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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92화 (92/138)

〈 92화 〉 #91 우당탕탕 구출 대작전

* * *

에루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엘로아와 로엔에게는 거짓말한 사실이 있다.

아니 거짓말은 아니고 말하지 않은 사실이지만...

엘로아가 말했던 금지된 연구...

그건 사실 이미 완성되었었다.

하지만 완성이 되자마자 광신도들에게 빼앗겼을 뿐.

연구에 관한 자료가 하나도 남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 녀석들이 연구 자료를 가져가면서 여기에 남아있는 것들은 전부 불태웠으니까.

하지만 이건 에루가 주도하던 연구였다.

에루가 직접 과정을 듣고 연구 방향을 정했었다.

그리고 에루는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을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에 근간한 기술을 에루는 사용할 줄 알았다.

이미 완성된 기술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채로 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광신도들도 다른 신들도 완성되지 않은 연구 가져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요정들도 그렇게 알고 있고.

그렇다고 광신도들에게 모든 연구를 넘겨줬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 연구의 이론적인 부분은 미완성이다.

그저 실전적인 측면에서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전적인 측면에 대한 자료는 에루의 머릿속에만 존재했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그 기술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론적인 면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완벽한 실전 기술은 존재할 수 없다.

싸움할 때나 급박한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약간의 시간만 주어지면 평범한 이동 마법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됐나?”

에루가 주문을 끝내자 눈앞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 마법진은 에루의 눈앞에 포탈을 만들어줬다.

“후후... 역시 난 천재야.”

에루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포탈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그저 에루의 착각이었다.

“에?”

에루가 포탈에 들어가자 처음 보이는 건 황야였다.

아무것도 없고 그저 돌과 흙만 있는 황야.

그리고 에루가 들어왔던 포탈은 닫혔다.

“...”

에루는 멍하니 그 황야를 바라봤다.

“뭐...뭐야?”

에루가 혼잣말을 하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에루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봤다.

그 뒤에는 검은색 머리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여성이 있었다.

졸린 눈과 느긋해 보이는 행동.

“하암...”

그리고 분명 침입자가 왔는데도 하품이나 하면서 위기감을 못 느끼는 태도.

그 사람을 보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뭔가 친근한 느낌이었다.

“으음... 뭔가... 뭔가 낯이 익은 느낌인데?”

에루가 뭔가 기억이 날 것 같으면서도 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듯한데...”

구릿빛 피부에 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여성...

어디서 들었지?

“야... 그냥 가라... 다른 녀석들한테 들켜봤자 서로 피곤해질 뿐이다.”

그 여성은 가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에루는 호기심을 못 이기고 그 여성에게 다가갔다.

“왜 오는 거야. 가라고.”

그 구릿빛 피부 여성은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에루는 겁먹지 않고 그 여성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에휴...”

그 여성은 한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말했다.

“난 노아스. 땅의 정령왕이다. 요정인거 같아 보이는데 여긴 정령계거든? 마법진 오류로 온 거 같으니까 봐줄게. 그냥 가라...”

노아스!!!

에루는 그 이름을 듣고 희망을 느꼈다.

“어!!! 여기가 정령계에요?”

“그래. 이제 가라...”

“처음 사용해봐서 그런가... 좌표를 잘못 찍은 건가... 정확한 좌표는 몰랐으니까...”

에루는 혼잣말로 생각을 정리했다.

반쯤 성공하고 반쯤 실패했다.

‘그럼 신계로는 어떻게 가지...?’

“거 요정아. 강제로 보내기 전에 네 발로 나가.”

에루는 그런 말을 하는 노아스를 쳐다봤다.

몇 번을 저렇게 말하는데 정작 본인은 손만 몇 번 움직일 뿐 가만히 있었다.

“헤에~.”

에루는 마치 장난감을 찾은 듯한 눈을 했다.

요정들에게 아주 최고의 먹잇감.

만사에 귀찮아하는 사람이었다.

에루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서 정령계에서 나오지 않는 정령왕이 있다고.

“노아스님! 노아스님!”

“싫어. 안돼. 귀찮아.”

하지만 노아스도 고단수였다.

그렇게 자신을 귀찮게 한 존재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노아스님! 진짜 저 한 번만 도와주세요!”

“싫어 절대로 싫어.”

“제발요!! 제 친구가 붙잡혀있단 말이에요!”

사실 이렇게 급하지는 않았다.

물론 로엔을 구하러 가야 하긴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구하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유용한 장난감이 눈 앞에 있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아악!! 싫어!! 귀찮게 굴지 마!!”

에루는 노아스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면서 노아스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았다.

“노아스님~ 노아스님~”

“악!! 친구가 붙잡혀있다면서!! 빨리 구하러 가!!”

“아니~ 저도 가고 싶은데~ 신계에 가야 되거든요? 근데 저 혼자서 가기에는 역부족이라서요~.”

“뭐? 신계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널 그렇게 데리고 갔다가 그 악독한 녀석들이 날 얼마나 괴롭힐지...!”

노아스는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악독한 녀석들이요?”

“있어. 너도 아마 알걸. 카리온이라든지, 엘로아라든지.”

“엥?”

“왜.”

“저 그 녀석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신계에 가는 건데요?”

“뭐?”

