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 #110 광폭화
* * *
미각의 사제장이 말하자마자 엄청난 기운이 그에게서 퍼져 나왔다.
대체 저런 기운이 어디서 났는지 말도 안 되는 기운이었다.
사제장이 완전한 상태여도 저런 기운은 나오지 않을 거 같았다.
압도적인 힘.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저런 힘이 발산되는 거지?
“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
미각의 사제장은 붉은 눈으로 미친 듯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미각의 사제장은 웃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뒤에서 사람 크기만 한 입이 나타났다.
마치 사람 크기만 한 틀니 같은 느낌이었다.
검은색 구에 입만 달려있었다.
그 구는 입을 쩌억 벌리더니 미각의 사제장을 삼켰다.
“어떻게 된 거야?”
“모...모르겠는데?”
에루가 물었지만, 나도 어떤 상황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분명 광폭화라고 했는데.
어떤 능력인지 들은 적이 없었다.
“어?”
생명의 반응이 없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생명의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명의 반응이 사라졌다.
그 구에서는 오직 끔찍한 기운만이 풍겨올 뿐 어떠한 생명의 반응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구는 꿀렁이기 시작했다.
사제장을 삼켰던 입은 검은색으로 둘러싸여 사라졌고 그저 꿀렁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구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번데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번데기 같았다.
진화를 이루는 번데기.
그 구가 열리더니 거기서 검은색 사람이 나왔다.
그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사람.
그 사람은 평범한 체형의 사람이었는데 입 말고는 전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크르르르...”
그리고 마치 동물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물은 아니었다.
저건 동물도 사람도 아니었다.
생명의 반응이 없다.
비유하자면...
좀비?
그 검은색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도 없는데 뭘 둘러보는 건지.
“저거 좀 이상한데?”
“엥? 뭐가?”
“기운 소모가 말도 안 되게 빨라.”
에루의 말에 나는 그 괴물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에루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 알 거 같았다.
속에는 엄청난 기운이 있지만, 어디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기운이 질질 세고 있었다.
구멍 난 독같이...
그 검은색 인간은 갑자기 옆으로 뛰더니 마물 하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뭐야.”
입을 벌리는 광경마저 호러물이었다.
평범하게 사람처럼 입을 벌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보다 큰 크기로 입을 벌렸다.
그리고 앞에 있는 마물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로엔...! 저 녀석 막아!”
“어?”
“기운이 차올랐어!”
에루의 말에 나는 몸부터 움직였다.
아까 오로치랑 비슷한 능력 같았다.
다른 걸 먹어치워서 자신의 몸을 유지하는...
그런데 다른 점이라고 하면 오로치는 가만히 있어도 상처를 입지 않으면 먹을 필요가 없었는데 저 녀석은 먹지 않으면 기운이 사라져버리는 거였다.
어떻게 보면 더 쉽지.
그리고 해결책도 비슷하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된다.
나는 달려나가 그 검은색 인간의 앞을 막았다.
그러자 그 검은색 인간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검을 들어 그 녀석을 막았다.
“윽!!”
힘이... 뭐 이리...
분명 아무런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던 녀석이었지만, 힘이 엄청났다.
그 녀석은 그저 맨손으로 내 검을 잡고 날 밀어붙였다.
“중첩 강화!!”
내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에루가 나에게 강화를 더해줬다.
하지만 밀리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그 녀석을 흘렸다.
“어?”
분명 그 녀석을 흘렸는데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나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저건 인간의 신체 능력도, 그 다른 어떤 종족의 신체 능력도 아니었다.
그저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으아아악!!!”
그 녀석은 그대로 내 어깨를 물었다.
어깨가 뜯겨나가는 느낌.
짐승들에게 물리면 이런 느낌일까.
화상을 입은 듯한 고통이 온몸을 감쌌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먹힌다.
“근원!”
나는 근원을 꺼내 그 녀석의 몸에 직통으로 날렸다.
근원은 그 녀석의 몸에 닿자마자 터졌다.
“흣!”
나한테 바로 붙어있는 상대에게 터트리다 보니 나도 폭발에 휘말렸다.
