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88 키메라
* * *
키메라.
여러 동물들이나 마물들이 섞여 만들어진 마물이었다.
만들어진 방법이나 과정에 따라서 모습이 많이 바뀐다.
보통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우리 앞에 있는 저 녀석도 아주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슴의 다리와 몸.
그에 이어져 있는 인간의 몸.
네 발을 가지고 몸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켄타우로스 같았다.
얼굴에는 동물뼈 같은 게 달려있었다.
팔은 저번에 봤던 괴물의 팔이 달려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엄청난 몸집을 자랑하고 있으니 기괴함이 극에 달했다.
“아주 좆같이 생겼네.”
페르세스가 욕을 섞어서 말했다.
아주 공감되는 욕이었다.
그르르르르
그 괴물이 마치 먹잇감을 찾듯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우리를 발견하자 등에서 촉수가 튀어나왔다.
그 촉수들은 우리를 향해 날라왔다.
“솔로몬. 바알.”
카리온이 말하자 솔로몬과 바알이 그 촉수들을 막았다.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촉수들을 솔로몬이 막고 바알이 그 촉수들을 잘라버렸다.
“근원, 세 방울.”
“절(?).”
내가 근원을 꺼낼 때 페르세스는 그 키메라의 다리를 노렸다.
다리가 잘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나왔던 촉수들이 몸을 바치고 있었다.
그리고 잘린 단면에서도 촉수가 나오더니 다리가 수복되었다.
“일단 탐색전이라도 해보자고.”
나는 근원 한 방울을 키메라에게 날렸다.
그 근원은 키메라 몸쪽으로 날아가서 터졌다.
작은 폭발이 아니었지만, 키메라의 몸이 너무 크다 보니까 작은 폭발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했다.
몸에 있는 피부가 벗겨지고 몸 속에 있는 뼈가 드러났다.
하지만 또 촉수 같은 것들이 나와서 상처가 난 부분들을 감쌌다.
“진짜 기괴하네.”
카리온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서로 죽여라.]”
엘로아가 말하자 몸에 있던 촉수들이 자신의 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촉수를 다루는 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몸에서 나온 촉수들 끼리 싸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어차피 그 촉수들은 전부 키메라의 몸.
싸우면 싸울 수록 키메라만 상처입을 뿐이었다.
키메라는 자해를 하는게 고통스러운지 울부짖었다.
크라라라라!!!
“만월 베기.”
페르세스는 그 틈을 노렸는지 앞으로 달려나가서 검을 휘둘렀다.
페르세스는 상대방의 몸을 난도질했다.
키메라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겼고 그 상처들을 다시 촉수들이 수복했다.
하지만 수복하려고 할 때 마다 엘로아가 촉수를 조종해서 수복을 막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키메라에게 상처가 쌓여갔다.
“미카미카 상대방의 급소를 찾아봐.”
“네!”
나는 미카미카에게 명령을 내린 후 마신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마신의 기운으로 엄청나게 큰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검을 쐈다.
검은 정통으로 키메라의 몸통을 뚫었다.
하지만 똑같이 촉수들이 그 몸을 수복했다.
엘로아가 모든 촉수를 다룰 수 없어 수복되는 속도를 전부 따라가지는 못했다.
“계속 치료되는 건가.”
엘로아가 내 옆에서 혼잣말을 했다.
계속 치료...?
“흐음 아까처럼 핵을 노려야 하나.”
아까 가고일을 잡을 때도 계속 치료되는게 골치 아팠는데...
그러고 보니 핵을 노렸으니까 비슷한 원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핵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미카미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미카미카에게 묻자 엘로아도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물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데?”
엘로아는 반짝거리는 근원을 가리켰다.
정확하게는 미카미카를 가리킨거지만.
“아...”
나는 옆에 있는 카리온과 엘로아에게 미카미카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하고 상의 없이 행동한 건 좀 이따 혼나자?”
“호...혼나야해?”
“뭐 그건 좀 이따가 생각하고 아까 하던 말이나 해보라고 해봐.”
카리온이 그렇게 말하자 미카미카가 말을 이어나갔다.
“저 키메라에게 핵이라고 할만한 부위는 없고 몸 전체에 기운이 퍼져있어요.”
그런데 아까 저 괴물이 만들어지기 전에 5개의 기운이 있었던 게 생각났다.
“그럼 그 5개의 기운은 어디 간 거야?”
“아마 그 5개의 기운이 나눠서 져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뭔가 더 정확하게 말해봐. 답이 왜 이리 애매해?”
카리온이 투덜거리자 미카미카도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해서 모르는 거에요! 불만 있으시면 정보를 구해오든지 하세요! 처음 보는 괴물을 어떻게 정확하게 분석해요!”
“미카미카는 프로토타입이라서 미카엘보다는 능력이 부족하데...”
억울하다는 듯 말하는 미카미카의 말에 덧붙여 말해줬다.
“정리하자면 5개의 기운이 저 키메라 자식 몸에 퍼져있다는 뜻인가?”
엘로아가 미카미카에게 물었다.
“네! 퍼져있긴 하는데.”
“그럼 핵이 5개로 나뉘어서 가지고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어... 그런가요?”
“포탈을 구성할 때도 가고일 5마리에 나눴다. 그럼 만든 사람이 비슷한 구조로 저 괴물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상하여질게 없지.”
