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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00화 (114/138)

〈 100화 〉 #99 카론

* * *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태어나자마자 주어진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평범한 내 신체.

오직 그것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빼앗겼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것들을 빼앗겼다.

광신도.

그 녀석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내 인생조차 빼앗았다.

나는 그 녀석들에게 고문 받았고 점점 죽어갔다.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까지 갔다.

그러나 나의 인생은 하나의 만남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나에게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을 때 그녀를 만났다.

로엔과의 만남은 기적이었다.

그녀는 나를 구원해줬다.

나 뿐만 아니라 거기에 있던 모든 이를 구원해줬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구원해준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해줬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며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죽을 뻔했던 페나를 구하기도 하고 다른 광신도에게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구하기도 했다.

엄청난 수의 마물과 자신도 겁냈던 신관장 앞에 당당히 서서 하나의 성을 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작을 잡아 여기 차원을 구하기도 했다.

그 동안 옆에 있던 난 뭘 했느냐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모든 일을 로엔이 해결했다.

옆에서 작은 일들을 돕기는 했지만 결국에 해결하는 건 로엔이었다.

나는 그저 로엔 옆에 있으면서 받기만 했다.

나는 힘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범접하기 힘든 정도의 힘이었다.

권력으로서도 그렇고 순수한 힘으로서도 그랬다.

나는 친구를 받았다.

렌과 만나고, 로드와 만나고, 셀레네와 만났다.

그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인생을 받았다.

그저 붙잡혀서 죽어야 될 삶.

붙잡히지 않았더라도 평범하게 살아갔어야 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정말 보람찬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붙잡히기 전에는... 구원받기 전까지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삶...

나는 받기만 했다.

정말 분에 차고 넘칠 선물들이었다.

나는 그래서 로엔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어떤 걸로 보답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로엔에게 직접 보답해줄 거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로엔한테 받은 만큼 모두에게 나눠주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원한다.

구해준다.

난 이렇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게 로엔에게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넌 뭐지?”

카론이 혼자 앞으로 걸어나가자 통각의 신관장이 이상한 얼굴로 카론을 쳐다봤다.

신관장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통각의 신관장은 신관장이 되기 전에 전사였다.

도끼를 들고 전장에 나가는 전사.

언제나 혼자서 양손에 도끼를 들고 전장에 나갔다.

그리고 많은 수의 병력을 혼자서 대응했다.

그런 많은 수의 병력을 혼자서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그 때는 신관장의 힘 또한 없을 때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배운 것이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는 거였다.

공포를 느낀 상대만큼 약한 존재는 없었다.

그건 한 명일 때도 열 명일 때도 수천 명일 때도 같았다.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수천 명이 공포를 느낄 때가 더 쉬웠다.

공포를 느낀 한 명을 상대할 때는 가끔 힘들 때도 있었다.

공포를 느낀 인간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공포를 느낀다면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서로를 배신할 때도 있었고 모두가 도망가버릴 때도 있었다.

신관장은 그 생각을 하며 이번에도 똑같이 행동했다.

모든 상대에게 공포를 심었다고 생각했다.

저기서 고민하고 있는 카리온을 제외하곤.

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 수 많은 병력 중 가장 약해 보이는 존재.

그 존재가 혼자서 걸어나왔다.

그 녀석에게는 공포나 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전쟁에 나온 한 명의 전사 같이 느껴졌다.

“덤벼.”

카론은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통각의 신관장은 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상대였다.

자신과 동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상대.

친구였다면 같이 맥주라도 한잔했을 테지만, 정말 아쉬웠다.

그저 그 전사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봐주지 않고... 죽인다.

통각의 신관장은 바닥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도끼로 카론의 목을 노렸다.

“읏...!”

카론은 신성력을 이용해 검을 만들어 도끼를 막았다.

그러자 사제장은 반대쪽 손에 들고 있는 도끼를 휘둘렀다.

카론은 검으로 막고 있던 도끼를 흘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신성력을 발에 담았다.

몸을 아래로 숙이며 한쪽 발을 올려 찼다.

그 발은 정확하게 통각의 사제장 머리를 타격했다.

하지만...

“죽어라.”

통각의 사제장에게 어떠한 피해도 가해지지 않았다.

아니.

가해졌지만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통각의 사제장은 도끼를 들어 카론을 내려치려 했다.

“이런 어린 애들 괴롭히지 말고 이 늙은이나 상대해주지그래?”

웅장한 목소리가 울리더니 황금색을 띠는 드래곤이 날라왔다.

­쾅!!!!!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이 사제장에게 달려들자 사제장은 뒤로 뛰었다.

“로드!”

“카론. 잡아라.”

로드는 카론에게 자신의 발톱을 들이밀었다.

카론이 그 발톱을 잡자 로드는 숨을 들이켰다.

