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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23화 (137/138)

〈 123화 〉 #122 등가교환

* * *

근원은 모든 기운들을 합쳐 만들어낸다.

그 모든 기운의 비율은 정확해야 한다.

근원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로엔이 근원을 만들어낼 때 카리온도 옆에서 근원을 만들어봤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그 이유는 정확한 비율을 조절하는 능력이 말도 안 되는 섬세함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로엔과 섬세함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하지만 로엔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의 특징.

감각.

로엔은 잘 모르는 감각이 로엔에게는 존재한다.

그저 뛰어난 동물적인 감각.

페르세스와는 다른 느낌의 동물적 감각이었다.

반응속도나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감각이 아닌 그저 어떤 것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아내는 감각.

보통 로엔이 불안할 때는 정확하지는 않아도 틀린 상황일 경우가 많았다.

로엔이 악의에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했던 이유도 이런 감각이 많이 도왔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의 보조로 로엔은 근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감각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로엔만의 힘이었다.

하지만 카리온은 근원을 만든다는 경험을 하면서 근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저 근원이 근원인지 파악하는 감각이 아닌 근원을 가지고 있을 때의 느낌.

그 느낌을 경험해봤다.

그 경험을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었다.

“바알, 루카스. 아까보다 더 강하게 가브리엘을 압박해라.”

그리고 카리온은 페르세스를 바라봤다.

“페르세스. 버텨줘. 부탁한다.”

페르세스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아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야.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신이야.”

그리고 아까와 다른 박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 신한테 하는 부탁이 버텨달라는 거냐.”

페르세스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원래라면 목이라도 베어줄 텐데 지금은 그러면 안 되니까.”

그리고 카리온의 앞에 섰다.

“반 정도만 죽이면 되지?”

페르세스의 몸에 붉은색 기운이 끌어 올랐다.

카리온은 그 모습을 본 후 마신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카리온 특유의 기운.

그리고 카리온의 특징.

계약.

계약은 보통 상호간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합의 없이 강제로 맺는 방법도 있었다.

등가교환.

상대방과 자신이 같은 조건으로 교환한다면 계약 없이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계약을 맺을 때 합의를 맺는다는 이유도 이 능력에 근거했다.

상대방이 느끼기에 조건이 자신이 느끼는 손해와 이득이 같다고 생각해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거였다.

“가브리엘과 계약을 맺는다.”

카리온이 말을 꺼내자 카리온의 기운이 가브리엘 쪽으로 갔다.

카리온 특유의 보라색 기운이 가브리엘과 카리온 사이의 선을 만들었다.

“교환한다.”

카리온이 가브리엘과 하는 교환.

그것은 자신이 가진 기운과 상대방이 가진 기운을 교환하는 것.

카리온은 전에 느꼈던 근원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가브리엘 몸 안에 있는 근원을 잡아냈다.

카리온은 자신의 기운과 그 근원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근원과 자신의 기운이 교환된다.

가브리엘의 몸 속에 근원은 사라지고 카리온의 기운이 차오른다.

“...!”

가브리엘은 갑자기 일어나는 자신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바로 카리온에게 달려들었다.

“어디 가게?”

하지만 그 앞을 페르세스가 가로막았다.

“시스템. 강화.”

가브리엘은 바로 시스템을 사용했다.

그리고 강한 힘으로 페르세스를 밀쳐내려고 했다.

­쾅!

검과 낫이 부딪치면서 엄청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가브리엘의 기운과 페르세스의 기운이 부딪히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아까까지는 가브리엘이 강화를 사용하기 전과 비슷하던 페르세스였다.

그리고 강화를 사용한 가브리엘에게는 버티지 못하고 밀려났었다.

“후우... 버텼다.”

이번엔 버텨냈다.

한 발자국도 밀려나지 않고 가만히 선 상태에서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가브리엘을 버텨내고 있었다.

오히려.

“으...!!!!”

밀어냈다.

가브리엘은 페르세스의 힘에 밀려 뒤로 점점 물러났다.

“흡!!!”

페르세스는 가브리엘을 밀어낸 후 검을 바로잡았다.

“화룡검무.”

페르세스의 몸 주위만 맴돌던 붉은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밀어낸 가브리엘에게 달려들었다.

붉은색 기운이 페르세스 주변에 일렁였다.

아까도 이런 기운이 있긴 했지만 아까보다 훨씬 진한 색깔이 되었다.

