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121 가브리엘
* * *
“바알, 루카스. 페르세스의 움직임에 맞춰라.”
카리온은 바알과 루카스에게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페르세스의 무력.
그 무력에 루카스와 바알이 자신의 색깔을 뽐내려고 한다면 방해에 가까웠다.
잘못하면 페르세스의 능력에 휩쓸릴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차라리 뒤에서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 좋았다.
페르세스가 앞으로 나아가자 가브리엘이 페르세스에게 달려들었다.
가브리엘의 낫과 페르세스의 검이 맞부딪혔다.
그러자 큰 스파크가 터졌다.
페르세스의 기운과 가브리엘의 기운이 서로를 밀어냈다.
“흐읍...!”
페르세스는 심호흡을 하고 그 낫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신성력이라...”
카리온은 그 모습을 보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가브리엘이 사용하는 기운은 신성력이었다.
몸에서는 근원이 풍겨 나오기는 했지만, 사용하는 능력은 달랐다.
“페르세스. 저 녀석은 우리의 능력에 관해 전부 알고 있다.”
카리온은 가브리엘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냈다.
기록하는자.
아마 저 녀석은 우리에 대해 전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성장했는지부터 작은 습관까지.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페르세스.”
“알고 있어.”
차라리 이럴 때의 싸움 방법은 정해져 있다.
정공법.
압도적인 무력으로 상대방을 찍어누른다.
카캉
페르세스의 검과 가브리엘의 낫에서 갈리는 소리가 났다.
가브리엘은 분명 힘이 강하기는 하지만 페르세스 정도는 아니다.
아까 전에 기습적인 공격도 낫을 땅에 박아서 검을 막았다.
우리의 공격을 알고 있다면 그런 식으로 강하게 대응하면 공격들을 막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기습적인 공격이 아닌 그저 힘 싸움에서 강한 대응이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피하거나 맞부딪힌다.
이 두 가지 선택지만을 강요했다.
가브리엘은 주변은 슬쩍 보면서 계속 페르세스와 힘 싸움을 했다.
주변은 로드와 바알이 떠있었다.
“헬파이어.”
“헬파이어.”
가브리엘의 윗 쪽에서 바알과 로드는 동시에 마법을 사용했다.
커다란 두 개의 화염구는 양 쪽에서 동시에 가브리엘에게 날아갔다.
“시스템. 쉴드.”
아까 전에 사용했던 쉴드.
마법진이 나타나 아까처럼 커다랗게 변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마법진은 위를 막았다.
그 두 개의 불덩이는 마법진을 뒤덮었다.
그리고 뒤에서는 카리온이 신력을 끌어올렸다.
앞에는 페르세스, 위에는 바알과 로드.
뒤에는 카리온이었다.
카리온은 신력으로 에너지를 모아 가브리엘에게 쐈다.
“시스템. 강화.”
그러자 가브리엘의 머리 위에서 마법진이 강하게 빛났다.
“윽!”
가브리엘은 힘겨루기하고 있던 페르세스를 밀어냈다.
그리고 카리온이 날렸던 신력을 베어냈다.
“일검. 폭참낙룡.”
페르세스는 살짝 밀려난 채로 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을 감싸고 있던 붉은 기운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큰 궤적을 그렸다.
그 붉은 색 궤적은 마치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 같이 빠른 속도로 가브리엘에게 떨어졌다.
“윽...!”
가브리엘은 그 공격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공격을 낫으로 베어내려고 했지만, 물처럼 오는 공격을 베어낼 수는 없었다.
공격을 베자 물을 벤 것처럼 반으로 갈라져 그대로 떨어졌다.
“흐음...”
카리온은 그 모습을 보고 뒤로 빠졌다.
시스템이라는 능력은 한 가지밖에 시전하지 못하는 건가?
가브리엘 머리 위에 열려져 있는 마법진을 봤다.
불이 서서히 사스라 들자 그 마법진도 가브리엘에게 돌아왔다.
“어때.”
페르세스는 카리온 근처로 와서 물었다.
“가능 할 거 같네.”
“그럼 버티고 있을게.”
페르세스는 다시 가브리엘에게 달려들었다.
카리온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페르세스는 가브리엘의 움직임을 막고 카리온은 근원을 빼낸다.
이 둘이 정한 작전이었다.
간단한 작전이고 당연한 역할이라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다.
현재 세상에서 근원을 다룰 수 있는 존재는 딱 3명이다.
