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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05화 (119/138)

〈 105화 〉 #104 상성이 안 좋은 적를 상대하는 법

* * *

나는 사람들과 싸울 때 첫 번째 공격을 언제나 여유롭게 피한다.

아니 여유롭게 피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마치 그런 공격이 날라올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래야 사람들이 내가 미래를 본다고 착각하니까.

사람들은 처음으로 미래를 보는 듯한 광경을 보면 충격받기 마련이다.

누구든 미래를 본다는 상상을 해본다.

먼 미래를 보는 상상도 해보고 근처의 미래를 알고 있어 공격들을 알고서 피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래서 내가 미래를 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후 그에 관한 말을 한다면 사람들은 내가 미래를 보는 줄 안다.

자신이 상상해본 적 있는 장면이니까.

사실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공격을 예측하는 걸로도 말이다.

하지만 그저 후각의 능력으로는 이 연기가 완벽하지 않다.

나는 그래서 내 종족의 특성까지 살린다.

드래고니안은 신체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여기서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

신체 능력이라고 하면 육체적인 면만 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체 능력은 몸을 움직이는 것 뿐만 아니라 시력과 감각적인 면도 뛰어나다는 거다.

드래고니안은 상대방의 근육 움직임 같은 사소한 움직임을 전부 읽어낼 수 있다.

후각의 능력만으로는 근접전에서 약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그런 움직임을 했다는 걸 알고서 판단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후각의 능력으로 알고 나서 근접전의 빠른 움직임에 대응하려면 말도 안되는 반응속도가 필요하기 떄문이다.

후각의 능력은 나의 허점을 노리고 하는 공격에는 굉장히 효과적이지만 연속적인 공격에는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근접에서 싸울 때 상대방의 움직임은 내 시력으로 극복한다.

드래고니안의 시력으로.

그럼 상대방은 무조건 내가 미래를 본다고 완벽하게 착각한다.

내가 미래를 본다고 착각하게 하면 이제 내가 원하는 장면을 만들게 된다.

상대방은 내 허점을 노리려 하지 않고 정정당당히 승부하려고 한다.

그럼 신체 능력이 뛰어난 내 승리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다.

상대방은 내가 미래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불신의 눈으로 날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녀석의 상대를 안 해본게 아니었다.

의심이 많은 녀석들.

그런 녀석들은 내가 미래를 보는 듯한 연출을 했을 때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 상대하기가 더 쉬웠다.

그런 녀석들은 내가 진짜 미래를 본다고 느낀다면 자멸해버리는 녀석들이니까.

믿지 않다가 자신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가장 큰 절망을 느낀다.

그런데 저 초짜 신은 그런 류의 녀석들이 아니었다.

그저 의심이 많아 믿지 않는 게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 만을 보고 하나 하나 파고든다.

집요하게 여러 가지 장면들을 보려고 한다.

순수하고 맑은 눈.

정말 오랜만에 보는 눈이다.

저 녀석은 이 싸움에서 이기려고 애를 쓰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저 내 능력이 어떤 능력인지 파고든다.

조금씩... 조금씩...

순수한 저 눈이 나를 바라보면 나의 속까지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급해진다.

내 밑천까지 드러날 거 같았다.

“크읏...”

나는 구멍이 나 피가 나오는 배를 막았다.

그리고 검을 잡고 로엔이라 불리는 초짜 신을 바라봤다.

분명 초짜 신일 텐데.

그런데 능력은 웬만한 신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특히 저 흰색 구.

처음에는 굉장한 능력을 내는 기운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용법은 아주 단순해 보였다.

저걸 던지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날아가다가 중간에 터지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닿아야 터진다.

느껴지는 기운에 비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속은 거였다.

저 녀석은 내 능력을 파고들면서 자신의 능력을 숨겼다.

나는 저 녀석이 내 능력을 파고들지 못하게 하는 것만 신경 썼다.

