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128 광신의 약점
* * *
“로엔!”
카리온의 뒤에 있는 에레보스의 모습이 보였다.
“에레보스! 괜찮아?”
에레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괜찮다. 너야말로 괜찮아?”
“응...!”
다행이다.
나는 에레보스와 페르세스가 폭발에 휩쓸린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페르세스는?”
에레보스의 뒤에서 페르세스와 엘로아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후... 죽는 줄 알았네... 제대로 맞았으면 죽었겠는걸?”
페르세스는 살짝 장난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상태는 여전히 안 좋아 보였다.
아마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장난스럽게 말한 듯싶었다.
그래도 큰 상처는 입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자 옆에서 미카엘이 물었다.
“로엔님. 느끼셨습니까?”
“너도 느꼈어?”
다른 마신들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분명히 느꼈다,
주신의 목소리.
물리적으로 들은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머릿속에 직접 말하는 느낌이었다.
전언을 듣는 듯한 느낌.
분명 광신이 가브리엘에게 근원을 넣었을 때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졌던 두통.
광신도 주춤거렸던 것을 보면 광신 또한 두통을 느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미카엘의 말을 생각해본다면 미카엘 또한 느꼈던 것이다.
나는 옆에 있는 가브리엘을 바라봤다.
그러자 가브리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열쇠.
나는 미카엘과 가브리엘이 말했던 열쇠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열쇠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마 그 내용에 대해는 미카엘과 가브리엘 또한 모르는 거 같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한 정답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페르세스의 큰 기술조차 상처를 입히지 못했던 광신이다.
그런 광신이 주춤하며 우리를 밀어냈다.
약점.
저 완벽해 보이는 광신에게도 약점이 있다.
내가 이 내용에 대해 다른 마신들에게 말하자 에레보스가 입을 열었다.
"아마 근원을 사용하는 자와 싸워본 적이 없어 일어난 실수인 것 같군."
"그럼...!"
"정답에 가까운 방법이다."
그러자 광신이 입을 열었다.
“하아... 이 이상 시간을 끌면 위험하겠네.”
광신은 머리를 매만졌다.
“역시 몸이 몸이라서 그런지 아직 완벽하지가 않군.”
광신은 머리 뒤에가 뚫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부분이 점점 수복되고 있었다.
그 현상은 우리 모두 본 적이 있었다.
통각의 능력.
통각의 사제장이 가지고 있던 회복의 능력이었다.
아마 머리가 찔렸는데도 불구하고 꿈쩍하지 않았던 것도 그 능력이었던 것 같았다.
“그만 놀고 다 죽여주마.”
광신은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우리 모두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였다.
“흡...!”
하지만 페르세스는 반응해냈다.
광신이 빠른 속도로 달려와 검으로 엘로아를 찌르려고 했으나 페르세스가 검으로 광신을 막아냈다.
“완전한 상태에서도 날 이기지 못할 텐데?”
그러나 페르세스의 상태는 엉망이었기에 검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윽!!”
페르세스는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
“페르세스!!”
“네오트론.”
에레보스가 말하자 아까 생성해뒀던 검은색 구가 광신의 뒤에서 나타났다.
“야. 냄새가 난다고 냄새가.”
후각의 능력.
광신은 뒤에 검은색 구가 나타나자마자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루카스, 바알!”
그러자 광신의 양옆에 로드와 바알이 나타났다.
로드는 숨을 들이켰고 바알은 손에 기운을 모았다.
그리고 로드는 브레스를 사용했고 바알은 자신의 기운을 쐈다.
바알의 검은색 기운과 로드의 브레스가 광신을 뒤덮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 기운들이 잦아들었다.
광신이 그 기운들을 입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기운들이 사라지자 입맛을 다셨다.
“별로 맛있지는 않네.”
그리고 카리온을 바라봤다.
“맛없는 건 뱉어야지.”
광신은 빠른 속도로 카리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카리온의 앞에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아까 나왔던 기운들이 광신의 입에서 나왔다.
“윽!!”
카리온은 조금 전에 있었던 기운들을 정통으로 맞았다.
너무 가까이 있어 피하거나 막을 여유가 되지 않았다.
“[멈춰라.]”
엘로아는 광신에게 언령을 사용했다.
저런 속도로 움직인다면 우리의 기술을 맞출 수 없었기에 이동을 제한하려 했다.
“하하...”
광신의 몸이 순식간에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그 모습은 엘로아와 똑같았다.
왕관을 쓰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시각의...”
페르세스가 작게 말했다.
“[풀어라.]”
“크윽...!”
그러자 엘로아가 피를 토해냈다.
