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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13화 (127/138)

〈 113화 〉 #112 치료

* * *

“뭐 그렇다고 해서 나 혼자 만드는 건 아니고.”

노아스는 에루에게 웃어 보였다.

“나도...? 아니 저도...?”

“그래. 너도 해야 할 일이 있어.”

에루가 도울 일?

“천천히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노아스는 흙을 움직여 내 팔 쪽에 가져다 놓았다.

“내가 흙으로 팔의 형태를 만들 거야. 그럼 너가 마법 회로를 만들어 이 녀석 신경들을 이어줘야 해.”

“마...마법 회로로 신경을 만들어요? 무슨 그런 무식한...”

그 말을 듣자 에루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어려운거야?”

뭐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인간의 신경계라는 게 엄청나게 복잡하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은 적이 있는 거 같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마법진에 그려져 있는 회로들도 충분히 복잡했다.

그런 마법진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에루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모든 신경을 잇는다고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작업이지만 내가 어느 정도 회로를 구성할 거다.”

“그럼 노아스님이 전부 구성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에루가 말하자 노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전부 만드는 게 불가능하니까 너에게 말하는 거다. 인간의 신경계가 나 혼자서 뚝딱 만들 정도로 간단한 게 아니니까.”

노아스는 말을 이어갔다.

“뇌에서 명령을 내리는 신호를 마나로 재해석해서 팔을 움직이도록 만들 거다. 너가 만들 부분은 그거다. 내가 팔에 이어지는 회로들을 만들어줄 테니까 넌 전해지는 신호가 마나로 변환되는 마법진을 만들면 돼.”

“으...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은데...”

에루는 투덜대면서 말했다.

그리고 걱정되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에루는 이 팔을 만드는 것보다 팔을 만든 후를 걱정하는 듯했다.

대충은 아니더라도 팔 자체를 이렇게 만들어내면 제대로 된 싸움을 못할 테니까.

이런 팔을 가지고 전장에 내가 다시 나가는 자체가 싫어 보였다.

“에루 괜찮아.”

나는 에루에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결심한 듯 에루가 주먹을 꽉 쥐었다.

“알겠어. 원래 팔보다 더 좋은 팔을 만들어줄게.”

“그런데 그렇게 팔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솔직히 흙으로 만들어내는 팔의 내구도가 얼마나 갈지 나도 걱정이었다.

그냥 상대방의 공격을 스치기만 해도 박살 나는 거 아닌가...

아니 그것보다 제대로는 움직일 수 있으려나...

그러자 노아스가 내 머리를 헝클었다.

“걱정하지마라. 이래봬도 정령이라는 생명체도 만드는 몸이다. 겨우 팔 정도를 못 만들까.”

“흠... 그래도 사람의 몸을 흙으로 만든다는 게...”

“뭐 어떤 세계에서는 사람을 흙으로 빗어 만들었다는 소리도 있지 않느냐.”

“그래도 사람의 몸은 절반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어허.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그래서 만들지 마?”

“아니요! 아니요! 만들어주세요!”

노아스는 그런 나를 보고 웃어준 다음 흙으로 팔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 잘린 팔 쪽에 가져다둔 후 에루를 바라봤다.

“그럼 시작한다.”

“너가 직접 싸워서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통각의 사제장이 도끼로 카리온을 몰아붙였다.

“솔로몬. 밀쳐내.”

그러자 옆에서 솔로몬이 방패를 들고 사제장에게 달려들었다.

방패로 사제장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통각의 사제장은 팔로 가볍게 방패를 막았다.

“이 정도로는 날 이기기 힘들 텐데.”

“그래서 이 정도로는 끝내지 않으려고.”

저 멀리서 칼로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바알이 보였다.

“크으으으아아아아!!!”

바알이 울부짖자 바알의 4쌍 날개가 박쥐 날개 모양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손에 날카로운 손톱과 검은색 비닐이 생겼다.

“크하하하!!!”

그리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통각의 사제장에게 달려들었다.

“나보다 저 녀석이 더 미친놈 같은데?”

통각의 사제장은 달려드는 바알의 공격들을 가볍게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피했다.

아까는 사소한 공격들을 무시하고 맞으면서 상대방의 빈틈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바알의 공격을 확실하게 피해냈다.

통각의 사제장은 계속 바알의 공격을 피하다가 도끼로 바알의 손톱을 쳐냈다.

그 후 발로 차서 바알을 저 멀리 밀어냈다.

통각의 사제장은 손톱을 건드렸던 도끼를 잠깐 보더니 입을 열었다.

“독이네?”

그리고 그 도끼를 살짝 핥았다.

“그것도 마비 독.”

“그거를 알면서 핥냐?”

