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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17화 (131/138)

〈 117화 〉 #116 주신의 기운

* * *

“로엔! 로엔!”

페르세스는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소리쳤다.

주변에 마물들이 많았지만, 페르세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페르세스는 우글거리는 마물들을 단칼에 베여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로엔!!!”

페르세스가 소리를 계속 질렀지만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아...”

페르세스를 따라 카리온도 달려왔다.

카리온은 하늘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음?”

카리온은 하늘에서 한 가지를 발견했다.

마물들과 싸우고 있는 둘.

노아스와... 요정?

저번에 봤던 요정.

에루였다.

“저 둘은 왜 같이 있는 거야?”

노아스와 에루.

정말 연도 없고 성격이 어울리지도 않는 둘이었다.

만사를 귀찮아하는 노아스와 사람들을 귀찮게 만드는 요정 에루.

에루야 같이 있으면 좋아할 수 있겠지만 노아스는 저런 녀석을 만나면 바로 도망갈 텐데, 어떻게 같이 힘을 합쳐 싸우고 있었다.

“바알.”

카리온이 입을 열자 이공간이 열리고 그곳에서 바알이 튀어나왔다.

바알은 바로 밑으로 내려가 마물들을 쓸어버렸다.

그리고 카리온도 그곳으로 내려갔다.

“엥?”

에루는 갑자기 나타난 악마가 주위를 쓸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의문이 가득찬 표정을 했다.

갑자기 어디서 저런 녀석이 나타난거지?

그래도 마물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되었다.

“바알인가?”

노아스는 그 악마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누군가를 찾는 듯.

“그래. 바알이 있으면 너도 있어야지.”

노아스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카리온을 바라봤다.

“노아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카리온이 노아스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긴.”

노아스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니네 도와주려고 마물을 죽이고 있지.”

“아니. 저 요정이랑 어떻게 같이 있냐고.”

카리온은 에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거야... 같이 있었으니까?”

카리온은 빤히 노아스를 쳐다봤다.

“아 원래 그 애송이 신이랑 같이 있었는데 어디 가야할 곳이 있다고 가더라고.”

“애송이 신? 로엔?”

“그래.”

카리온은 눈이 동그래지고 노아스의 어깨를 잡았다.

“로엔! 로엔은 어디 갔어? 무사해?”

“무사... 하지는 않는데. 아까 어떤 큰 폭발이 일어나더니 저 포탈 쪽으로 가더라고.”

“뭐?”

“포탈로 갔다고?”

언제왔는지 페르세스가 노아스의 뒤에서 말했다.

그리고 엘로아도 뒤에서 날라왔다.

“하아... 그 사고뭉치... 일단 우리랑 만날 생각부터 해야지...”

다들 한숨을 쉬었지만, 얼굴에서는 안도감이 나타났다.

“그것보다 무사하지 않다는 건 무슨 소리야?”

“그... 팔이 잘렸거든.”

다시 그 셋은 노아스에게 달려들어 마구 흔들었다.

“팔이? 팔이?????? 그런 애를 저기로 보낸 거야? 말렸어야지!!”

“으... 이 귀찮은 보호자들. 팔은 대충 조치를 해줬으니까 괜찮아.”

노아스가 그런 말을 해도 마신들은 불안한 얼굴을 지우지 못했다.

“야 니네. 그렇게 걱정되면 빨리 가든가. 왜 잘 싸우고 있던 정령왕한테 지랄이야?”

노아스는 짜증 난다는 얼굴을 하고 머리를 쓸어넘겼다.

마신들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뭐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러자 카리온이 입꼬리를 올렸다.

“너 나한테 그런 말 해도 돼?”

노아스는 눈이 동그래졌다.

“무...뭐! 뭐! 나도 이제 해방이라고!”

그런 노아스의 말에 카리온은 인상을 구겼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야! 야! 꼬맹이! 카리온한테 말해준다면서!”

노아스는 당황하면서 에루에게 말했다.

“아. 까먹었다. 헤헤.”

에루는 웃으면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요정의 기억력은 그 정도로 안 좋지 않다.

인간보다 좋으면 좋았지 그런 잠깐 사이에 까먹을 리가 없었다.

그저 만사에 귀찮아 보이는 노아스가 유일하게 강조한 게 그 말이라서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지 않았을 때 노아스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저...! 저! 저 요정! 야! 내가 이 꼬맹이를 신계에 보내주고 니네 구해줬다고! 너네 나 아니었으면 아직 나오지도 못했어!”

노아스는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흐음...? 그래? 그래서?”

“그래서라니! 그래서라니! 야 어떻게 그런... 내가 세상을 구했다니까? 내가 구해버렸다니까?”

“거짓말 아니야?”

카리온은 에루를 슬쩍 봤다.

“저는 몰라용~.”

“야!!! 꼬맹이!!!!”

노아스가 씩씩대면서 에루를 흔들었다.

