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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24화 (138/138)

〈 124화 〉 #123 광신의 계획

* * *

“으...”

가브리엘은 카리온의 명령대로 시스템을 난발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그 후 가브리엘은 행동을 멈추고 쓰러졌다.

그리고 머리 위에 있던 링과 마법진들이 전부 사라졌다.

흰색을 띠던 머리색은 색이 차올라 검은색으로 변했다.

“정신이 좀 드나?”

“네... 어느 정도는...”

가브리엘은 머리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아... 주신... 주신님이...”

“주신?”

가브리엘의 말에 카리온이 의문을 표했다.

“아니지... 그보다 빨리 가야 합니다.”

“니만 아는 소리 하지 말고 좀 설명해봐.”

페르세스는 횡설수설하는 가브리엘에게 짜증 냈다.

“광신... 그러니까 봉인된 에레보스가 계획을 꾸미고 있습니다.”

“계획? 그 녀석이 계획을 어떻게 꾸며. 분명 갇혀 있을...”

“본체는 갇혀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나와 있습니다.”

“다른 방법?”

가브리엘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에레보스가 봉인된 장소에는 에레보스만 있는 게 아닙니다.”

“뭐?”

카리온과 페르세스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곳에는 주신님 또한 갇혀계십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주신님은 에레보스를 봉인할 때 한 가지 실수하셨습니다.”

“실수?”

“아니... 실수라기보다는 본인이 의도하신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게 뭔데? 돌려 말하는 건 딱 질색이니까 빨리 말해.”

페르세스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주신님은 에레보스님을 분해하실 때 중간계에 분노하는 정신을 가장 중점적으로 나누긴 했지만, 한 가지 더 중요하게 분해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한 손가락을 들고 말했다.

“동료... 모두를 아끼는 마음입니다.

가브리엘은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주신님은 현재 에레보스에게 동료를 아끼는 마음을 모두 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갇혀 있는 광신에게는 동료를 아끼는 마음 따위는 없어지게 됐죠.”

말을 이어나갔다.

“주신님은 에레보스를 나눈 다음 광신을 봉인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계를 만드신 후라서 힘이 부족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봉인하기가 쉽지 않았죠.”

봉인하려면 봉인하는 존재보다 더 큰 힘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직접 봉인되는 공간에 들어가서 그 봉인된 공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육체는 이미 소모된 상태라서 정신체로만 들어가셨죠.”

봉인한 공간을 유지함과 동시에 감시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원히 보수가 가능한 감옥이 될 수 있다.

주신은 그렇게 완벽한 감옥을 만드려고 했다.

“주신님이...”

“그럼 동료를 아끼는 마음을 뺐다는 게 왜 실수인데.”

카리온이 가브리엘에게 물었다.

“주신님이 그 공간에 들어가신 후가 문제였습니다. 정신체 두 개가 한 공간에 봉인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지금까지 이공간을 많이 만들었던 카리온.

봉인하는 공간 또한 많이 만들어봤다.

카리온은 생각했다.

한 공간에 육체가 없이 정신만 봉인한다.

그럼...

“동화가... 이루어지지.”

육체가 없이 한 공간에 정신들을 봉인하면 그 정신들은 서로 뭉치기 시작한다.

두 정신은 서로 얽혀 한 개의 정신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육체는 정신을 가두는 공간이다.

가두는 공간임과 동시에 정신을 보호하는 공간이다.

주신처럼 한 공간에 두 정신을 놔둔다면 그 공간은 육체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럼 그 두 정신 계속 두 개의 정신으로 따로 존재할 수가 없다.

“맞습니다. 주신님은 광신과 동화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광신 또한 이를 알아챘죠.”

“광신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자신과 동화된 주신의 정신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밖의 세상에 나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떻게? 동화된다고 하더라도 주신이 봉인을 해제할 정도로 동화가 되지는 않을 텐데?”

동화가 이뤄진다는 소리는 주신이 에레보스에게도 동화가 되지만 에레보스도 주신에게 동화된다.

아무리 동화가 되더라도 완전히 상대방 정신과 똑같아지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한 정신은 잃지 않고 약한 마음만이 상대방에게 침식당할 뿐이다.

주신이 광신을 내보내지 않는다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그 정신은 잃지 않는다.

“주신님은 분명 광신을 봉인해야 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약한 마음이 하나 있었습니다.”

“약한 마음이라면...”

“에레보스에 대한 동정심. 에레보스가 이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밖에서 자신과 에레보스도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주신님을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페르세스와 카리온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자신들이 세상을 멸망시킬 때 에레보스는 세상에 대한 분노만 있지 않았다.

주신에 대한 동정심.

자신의 몸을 바쳐서 까지 중간계를 만들어낸 주신에 대한 동정심도 있었다.

옛날부터 주신과 에레보스 이 둘은 정말 사이에 끼어들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진 사이였다.

