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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09화 (123/138)

〈 109화 〉 #108 분해

* * *

결합과 분해.

이곳에 오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였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른다.

그저 그 능력의 과거에 대해 들었을 뿐.

하지만 알 수 있는 점이 몇 가지 있었다.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힘이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힘도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걸 나눈다고 해서 정확하게 나눠지는 것도 아니고 그걸 강제로 나눔으로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거다.

결합도 똑같다.

좋은 점만 섞었다고 그 장점이 특출나지는 게 아니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나눈다고 하더라도 그림자 쪽에는 빛이 빛 쪽에는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나눴을 때는 정확하게 나뉘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변화가 이뤄지는 게 당연한 사실이니까.

에레보스 같은 경우도 중간계를 멸망시키려는 정신과 반대쪽 정신을 나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레보스가 중간계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에 가까웠다.

중간계에 있는 존재를 소중히 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자신이 중간계의 존재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지는 않았다.

그저 지켜야 할 존재지, 자신이 애정을 갖는 존재는 아니었다.

저번에 중간계에서 에레보스를 만났을 때도 카론과 렌에게 친근하게 대하긴 했지만, 다른 마신들을 대하는 듯한 태도는 아니었다.

뭔가 애정을 주는 듯하면서도 벽이 세워져 있는 듯한 느낌.

원래 신들이 중간계의 존재들에게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엘로아나 다른 마신들을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엘로아 같은 경우는 에루나 다른 중간계 존재들에게 대하는 태도나 신에게 대하는 태도나 별 다를게 없었다.

뭐 어쨌든 결합과 분해가 완벽한 능력은 아니라는 거다.

어떻게 보면 신력이나 마신의 기운 같은 능력들보다 더 불완전한 능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기술이므로 더 완벽한 기술일 수도 있다.

신성력이나 마나 같은 능력들은 그 끝이 존재한다.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그 완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근원으로 하는 결합과 분해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신성력이나 마나 같은 기술보다 더 간단한 기술처럼 보일 수 있다.

어떤 피해를 가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저 해체하고 붙이는 기술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런 간단함 속의 복잡함은 다른 기술이 따라갈 수 없다.

불완전하므로 완벽하고, 간단하므로 복잡하다.

그리고 가장 순수한 능력이었지만, 가장 모순적이었다.

“흐음...”

나는 렌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저 근원으로 만든 검 한 자루를 들고 미각의 사제장을 바라봤다.

엄청난 몸집.

계속 되는 치유.

분명 까다로운 적이었다.

엘로아는 이 녀석의 움직임을 막으면 된다고 했다.

더 이상 못 먹으면 치료를 못 할 테니까.

하지만 아까도 해봤듯이 오로치와 미각의 신관장, 이 두 몸을 막는 건 너무 까다로웠다.

어떻게 보면 한 몸으로 이어져 있어 한 존재를 멈추게 하는 게 쉬워 보였지만, 달랐다.

한 존재로 이뤄져 있어 서로를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따로 따로 싸우게 유도할 수가 없다.

한 마디로 합이 잘 맞는 두 명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상황은 아니었다.

마신들이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이 끼어든다면 합을 맞춰본 적도 없어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 나는 번뜩 떠올랐다.

분해.

저 두 녀석은 어떤 방식으로 이어져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원래는 다른 두 존재였다.

그런데 저렇게 둘이 이어져 있다.

그럼 한 존재였던 것보다 나누기 쉽지 않을까?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생각에 그칠 뿐이었다.

어떤 능력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사용할 줄 모르지 않는가.

아니 정말 모르는 게 맞을까?

나는 근원을 바라봤다.

근원의 사용방법.

언제나 근원은 그저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시키면 그대로 행동할 뿐.

한 마디로 뭐든지 된다.

나는 지금 내 한계에 대해 생각할 뿐이었다.

내가 모른다는 나의 한계.

그저 나의 한계에 불과하다.

그럼...

나는 입을 열었다.

“저... 분해하는 법에 대해 알려줘.”

근원 한 방울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 근원은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마치 물속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거 같이 파장을 만들며 머리에 들어왔다.

“어?”

그러자 나는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세상의 존재들에게 수많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의 모습과 다른 세계의 모습이 겹쳐서 보이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 느낌보다는 원래 세계에 모눈종이가 덧대어져 있는 느낌?

그런데 그 점들은 서로 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게... 무슨...”

나는 처음 보는 광경을 멍하니 쳐다봤다.

세상의 근간.

세상의 원리.

그게 선과 점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몸에 혈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선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의 정보만이 들어왔다.

저 이어져 있는 선을 끊으면 된다는 사실.

그게 분해.

그저 그 사실만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신관장은 내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오로치의 머리가 나에게 바로 달려들었다.

“크윽!”

나는 갑자기 달려드는 오로치의 머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몸이 먼저 반응하여 오로치의 머리를 검으로 막았다.

그러다 보니 묵직한 충격이 팔에 가해졌다.

나는 큰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뒤로 간 채로 오로치를 바라보자 오로치의 몸에 수많은 점이 보였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미각의 사제장과 오로치의 접합부였다.

붙어있는 몸쪽의 선이 이상하게 보였다.

수많은 점들이 직선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그 부분만은 아니었다.

