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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10화 (124/138)

〈 110화 〉 #109 찢어내다

* * *

“어?”

요정들은 포탈에서 나오고 앞에 있는 엘로아와 페르세스를 바라봤다.

“너희는 누구야?”

재잘거리던 요정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나는 죽음의 신인 엘로아다.”

엘로아가 이에 대답하자 요정은 엘로아를 스윽 훑어보았다.

“음... 신은 원래 옷을 안 입고 다녀?”

요정이 미묘한 표정을 하며 묻자 엘로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여기엔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다.”

“사정?”

그 요정은 페르세스와 엘로아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미묘한 웃음을 짓고 말을 꺼냈다.

“음... 신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원래 인간들은 집 안에서 그런 행위를 해.”

“그런 거 아니다.”

옷을 벗고 있는 엘로아.

그리고 누워있는 페르세스.

오해를 사기 좋은 장면이었다.

“그리고 원래 인간들은 남자랑 여자랑 그런 행위를 하지 여자끼리는...”

“그런 거 아니라고!!”

“잉... 아니면 아닌 거지... 왜 화를 내... 그러고 보니 강한 부정은...”

엘로아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평소에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엘로아였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는 녀석들은 상대하니 평정심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원래 인간들은 보통 밖에서 옷을 입고 다녀...”

“안다고... 사정이 있다고...”

평소의 페르세스였다면 길길이 날뛰었겠지만, 몸의 상처 때문에 누워있는 채로 말했다.

몸에 기운이 없었다.

요정은 그런 모습을 보고 페르세스에게 다가갔다.

몸에 엄청나게 큰 상처가 나 있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모습에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어디 아파?”

“보면 모르냐...”

페르세스의 말에 요정은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치료해줄까?”

“어?”

엘로아와 페르세스는 놀란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평소의 요정들은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아픈 사람들을 보더라도 장난칠 궁리만 했지, 모르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녀석들은 아니었다.

그거에 신이라서 치료해준 거도 아니었다.

엘로아는 자기가 신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걸 신경쓰는 녀석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믿는 거 같지도 않고.

페르세스도 그렇고 자신도 상처가 깊은 상태여서 증거를 댈 수도 없었다.

자신들이 진짜 신이라는 걸 알아도 강요하지 않는 이상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는 녀석들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그런 녀석들이 먼저 도와준다고 한다고?

“정말?”

“당연하지! 여왕님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도우라고 했거든.”

여왕?

페르세스와 엘로아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그 꼬맹이 녀석, 도움이 많이 되네.”

“그러게...”

엘로아의 말에 페르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치료해줄래?”

“얘들아 모여봐!”

요정은 다른 요정들을 불러모았다.

“다 같이 치료하는 거야.”

그렇게 요정들은 페르세스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에루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다니... 도와주러 온 거지.”

에루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도와주러?”

“흠흠! 이 여왕님은 다른 차원의 위험을 외면하는 요정이 아니라고!”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우리를 구해준 것도 모자라서 도와주러 오기까지...

내가 마법을 배우러 에루를 찾아간 건 신의 한 수였던 거 같았다.

“고마워...”

“고맙다는 말도 좋지만, 저 녀석부터 물리치자고!”

에루는 앞에 있는 오로치를 가리켰다.

“이 여왕님의 심미안은 굉장히 고급이라서 저런 끔찍한 걸 오래 보고 있을 수 없거든!”

“그래. 그럼 여왕님을 위해 내가 없애줄게.”

나는 여왕님을 지키는 기사처럼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음...?’

나는 눈을 부볐다.

조금 전에는 잘 보이던 점들이 점점 흐릿해지는 게 느껴졌다.

계속 보고 있을 수는 없는 건가?

그렇게 큰 상관이 있지는 않았다.

이 눈이 사라지기 전에 끝내면 되는 거니까.

속전속결.

내가 오로치에게 달려들자 에루는 나에게 마법을 걸어줬다.

“신체 강화.”

그러자 몸에 느낌이 달라졌다.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힘이 넘쳐나는 느낌.

몸의 반응 속도도 차원이 달라졌다.

생각하자마자 몸이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이게 보조 마법 최고 종족의 능력인가...

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오로치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계속 오로치의 머리 위를 밟고 다니다 보니 이 정도면 거의 내 펫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 뭐하나.

끔찍하게 생기고 기괴한 건 달라지지가 않는데.

“너 같은 녀석은 내 펫도 안 시켜줘.”

나는 빠른 속도로 접합부에 다가갔다.

“똑같은 건 안 당한다.”

미각의 사제장은 내가 똑같은 행동을 하자 이를 막으려고 했다.

나는 그 말과 행동을 비웃으며 말했다.

“아니 당할 걸?”

하지만 내 능력이 한 수 위였다.

미각의 사제장이 광신의 기운을 꺼내 들었다.

아까까지는 분명 광신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 능력이 분리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거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공격에 당하지 않았다.

오로치의 몸을 왔다 갔다 하면서 광신의 기운을 피하자 자신의 몸에 공격이 가해졌다.