그리고 기운은 페르세스의 빠른 검에 맞춰 가브리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의 검무.

그 검무는 가브리엘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페르세스의 검을 낫으로 막더라도 검에 둘러져 있는 페르세스의 기운은 가브리엘의 몸을 태웠다.

마치 검에 감싸진 기운이 불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브리엘에게 화상을 입혔다.

또한 검과 낫이 부딪힐 때마다 그 충격과 페르세스의 기운이 가브리엘에게 영향을 끼친다.

분명 페르세스의 검을 낫으로 막았음에도 마치 페르세스가 가브리엘을 벤 것처럼 페르세스의 기운이 가브리엘에게 상처를 입혔다.

“시...시스템. 쉴드.”

가브리엘은 더는 버티지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시스템을 사용했다.

쉴드가 생겨 페르세스의 검을 막아냈지만 이가 끝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로드가 입에서 불을 모았다.

브레스.

가브리엘이 대응하지 못하도록 빠르게 브레스를 쐈다.

의도대로 가브리엘은 그 공격에 대응하지 못했다.

로드의 브레스는 가브리엘의 몸을 뒤덮었다.

가브리엘은 몸이 불타오르며 상처가 심해지자 입을 열었다.

“시스템. 회복.”

가브리엘은 다시 시스템을 사용했다.

바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불 속의 가브리엘에게 달려들었다.

“시스템. 넉백.”

가브리엘의 말과 함께 바알은 밀려났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페르세스가 보호막을 빙 돌아 가브리엘의 옆 쪽에서 나타났다.

“만월 베기.”

페르세스가 자세를 잡자 가브리엘이 처음에 페르세스의 만월 베기를 막았던 것처럼 땅에 낫을 박았다.

하지만 페르세스는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페이크.

상대방이 당연히 막을 것을 예상한 페이크였다.

원래라면 자세를 잡고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자세를 잡았을 때 이미 몸의 반동이 생겨 그 자세를 푸는데 시간이 걸린다.

상대방이 그 사이에 공격한다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자세를 바꾸는 동안 텀이 생기니까.

그러나 이미 페르세스는 알고 있었다.

상대방이 이 공격을 막을 거라고.

그것도 완벽한 대처로.

페르세스는 평소에 이런 페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경지에 오른 사람들끼리의 싸움에서 이런 페이크는 빈틈을 보여줄 뿐이니까.

그것도 이미 신 죽이기로 페이크를 한 번 사용했다.

그럼 상대방도 페이크를 인지한다.

더더욱 사용하면 안될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용했다.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상황이니까.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럼 자신이 절대 하지 않을 행동.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기술.

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도.

페르세스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

만월베기.

그래서 그 기술로 페이크를 넣었다.

가브리엘이 낫을 땅에 꽂는 행위는 만월 베기를 완벽하게 막는 방법이다.

낫을 땅에 꽂으면 횡으로 베는 검이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막힌 검을 뒤로 한 번 뺐다가 휘둘러야 하는데, 그때 가브리엘이 반격한다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완벽한 대처는 가브리엘에게 약점이 되었다.

낫을 땅에 박아서 막으면 낫을 빼는 동안의 텀이 있으니까 다른 공격에 대처하지 못한다.

특히 이런 페이크를 사용했을 때는 더더욱.

페르세스는 그대로 가브리엘에게 검을 꽂아넣었다.

“이렇게 하는 것도 힘들다니까.”

낫을 땅에 박은 상태로 쉴드까지 사용한 가브리엘이었다.

쉴드도 사용하지 못하고 낫으로도 페르세스의 검을 막지 못한다.

페르세스의 속도라면 이 정도 틈으로 상대방의 목도 벨 수 있었지만, 페르세스는 상대방의 급소를 피해 상대방의 왼쪽 어깨에 검을 찔러넣었다.

죽이면 안되는 상황이니까.

상대방의 급소를 노릴 수 있는 상황에 상대방을 끝내지 못했다.

그럼 그에 대한 반동도 있는 법.

­퍽!!

“윽!!!!!!”

가브리엘은 자신에게 검을 꽂아넣은 페르세스를 주먹으로 쳐냈다.

페르세스는 그 공격을 맞고 멀리 날아갔다.

페르세스는 검을 놓친 채로 나뒹굴었다.

가브리엘은 땅에 박은 낫을 뽑으려 양손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자 상처가 페르세스의 검에 꽂혀 너덜거리는 어깨 때문에 왼쪽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시스템. 회복.”