선이 일렁거리면서 흔들리는 게 보였다.

미각의 신관장과 오로치는 세 개의 정도 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일렁거리는 선으로 이어져 있어 불안정한 느낌이었다.

강제로 이어져서 저렇게 보이는 건가?

사실 두 존재가 한 몸으로 된다는 게 자연스러운 행위는 아니니까.

그리고 내 직감은 나에게 말했다.

저 선을 자르면 된다고.

마치 내가 알고 있는 행위처럼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였다.

나는 오로치의 몸에 달려들었다.

­크르르르!

오로치는 달려드는 나를 쳐내려고 머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큰 몸집으로 움직여 봤자 나의 몸을 밀쳐낼 수는 없었다.

나는 근원으로 된 검을 들고 오로치의 몸을 바라봤다.

접합부.

그 접합부에 이어져 있는 선들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이 근간을 보는 눈에 힘이 뭔지 알 거 같았다.

어떤 존재가 움직일 때 점과 선이 나에게 말해줬다.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

‘오른쪽에서 머리가 오고... 아래쪽 머리는 뒤를 노린다...’

나는 오른쪽에서 오는 머리를 밟고 아래로 내려갔다.

뒤쪽을 노리던 머리는 오른쪽에서 오는 머리에 막혀 달려들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접합부 쪽으로 검을 내리찍었다.

“크아아아!!!”

그러자 미각의 신관장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읏!!”

나는 그런 몸부림에 중심을 놓쳤다.

하지만 중심을 놓치더라도 집중하며 상대방을 바라봤다.

나는 오로치의 몸을 밟고 미각의 신관장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몸을 베었다.

몸을 벤 후 신관장의 몸을 벽처럼 이용해 옆으로 뛰어 오로치의 몸쪽에서 벗어났다.

“이놈...!”

미각의 사제장은 나를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 선을 끊는 게 연결을 끊는 의미도 있지만, 약점의 의미도 있어 보였다.

그러니 저렇게 발광하지.

나는 마구잡이로 오는 오로치 머리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움직이며, 다시 미각의 사제장을 보자 세 개의 선 중 하나가 끊겨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달라진 점이 하나 보였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도 미각의 사제장 몸이 치료되지 않는다.

방금 내가 뛰쳐 나오면서 벤 상처가 치료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미각의 사제장도 이를 알아챘는지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피가 멈추지 않았다.

먹고서 치료하는 능력은 오로치의 능력.

미각의 사제장 능력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능력을 공유하는 선을 끊은 거 같았다.

미각의 사제장은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한 듯싶었다.

그 행동을 한 나도 신기한데 직접 당한 사제장은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무슨... 무슨 짓을 한 거냐!!”

신관장은 나에게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고.”

나는 웃음을 지었다.

“그저 원래대로 되돌릴 뿐이지.”

나는 검으로 사제장을 가리켰다.

“너의 몸도 되돌리고 너 같은 녀석들이 없던 세상으로 되돌려주마.”

너 같은 쓰레기들이 없던, 평화롭던 세계로.

“으...!!!!! 다 죽여주마!!!!!!”

어느 정도 상황을 알아채자 사제장은 분노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오로치의 수많은 머리들이 나에게 전부 달려들었다.

“그런 공격이 통할 거 같아?”

나는 웃어 보이며 공격을 피하려고 했다.

“어?”

내가 피하려고 하자 내 앞에 포탈이 하나 생겼다.

“포...탈?”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모습의 누군가가 나왔다.

“로엔! 날 왜 놓고 갔어!”

“야! 거기서 나오면!!”

나는 그 작은 생명체를 손으로 잡고 멀리 뛰었다.

“으아아아아!!!!”

내가 손으로 꽉 잡고 피하자 그 작은 생명체는 크게 소리 질렀다.

나는 총공격해오는 오로치의 머리들을 피했다.

“으아아!!”

내가 마구 몸을 움직이자 몸이 흔들리는지 바이킹을 타는 사람처럼 소리 질렀다.

그리고 오로치의 공격이 안 닿을 정도로 뛰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는 작은 존재를 바라봤다.

“야!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

“으... 어지러...”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지 중심을 못 잡고 있는 작은 존재.

에루였다.

“쿨럭...”

엘로아는 페르세스를 치료하려 했지만, 자신도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해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다.

“엘로아... 일단 너도 휴식을 취하고...”

“하아... 할 수 있어.”

엘로아는 페르세스의 말에도 계속 치료를 강행했다.

하지만 페르세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으...”

페르세스는 엘로아의 노력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어?”

엘로아가 치료하는 중에 뒤에서 하나의 포탈이 열렸다.

“으...!”

페르세스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검을 손에 들고 뒤에 나타나는 상대를 베려고 했다.

“페르세스! 움직이면...!”

“뒤...뒤에!”

엘로아도 뒤를 돌아본 후 열린 포탈을 봤다.

“어?”

그 포탈에서는 한 존재만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갑자기 우루루 나오는 존재들.

“여왕님은 어디가신데?”

“제자를 찾으러 가신다던데?”

거기서 나오는 존재들은 이런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녀석들이었다.

천진난만하게 재잘거리면서 나오는 녀석들.

엘로아와 페르세스는 어리벙벙해졌다.

포탈에서 나온 존재들은 요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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