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18화 (132/138)

〈 118화 〉 #117 주신의 힘

* * *

“기운을 사라지게 하는 기술이라...”

나는 아까의 상황을 생각해냈다.

그 기술은 기운을 다른 공간으로 날려버리거나 막는 기술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기운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보던 기술과는 아예 달랐다.

보통 어떤 기술을 보면 그 기술의 원리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저 기술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니 더 생각하기 힘들었다.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응용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내가 사용했던 분해는 아주 기본적인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분해도 잘 사용하지 못하는데 상대방의 분해능력은 아주 완벽했다.

이게 주신이 사용하는 근원인가...

주신과 모습만 같지 않다.

주신의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완전 같다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판단이었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다면 맞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진짜 주신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큰 차이가 하나 있었다.

근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였다.

아직 내가 가진 근원의 양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상대방은 근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차라리 노아스랑 있을 때 근원을 만들고 왔어야 됐는데라고 생각을 해봤지만 어차피 시간이 모자랐었다.

근원을 만드는데 보통 하루 정도가 걸렸다.

하루 동안 중간계에서 근원을 만들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근원을 소모전으로 사용한다면 내가 불리한 싸움이 될거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모전을 하면 할수록 나는 몸을 사려야 했다.

그런 점을 저 녀석은 분명히 알아채겠지.

내가 근원을 얼마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렇다고 근원을 아예 아껴버릴 수 없다.

마지막 상대다.

저 녀석만 이긴다면 우리의 싸움은 승리다.

나는 판단을 내렸다.

“아끼지... 않는다.”

상대방을 계속 간보기만 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정면 승부다.

나는 근원을 꺼내 들었다.

한 방울... 두 방울...

점점 근원은 모여들었다.

그리고 일곱 방울 정도를 모아서 주신에게 날렸다.

그 정도가 나의 최대 출력 정도였다.

근원을 한 번에 크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따로따로 여러 개의 기운을 움직일 수는 있지만, 한 번에 모아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압축.

근원을 모아놓고 사용할 때 제대로 압축할 수 있는 정도가 내 수준에서는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이 이상의 기운을 모아서 날린다면 근원이 제대로 압축되지 않아 기운이 다른 곳으로 세어나간다.

그래서 최대 효율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운의 양이 일곱 방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흠...”

주신은 나와 똑같이 대응했다.

근원을 손에 모았다.

그리고 모은 근원을 날려서 내 근원을 맞췄다.

“으...!!!!”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엄청난 폭풍이 일어나 우리를 밀쳐냈다.

그렇지만, 방금 전과 달랐다.

우리는 근원과 근원이 부딪힐 때 그런 폭풍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셋은 전부 그 폭풍을 나름대로 막았다.

하지만 나름대로 막은 거지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다.

다른 신들은 잘 막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으아아!!!”

나는 근원을 사용하지 않고 막으려 했으나 폭풍은 아까보다 더욱 강력했다.

내가 마신의 기운을 꺼내서 버텨보려고 했지만, 별 의미없는 보호막이었다.

폭풍에 의해 보호막이 깨지자 그대로 몸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으... 로엔...!”

에레보스는 날아가는 나를 봤다.

그대로 보호막을 푼 다음 나를 붙잡으러 갔다.

주신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윽!”

주신은 한 손에 검을 들고 에레보스를 노렸다.

에레보스는 기운을 꺼내 들어 자신의 손을 기운으로 감쌌다.

그리고 그 주먹으로 검을 막았다.

검은 막았지만, 기운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바람에 폭풍을 막지 못했다.

그대로 나와 에레보스는 폭풍에 휩쓸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주신 또한 불안정한 자세로 바닥에 박았다.

하지만, 주신이 받은 충격에 비해 우리가 받은 피해가 더 컸다.

“으... 아파라...”

나는 엉덩이를 문지르면서 혼잣말했다.

그러자 에레보스가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에게 핀잔을 줬다.

“그런 큰 기술 사용할 때는 좀 말해줘라. 갑자기 날아와서 깜짝 놀랐네.”

“아...알았어...”

페르세스랑 카리온은 기술들을 배우면서 내 돌발 행동에 대해 면역력이 있었지만, 에레보스는 그런 면역력이 없었다.

요즘 다른 마신들이 내 행동을 너무 잘 보조해줘서 평소처럼 행동해버렸네...

그것보다 나는 이번 행동에 대해 정리했다.

왜 근원은 분해하지 않는 것인가.

