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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87화 (87/138)

〈 87화 〉 #86 신 죽이기

* * *

“크흐흐흐...아 진짜 신 죽이기를 사용했다고??”

페르세스는 쇼파를 치면서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럼 막 그냥 인간들 앞에다 두고 “신 죽이기!”하고 외쳤겠네?“

“그...그렇지?”

“신이 인간한테 "신 죽이기!"라고 외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크흐흐흐.”

“왜 웃어... 페르세스가 알려준 거잖아.”

“그거야 장난으로 알려준 거지. 아이고 배야.”

페르세스는 너무 웃었는지 눈물을 닦았다.

“주위에 신도가 있었으면 다 도망갔겠다.”

“다행히 나랑 적만 있었어...”

“그건 다행이네.”

“그래서 그 기술이 뭔데.”

나는 페르세스에게 신 죽이기가 대체 무슨 기술인지 알려달라고 재촉했다.

페르세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 기술은 그냥 막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름 무술을 극의로 끌어올릴 수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그런 기술을 그렇게 가볍게 말하면서 알려주면 나야 모르지.”

그냥 동네 태권도 도장에서 앞차기 알려준다는 듯 말하고 정작 그 기술이 1080도 돌려차기 정도 난이도 기술이었던거 아닌가.

“어차피 알려줘도 못 사용할 걸 아니까 그렇게 말한 거지.”

"못 사용할 거면 왜 알려준건데?"

“원래 누구 꼬실 때 가장 멋진 거나 좋은 점부터 알려줘야지 그걸 하려고 할 거 아니야. 나도 그래서 그 기술을 알려준 거지. 멋진 기술이긴 하거든.”

“그래서! 어떻게 사용하는 건데.”

나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페르세스한테 말했다.

“화났어?”

“화 안 났어.”

“크흐흐... 알았어. 알려줄게.”

페르세스는 검을 빼 들었다.

“신 죽이기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 첫째로 검술이나 어떤 무기의 끝을 본 존재여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기술을 버틸 수 있는 무기를 들 것. 셋째로...”

“셋째로?”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자신감? 그건 뭐 별거 아니지 않아?”

내 말에 페르세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세 번째가 가장 어려워. 솔직히 강한 상대가 앞에 있을 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음...”

어차피 약한 상대한테 그런 큰 기술을 쓰진 않을거다.

그럼 강한 상대한테 쓰는 기술인데...

그런 상대한테 이길 수 있다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자 페르세스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어떻게 보면 만용일 수도 어리석음일 수도 있지만, 승리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첫 번째 조건은 페르세스니까 당연히 충족된다.

두 번째 조건은 신의 신체에 상처를 낸 성물인 성창 롱기누스이므로 충족된다.

마지막 세 번째 조건.

페르세스는 미소를 지었다.

“날 이기려면 나를 한 명 더 데려오든가 해.”

페르세스는 기운을 폭발시키면서 창을 휘둘렀다.

“신 죽이기.”

페르세스가 창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신기한 장면이 보였다.

창을 휘두른 대로 하늘이 갈라졌다.

회색빛을 띄고 있던 하늘이 갈라지면서 흰색 배경이 보였다.

마치 세계가 멸망해서 신이 내려온다는 장면이 이런 장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가짜 엘로아와 카리온도 하늘처럼 반으로 갈라졌다.

아니 반으로 갈라진 게 아니라 몸에 선이 하나 그어졌다.

그 후 그 둘의 몸에 많은 선들이 하나씩 그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유리병에 금이 가 듯 선은 몸에서 번져갔다.

그리고 엄청난 수의 선이 몸에 그어진 후.

깨져버렸다.

깨졌다기보단 가루가 되었다는 거에 가까웠다.

“이게 신 죽이기야.”

페르세스는 갈라진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 뒤로 돌았다.

창을 들고 갈라진 하늘 중간에 서있는 페르세스.

붉은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갈라진 하늘 아래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경이로웠다.

“허...”

나는 나를 보는 페르세스에게 자연스럽게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기술에 대한 감탄과 그림과 같은 상황.