세상에 아무도 없을 때부터 같이 지냈던 둘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다 보니 에레보스의 분노도 컸던 것이었다.

“그 침식된 마음을 광신은 이용했습니다. 광신은 근원을 이용해서 봉인을 지키려는 주신과 동정심을 갖은 주신을 분해했습니다.”

“뭐?”

분해...

“그게... 가능해?”

분명 봉인되었다는 소리는 힘도 봉인되었다는 소리다.

“아까도 말했듯 주신님은 불완전한 상태에서 광신을 봉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약간의 힘은 남아있었죠.”

“그럴 수가...”

“다행히 에레보스의 힘도 불완전해서 분해도 불완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에레보스가 탈출할 수 있는 원인이 되었죠.”

“그럼... 지금 로엔이 상대하고 있는 상대는...”

“주신님입니다. 물론 완전한 주신님은 아니지만...”

“그럼 주신의 실수는...”

주신의 실수는 동료를 아끼는 마음을 광신에게서 없애는 바람에...

“에레보스가 주신을 아끼는 마음까지 사라지게 한거였나...”

아끼는 사람을 나눠버리고 이용한다.

원래의 에레보스라면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다.

에레보스가 아니더라도 누구도 하지 않을 행동이다.

하지만 그 실수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버렸다.

카리온은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럼 주신이 나온건가?”

“맞습니다.”

주신이 봉인한 공간.

그러므로 주신은 그 공간에서 나올 수 있다.

광신은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저 주신을 내보낸게 아니라 근원도 가진 채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불완전한 힘이죠.”

“그럼 빨리 그 주신을 잡아야겠네.”

“물론 그 주신님을 붙잡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상황이 더 문제입니다.”

“상황이라니... 나쁘지 않은 상황 아니야?”

“아닙니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뭐?”

“지금 모두들 착각하고 계신 게 있습니다. 왜 신을 제물로 바치는 상황을 막으면 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을... 제물로...

“그것만 막으면 광신이 부활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광신을 부활시키는 조건이 다릅니다.”

페르세스와 카리온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광신을 부활시키는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힘. 그 조건은 광신도들이 사람의 정신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충족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밖의 상황을 아시지 않습니까.”

“전...쟁.”

“맞습니다. 전쟁으로 수 많은 천사, 드래곤, 인간 거기에 신관장까지. 그 모든 게 제물입니다.”

“...속았다는 건가?”

이미 사람들의 정신을 제물로 바쳐 어느 정도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하고 신을 제물로 바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밖의 사람들과 마물.

그리고 우리가 쓰러트렸던 신관장까지...

모두가 제물이었다.

“이 공간과 1차원을 이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

“이 모든 공간이... 제단이었다는 소리인가?”

“맞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광신의 소환장소는 이곳이 되야하죠.”

카리온은 서서히 두통이 느껴졌다.

모든 게 광신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럼 신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도...”

“그건 좀 다릅니다. 맞으면서도 틀리죠.”

가브리엘은 의미심장한 얼굴을 했다.

“사실 신을 바치는 이유는 신의 기운으로 봉인을 풀려고가 아니라 광신의 육체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광신의... 육체...”

광신은 현재 정신체로 존재한다.

그럼 그 정신이 들어갈 육체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어떤 신을 육체로 쓸지는 광신이 이미 정해뒀습니다.”

“정해뒀다고?”

“여러분은 속으신 겁니다. 엘리시를 납치한 것도 에레보스가 제물이라고 묶어뒀던 것도. 모두 여러분을 유도하기 위한 속임수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광신은 원래 자신의 몸을 되찾으려고 했습니다. 에레보스의 육체가 가장 최고의 육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근원도 쓸 수 있고 다른 능력들도 뛰어난...”

페르세스는 가브리엘의 어깨를 잡았다.

“그래서 누가 제물이라는 소리인데!!!”

“페르세스 진정해.”

카리온은 그런 페르세스를 막았다.

“광신은 세상을 둘러보다가 어떤 신을 발견했습니다. 발견한 건 저이지만요.”

“설마...”

“맞습니다. 그 신은 감각이 엄청나게 뛰어나고 마신이라는 조건까지 갖췄습니다.”

감각이 뛰어난 신.

“그리고 광신은 저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기록하는 자로서 근원에 대한 힌트를 그녀에게 넘기라고요.”

근원을 사용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신은 광신의 기대대로 근원까지 다루게 되었죠.”

마신, 근원을 사용할 수 있는, 그리고 육체의 감각이 엄청나게 뛰어난.

광신에게 가장 좋은 조건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전쟁을 일으키고 신이라는 제물로 마신들을 유도해서 그 신을 이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작전. 그 작전에 여러분은 휩쓸리셨습니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입을 열었다.

“로엔... 분노의 마신 로엔은 광신이 선택한 육체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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