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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14화 (128/138)

〈 114화 〉 #113 계약

* * *

계약.

카리온은 거의 모든 소환체들과 계약을 맺는다.

물론 지능이 거의 없다시피 한 마물들과는 계약을 맺지 못하지만, 지능이 있는 녀석들과는 계약을 맺는다.

바알.

마계에서 날뛰던 바알은 카리온이 직접 패고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말하면 계약을 강제로 한 거처럼 보이지만, 강제로 하지는 않았다.

카리온의 강함에 굴복했을 뿐.

솔로몬.

그는 직접 카리온에게 찾아가 계약을 맺어달라 했었다.

자신의 생명이 끝나감을 느끼고 직접 카리온에게 찾아갔다.

이렇듯 소환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맺은 소환체들은 전부 카리온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되면 카리온이 가진 마신의 기운이 소환체들을 강화한다.

마신의 기운.

그 기운은 다루는 사람에 따라 사용 방법이 많이 다르다.

에레보스 같은 경우는 직접 기운을 꺼내 상대방을 직접 공격한다.

페르세스의 기운은 보통 무기를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

로엔은 아직 미숙하지만, 보통 어떤 물건을 만드는 데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카리온.

카리온은 소환체들을 강화하는데 사용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계약이었다.

평범한 존재들은 마신의 기운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물론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강화능력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사용한다면 효율이 좋지 않다.

카리온은 더욱 효율 좋은 강화를 생각해내기 위해 계약이라는 매개체를 만들어냈다.

자신의 기운을 완전히 넘겨줄 수 있도록.

물론 그들이 마신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여 사용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카리온과 계약을 통해 일체화를 이뤄 몸에 직접적으로 기운을 받을 수 있을 정도만 만들어주는 거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신체능력이나 다른 능력들은 원래의 능력보다 뛰어나 진다.

하지만 이미 능력들이 뛰어난 존재들은 신체 강화를 이루지 않고 다른 방법을 이용한다.

바알에게 넘긴 검이라든지, 솔로몬에게 넘긴 십자가.

이런 물건들은 전부 계약을 맺고 만들어낸 물품들이었다.

어차피 뛰어난 녀석들에게 신체 강화를 더 해봤자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원래보다 더 강해지기는 하겠지만, 마신의 기운을 이용한 강화가 그 정도에서 멈추면 굳이 마신의 기운을 줄 필요가 없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부분은 개인마다 필요한 부분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솔로몬 같은 경우는 수명이 문제였다.

바알 같은 경우는 정신이 문제였다.

그래서 솔로몬에게는 십자가를 만들어서 솔로몬의 생명력을 늘려줬다.

바알은 검을 줘서 평범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이 드래곤 로드에게도 필요한 게 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하필 솔로몬과 필요한 게 같았다.

생명력.

카리온은 솔로몬을 잠깐 쳐다봤다.

그 동안 고생해줬던 녀석.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할 때였다.

언제까지 저 녀석한테 고생을 시킬 수 없지.

솔로몬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줄 때였다.

“그래서 나랑 계약 할 거야 말 거야.”

그렇게 말하자 드래곤 로드는 잠깐 고민했다.

“하면... 이 싸움... 계속 할 수 있습니까?”

카리온은 대답 대신 웃어 보였다.

성격까지 솔로몬과 비슷한 녀석이었다.

강직하고 아끼는 장소와 사람을 지키고 싶어하는 녀석.

“그럼... 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카리온은 마신의 기운을 내보내 로드에게 보냈다.

그리고 하나 더.

로엔에게 받은 근원을 보냈다.

계약을 맺는다고 해서 상처가 치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근원이라면 다르겠지.

늘어나는 생명력과 계약으로 늘어나는 생명력.

그 정도면 싸움을 지속할 수 있다.

카리온의 몸에서 보라색을 띠는 기운이 나왔다.

그리고 그 기운은 로드 쪽으로 넘어갔다.

기운이 로드를 감싸돌았다.

카리온에게서 나오는 기운은 점점 로드에게 넘어가더니 목에 났던 상처와 다른 상처들이 치료되기 시작했다.