“지금 마신들이 어떤 공간에 갇혀서 못 나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녀석들이 공간에 갇혀?”

노아스는 드디어 관심이 가는 이야기인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 강한 녀석들이 함정에 빠졌다라...

에루는 고민하는 노아스를 기다렸다.

이미 물고기는 잡은 거나 다름없었다.

고민하는 순간부터 그물 안에 들어온 거였다.

“혹시... 거기에... 카리온도 있니?”

“네! 마신들 전부 있어요!”

“흐음...그래?"

노아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까의 느긋한 표정과 다르게 음흉한 미소였다.

그리고 잠깐의 텀이 있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그 초짜 마신도 있겠네?”

“초짜 마신? 로엔이요?”

“그래 그 애송이.”

“후후... 그 녀석이 제 친구이자 제자입니다.”

노아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와주마.”

“정말요!”

노아스가 땅으로 손을 뻗자 흙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흙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돌더니 바닥에 구멍이 생겼다.

“포탈이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신계로 갈 수 있을거다. 그런데 신계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

“네?”

“원래 포탈을 열어서 다른 존재를 이동시키는 게 금지돼있어. 그냥 강제로 연 포탈이라서 신계 외 좌표를 찍을 수는 없다.”

에루는 그 정도로도 감지덕지했다.

원래 본인이 여는 포탈도 신계의 어떤 장소를 지정하고 열려는 건 아니었기에 사실상 자신이 여는 포탈과 똑같았다.

“헤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네?”

“카리온 한테 전해. 나한테 빚진 거라고.”

에루는 방긋 웃었다.

“꼭 전해드릴게요!”

에루는 그 포탈에 들어가려다가 발을 멈췄다.

“저 노아스님?”

“또 왜.”

“그 사실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요...”

“뭔데?”

“1차원에 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

“1차원?”

노아스는 인상을 구겼다.

“아... 그게... 으앗!!”

에루는 그렇게 말을 하다가 마치 발이 미끄러지는 척 하면서 포탈로 들어갔다.

“어...? 어...??? 야!! 야!!!!!!”

포탈으로 들어가면서 노아스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이미 에루는 포탈에 들어갔고 에루가 들어가자마자 포탈은 닫혔다.

“하... 이래서 요정 녀석들이 싫어.”

노아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마신 녀석들이 잡혀있다라...

그런데 왜 저런 녀석한테 연락한 거지?

카루아나 다른 녀석들도 있을 텐데...

노아스에게는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생각하기 귀찮았기에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아... 진짜 그것보다 1차원은 뭔데?”

노아스는 궁금증보다 불안함이 들었다.

지금 자신이 카리온을 도와줬으니까 카리온과 맺은 노예계약을 깰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에루의 마지막 말 때문에 편하기보단 불안했다.

“설마... 내가 하지 않은 일이라도 있나?”

카리온과 노예 계약을 청산하고 다시 계약을 맺는 거 아니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노예계약을 탈출할 수 있을 때 조심해봐야 나쁠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아스는 결심한 듯 주먹을 쥐었다.

“그래 잠깐만 들렸다 오자. 잠깐만 보고 오는 거야.”

노아스는 정말로 정말로 귀찮았지만 나중의 더 큰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 결심했다.

다녀오기로.

노아스가 바닥으로 손을 뻗자 아까 만든 포탈과 비슷한게 생겼다.

그리고 노아스는 그 포탈로 들어갔다.

에루의 비기.

중간에 말끊기.

노아스는 그 비기에 완전히 당해버렸다.

“여긴 어디야...”

에루는 포탈로 떨어진 후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를 둘러보니 흰색 날개를 달고 있는 천사가 한 명 있었다.

하지만 약간 이상한 점이 있었다.

평범한 옷을 입고 있지 않고 갑옷을 입고 있다는 점이었다.

에루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내 무시하고 그 천사를 불렀다.

“저기 천사님! 내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반갑게 인사한 에루와 다르게 천사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침입자는 배제합니다.”

그 천사는 바로 신성력을 끌어올려 에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끼...끼에에에에에엑!!!”

에루는 바로 마법을 써서 도망갔지만 천사의 행동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침입자다!! 침입자가 있다. 상대는 요정이다!!!”

“나...나! 마신들이 시켜서...”

“변명은 잡힌 후에 하십시오!”

“끄아아악!!”

천사들은 에루의 말을 듣지도 않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에루는 천사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도망 다녔다.

숨을 곳이 없는 복도여서 그냥 도망다니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앞에 보이는 방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사람은 에루를 잡고 방으로 끌어들였다.

'으... 좆됐다!!!'

에루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금지된 마법을 만든 것 때문에 벌을 받고 신계 무단 침입으로 고문 받고...

에루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으...! 도움 하나도 안되는 마신들!!!'

그리고 자신을 잡은 사람을 보니 흰 색 날개를 달고 있는 천사였다.

에루는 그 모습을 보고 그 천사에게 싹싹 빌기 시작했다.

“흐으...!! 저 진짜 마신들이 시켜서 온 거에요! 진짜 할 일이 있어서!!”

“알고 있습니다.”

“...에?”

그 천사는 무표정으로 에루에게 물었다.

“에루님이시죠?”

“어떻게...”

그 천사는 에루에게 인사를 건넸다.

“로엔님의 천사. 로젤리아라고 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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