..."
카리온과 엘로아는 탄식을 내뱉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