땅의 정령왕과 신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허점이었다.

내가 내 능력을 숨기려고 함으로써 상대방의 능력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전부 숨기지도 못했다.

상대방의 공격에 당했다.

이로써 미래를 본다는 건 거짓말로 드러났다.

분명 불리해지긴 했다,

아니.

원래 내 싸움이 유리한 곳에서 시작하는 싸움이니 이제야 동등해진 거겠지.

그래도 괜찮다.

난 약하지 않으니까.

“미래를 본다는 건 거짓말이었네?”

나는 실실 웃으며 후각의 사제장에게 말했다.

“나는 미래를 본다고 말한 적이 없다.”

후각의 사제장은 뻔뻔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뻔뻔한 태도에 담겨있는 분노가 보였다.

후후...

마치 추리에 성공해낸 탐정이 이런 느낌일까?

분노하는 모습을 보니 더 기분이 좋았다.

이제 어느 정도 능력을 깨달았다.

우리가 사용한 능력들을 대충 안 다음 피한다.

뭐 요약하자면 이 정도 능력 같았다.

그리고 계속 후각에 관련된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니 그거와 관련 있는 거까지.

사실상 숨긴 능력들은 전부 안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잠시 후각의 신관장은 다시 칼을 하늘로 던지고 공격해왔다.

“너희가 내 능력을 알았다고 달라질 것 같나!!”

신관장은 우리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내 쪽으로 검을 들고 달려왔다.

내가 검으로 신관장의 검을 받아치려고 했으나 신관장은 내 생각과 다르게 행동했다.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검을 곧장 나에게로 던졌다.

그리고 맨손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신관장이 던진 검을 받아쳤다.

그리고 검으로 신관장을 베려고 했으나 신관장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읏!”

맨손격투.

후각의 신관장은 맨손 격투를 시작했다.

주먹으로 내 손목을 친 다음, 물 흐르듯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나는 손목을 맞아 들고 있던 검을 놓쳤다.

얼굴.

배.

어깨.

차례로 나를 타격하려 했다.

하지만 나도 맨손격투에는 약간 자신이 있었다.

페르세스에게 배웠던 무술과 중간계에서 싸웠던 기억들을 되살렸다.

나는 차례로 공격을 막으며 상대방에게도 공격을 가하려 했다.

하지만 신관장은 다른 공격들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내 움직임을 예측하여 공격하려는 타이밍 때 하늘에 띄워놓은 검들을 내리꽂는다.

그럼 나는 타이밍이 뺏겨 계속 공격당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상대방의 계속되는 주먹질을 막기 시작했다.

노아스가 돌들을 우리 쪽에 날려도 하늘에 날려둔 검들에 막힐 뿐이었다.

신관장의 움직임은 유연했다.

지구로 따지면 태극권 같은 느낌이었다.

직선으로 주먹질을 하지 않고 유려한 움직임으로 공격한다.

원래 이런 무술은 공격 하나가 강한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계속 데미지를 누적하는데 좋았다.

하지만 후각의 신관장은 조금 달랐다.

분명 강한 공격이 아닌 거 같은데 엄청난 힘이 들어가 있다.

아마 드래고니안의 신체 능력.

분명 약한 타격임에도 한 대 한 대가 묵직하다.

나는 마신의 기운으로 신체 강화를 했지만, 저 녀석도 광신의 기운으로 신체 강화를 한 거 같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드래고니안은 중간계에 있는 한 생명체에 불과한데...

신의 육체가 이렇게 물렁물렁해도 돼?

갑자기 억울해졌다.

물론 신관장 정도 되니 육체 강화가 아주 심하게 들어가 있겠지만, 그래도 억울한 건 억울한 거였다.

“딴생각은 끝나고 하지?”

“어?”

갑자기 신관장은 큰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계속 들어오는 공격들을 받아칠 생각만 했기에 작은 동작들을 미리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역동작이 걸려 큰 움직임을 취할 수 없었다.

