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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02화 (116/138)

〈 102화 〉 #101 속임수

* * *

“이것만은 명심해라.”

우리가 신계에서 1차원으로 이동하려 하자 엘로아가 말을 꺼냈다.

우리는 절대 질 수 없다.

진다면 우리의 목숨뿐만 아니라 모든 차원이 망가질 수 있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엘로아가 말했다.

“정정당당히 일대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혼자서 싸우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싸우는 거다.”

우리 모두 엘로아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지만, 페르세스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특히 페르세스.”

그러자 엘로아가 페르세스를 콕 찝어서 말했다.

“왜 나한테만 그래.”

페르세스는 그 말이 불만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렸다.

“너가 분명 강한 거는 알겠지만, 넌 융통성이 너무 부족해.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한 법이다.”

“알았어. 그럼 혹시 위험할 때 날 불러. 그럼 바로 달려갈 테니까.”

“그 반대다.”

“에?”

“너가 위험할 때 우리를 찾아야 한다.”

페르세스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엘로아를 바라봤다.

“난 혼자서 다 할 수 있는데?”

“그런 태도를 고치라는 거다.”

“끄응... 알았어.”

“그리고 한 가지 준비할 게 있다.”

“준비?”

“로엔, 너가 해줘야 할 일이야.”

“나?”

로엔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엘로아를 쳐다봤다.

엘로아가 말한 일을 하고 우리는 1차원으로 이동했다.

폭격이 시작되자 시야가 가려지기 시작했다.

폭발들로 인해 몸에 고통이 가해졌지만 맞대고 있는 검은 변화가 없었다.

계속되는 폭격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검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엄청난 폭음이 계속 머리를 울렸고 몸에 가해지는 고통을 집중력을 흩트려놓았다.

“크으...윽...”

시각의 신관장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페르세스의 몸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었지 자신의 몸이 이런 집중 포격을 맞았더라면 버티지 못했을 거다.

‘언제 쓰러지는 거야...!’

시각의 신관장은 앞을 노려보았다.

페르세스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변화가 없는 거 같았다.

폭격으로 시야가 가려져 한 치 앞에 있는 페르세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맞대고 있는 검 만을 느낄 뿐이었다.

원래 시각의 신관장 능력이 있었다면 앞을 볼 수 있었을 거다.

시각이라는 감각을 조종하는 신관장이다보니 이렇게 시야를 가려도 앞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각의 신관장은 페르세스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신관장의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페르세스의 몸을 포기한다면 앞에 검을 맞대고 있는 페르세스에게 베인다.

그럼 그냥 이 폭격을 버틸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상대는 자신의 검을 맞았다.

그럼 자신보다 상대가 먼저 쓰러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크으으으...”

시각의 신관장은 어금니를 깨물고 버텼다.

버티고 버텼다.

그러나 페르세스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뭐...뭐지?’

정말 이상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다.

분명 상대는 자신과 똑같은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럼 이렇게 느껴지는 고통을 상대방도 느끼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자신도 고통을 느끼며 움찔거리고 있는데 상대방은 그런 움찔거림조차 없다.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자신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직감은 페르세스의 직감이었다.

신관장이 가진 직감이 아닌 페르세스의 몸이 신관장에게 말하고 있었다.

시각의 신관장은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이대로 서 있으면 나도 버티지 못한다.

검을 밀쳐내고 차라리 상대방의 검을 막는다는 선택이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완전히 막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폭격을 맞고 있을 수는 없었다.

“크윽!!!”

시각의 신관장은 페르세스의 검을 흘리고 옆으로 뛰었다.

페르세스의 검이 들어온다!

“흣!!”

시각의 신관장은 들어올 페르세스의 검에 대비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

자세를 잡자 어떠한 반격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

속...속았다.

페르세스의 몸은 원래 있던 곳에 가만히 있었다.

자신과 검을 맞대고 있던 똑같은 자세로.

하지만 놀랍게도 페르세스의 살기는 똑같이 느껴졌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폭격 속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크윽...!”

시각의 신관장은 폭격 밖으로 뛰쳐나갔다.

가장 빠른 루트로 폭격에서 벗어났다.

신관장은 높이 뛰어 폭격에서 벗어났다.

“나왔네?”

신관장이 나오자 폭격 밖에서 페르세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페르세스는 검을 한 손에 잡고 바로 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씹.”

신관장은 욕을 내뱉고 검격을 내질렀다.

“만월 베기.”

페르세스가 할 공격을 받아치기 위해서 검을 휘둘렀다.

분명 페르세스의 공격을 전부 받을 수는 없겠지만, 상처를 최소한으로 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하...?”

페르세스는 검을 바로 휘두르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시각의 신관장이 휘두른 검을 그대로 맞았다.

정확히는 검을 맞은 게 아니고 검격을 맞았다.

페르세스는 신관장의 검격을 맞고 몸에 사선으로 된 상처가 났다.

그 상처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페르세스는 검을 내지르는 자세에서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각의 신관장은 느낄 수 있었다.