카리온은 그런 통각의 사제장을 어이없게 쳐다봤다.

원래 같으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정도로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 녀석도 생각이 있을 테니까 저런 행동을 했겠지.

아쉽게도 카리온의 생각은 맞았다.

분명 드래곤도 몇 초만에 기절시키는 극독이었지만, 저 녀석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솔로몬. 이거 받아라.”

카리온은 솔로몬에게 황금색으로 된 작은 십자가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솔로몬을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솔로몬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십자가를 두 손으로 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솔로몬의 몸에서 황금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은색 빛을 내던 풀플레이트 아머가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솔로몬이 들고 있던 방패에는 십자가 모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통각의 사제장에게 달려들었다.

솔로몬과 바알.

천사와 악마.

그 중 최고라고 불렸던 이들이 함께 싸우는 모습은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그 둘의 합은 잘 맞았다.

바알의 손톱과 솔로몬의 방패가 맞물리는 일이 없었다.

마치 기계의 톱니바퀴 같이 맞물려 돌아갔다.

바알이 공격을 하면 솔로몬이 사제장의 공격을 막아준다.

또는 솔로몬이 방패로 밀어붙이고 바알이 상대방의 빈틈을 노린다.

완벽한 합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런 공격을 해도 큰 소용이 없었다.

상대방을 분명 압도하고 있음에도 상대방은 치명상을 입지 않는다.

공격을 당해도 자잘한 상처뿐.

또 그런 상처들은 금세 치료되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카리온은 그 상황을 지켜봤다.

지금은 솔로몬과 바알이 압도하고 있었지만, 계속 이런 공격을 할 수 없다.

바알은 계속 공격할 수 있지만, 솔로몬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방금 전에 솔로몬에게 보냈던 눈빛.

그 눈빛은 온 힘을 다해달라는 눈빛이었다.

죽기 전까지.

카리온의 이공간에서 오랜 시간 있었던 솔로몬.

원래 솔로몬은 이미 죽고도 남았을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카리온의 이공간에서 있었기에 그 시간을 최대한 끌어왔다.

이렇게 시간을 끈다면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지만, 영원히 살아있을 수는 없다.

특히, 각성해서 힘을 소모한다면 더더욱.

솔로몬에게는 이 싸움이 마지막 싸움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솔로몬이 죽기 전에 이 싸움이 끝날지도 의문이다.

카리온은 이 싸움이 끝나기 전까지는 버텨주길 기도할 뿐이었다.

“로드!!!”

뒤에서 카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리온이 뒤를 보자 피를 흘리고 있는 골드드래곤이 보였다.

분명 드래곤 로드라고 들었었다.

통각의 사제장이 하는 공격 같은 경우 보통 공격에서 끝나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힌 후가 문제였다.

상처를 입은 상대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능력.

그 능력 때문에 작은 상처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마치 독을 발라놓은 무기를 상대하듯 작은 공격도 피해야 했다.

하지만 저렇게 큰 상처를 입었다면...

솔직히 버티기 어려웠다.

통각의 사제장에게 저렇게 공격당했으니 아마 움직이지도...

카리온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놀라운 광경을 봤다.

쓰러져 있던 골드 드래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목에 나 있는 상처에서는 피가 아직도 나오고 있었지만, 몸을 일으켰다.

정신력.

오로지 정신력으로 일어났다.

카리온도 그 기술을 당해봤기에 지금 저 드래곤이 어떤 느낌인지 예상이 간다.

하지만 카리온은 저렇게 큰 상처가 나지는 않았었다.

신들의 정신력조차 버티지 못할 고통이 수반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저 드래곤은 몸을 일으켰다.

“하하... 대단하네...”

카리온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상태로 싸우지는 못할 테지만, 싸우려고 일어났다는 자체가 대단했다.

카리온은 그 골드 드래곤에게 날아갔다.

“그냥 누워 있는 게 좋을 텐데.”

“카...카리온님!”

카리온이 로드 앞에 가자 카론이 놀란 얼굴로 카리온을 쳐다봤다.

로드는 그런 모두를 무시하고 말을 꺼냈다.

“싸울 수... 있습니다.”

목에 난 상처 때문에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피가 차올라 말하는 것도 어려워질게 분명했지만, 싸운다고 말했다.

“하...”

카리온은 자신의 기운을 꺼내 로드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에 난 상처를 전부 치료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목에 있는 상처가 어느 정도 지혈이 되기 시작했고 고통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카리온이 보기엔 이미 로드의 몸에 누적된 상처가 너무 많아 죽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편하게 죽을 수는 있겠지.

...

아까웠다.

카리온은 이런 녀석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런 카리온은 입을 열었다.

“너 나랑 계약할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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