신관장은 팔을 접어 두 손을 뒤로한 다음 손을 앞으로 밀쳤다.

마치 장풍을 날리는 듯한 자세.

“악!!”

나는 팔을 올려 그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강한 충격에 날라가 버렸다.

“으읏...”

나는 땅을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아파할 시간이 없었다.

하늘에서 다시 검의 비가 내렸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몸을 던졌다.

“후우... 후우...”

저 녀석이 미래를 보는 힘은 없지만, 어느 정도 예측하는 건 확실했다.

몸의 움직임이나 기운의 움직임은 거의 정확하게 잡아낸다.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하는 기술은 한 가지.

근원을 이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그 기술이 먹힌다는 건 아니었다.

근원을 날렸을 때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모르는 거지 근원 자체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피해를 최소한 하는 건 가능했다.

으...

산 넘어 산이잖아.

이제 상대방의 능력을 알았으니 이제 그 능력의 파훼법을 다시 추리해야 한다.

아니 기운의 움직임을 알아채는 녀석을 어떻게 이기지?나는 다시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상대방을 이길 방법.

정정당당히 기운으로 밀어붙인다고 정정당당히 싸워줄 녀석은 아니다.

그럼 어떻게 이기지?

근원을 사용한 공격도 사실 제한된다.

근원의 양 때문에 있는 제한이 아니라 내 창의력의 한계다.

상대방이 근원을 못 알아채는 건 같은 공격이 아니라 다른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 근원으로 계속 다른 공격을 해야 한다.

솔직히 상성적으로 너무 좋지 않았다.

내 공격들은 기운의 움직임 없이 할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상대방이 알아채도 먹힐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경험의 부족.

내가 많이 싸워본게 아니라서 저런 상대를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저 녀석은 나 같은 녀석들을 많이 상대해봤겠지.

골치 아프네...

기운의 움직임을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운의 움직임이라...

어?

나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방법이 갑자기 떠올랐다.

여러 가지 경험과 기운의 움직임을 숨기기.

그런데 이래도 되려나...

살짝 양심에 찔리는 방법이었기에 잠깐 생각했다.

...

그래도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딴생각은 끝나고 하는 게 좋다고 말했을 텐데?”

후각의 신관장은 나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그리고 나를 공격하려고 주먹을 들었다.

‘어? 됐다.’

나는 신관장의 주먹을 받아치지 않고 멀찍이 떨어졌다.

“도망가는 거냐?”

후각의 신관장은 나에게 비아냥거렸다.

원래라면 그 말에 분노하든지 아님 별생각이 없어야 했다.

평범하게 그 사람과 싸우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약간 달랐다.

양심이 찔렸다.

‘진짜 도망갈 건데...’

내 머리 위에서 근원 한 방울이 떠올라 빛이 났다.

“야 만나서 반가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내가 이런 말을 하자 노아스와 후각의 신관장 둘 다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딱 이런 말을 할 거 같은 표정이었다.

“뭔 개소리야?”

그리고 머리 위에 빛을 내던 근원은 나를 감쌌다.

후각의 사제장은 어이없어하다가 일어나는 장면을 보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그 수 많은 감정은 한 마디로 표현되었다.

“이런 씨발...?”

나를 감쌌던 빛은 나를 이동시켜주었다.

미각의 신관장 앞으로.

그리고 후각의 신관장 앞에는 다른 신이 나타날 것이다.

기운의 움직임 없이 싸우는...

그리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능력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

아마 후각의 사제장에게 최악의 상대일 거 같아 보이는...

엘로아가.

그렇다.

나는 엘로아와 장소를 바꿨다.

내가 미각의 사제장을 상대하고, 엘로아가 후각의 사제장을 상대하기로 하고.

굳이 나와 상성이 좋지 않은데 내가 상대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불만 있으면 니네도 친구 불러오든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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