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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97화 (111/138)

〈 97화 〉 #96 강자와 약자

* * *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이었다.

회색 늑대 족은 약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종족이었다.

그저 작은 숲에서 동물을 사냥하고 살아가던 종족.

우리 마을은 힘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사냥감이 부족한 날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마을들은 아니었다.

우리가 사냥감을 많이 가져가니 당연히 어떤 마을은 부족하게 된다.

그건 근처에 있던 인간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사냥감이 없어지니 굶게 되는 마을도 생겼다.

내가 그 소식을 듣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다른 마을들은 굶는다고 하는데요?”

“하하! 렌. 아직 어리구나. 그건 그들이 약하기 때문이란다.”

힘의 원리.

아버지는 우리가 힘이 강하고 다른 마을은 약하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들의 대대적인 작전이 시작되었다.

숲에 있는 다른 종족들을 정리하는 작전이었다.

아마 그 근처 사냥으로 먹고사는 인간 마을이 있어 일어났던 일인거 같았다.

우리가 사냥감을 독점하니 인간 마을의 먹을 것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

그렇게 우리 주변의 종족들은 하나씩 정리가 되어갔다.

나는 안타까웠다.

하지만 아버지는 말하셨다.

“저들은 약하기 때문에 진거다. 강한 자들에게 그저 먹힌 거 뿐이다.”

나는 그렇게 교육받았다.

그들이 약하기 때문에 진거라고.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라고.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마을 차례가 왔다.

우리 마을은 인간들에게 대응했지만 힘이 부족했다.

나의 아버지는 인간들에게 끝까지 대응했고 몸에 큰 상처를 입으셨다.

나는 어렸기 때문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울기만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울지말거라 렌. 우리는 약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다. 그저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하면 돼.”

아버지는 이 말을 끝으로 돌아가셨다.

어렸을 때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을 증오했다.

하지만 용병 생활을 하고 인간들과 함께 지내면서 조금 그 말을 이해한 거 같았다.

인간들은 착했다.

작은 생명체를 죽일 때도 죄책감을 느끼는 이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상처에 공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인간들이 나쁘기 때문에 우리 마을을 없애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저 육식 동물에게 잡아먹힌 초식동물이었을 뿐이었다.

어린 사슴이 자신의 부모가 사자에게 잡아먹혔다고 해서 사자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저 삶의 이치일 뿐이니까.

그러나 아버지는 맞으면서 틀렸다.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건 야생에서나 당연한 일이지 여기는 사람들이 다같이 사는 세상이다.

강자는 약자를 보호해야 되는 거다.

우리가 사냥감을 독점하지 않고 인간 마을에게 나눠줬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했던 가장 큰 실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약자를 돕기로.

그리고 나는 강자가 되어 그 약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그러나 내가 강해지지 않으면 아무도 지킬 수 없다.

강해지지 않으면 다른 강자에게 대응할 수 없다.

내가 무력하다면 내 주위 사람들은 잡아먹힌다.

그게 세상이고, 그게 삶의 이치다.

그리고 나의 생존방법이다.

“으...윽...”

엄청난 수의 마물.

솔직히 너무 부담스럽다.

나의 힘이 부족하다.

점점 우리는 밀리고 있고 나는 나를 원망했다.

내가 힘을 기르지 않은 탓이다.

내가 너무 여유로웠던 탓이다.

내가 안일해졌던 탓이다.

내가... 내가...

내가... 부족한 탓이다.

그렇게 나의 부족함을 탓하고 있자 로엔이 나타났다.

페르세스가 나타났다.

엘로아가 나타났다.

그리고 발키리 부대가 나타났다.

그러자 전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압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힘이었다.

이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충분한 힘.

나는 이에 자신감을 얻었다.

“으...으아!!”

그렇게 마물을 막는 도중 한 천사가 위험에 처한 게 보였다.

드래곤 머리를 한 괴물이 그 천사를 덮치려고 했다.

저 천사는 나보다 강하다.

방금 전황을 바뀌게 한게 저 천사들이니.

분명 나보다 강한 천사가 위험에 처한 거니 저 괴물은 나보다 훨씬 강할 거다.

나보다 강한 자를 위험에 처하게 했으니.

하지만 나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읏!”

나는 달려나가 그 드래곤 머리를 주먹으로 쳤다.

그러자 그 괴물은 잠깐 행동을 멈췄다.

아마 큰 충격은 아니었을 거다.

난 약하니까.

오히려 나에게 더 큰 충격이 왔다.

주먹이 아려왔다.

하지만 이런 고통은 우스웠다.

나는 바로 그 천사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괜찮으세요?”

“가...감사합니다.”

그 천사의 상태를 보고 있자 어떤 소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거기.”

어린 소녀.누군가에게 보호를 받아야 할 한 소녀였다.

저런 소녀가 왜 전장에 있는 거지?

“어...? 나...나 불렀니?”

나는 깨달았다.그녀가 엘로아라는 걸.