베였다.

페르세스의 몸은 말하고 있었다.

이건 피할 수 없다고.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페르세스는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페르세스류...”

그리고 검은 유려한 곡선을 그렸다.

“사생결단(死???).”

“로엔한테 뭘 시키려고?”

페르세스가 묻자 엘로아가 대답했다.

“우리 중에 몸이 직접 가지 않아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몸이? 그럼 카리온?”

카리온은 몸이 가지 않아도 소환수를 보내면 되니 도울 수 있었다.

“뭐 어느 부분은 맞는데 그게 유의미한 도움일까?”

답은 아니다였다.

카리온도 누군가를 상대하려면 자신이 가진 강한 녀석들을 전부 꺼내야 했다.

그럼 우리에게 보낼 수 있는 소환수가 한정되어있었다.

“그럼 그게 로엔이라는거야?”

“그렇지. 로엔 근원을 네 방울 정도만 꺼내봐.”

“네 방울?”

엘로아의 말에 로엔은 근원을 꺼냈다.

그리고 엘로아가 그 근원을 만지자 만진 근원이 반짝이며 말했다.

미카미카였다.

“근원을 가져가도 사용하지는 못하세요! 로엔님 소유의 기운이니까요!”

“그래.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엘로아는 반짝이는 근원을 보며 말했다.

“에? 저요?”

“그래. 너는 근원을 사용할 수 있지?”

“어... 로엔님이 허락만 하신다면요?”

미카미카는 엘로아의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어떤 근원이든 근원만 있으면 그곳에서 말을 할 수도 있잖아.”

“...그러네요?”

우리 모두 엘로아의 의도를 알아챘다.

근원을 모두에게 나눠준 다음 미카미카를 이용해 근원을 사용한다.

그럼 유의미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근원으로는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사소한 변화를 일으켜 상대방을 방심시키는 거였다.

­저런 정신병자랑 비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페르세스는 이 말을 듣고 한 가지를 느꼈다.

저 녀석들은 동료들과 도움을 주고받을 생각이 없다.

동료 간의 사이가 좋지 않다.

원래는 그걸 이용해 완전한 일대일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페르세스의 생각이 바뀌었다.

저 녀석의 감각을 가린다면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티가 나는 변화래도 자신이 모른다면 누가 말해주기 전까지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카루아!!!!! 도와줘!!!!!!!!”

페르세스는 그 말을 외친 후 폭격을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격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시야와 소리가 가려지자 미카미카를 불렀다.

“으윽... 미카미카... 나랑 똑같은 분신을 만들어줘. 움직일 필요는 없고 내가 내보내고 있는 살기만 유지해줘.”

“네!”

페르세스와 미카미카의 대화는 폭격 소리로 인해 묻혀 시각의 신관장은 듣지 못했다.

“으... [이동시켜줘.]”

그리고 분신이 슬슬 만들어지자 페르세스는 언령을 이용해 빠져나갔다.

“하...”

페르세스는 폭격 밖으로 나와 준비를 했다.

저 녀석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제일 좋은 상황이었다.

그럼 폭격을 맞다가 쓰러질 테니까.

하지만 분명 그러지 않을 거다.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하면 폭격에서 나갈 준비를 하겠지.

그럼 고통을 버티지 못한 나머지 제일 가까운 쪽으로 나갈 거다.

폭격에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을 테니까.

페르세스는 그곳에서 준비했다.

살기는 최대한 죽이고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페르세스는 이런 준비를 했음에도 방심하지 않았다.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자기라면 밖에서 이렇게 대기하고 있는 걸 모르더라도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한 번 더 변화를 줬다.

저 녀석의 검을 몸으로 받고 벤다.

“사생결단(死???).”

시각의 신관장은 이미 공중에서 검을 한 번 휘둘렀기에 역동작이 걸려있는 상태였다.페르세스가 검을 내지르자 역동작 때문에 시각의 신관장은 그대로 베였다.

신관장의 몸은 베여서 피가 터져 나왔다.

“컥!!!”

그리고 단발성을 내뱉었다.

자신의 목소리로 된 소리라 듣기 좋지는 않았다.

시각의 신관장은 그대로 공중에서 떨어져 바닥에 닿았다.

­쾅!!

그리고 신관장의 몸이 일렁거리더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아...하아...”

옆에서 울리던 폭격이 멈춰갔다.

아마 카루아도 시각의 신관장이 쓰러진 걸 눈치챈 거 같았다.

페르세스는 검을 들고 시각의 신관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검을 높이 들고 그 녀석의 목을 찔렀다.

확실한 죽음을 선사했다.

검은 깊숙이 들어갔지만, 시각의 신관장은 큰 움직임이 없었다.

이미 죽은 상태였던 거 같았다.

­털썩.

“하아...하아...”

페르세스는 어깨와 몸에서 피를 흘리며 주저앉았다.

“씨발... 이겼다.”

그리고 페르세스의 얼굴에는 승리자의 웃음이 맴돌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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