“크윽!”

아마 자신도 오로치와 한몸이 되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게 처음이라서 어설픈 거 같았다.

그런 어설픈 상태에서 나를 상대할 수 없지.

나는 오로치의 몸을 밟으며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도망치지마라!!!!!!”

미각의 신관장은 큰 몸으로 나를 잡으려고 했지만 나는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깊숙이 들어가는 건 살짝 무리처럼 보였다.

들어갔다가 큰 공격에 당할 거 같은 느낌?

일부러 미각의 신관장도 이를 유도하는 거 같았다.

그러나 사제장이 하나 착각하는 게 있었다.

선을 끊기 위해 내가 직접 갈 필요는 사실 없었다.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선 쪽을 바라봤다.

“두 번째.”

나는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던졌다.

검은 바로 내리꽂혀 사제장의 몸에 박혔다.

선을 끊는 방법은 근원으로 그곳에 상처만 주면 되는 거지 꼭 검으로 끊을 필요는 없다.

“으악!!!!!!!!!!!”

이번에도 사제장은 큰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또 무언가 이상해졌는지 자신을 바라봤다.

“뭐...뭐지?”

소리를 지르다가 무언가 이상해진 듯싶었다.

그리고 박혀있는 검을 바라봤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내가 무엇을 끊은 지도 알 거 같았다.

감각.

이번에 끊은 건 오로치와 공유하던 감각이었다.

원래 오로치가 보던 거나 고통들을 공유했었지만, 그게 끊긴 거 같았다.

고통이 공유되지 않는 게 단점 같아 보이지만, 다른 감각이 끊긴 게 더욱 이득이었다.

사실 큰 몸집에서 나를 바라보면 사각지대가 많다.

하지만 오로치가 보는 시각으로 나를 보면 그런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었다.

이렇게 감각이 끊기면 마지막은 쉽지.

다시 내가 공격할 자세를 취하자 미각의 신관장은 허둥지둥대기 시작했다.

오로치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신관장의 몸도 허우적거렸다.

“쟤 왜 저래?”

에루가 보기에도 이상한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마지막이다.”

이번엔 근원을 한 방울 꺼냈다.

“마지막 선을 잘라줘.”

원래 근원을 사용해 그걸 자르려고 하면 오로치의 몸들이 근원을 막아서 근원을 낭비할 거 같았지만, 저 상태라면 가능할 거 같았다.

근원은 곧장 사제장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였다.

“으!!”

오로치의 몸들이 근원을 막으려고 했지만, 근원 같은 작은 구슬을 큰 몸이 막을 수 없었다.

물론 오로치들의 몸들이 벽을 세우는 것처럼 근원 앞길을 막았다.

하지만 그 벽은 빈틈이 너무 많았다.

제대로 보고 만든 벽이 아니라 감으로 막은 거다.

그런 틈들은 근원이 지나가기 너무 좋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근원은 그 틈들을 뚫고 지나가 마지막 선을 잘라냈다.

“어... 어...”

그러자 신관장의 모습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몸이 점점 녹아내리는 느낌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안...안돼... 으... 안...”

더 이상 형태가 유지되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로치의 몸과 미각의 사제장이었던 덩어리가 분리되었다.

따로 분리된 덩어리는 마치 진흙 같은 느낌을 줬다.

검은색이고 찐득거리며 꿀렁거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사람 하나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각의 사제장.

그 뿐만 아니었다.

오로치의 몸도 붕괴하기 시작했다.

둘을 상대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네.

이런 건 예측하지 못했지만, 좋은 상황이므로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이...이럴 수가...”

미각의 사제장은 절망에 빠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봤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아니 그냥 미친 사람이긴 한가?

해체된 다음에도 계속 싸울줄 알았는데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강제로 해체된게 저렇게 충격인가.

뭐 어쨌든 겨우 그런 걸로 동정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이제 끝내도록 하자.”

나는 마신의 기운으로 검을 만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하하... 하하하... 그래 끝내도록 하자.”

“어?”

내가 다가가려고 하자 절망에 빠진 눈이 광기에 물들기 시작했다.

“끝나는 건 나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물었다.

그 손을 먹기 시작했다.

“이 씹.”

“으으... 하지만 끝나는 건 나 혼자가 아니다.”

그 손을 먹어치우고 다른 반대쪽 손도 먹기 시작했다.

“끝나는 건 여기 있는 모든 녀석이다.”

나는 기괴한 모습에 뒷걸음질을 쳤다.

“로엔 끝내!”

나는 뒤에서 들리는 에루의 목소리에 정신 차렸다.

“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오로치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분명 붕괴되고 있던 몸이었지만, 아직 형체가 조금 남아 내 앞을 잠시 막을 수는 있었다.

나는 앞을 막는 오로치를 검으로 크게 베었다.

오로치의 몸을 베어내자 그 틈으로 사제장이 보였다.

신관장의 눈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고 양 손은 자신이 먹어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신관장은 말을 내뱉었다.

“광폭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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