아까 하늘 위에서 떠있을 때는 위엄있는 태도에 당연히 엘로아라는 걸 알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저 어린 소녀였다.

“너 회색 늑대 족인가?”

“어떻게 아시네요?”

“알겠다. [만월을 올려라.]”

만월이 오른다.

나는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힘에 놀랐다.

“이게 가능한 일이야...요?”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엘로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압도적인 무력.

상식을 뛰어넘는 힘.

이게 마신의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로엔을 볼 때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단 걸 느꼈지만 엘로아의 힘은 로엔보다도 압도적이었다.

그저 입을 벌리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경지.

이런 힘이 있으니 세상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거겠지.

나는 이런 힘을 보니 더 무력감이 느껴졌다.

“그럼 나를 도와다오.”

“네?”

나는 놀란 얼굴을 숨길 수 없었다.

이런 강한 존재가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자는 약자를 지키는 존재다.

약자는 강자에게 보호받는 존재다.

이건 세상의 이치고 세상의 원리다.

세상의 근원이다.

그런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건 내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그... 나한테 도움을 받아봤자 의미가 없을 텐데...요.”

그저 이들에게 나는 보호받는 존재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엘로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넌 모든 차원에서 제일 강하다는 마신이잖아.

나는 그저 너에게 보호받는 존재 중 하나고.

그런 나에게 도움을 받는다니... 말이 안 되잖아.

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그저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저는 약한데요... 차라리 다른 천사들에게 도움받는 게...”

그러자 엘로아는 고개를 갸웃였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이 전장에서 거의 저가 제일 약할 거에요. 만월이 있더라도... 그렇게 강하지 않을 거 같아요...”

만월의 힘을 받더라도 마물 몇 마리를 막는 정도일 거다.

딱 그 정도일 거다.

그러자 엘로아가 입을 열었다.

“너는 약하지 않다. 그리고 약한 자에게는 도움을 받으면 안 되는 건가?”

“네? 그건 당연히...”

“약자는 약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법이다. 강자는 못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고. 그리고 하나보다 둘이 강하다는 건 어린 아이도 아는 이치다.”

“하지만...”

“알았다면 나를 도와라. 그리고 자신의 약함을 탓할 시간에 어떤 행동이 동료에게 도움될지 생각해라.”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던 거지?

왜 나는 날 탓하고 있던 거지?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아버지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내가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틀렸던 거였다.

강자만이 약자를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저 일반적인 인간 병사도 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강한 드래곤들과 신들도 보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모두를 지킨다.

다들 이 생각으로 싸우고 있었다.

자신이 약하다던가 강하다던가 이런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할 뿐이었다.

약자와 강자를 나누는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약자는 약자만의 역할이 있고 강자는 강자만의 역할이 있을 뿐이었다.

내가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자 엘로아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게 진정한 강자가 되는 길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엘로아는 렌이 자신의 약함을 탓하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

이 아이는 강하다.

자신이 살 궁리만 하면서 숨어있던 신들보다 훨씬 강했다.

강하고 약하고는 그저 힘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이 아이는 자신보다 강한 천사가 위험한 모습을 보고 몸을 먼저 움직였다.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강자의 행동이었다.

약자를 지키려는 강자의 행동.

엘로아는 힘만 강하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 따위는 강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냐에 따라서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것이다.

그저 평범한 마을 소년이라도 양아치들에게 약자를 구하면 그 소년는 강자다.

아무리 그 양아치들과의 싸움에서 소년이 지더라도 진정한 강자는 그 소년이다.

그리고 양아치는 약자다.

그저 자신보다 힘이 약한 이들만 상대하는 치졸한 약자.

엘로아는 로엔의 여행을 보면서 로엔의 동료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강자였다.

진정한 강자들이 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언제나 약한 자들이 당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았다.

상대가 약자든 강자든 약자를 구하려했다.

자신보다 상대가 더 강하더라도 신경쓰지 않았다.

상대가 더 강하다면 더 노력을 기했다.

도망가지 않았다.

방금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천사를 구했다.

분명 그 천사는 렌보다 강할 거다.

그리고 저 괴물은 렌보다 훨씬 더 강할 거다.

하지만 렌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강한 마음은 자신보다 강한 힘도 부러트리는 법이다.

“그럼 이제 날 도와주는 건가?”

엘로아의 질문에 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가도록 하지.”

렌은 엘로아 옆에 서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늑대의 수호신이여. 저희를 보호하고 적들을 말살하소서.”

렌이 그 주문을 외우자 늑대 모양이 렌을 감쌌다.

눈에 노란 불빛이 맴돌았고 강한 기운이 몸 주위를 뒤덮었다.

모습이 바뀌었지만 엘로아는 모습보다 더 바뀐 렌의 눈빛을 보았다.

살짝의 불안함도, 공포도, 의심도 없었다.

“보기 좋군.”

누가 보더라도 렌은 강자의 모습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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