“뭐 일단 바쁘니까 그건 나중에 말하고. 일단 내 부탁을 사용할게.”

“야!!!!!! 내가 구했는데 그 정도는 없애줘야...!”

“그러니까 없애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이야기해보자고. 지금 없애는 게 아니라.”

카리온의 말에 노아스의 얼굴에 절망이 떠올랐다.

후각의 사제장에게 배를 뚫렸을 때도 이런 표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음 끝에서부터 올라온 절망.

그런 절망이 노아스의 얼굴에 떠올랐다.

에레보스는 기운을 끌어올려 엄청난 수의 검은색 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구는 마치 조종하는 사람이 한 명씩 달린 것처럼 복잡하게 움직였다.

그 구들은 전부 교황을 노리고 날아갔다.

하지만 공격이 통하지는 않았다.

교황의 주위에서 사슬들이 나와 그 구들을 전부 쳐내기 시작했다.

나도 마신의 기운을 이용해 검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틈을 노려 그 검들을 날렸지만, 별 달라질게 없었다.

철벽 방어.

많은 수의 공격들은 전부 저 사슬들이 쳐내버렸다.

“아니 저 사슬들 뭐야?”

“자세히는 모르겠다. 일단 저것보다 더 골치 아픈 게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골치 아픈 거?”

“너도 주신의 기운을 다룰 수 있으니까 알 텐데 분해의 능력이다.”

근원.

그건 사실 내가 붙인 이름이고 정확한 명칭은 주신의 기운이 맞다.

주신이 사용하던 기운과 똑같은 것을 내가 만들어낸 거니까.

다른 마신들은 내가 붙인 명칭대로 근원이라고 부르지만, 에레보스는 그거에 대해서 모르니까.

“분해의 능력이 왜?”

“보여주마.”

에레보스는 갑자기 손에 엄청난 기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람 크기만 한 구.

하지만 이뿐이 아니었다.

기운이 넘쳐난다.

크기에 비해 기운이 넘쳐 빠져나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를 에레보스가 조절해서 크기를 줄이고 있었다.

압축.

보통 기운을 꺼내면 그 기운에 맞는 양으로 크기가 조절되지만, 기운의 양을 압축해서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다.

크기가 작을수록 눈에 띄지 않고 속도도 더 빠르게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더 잘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에레보스 손에 나타난 기운의 크기.

압축되었음에도 사람만 한 크기라는 건 엄청난 규모라는 소리다.

에레보스는 그런 기운을 만들어냈음에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기운 소모가 클 텐데...

에레보스는 그 기운을 교황에게 날렸다.

“이런 건 안 통한다고 했을 텐데.”

교황은 근원을 꺼내 들더니 그 근원이 팡 하고 터졌다.

그러자 날아가던 기운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더니 먼지처럼 변해버렸다.

그저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저...저런 게 가능해?”

나는 입을 벌렸다.

카리온이나 엘로아가 설명해줄 때 저런 거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해줬는데.

내가 들은 분해는 1이 있으면 1/2과 1/2로 나눈다는 느낌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저 기술은 아예 다르지 않은가.

1이 0이 되어버렸다.

아예 사라져버렸다.

“아직 주신의 기운을 잘 다루지는 못하나 보네.”

시간이 너무 부족했었다.

나도 열심히 노력하고 이것저것 연구를 했었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아니 그런데...

“지...진짜 주신이 있을 줄은 몰랐지!”

저건 완전 나의 상위호환 상대 아닌가!

옛날부터 주신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었던 주신을 상대할 줄은 몰랐다.

분명 에레보스가 주신을 이길 수 있을 때 오라고 했긴 했지만, 진짜 주신이 있을 줄은 몰랐지!

뭐 알았다고 하더라도 별로 달라지는 점은 없었겠지만, 알고 맞는 거 하고 모르고 맞는 거는 조금 다르지!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할 말은 없었다.

아니 살짝의 과민반응인가...

에레보스가 기운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말에 마음속으로 급발진을 해버렸다.

굉장한 기운을 가져와서 '이거 어때!' 하면서 기대감을 한껏 품고 말했더니 '별론데?'라는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사제장... 이겼다고..."

이 기운으로 사제장도 이겼는데...

“어쨌든 저 기술 때문에 큰 공격은 못한다.”

“으...”

저 기술 너무 사기 아니야?

물론 나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일 텐데 사용할 줄 모르잖아.

분해도 저번에 처음 해봤는데.

“일단 로엔. 저 기술에 대응할 방법부터 찾아라.”

“대응할 방법이라고 해도...”

기술을 없애버리는 기술인데...

“주신의 기운이라면 할 수 있다.”

에레보스는 그 말을 하고 앞으로 뛰쳐나가 교황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으...”

힌트라도 주던가.

주신을 직접 옆에서 오래 봤던 에레보스라면 여러가지 기술을 알고 있을 텐데 저렇게 나가버리는 에레보스가 미웠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나는 근원을 꺼내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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