페르세스는 내 반응에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페르세스가 그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어... 가짜들, 엘로아랑 카리온하고 비슷했었던 거 같은데...”

정말 모습도 기술도 거의 똑같은 수준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페르세스는 내 말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말 그대로 비슷하기만 했지.”

“엥?”

“사실 내가 진짜 카리온과 엘로아라고 느꼈으면 못 이겼을 거야. 그런데 저 녀석들은 너무 가짜인게 티가 났어.”

“티가 났다고?”

“넌 못 느꼈어?”

뭐 내가 어떤 기술들을 사용해서 부딪힌 게 아니라서 느껴지는 건 없었다.

아니 그냥 내가 둔감한 건가...

“저 녀석들 기술들은 비슷하게 사용하는데 내 공격에 정확하게 대응하질 못했잖아.”

“어...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페르세스의 큰 공격들에 정확하게 대응하지는 못했다.

엘로아나 카리온이라면 더 창의적인 대응이 있었을 텐데 카리온과 엘로아의 스타일과 다르게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페르세스나 내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뭔가 인형이랑 싸우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그냥 그런 기술을 알고 사용할 줄은 알지만 응용할 줄은 모르는 사람이랑 싸우는 듯한...”

페르세스가 한 번도 밀리지 않고 압도적으로 이긴 걸 보면 나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솔직히 카리온과 엘로아가 힘을 합쳤는데 약할 리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 둘은 너무 힘을 못 썼다.

분명 그 둘이 사용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둘이 합을 맞추기는커녕 제대로 응용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왜 그런 가짜가 나타난 거지?”

왜 그런 가짜가 나타났는가.

그리고 진짜 엘로아와 카리온은 어디있는가.

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아마 이곳에 있는 거 같지는 않은데...”

“그럼 다른 곳에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자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다.

“그럼 우리가 가짜들이랑 싸웠으면 엘로아랑 카리온도 다른 공간에서 가짜랑 싸우고 있지 않을까.”

“우리 둘의 가짜?”

“그렇겠지. 우리가 엘로아랑 카리온이랑 싸웠으니까.”

페르세스가 잠깐 생각하더니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나는 기술 응용을 잘하는 편이니까 그래도 그 둘이 상대하기 쉽겠네.”

“...그런가?”

내가 생각하기에 페르세스는 어떤 능력을 응용한다기보단 압도적인 무력으로 찍어누르는 느낌인데...

엘로아랑 카리온은 두뇌파 같은 느낌이고.

가짜 페르세스면 지금의 페르세스보다 단순해진다는 소리인데.

단순한 페르세스... 그냥 평범한 페르세스와 다른게 있나?

잠깐 생각해봤지만 생각해봤자 암울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그래도 내가 있으니까...”

내가 말하자 페르세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너가 왜?”

“응? 내가 사용하는 기술들은 그렇게 강하진 않지만 내가 잘 응용해서 사용하는 기술들이잖아.”

“너가?”

“아니야?”

렌도 그랬다구.

내 가장 큰 장점이 의외성과 창의력이라고!

그게 응용력 아니겠는가.

근원도 내가 제대로 명령을 내려야 강한 기술들이고.

나는 나를 나름 두뇌파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닌가?

“뭐 어쨌든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겠네.”

“그렇지?”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방긋 웃었다.

둘이서 쟤보다는 자기가 머리를 더 잘쓴다고 생각하며...

“뭔 저런 괴물이 다 있어.”

엘로아와 카리온은 지옥을 보고 있었다.

그저 단순한 움직임만을 하는 페르세스.

그건 알고서도 피하기 힘든 공격이었다.

압도적인 파괴력과 예상하기 힘든 범위.

지금까지 동료여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100번은 들었다.

그리고 하필 이때 적으로 만나게 되냐는 원망 100번을 추가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어느 정도 공격의 패턴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원래 페르세스가 싸울 때 가장 꺼려하는 상대가 끈질기게 버티는 상대다.

어차피 페르세스가 사용하는 건 검술.

혹은 다른 무기들을 다루긴 하지만 큰 기술들은 한정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원거리에서 견제를 하며 버티는 상대를 만나면 속전속결로 끝내려 했다.