마법진이 움직이고 가브리엘의 어깨가 치료되기 시작했다.

페르세스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을 뻗자 검이 날아와 다시 페르세스의 손에 잡혔다.

엉망진창처럼 보이는 몸 상태.

“쿨럭...”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 가만히 서 있는데도 비틀거렸다.

페르세스는 버텨내기 위해 힘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힘을 계속 끌어올릴 수는 없었다.

“시스템. 강화.”

가브리엘은 말을 이어나갔다.

“시스템. 속박.”

그러자 비틀거리던 페르세스의 몸을 사슬들이 묶어냈다.

“시스템. 약화.”

가브리엘의 계속되는 시스템 능력.

가브리엘 사실상 페르세스에게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페르세스가 죽이지 않았다.

이미 한 번 그런 상황이 나왔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가브리엘은 약해져 있는 페르세스에게도 자신의 기술을 전부 사용했다.

약해졌을 때 끝낼 수 있도록.

“시스템...”

그리고 다시 가브리엘이 시스템을 사용하려 할 때였다.

“시...시스템... 시...시스...”

가브리엘은 말을 버벅이기 시작했다.

“페르세스 잘 버텨줬어.”

카리온은 미소를 지었다.

“시스템을 난발해라.”

카리온이 말하자 엄청난 수의 마법진이 가브리엘의 머리 위에 생겼다.

“쿨럭...뭐...뭐야?”

페르세스는 묶여있는 채로 의아한 눈을 했다.

분명 카리온이 근원을 전부 교체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이렇게 시간이 적게 걸릴 수가 없었다.

“안에 있는 근원을 내 근원으로 교체했어.”

“뭐?”

카리온은 근원 자체를 자신의 기운과 교체하지 않았다.

근원의 이론.

근원은 원래 근원 그 자체이지만 로엔의 이론에 근거해서 보자면 여러 가지 기운으로 나눌 수가 있었다.

정령의 기운, 마신의 기운, 신력 같이 말이다.

카리온은 이 이론을 생각해내서 근원을 나눠서 봤다.

근원을 그저 한 덩어리의 근원으로 보지 않고 여러 가지가 나눠져 있는 부위별로 보고 교환을 시작했다.

그리고 근원 속에 있는 마신의 기운을 골라냈다.

근원 속에 있는 신력도 골라냈다.

그리고 근원 속 두 가지를 자신이 가진 기운과 교환하기 시작했다.

나누지 않은 채로 근원과 자신의 기운을 교체한다면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 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같은 기운끼리만 해체해서 교환한다면 그저 근원과 교환하는 것보다 시간이 빨랐다.

카리온은 근원을 느꼈던 적이 있다.

실패하기는 했지만 만드는 경험도 직접 해봤고 간접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도 봤다.

그런데도 카리온이 근원을 만드는 데 실패했던 이유는 기운의 조절 실패.

정확하게 3가지 기운을 조절해서 만들어내야 하는데 미세한 조절을 할 수가 없어 실패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냈다.

등가교환.

카리온은 신력과 마신의 기운을 근원 속의 기운들과 교체했다.

그러자 계약을 통한 등가교환으로 인해 정확한 양이 교환되었다.

정확히 양이 교체되다 보니 근원은 유지되었고 근원에는 점점 카리온의 기운이 차올랐다.

정확하게 근원의 양은 유지되면서 카리온의 기운과 교체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된 결과 근원에는 카리온의 기운이 절반 이상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원은 주도권이 변경되었다.

로엔과 노아스의 상황을 고려해 낸 작전이었다.

분명 정령의 기운은 노아스의 소유였는데도 근원의 소유권은 로엔에게 있었다.

신력과 마신의 기운.

3분의 2가 로엔의 기운이었기에 소유권이 로엔에게 있었다.

그래서 카리온은 생각했다.

'저 기운들의 절반에 자신의 기운을 채워넣는다면 저 근원은 내 소유가 되지 않을까?'

카리온은 기운을 교체해 근원에 자신의 기운이 절반 이상 넘어가자 근원이 자신의 소유가 된 것을 느꼈다.

간접적으로 근원을 느꼈을 때의 그 기분.

그 느낌이 카리온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근원의 소유권이 넘어오자 가브리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카리온은 웃으면서 다시 가브리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근원을 전부 소비할 때까지 시스템을 사용해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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