한 명은 주신.
주신의 능력인 만큼 당연한 소리다.
다음은 에레보스.
에레보스는 원래 주신의 절반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나눠 엘로아를 만들 수도 있었고 마계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신에게 봉인 당해 사용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로엔.
그런데 이 사용자들은 제외하고 세상에서 근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존재.
그 존재는 카리온이었다.
여러 가지 사용 방법에 관한 내용은 엘로아가 더 많이 알고 있었지만, 근원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
그런 부분은 카리온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로엔이 근원을 만들 때 계속 옆에서 조언을 해줬던 카리온.
이론적인 부분에서 약한 로엔을 대신해 그에 대한 부분을 옆에서 계속 공부했다.
물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쌓아왔던 지식들을 기반으로 이미 나와 있는 결과를 이해하면 되었기에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래도 가장 근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존재들이 근원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근원 자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낸 녀석은 로엔 밖에 없었으니까.
카리온은 근원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기운들이 합쳐져 있는 기운.
모든 기운들의 근본.
이 기운을 저 녀석에게서 어떻게 꺼내느냐.
원래 몸 속에 있는 기운을 없애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은 기운을 소모시키는 것이다.
저 녀석에 들어있는 근원은 저 녀석을 조종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그럼 굳이 저 녀석을 쓰러트리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사라진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 기운이 언제 사라지느냐가 문제였다.
그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너무 티가 나잖아?”
기운을 소모시키는 방법.
그 방법 중 가장 간단한 방법이 보였다.
시스템.
분명 신성력을 사용하는 저 녀석이 어떻게 마법진을 사용하는 기술을 쓰는가.
마법진은 말 그대로 마법.
마나를 사용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신성력을 사용하는 저 녀석이 사용한다?그럼 당연히 다른 능력으로 사용한다는 소리다.
“흐음...”
분명 방법은 알았는데 찜찜한 느낌이었다.
명쾌한 답을 도출해내지 못한 느낌.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게 맞겠지.
“흐읍!”
검과 낫이 부딪히며 스파크가 튀겼다.
“페르세스. 일단 계속 큰 기술 위주로 가자.”
페르세스는 카리온의 말을 듣자마자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검에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페르세스류...”
가브리엘은 바로 마법진을 사용했다.
페르세스가 취한 자세.
그 자세는 카리온도 잘 알고 있는 자세였다.
페르세스의 필살이라고 불리는 기술.
“시스템. 쉴드.”
커다란 보호막이 페르세스와 가브리엘 사이를 가로막았다.
“신 죽이기...!”
페르세스의 목소리가 그 장소를 울렸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자 페르세스는 자세를 바꾸고 보호막을 뛰어넘었다.
페이크.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지금 자신의 생각을 읽는 것은 아니다.
신 죽이기라는 기술은 생각의 힘이다.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한테만 쓸 수 있는 기술.
하지만 지금 가브리엘이 페르세스가 자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완벽한 자세를 취하면 막을 수 밖에 없다.
“페르세스류. 일도양단(一??).”
이번에도 달랐다.
페르세스의 입에서는 일도양단을 외쳤지만, 사용하는 기술은 만월 베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브리엘이 정확하게 막아냈다.
“반응속도는 좋네?”
페르세스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서 오는 기술은 장난스럽지 않았다.
“시스템. 강화.”
완벽하게 막혔다 보니 그 다음에 오는 기술은 제대로 막지 못했다.
“크흡!”
강화를 이룬 채로 휘두르는 낫은 묵직했다.
아주 크게 휘둘러 페르세스를 타격했다.
마치 야구선수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격이었다.
페르세스는 간신히 검으로 몸이 베이는 것은 막았지만, 몸에 들어오는 충격은 작지 않았다.
“쿨럭...”
평소의 페르세스였다면 버텼을 만한 타격이지만, 지금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요정들에게 치료를 받고 간신히 일어난 상태라서 작은 타격도 몸에 크게 다가왔다.
“페르세스...!”
카리온은 공격받은 페르세스를 보고 소리쳤다.
“괜찮아!”
페르세스는 바로 답했다.
“후우...”
카리온은 다시 집중했다.
페르세스가 최대한 자신에게 정보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계속 되면 페르세스는 버티지 못한다.
일단 중요해 보이는 정보 하나를 알아냈다.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는 정보.
그리고 근원을 소모한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이라는 기술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
“이 정도면 될 듯 싶네...”
카리온은 확신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