거부 반응.
언령을 사용했으나 상대가 그 언령을 튕겨내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반동으로 인해 내상을 입었다.
광신은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너 상태가 지금 말이 아니구나?”
광신은 섬뜩하게 말했다.
“페르세스보다 더 안 좋아 보이는데?”
그리고 근원을 꺼내 들었다.
“첫 희생자로 아주 적절해.”
그리고 그 근원들을 엘로아에게 날렸다.
“근원을...!”
“로엔! 안됩니다!”
내가 근원을 사용해 막으려고 하자 가브리엘이 막았다.
“네오트론!”
대신 에레보스가 아까처럼 검은색 구를 움직였다.
검은색 구는 근원을 빨아들였다.
“그 기술 뭐야? 가브리엘의 지식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는데도 예측이 가지 않는데?”
“과학과 마법의 정수라고 말해두지.”
에레보스와 광신은 말을 나눴다.
다행이다.
에레보스는 아직 힘이 있어보였다.
저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근원이나 다른 기술도 전부 막아냈다.
하지만...
“후...”
나는 가브리엘을 봤다.
“왜 막은 거야! 에레보스가 막지 않았으면!”
“로엔. 지금은 당신이 집중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뭐?”
“언제까지 막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근원도 얼마 남지 않았고요.”
“으...읏...”
나는 이를 물었다.
그렇다.
나는 근원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이대로 근원을 방어에 사용하다간 근원을 전부 소모해버리고 말았다.
승리를 위해서는 공격을 해야 한다.
다른 마신들은 계속 공격해도, 광신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희망을 봤다.
“아까... 광신도 연결되었던 거지.”
“...맞습니다.”
광신이 가브리엘의 몸을 빼앗으려고 할 때 광신에 대한 것이 보였다.
우리 셋이 이어져 있던 연결고리 속에 광신이 들어왔었다.
그리고 주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면...
“아직... 불완전하다는 소리네.”
가브리엘이 주신의 정신이 거의 먹혔다고 했으나 완전히 먹힌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아직은 가브리엘과 미카엘 그리고 나의 연결 고리처럼 이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럼 주신의 힘 또한 전부 가져가지 못했다는 소리고 아직 정신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소리기도 하다.
그리고 광신이 했던 말.
불완전한 몸.
지금 광신의 상태는 한 마디로 불안정하다는 소리다.
아직 탄생한 지 얼마 안돼서 그런 것인지 주신과 제대로 동화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불안정하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지금밖에 없다는 소리인가...”
이게 결론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아까는 어쩌다가 가브리엘에게 근원을 넣어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어떻게 광신을 다시 이 연결 고리에 넣느냐가 문제였다.
아니. 연결 고리에 넣는 게 최선의 방법일까?
광신이 다시 가브리엘에게 근원을 넣을 일은 없다.
이미 한 실수를 또 하지는 않을 거다.
그럼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상대가 내 쪽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내가 상대방 쪽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내 연결고리에 들어왔을 때 분명 광신은 큰 두통을 느꼈다.
나도 그렇고.
그 고통은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두통이었다.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그 증거로 우리를 밀쳐내고 근원을 빼낸게 아니라 근원을 빼내고 우리를 밀쳐냈다.
그리고 나 또한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사실을 근거로 한다면광신을 묶어낼 수 있다는결론을 내릴 수 있다.
어떤 기술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
그리고 불완전한 육체.
그럼 아무리 약해져 있는 마신들이라고 해도 광신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다.
상대방의 연결고리.
주신과 광신의 연결고리.
그곳으로 내가 들어가야 한다.
나는 근원을 바라봤다.
그 방법은 결합.
내 근원과 상대의 근원을 결합한다.
그래서 그 사이에 들어간다.
그 방법밖에 없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잘못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
나도 주신처럼 광신에게 동화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페르세스는 겨우 일어서고 있지만, 사실상 싸울 수 없는 상태다.
엘로아도 광신의 말대로라면 더 이상 싸우기 힘들었다.
카리온과 에레보스는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았지만, 둘 또한 기운을 많이 소모한 상태일거다.
우리 모두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상대는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 중 가장 강한 상대다.
사실상 이기기 힘들다.
지금까지의 싸움만 보더라도 너무 일방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도박일지라도, 해야만 했다.
“에레보스.”
내가 부르자 에레보스가 뒤를 돌아봤다.
“광신을 잠시만 붙잡아줄 수 있어?”
에레보스는 나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할 수 있겠어?”
걱정하는 눈이었다.
“해봐야지.”
그러자 에레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주마.”
“가능하겠어?”
내가 묻자 에레보스는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해봐야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