처음에 근원을 날렸을 때도 그렇고 근원은 근원으로 대응할 뿐, 분해하지 않았다.

폭풍을 유도해서 우리의 빈틈을 노리려고 했을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기엔 주신 본인도 폭풍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근원은... 해체하지 못한다는 건가?

물론 이게 사실이라면 상대방의 빈틈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몇 가지 있었다.

내가 상대방의 빈틈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상대방도 나의 빈틈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신은 계속 내 근원에 대응할 때 근원으로만 대응한다.

그렇다면 나도 주신의 근원에 대응할 때 근원으로만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주신에 비해 근원을 꺼내는 속도가 느리다.

주신은 어떤 방식으로 근원을 꺼내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기운을 사용하듯 기운을 꺼냈다.

그렇다면 이공간을 통해 근원을 꺼내는 나보다 빠르게 기운을 꺼낼 수 있다.

그럼 빈틈을 노리는 싸움을 할 때 내가 불리하다.

그럼 능력을 응용하는 방법에서는 어떨까.

그 부분도 불리하다.

그동안 내가 상대방들보다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성이었다.

갑자기 특이한 능력을 사용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능력에 대응하던 일들.

그런 의외성으로 상대방을 이길 수 있었다.

그럼 주신이라면 어떨까.

주신이 그동안 쌓아왔던 근원의 응용법들.

그런 것들을 겨우 의외성으로 이길 수 있을까?내가 갑자기 사용하는 기술도 주신이 사용해봤던 기술일 수도 있다.

그럼 그 기술의 약점도 알고 대응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사용해보지 않았던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비슷한 기술도 보지 못했을까?

언제나 창작의 기본은 모방이다.

나도 어떤 기술을 사용할 때 어디서 본 기술을 내 나름대로 바꿔서 사용했던 거다.

나의 의외성도 상대방이 당황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던 거지 담담하게 대응한다면 못 막을 정도의 공격들은 아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막막해지네...”

“그러게요...”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위를 보니 근원 한 방울이 떠있었다.

“미카미카!”

나하고 주신과의 다른 점.

유일하게 한 가지가 떠올랐다.

내 근원에는 미카미카가 들어있다.

“에? 그런데 어떻게 나온 거야?”

“아... 조금 친근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 나왔어요.”

“친근한? 아 주신님이...”

“아뇨아뇨. 저 앞에 있는 사람은 주신님이면서 주신님이 아니어서 무시했는데, 다른 존재가 느껴졌거든요.”

주신이면서... 주신이 아니다?

아니. 그것보다 주신 말고 다른 존재?

우리 앞에는 주신밖에 없는데?

“저 주신 모습을 한 녀석도 문제일 텐데... 저기 있는 녀석도 문제겠네요...”

저기 있는 녀석?

무슨 소리야...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미카미카는 내 얼굴을 움직여서 저 멀리 있는 존재를 보여줬다.

“저 녀석이요.”

그곳에는 사슬에 묶여있는 한 녀석이 보였다.

“이...이리나?”

갑자기 보이는 의외의 얼굴에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저 녀석도 광신도였으니까 여기 있는게 맞...겠지?

“저 녀석 이름이 이리나에요?”

“뭐 내가 아는 바로는?”

“이름이 바뀌었나...?”

미카미카는 의미 모를 소리를 했다.

“그럼 원래 이름은 뭔데?”

“아... 원래 저 녀석의 이름은...”

미카미카가 말하려 했지만, 가짜 주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훼방꾼들이 들어왔군.”

그러자 주신은 근원을 이리나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 근원은 이리나에게 들어갔고 이리나를 묶고 있었던 사슬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주신은 말했다.

“가브리엘. 지금 들어온 마신들을 맡아라.”

그러자 이리나의 주변에서 여러 개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이리나는 마치 기계음 같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미카엘을 처음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미카엘보다 좀 더 딱딱한 느낌.

미카엘은 편안한 분위기었지만, 저 녀석은 정말 기계 같은 느낌이었다.

“프로그램 가브리엘. 명을 받들겠습니다.”

가브리엘.

세상을 기록하는자.

분명 도서관에서 읽었던 근원이라는 책.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내용.

주신이 사라지고 나타난 녀석.

주신이 사라지면서 만들어진 녀석.

­지켜보는 자.

­세상을 지켜보는 자.

­세상을 기록하는 자.

­가브리엘.

그런 이름을 가진 녀석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