나에게 폭발이 오지 않도록 컨트롤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명령이 세세해질수록 폭발의 위력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후각의 사제장과 싸울 때도 근원을 닿아야 폭발시키는 능력을 줬던 게 폭발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나는 폭발에 휘말려 뒤로 날아갔다.
“로엔 괜찮아?”
에루가 물었지만, 그 말에 대답할 시간은 없었다.
다가온다.
분명 폭발이 있었음에도 검은색 녀석은 뒤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끔찍한 기운을 풍기며 나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나는 근원을 바로 꺼내 한 발을 더 날렸다.
쾅!!!
분명 근원이 닿아 폭발이 일어났지만, 그 녀석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한쪽 팔이 날아가고 몸이 해져있는 상태로 나에게 달라붙었다.
“흐앗...!”
검은색 녀석은 나에게 붙자마자 입을 쩌억 벌렸다.
“텔레포트!”
에루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뒤로 이동되었다.
“뭐...뭐야... 저 녀석.”
나는 검은색 녀석을 바라봤다.
해져있는 몸은 마치 안개가 차오르듯 수복되었다.
나는 내 어깨를 만졌다.
저 녀석의 이빨에 뜯겨 일부분이 없는 게 보였다.
그리고 저 녀석의 기운은 아까보다 차올라있는 게 보였다.
분명 엄청난 속도로 기운이 소모되고 있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아마 나를 먹어서 더 기온이 찬 거겠지.
방금의 부딪침으로 몇 가지를 알아냈다.
저 녀석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공포, 몸에 가해지는 피해 같은 걸 생각하지 않는다.
팔이 날아가고 몸 대부분이 날아갔음에도 나에게 달려든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공격이 의미가 없는 건가...
물론 몸을 수복하는데 기운을 사용했겠지만, 내 몸을 먹고 회복한 게 더 컸다.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라...”
가장 최선의 수였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나는 아니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로치를 묶었을 때도 자신의 몸을 뜯어내고 탈출했다.
오로치는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저 녀석은 힘도, 속도도 차원이 다르다.
또한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아마 묶인다면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뜯어낼 거다.
그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나는 에루를 쳐다보았다.
에루...
에루...?갑자기 에루를 보자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굳이 저 녀석이 몸을 막을 필요가 있을까?아니.
그 방법을 사용하려면 한 가지 근거가 필요하다.
저 녀석이 엄청난 신체능력 이외에 다른 힘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에루. 저 녀석을 마법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
“마법으로...? 흠... 해봐야 알 거 같은데?”
그 정도 답이면 충분했다.
“근원 세 방울.”
나는 근원을 꺼내 검을 한 자루 만들었다.
“다시 간다.”
나는 검을 들고 검은색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 녀석도 나에게 달려들었다.
내 검과 저 녀석의 손이 부딪혔다.
“윽,,,!”
그러자 팔에 아까와 같은 충격이 가해졌다.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어깨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어깨가 불타는 거 같았다.
그 검은색 녀석은 아까와 다르게 흥분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움직임이 컸다.
“크흣...! 내가 맛이 좋았나 봐?”
나는 간신히 그 녀석이 밀어붙이는 걸 막았다.
하지만 밀리는 건 같았다.
“관!”
나는 방금 검을 만들었던 한 방울을 제외하고 꺼내두었던 두 방울의 근원으로 관을 만들었다.
뚜껑이 없는 관.
“에루!! 이 안으로 이동시켜줘!”
내가 소리치자 에루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강제 이동!”
“크륵?”
내가 검으로 버티고 있었기에 그 검은색 녀석은 나를 밀어붙이기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이동시키기 편했다.
에루의 마법이 시전되자 검은색 녀석의 모습은 사라졌다.
근원 두 방울로 만든 관.
엄청나게 단단할 거다.
근원을 이용해 바로 저 녀석을 가둘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에루의 이동마법을 이용해 관에 가뒀다.
한 가지 실험에 의미도 있었지만, 더욱 단단한 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까도 말했듯이 조건이 붙으면 붙을수록 근원의 능력은 약해진다.
저 녀석을 가두라는 조건이 붙으면 약한 관이 탄생할 거 같았다.