“흐읍...!”

드래곤이 가진 최고의 기술.

작은 도시는 흔적도 남기지 않는 기술.

로드는 드레곤 브레스를 내뿜었다.

엄청난 양의 불이 통각의 사제장에게 날아갔다.

사제장이 있던 곳은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듯 불이 뒤덮었다.

“후욱...”

로드가 브레스를 내뱉고 날개를 펼쳤다.

어느 정도 날아올라 뒤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불 속에서 붉은 안광을 띄고 누군가 뛰쳐나왔다.

당연히 통각의 사제장이었다.

몸의 반 쯤이 불에 타 녹아 있었다.

그러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도마뱀 주제에.”

통각의 사제장은 높이 뛰었다.

그리고 로드 쪽으로 날라왔다.

통각의 사제장에 손에 쥐어진 도끼에 살벌한 기운이 담겼다.

그리고 날아가는 로드의 목을 그 도끼로 베었다.

“커억...!”

“...로드!!!!!”

로드의 고통소리와 함께 카론의 목소리가 울렸다.

도끼는 로드의 목을 완전히 베지는 못했지만, 목 깊숙이 박혀있는 게 보였다.

통각의 사제장은 그 도끼를 뽑아 뒤로 빠졌다.

로드는 계속 날아오르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했다.

“프...프로텍트.”

하지만 로드는 그대로 떨어지지 않고 자신이 데리고 있는 카론에게 보호마법을 걸었다.

­쿠우우우웅!!!!!

로드의 거구는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으...윽!!”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던 로드의 보호마법은 카론을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했다.

카론에게 어느 정도의 충격이 들어갔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상처를 입고 제대로 된 착륙을 하지 못한 로드의 날개 한쪽이 이상한 모양으로 꺾여버렸다.

그리고 하늘에서 그대로 추락해 그 피해를 모두 로드의 몸으로 받았다.

“크어억...!”

로드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로...로드!”

카론은 자신의 몸도 아팠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비명을 지르는 로드의 상태를 봤다.

땅에 있는 돌에 긁혀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상처들보다 목에 있는 상처가 제일 눈에 띄었다.

분명 도끼로만 찍은 상처였지만 상처가 불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렁이는 기운이 로드의 몸을 갉아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론은 바로 그 상처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상처에 기술을 시전했다.

“리커버리!”

카론의 손은 빛났지만, 상처가 치료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왜...왜 치료가...!”

“크으읏...!”

“어?”

갑자기 로드가 몸을 일으켰다.

로드의 몸을 치료하고 있었던 카론은 갑자기 움직이는 로드를 보고 놀랐다.

“로드 움직이면...!”

카론은 로드에게 움직이면 안 된다고 말하려 했지만, 로드가 하는 행동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로드가 하려는 행동은 카론을 감싸는 거였다.

로드는 몸을 일으켜 카론을 자신의 몸으로 감쌌다.

로드가 봤었던 건 바로 사제장이 다가오는 모습이었다.

사제장은 로드가 떨어지는 걸 보고만 있지 않고 달려왔다.

로드는 그 모습을 보고 카론을 감쌌다.

“죽어라 도마뱀.”

사제장은 나지막이 말을 내뱉고 도끼를 휘둘렀다.

아까와는 다른 도끼였다.

엄청난 크기의 도끼.

로드의 몸보다는 작지만 평범한 사람이 절대 들 수 없을 만한 크기였다.

그 도끼는 엄청난 궤적을 그리며 내려쳐 졌다.

“로드!!!!!!!!!!!!!!”

카론이 고함을 지르자 도끼의 움직임이 멈췄다.

사제장은 도끼가 갑자기 막히는 느낌이 들어 도끼 날 쪽을 바라봤다.

그 앞에는 어떤 두 명의 형태가 보였다.

“거기까지 해라.”

한 명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방패로 도끼를 막고 있는 솔로몬.

다른 한 명은 카리온이었다.

“이제야 나서는 건가? 그 수 많은 녀석들이 죽고 나서야?”

통각의 사제장은 카리온에게 빈정댔다.

카리온은 그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 짓는 평온한 미소가 아니었다.

분명 살짝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분노가 가득 차 보였다.

“그러게. 내가 너무 뒤를 생각한거 같네.”

카리온은 이 싸움 이후를 생각했다.

교황과 광신.

이 둘이나 더 상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론과 로드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느꼈다.

“이젠 모르겠다.”

카리온은 이 전투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누군가 해주겠지.’ 라는 선택지를 골랐다.

광신이나 교황.

다른 마신들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동료 간의 신뢰와 서로 간의 일 떠넘기기는 한 끗 차이다.

하지만 이번엔 동료 간의 신뢰가 아닐까?

카리온은 다른 마신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섰다.

“제대로 상대해주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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