그렇지 않으면 큰 기술들이 정형화되어 너무 쉽게 피할 수 있었다.

페르세스의 속도나 다른 부분을 생각한다면 사실 버티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긴 했지만 카리온와 엘로아는 가능했다.

기술을 어느 정도 패턴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보통 맞아보는 것 밖에 없다.

하지만 맞지 않고 아는 방법이 있다.

이미 친근한 상대.

원래부터 상대를 알면 된다.

그들은 몇 천년, 몇 만년을 같이 지낸 동료다.

패턴화 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진화했는지까지 안다.

“진짜 적으로 만나니까 괴물이네.”

그렇게 패턴을 알고 있는데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튼튼함을 자랑하는 페르세스의 몸도 구현되어있어 카리온과 엘로아의 힘으로 그걸 부수기는 힘들었다.

그치만 바위도 떨어지는 물방울에 깨질 수 있듯 계속 공격하니 몸이 망가져 가는 게 보였다.

원래 페르세스의 기술이 몸에 굉장히 부담가는 공격이라서 자멸하는 느낌도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카리온 괜찮나?”

“어 아마도?”

엄청난 폭발에 엘로아는 언령으로 이동해서 피했고 카리온은 솔로몬이 방패로 막아줬다.

이 폭발의 정체는 바로 로엔의 근원이었다.

정확하게는 근원과 비슷한 무언가지만...

카리온이 봤던 근원과 다른 점이 있었다.

파괴력 같은 비슷한 부분은 같지만 여러 응용법이 하나도 없었다.

근원에게 명령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그저 근원을 날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카리온과 엘로아는 까다로운 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엔을 너무 무시하는 생각이었다.

근원을 따라한 듯한 그 기술은 근원이 아니긴 했지만 폭발력은 근원과 똑같았다.

폭발이 적당한 정도도 아니고 규모가 있다 보니까 무시하고 페르세스를 상대할 수 없었다.

"이제 슬슬 하자."

엘로아의 말을 듣고카리온은 이공간을 열었다.

그 이공간에서는 단검 한 자루가 나왔다.

“바알 이거 받아라!”

바알은 그 단검을 받아들었다.

“사용합니까?”

“그럼 죽 쒀먹으라고 줬겠냐?”

카리온의 신경질과 함께 바알은 그 검을 하늘 높이 들었다.

“마신의 부름에 나의 심장을 바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그 단검을 꽂았다.

바알은 피를 토해냈다.

그리고 눈이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크...크크크크.....크크카하하하하하!!!”

바알의 날개들이 기괴한 모양들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모든 날개가 같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4쌍의 각기 다른 날개들이 끈적끈적한 점액들이 묻어있는 박쥐 날개 같은 모양이 되었다.

“저 가짜 로엔을 죽여라.”

카리온의 말과 함께 바알은 사라졌다.

그리고 가짜 로엔의 뒤에서 나타났다.

가짜 로엔은 반응하려고 했지만 한참 늦었다.

그리고 바알은 손을 들었다.

바알의 손은 평범한 손이 아니었다.

분명 사람의 손 같았던 바알의 손이 아주 날카로운 손톱과 검은색 비닐로 뒤 감싸져 있는 손으로 바뀌었다.

그런 손은 마치 두부를 뚫듯 가짜 로엔의 가슴을 뚫었다.

“어우 그냥 자멸하기를 바랐는데... 괜히 로엔한테 미안해지네...”

"이제 끝내도록 하지."

하늘에서는 가짜 로엔의 시체가 떨어졌고 엘로아는 가짜 페르세스를 내려다보면서 하늘 아래로 내려왔다.

분명 감정도 생각도 없이 움직이는 것 같던 가짜 페르세스는 그 눈을 보고 뒷걸음질을 쳤다.

눈빛에 담긴 살기와 압박감 때문에 가짜 페르세스를 뒷걸음치게 했다.

그리고 엘로아는 말했다.

“자살해.”

엘로아가 말하자 왕관에서 살짝의 빛이 나왔다.

그리고 가짜 페르세스는 높이 검을 들었다.

그 검으로 정확히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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