그럼 저 녀석이 부수고 나올 수도 있겠지.
쾅!!!!!!
그 녀석을 관에 가두자 관 안에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관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부수고 탈출하려는 건가.
“크르르르르르륵!!!!!!!!”
그 괴생명체는 관 안에서 울부짖었다.
관은 생각보다 단단했는지 잘 부서지지 않았다.
물론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안 부서지지는 않네....”
끄득...!
그 녀석의 계속되는 몸부림에 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무슨 근원으로 만든 관을 저렇게 쉽게 부수기 시작하냐...
콰득... 콰득...
관에는 계속 금이 가기 시작하고 점점 부서져 갔다.
하지만 나는 그게 계속될수록 미소가 지어졌다.
저걸... 부수고 탈출하려고 하네?어깨에는 불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아까 검은색 물체에서 반이 갈라져 나온 것처럼 관의 중앙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에루. 저 녀석 이동시킬 준비 해줘.”
“이동? 또 어디로. 계속 관에 가두게?”
에루는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저런 관에 계속 가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저 녀석이 이동마법이나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면 더 완벽한 관이 있었다.
세계를 멸망시키던 마물들을 가둘 수도 있었고, 마신들마저 가뒀던 엄청난 감옥.
이공간에 관해서는 최고에 가까운 카리온이 만든 공간.
그리고 에루만이 이동시킬 수 있는 공간.
나는 관에서 탈출하려는 녀석에게 달려가며 에루에게 말했다.
“우리가 갇혔던 이공간. 그곳으로 이동시켜줘.”
에루는 그 소리를 듣자 웃음을 지었다.
“오케이. 시간을 조금만 끌어줘.”
쾅!!!!!!
그 녀석은 관을 뚫고 뛰쳐나왔다.
나는 그 녀석이 정신 차리기 전에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공격은 너무 가볍게 그 녀석의 손에 막혔다.
뭐 눈으로 보고 막는 게 아니라서 어느 정도 예측하기는 했다.
그리고 그 녀석은 바로 나에게 주먹을 날렸다.
“컥!”
그 주먹은 바로 내 배를 타격해 나는 뒤로 날아갔다.
곧장 그 녀석은 날아가는 나에게 달려왔다.
“크르락!”
나는 날아가는 와중에도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 녀석의 속도는 말이 안 되게 빨랐다.
날아가는 나의 앞에 다가와 입을 열고 있는게 보였다.
“안...되지!”
나는 앞에 있는 녀석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 거기서 피하는 건 반칙이지...”
그러나 피했다.
고개를 옆으로 해서 내 주먹을 피했다.
말도 안 되는 반응속도와 방심하지도 않는다.
내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그 녀석은 그리고 주먹을 날린 팔을 물었다.
“끄아아악!!”
나는 고통에 소리쳤다.
조금만 더 버텨야...
그러자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로...로엔! 으... 준비됐어! 이제 떨어져!!”
에루의 말에 나는 그 녀석의 머리에 근원으로 된 칼을 꽂아넣었다.
그렇게 해도 그 녀석은 내 팔에 박인 이빨을 뺄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로 밀접하게 붙어있으면 이동 마법이 나까지 날려버린다.
최소한 이빨은 빼내야...!
...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검은색 녀석의 머리에 박았던 칼을 빼내고 눈을 질끈 감았다.
“흡!”
나는... 내 팔을 베어냈다.
검은색 녀석은 잘라낸 팔을 먹기 시작했다.
“로...로엔!!!!!”
“끄윽!!!!!! 에루 바로!!!!!!!!”
에루는 내가 내 팔을 베어내는 걸 보고 놀랐지만, 마법 시전을 멈추지 않았다.
“강제 전이!!!!!!!”
에루의 머리 위에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지고 검은색 녀석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은 그 녀석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진은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움직였다.
검은색 녀석은 내 팔을 먹어치우며 몸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내 손은 사라져 잘린 팔의 단면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어깨 또한 물어뜯겨 엉망이었다.
“끝났...네....”
그리고 검은색 녀석의 모습은 사라져 없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