카리온은 입을 열었다.

“이 계약은 너가 끊고 싶을 때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 하지만, 너가 계약을 맺기 전 상태로 돌아간다.”

이 소리는 한 마디로 계약을 끊으면 죽는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보면 노예계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자신이 원할 때 자유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어차피 끝난 생명.

원래는 윤회의 굴레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굴레를 거부할 수 있고, 언제든지 굴레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노아스와 맺었던 계약과는 차원이 다른 권리를 주는 거다.

로드는 그 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뒷일은 됐습니다. 일단 싸움이 먼저인 거 같습니다.”

로드는 어느 정도 기운이 차올랐는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카리온은 계약이 끝나자마자 안 좋은 느낌을 느꼈다.

“이제 슬슬인가...”

솔로몬의 생명력이 다해가고 있다.

솔로몬도 아마 이를 눈치채고 있을 거 같았다.

“너가 그렇게 원하던 싸움이나 하자고.”

카리온은 로드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저는 싸움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뭐 그건 천천히 이야기하도록 하고 가자.”

로드는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카론은 로드를 걱정되는 얼굴로 바라봤다.

“다녀오마.”

로드는 카론에게 말하고 날아올랐다.

압도적인 크기의 로드는 위압감이 넘쳤다.

그리고 그 위에 탄 카리온.

날아오른 로드는 엄청난 존재감을 나타냈다.

“한 번 나한테 어필이라도 해보라고.”

통각의 사제장 쪽으로 간 로드는 숨을 들이켰다.

드래곤의 최고 기술.

드래곤 브레스.

아까 전에도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었지만, 이번에는 더더욱 커다란 크기였다.

로드의 입 앞에 점점 커다란 불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까는 브레스를 급하게 사용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시간을 들여 불꽃을 모았다.

그리고 머리 위의 카리온이 로드의 머리에 손을 댔다.

그러자 모이는 불꽃의 색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기운이 함께 모여들고 있었다.

마신의 기운과 브레스 합.

­크으으으으으으으...

모이고 있는 불꽃은 엄청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윽...!”

통각의 사제장은 계속해서 바알과 솔로몬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다.

귀찮게 구는 녀석들.

하지만, 저 앞에서 모으고 있는 드래곤을 무시할 수 없다.

분명 치명상을 남겼던 거 같은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아니. 그런 사소한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저 공격을 받는다면 나도 버티지 못한다.

지금까지 상처들이 누적돼서 기운들을 많이 소모했다.

저 공격 정도를 맞고 치료하려면 기운을 거의 다 소모해야 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이 두 녀석을 떨쳐낼 수가 없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이 두 녀석은 계속 자신에게 붙어 공격했다.

그럼 저 브레스가 쏘아질 때 이 둘도 맞을 게 분명했다.

통각의 사제장은 더욱 격렬하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읏!! 야 솔로몬! 잘 좀 해봐! 왜 이리 둔해!”

바알은 점점 움직임이 느려지는 솔로몬에게 핀잔을 줬다.

“거 미안하군.”

솔로몬은 담담하게 말했다.

바알은 이상함을 느꼈다.

원래 이렇게 핀잔을 줬을 때 자신을 악마 새끼라면서 받아쳤지만, 너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바알, 솔로몬 슬슬 쏜다.

그리고 그 둘의 귀에 카리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흡!”

바알은 네 쌍의 날개를 펼쳐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솔로몬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야! 너!”

바알은 놀란 얼굴로 솔로몬을 봤다.

솔로몬은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신관장을 밀어붙였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둔해 보였던 공격들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바알은 그런 모습의 솔로몬을 보고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빨리 뒤로 가라.”

솔로몬이 말하자 바알은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봤다.

“뭔 개소...으악!!!!”

그러자 솔로몬은 바알의 날개 죽지를 잡고 저 멀리 던져버렸다.

“저 개새...!!!!!!”

바알이 날아가며 소리치려고 하자 끔찍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카리온의 힘과 로드의 힘을 합친 브레스가 솔로몬과 사제장을 덮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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