“그럼 한 번 그 방식으로 분석해볼게요!”
“아니! 이제 분석하지마! 근원이 너무 소모되잖아.”
내가 말하자 미카미카는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
“흐... 궁금한데...”
“조금만 참아. 어떤 건지 직접 보여줄 테니까.”
엘로아는 덧붙여 설명했다.
"아마 핵이 없다고 파악된 건 하나의 기운에 합쳐져있지 않고 5개로 나뉘어져있어서 그랬을 확률이 크다. 일단 이 계획대로 가보자."
엘로아가 설명하고 있자 저 멀리서 혼자 싸우던 페르세스가 소리쳤다.
“야!!!!!! 나만 싸우냐!!! 좀 도와!!”
“일단 싸우면서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겠네.”
카리온은 이공간을 열었다.
그 공간에서는 늑대 한 마리가 나왔다.
“물어 뜯어라.”
카리온의 말과 함께 이빨을 들어내더니 키메라에게 달려들었다.
“저 녀석은 뭐야?”
“한 번 봐봐.”
봐보라고?
카리온의 말대로 달려나가는 늑대를 봤다.
아우우우!!!
늑대는 달려가다 자리에 멈추고 울부짖었다.
그러자 자신의 그림자에서 엄청난 수의 늑대들이 튀어나왔다.
형태는 늑대였지만 자세히 보니 그냥 검은색 그림자 같았다.
촉수 개수가 많긴 했지만, 늑대 수도 만만치 않게 늘어났다.
그리고 엘로아가 어느 정도 촉수를 제어하고 있다 보니 상대할 만했다.
“페르세스랑 한 번 찾아봐.”
카리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나갔다.
“페르세스! 핵을 찾아야 해!”
나는 키메라 위에서 난도질 하는 페르세스에게 소리쳤다.
“핵을 어떻게 찾아?”
“그건 차차 알아보고! 알고만 있어!”
“일단 알았어.”
나는 페르세스에게 말하고 유심히 키메라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키메라의 입에서 기운이 모여들었다.
“저...저거!”
예전에 맞아본 적 있는 기술!
파괴력이 어마어마할텐데.
“페르세스! 저거 막아!!”
나는 기운을 모으고 있는 얼굴을 가리켰다.
그러자 페르세스도 낌새를 눈치채고 머리 쪽으로 달려갔다.
키메라가 슬슬 기운을 다 모으고 엘로아 쪽으로 뱉으려 했다.
“이 자식아!”
페르세스는 무기를 망치로 바꾸고 키메라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그러자 키메라의 얼굴이 돌아가서 노리던 곳에 기운을 날리지 못하고 다른 곳에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페르세스는 내려오면서 나에게 말했다.
“로엔! 입 속!”
“어?”
내가 키메라의 얼굴 쪽을 봤지만 뭔가 보이지는 않았다.
너무 멀리 있기도 하고 이미 입을 닫아버려서 안쪽이 보이지는 않았다.
“뭐가 있는데?”
“입안 쪽에 보석이 있어!”
입안 쪽이라...
“입안 쪽은 내가 맡지.”
엘로아가 공중에 날아가면서 말했다.
“[창조되어라.]”
엘로아가 말하자 주위에 무기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무기들을 이용해서 촉수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다른 쪽들도 찾아라.”
“알았어!”
“로엔님! 저 조금만 더 써도 될까요?”
내가 다른 곳도 더 공격해보려고 하자 미카미카가 말을 걸어왔다.
“조금 더?”
“진짜 조금만 쓸게요. 거의 다 알아낸 거 같은데.”
나는 저 멀리 있는 페르세스와 카리온을 번갈아 봤다.
“아니 됐어.”
“진짜 조금인데...”
“아니. 이건 신뢰의 문제야.”
엘로아가 한 추측.
사실 추측이라기 보단 거의 반 확신에 가까웠다.
여기서 내가 맞는지 틀린지 알아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엘로아를 믿었다.
엘로아가 그저 자기 감으로 한 추측을 이야기 할리가 없다.
어떤 근거를 봤고 확신에 가까우니까 우리에게 말했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미카미카에게 말했다.
“굳이 근원을 낭비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어.”
“로엔! 이번엔 몸 쪽을 노려봐!”
“알았어!”
나는 바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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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잘 갔으려나.”
카루아는 요새에서 내려와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는 마물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가고일을 죽였지만 마물들이 사라지지는 않아서 밖으로 나온 마물들을 전부 상대했어야 했다.
그렇게 어려운 상대들은 아니어서 금방 정리가 끝났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뭔가 마물들이랑 신나게 싸운 다음 조용한 신계를 보니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같이 못 간 게 이렇게 아쉬울 줄은 몰랐네.”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카루아!!!”
저 멀리서 누군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엘리시?”
“헉...헉... 갑자기 이런 곳에는 왜 와있는 거야!”
“무슨 일인데 이렇게 달려왔어?”
“지금 중간계가 난리 났어!”
“뭐?”
“중간계... 아니 1차원 하늘에 엄청난 크기의 포탈이 열렸어!”
“하... 불행인지 다행인지 쉴 틈은 없겠네.”
“뭐라는 거야.”
엘리시는 그런 말을 하는 카루아에게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일단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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