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120 맞지 않는 퍼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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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와 결합이라는 능력.
이 능력은 세상의 모든 능력을 만들어낸 최고의 능력이다.
우리가 가진 여러 가지의 힘들.
그런 힘들도 결국에는 주신의 능력이 여러 가지로 분해되어 만들어진 능력이다.
물론 근원으로 여러 가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모든 사람이 근원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람들은 그런 여러 가지 능력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페르세스의 체술.
카리온의 계약술과 소환술.
엘로아의 언령.
에레보스의 기운 다루는 기술까지.
이 모든 능력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니다.
모든 기술은 발전하기 전이 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용 방법이 탄생하기 전.
그 때 근원을 사용하는 사람과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싸운다면 누가 이기겠는가.
무조건 근원을 사용하는 사람이 이긴다.
근원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기술에 비해 뛰어나다.
다른 기술에 미숙한 사람보다 근원을 사용하는데 미숙한 사람이 더 강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기술들이 발전한 지금 내가 다른 마신들이나 신이랑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내가 마신이다 보니 기본적인 체급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마신은 기본적으로 다른 신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체급이 같다고 할 때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이기기 힘들 거다.
근원이라는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그런 뛰어난 기술들을 만들어 낸 근본적인 원인.
근본적인 기술.
그것이 바로 분해와 결합이다.
하지만 최상의 기술은 최강의 힘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뿐.
그럼 이런 최고의 기술이라 불리는 분해와 결합만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최고의 기술이라 불리는 분해와 결합의 경지에 오른 주신.
그 주신은 분해와 결합만으로 사람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이 답은 정해져 있다.
이기지 못한다.
아무리 최상위 기술이라고 해도 우리가 쌓아 올린 탑은 굉장히 높았다.
상대방이 아무리 분해와 결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주신이라고 해도 분해의 능력만 가지고 우리를 이기기는 힘들다.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너무 쉬운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냥 싸우면 된다.
그저 싸우고 이기면 된다.
정말 잠깐의 싸움이기는 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의 정보가 있었다.
저번에 카루아와 에레보스의 싸움까지 생각한다면 확실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저 가짜 주신은 계속 수비만 한다는 사실.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않는다.
큰 공격들은 흘리고 자잘한 공격들로 우리의 신경을 돌린다.
물론 말은 자잘한 공격이지만, 강한 공격들이다.
하지만, 주신이라는 명성에 비해 분명 약한 공격이다.
그러나 생각해야 될 점이 하나 있었다.
그럼 저 녀석은 왜 여기 있는 거지?
저 가짜 주신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사실.
분명 자신이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저 녀석이 주신에게 분리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주신의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럼 나를 제외한 다른 마신들의 강함 또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 무엇을 원하고 여기에서 계속 버티고 있지?
분명 에레보스는 풀려났고 제물은 더 이상 없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도망가고 다음을 도모하겠지.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다.
광신이 부활할 수 없는데?
차곡차곡 쌓아가던 퍼즐에 이상한 퍼즐 한 조각이 나타난 느낌이었다.
이상하다.
어디서 틀렸지?
분명 지금까지 알맞게 맞춰왔었다.
전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유도... 당한 거였나?
그러고 보니, 가장 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왜 우리와 정면전을 한 거지?
마신들을 가둘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굳이 정면전을 할 필요는 없었다.
엘리시를 납치할 때도 그렇게 소란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추리했던 사실들로 퍼즐을 맞춰 끼운 것과 다르게 유일하게 저 녀석들이 너무 친절하게 줬던 정보가 있었다.
신을 제물로 바쳐야... 광신이 탄생한다.
“에레보스. 여유 부릴 시간이 없을 거 같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에레보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운으로 주신의 사슬을 막으면서 말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정확하게는 설명하지 못하겠는데...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 불안한...”
쾅!!!!!!!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은 연쇄적으로 일어나 사슬들을 전부 다 쳐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 뒤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럼 대충이라도 설명해봐.”
왕관을 쓰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소녀.
엘로아가 우리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런 걸 알아내는 건 내 역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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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로엔쪽으로 간다.”
“뭐? 엘로아가 가는 거 보다 우리 둘 중 한 명이 가는 게 좋지 않겠어?”
엘로아의 말에 페르세스가 말했다.
“내가 직접 가서 상황파악을 해야겠다.”
“상황파악?”
“저 녀석이 믿을 수 있는 녀석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
엘로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자아를 지배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카리온과 아는 사이라는 점을 몰랐을까? 그리고 저 녀석이 저항할 수 있는지 몰랐을까?”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힘을 쥐어짜 내서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었음에도 자아를 지배당하고 있는 상태이면 그 사실조차 들킬 수 있다.
그리고 가브리엘이 정보를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를 위해 여기서 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면 주객전도다.
어차피 우리의 승리 조건은 광신의 부활저지지 저 녀석이 아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어떤 정보인지는 모르니 그 정보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어차피 로엔 혼자서 버티기도 힘들 테니 내가 상황파악이라도 할 겸사 먼저 가겠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자.”
그렇게 엘로아는 로엔쪽으로 향했다.
엘로아는 그동안 느낌이 좋지 않았다.
유도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에레보스를 구하러 갈 때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에레보스를 구하러 온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으니 구하러 오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다른 상황들이 너무 이상했다.
상대방은 계속 자신들의 패를 보여준다.
마치 이렇게 대처하면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듯한 느낌으로.
단체로 몰려와서 엘리시를 시끄럽게 납치하고, 에레보스를 잡아둔다는 조건으로 카루아도 풀어줬다.
어떻게 보면 상대방이 방심해서 그렇구나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들이 가진 어떤 패가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니었다.
교황의 턱 끝까지 다가왔는데도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과 같았다.
그럼 왜 자신들의 정보를 우리에게 대놓고 뿌린 거지?
싸우면 싸울수록 그 의문이 지워지지 않았다.
좋게 생각한다면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저들이 멍청해서 우리가 무난하게 상대방을 제압했다.
상대방이 자만했다.
그리고 이제 교황을 제압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끝일까?
이렇게 끝나는 게 맞을까?아니 이렇게 끝나기는 할까?
엘로아는 에레보스를 구하러 가기 전에 생각했다.
상대방의 함정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보험을 만들어 두자고.
그리고 모두에게 잠깐의 준비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그 동안 엘로아는 보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말이 보험일 뿐이다.
대가 없는 보상은 없듯 대가는 치러야 한다.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렇게 엘로아는 로엔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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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둘이서 싸워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덕담을 나누고 있지만은 않았다.
가면 갈수록 엘로아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물론 ‘왕관’으로 인해 받은 영향일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거다.
엘로아는 자기가 상처를 입었다고 얼굴에 티가 나지 않는다.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
물론 오래 봐온 우리로서는 그 무덤덤한 표정도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하지만, 엘로아의 인상이 구겨졌다는 사실은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엘로아가 유일하게 신경을 쓰는 것.
주변 사람들.
엘로아가 표정 변화도 적고 말도 딱딱하게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이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엘로아는 누구보다 주변인들을 신경 쓴다.
그렇기에 많은 연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를 신경쓸 수 없어지니까.
그런 지금 엘로아에게 큰 표정 변화는 한 가지만을 가리켰다.
상황이 좋지 않다.
분명 신관장도 전부 쓰러트리고 교황의 앞까지 온 상황임에도 그렇게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럼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엘로아가 부탁한 일부터 처리한다.”
자신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일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그 일은 엘로아에게 맡긴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한다.
어차피 그런 일을 고민해봤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 둘이 더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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