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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30화 (101/138)

〈 130화 〉 #129 한 번의 기회

* * *

에레보스는 팔을 걷어붙이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카리온, 엘로아와 페르세스의 상태는 알고 있지?”

카리온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꺼냈다.

“가능성은 있어 보여?”

“붙잡는 거까지는 문제가 없다. 한 번 정도는 붙잡을 수 있겠지. 하지만 능력까지 봉인할 수는 없다. 그저 붙잡는 게 다야.”

카리온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후... 그래. 한 번 해보자.”

“로엔. 기회는 한 번이다.”

에레보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엘, 가브리엘 너희는 나 좀 도와줘.”

“알겠습니다.”

“네. 로엔님.”

에레보스는 아까부터 사용하던 ‘네오트론’을 하늘로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신에게 말했다.

“이 기술이 왜 과학과 마법의 결정체인지 알아?”

“또 무슨 시답잖은 소리를 하려고 그래?”

광신은 에레보스의 말에 대놓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에레보스는 이를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네오트론은 그저 빨아들이는 게 끝이 아니거든.”

그러자 ‘네오트론’은 엄청난 중력을 발생시켰다.

“읏...!”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마냥 강한 힘이었다.

“네오트론은 준비과정이야. 주변에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점점 그 힘들을 압축하는 거지.”

땅에 있는 돌이나 재단의 파편들이 전부 네오트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조금 느낌이 달랐다.

포탈같이 다른 공간으로 빨아들이는 느낌이 아니었다.

파편들이 그 검은색 구에 닿으면 바스러지고 그 검은 구에 압축되는 느낌이었다.

“중력의 힘으로 다른 기운이나 물건들을 계속 압축하는 능력. 그게 네오트론이다.”

에레보스는 웃음을 지었다.

강한 중력에 의해 주변에 모든 물건이 떠올랐다.

물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도 빨아들였다.

"으..."

우리는 기운을 사용해서 간신히 버텨냈다.

하지만 에레보스는 머리카락만 휘날릴 뿐 꿈쩍하지 않았다.

“윽...!”

광신도 그 중력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버텨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게 빨아들인다고 내가 꿈쩍할 거 같느냐.”

광신은 ‘네오트론’의 중력을 무시하고 에레보스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그렇게 말하자 ‘네오트론’은 더 강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게 왜 마법과 과학의 정수인지 알아?”

에레보스는 한 손을 하늘로 뻗었다.

“저 검은색 구는 그저 내 능력이 아니라 마법으로 만들어낸 작은 별이거든.”

그리고 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엄청난 밀도를 가지고 있는 별.”

‘네오트론’은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 별이 강한 중력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그럼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밀도를 가지게 되지.”

그리고 주변에 밝은 빛의 띠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빛의 띠는 검은색 구를 감쌌다.

마치 실처럼 만들어진 여러 가닥의 빛은 구를 맴돌았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우리에게 다른 느낌을 줬다.

폭풍 전야의 느낌이었다.

“그럼 그 별은 터져 새로운 영역을 만들게 된다. ‘시공간의 구멍’이라 불리는 존재를.”

­우우우웅!!!!!!!!!!!!!!!!!!!!!!!!!!!!!!!!

‘네오트론’은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은 불꽃이 튀는 폭발은 아니었다.

그저 삼켰던 것들이 뱉어내는 느낌이었다.

그 삼켰던 것들을 전부 튀어나오다가 멈췄다.

튀어나오던 것들의 모든 움직임이 멈춘 것이었다.

마치 시공간이 멈춘 것 같이 주변에 어떠한 소리도, 움직임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에레보스가 말했다.

“세상을 집어삼켜라. 블랙홀.”

­콰아아아아아!!!!!!!!!!!

“윽!!”

“흡!!”

‘네오트론’이었던 검은색 구는 제한 없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뱉어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삼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에레보스의 제어가 없이 그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바알, 루카스! 페르세스와 엘로아를!!”

카리온이 소리치자 바알과 로드는 바로 페르세스와 엘로아를 붙잡고 버티기 시작했다.

“으...! 이런 걸로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지? 내가 저기에 휩쓸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광신은 에레보스에게 소리쳤다.

“아니, 우리도 버틸 수 있는데 너도 버텨내겠지. 하지만 ‘네오트론’과 다르게 블랙홀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거든.”

에레보스는 들고 있던 손을 광신을 가리키며 내렸다.

“주변에 있으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라는.”

그러자 블랙홀이 앞과 광신의 뒤에 포탈이 열렸다.

광신은 그 포탈에 의해 블랙홀에 묶였다.

“이게 무슨...!!! 크으으으아!!!!!”

“로엔!!! 지금이다!!!”

“알겠어!!”

에레보스가 준 기회.

유일한 한 번.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한 번.

나는 근원으로 검을 만들어냈다.

미카엘과 가브리엘이 나와 이어진 다음 나는 주신과 비슷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계속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대체 내가 주신과 뭐가 비슷해졌는지.

“분해할 수 있도록 해줘!”

내가 근원에게 명령을 내리자,이내 나는 지금 그 뜻에 대해 깨달았다.

“아...”

분해와 결합.

내가 완벽하게 사용하지 못하던 이 두 기술.

이 두 기술을 다른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선을 끊고 붙이고가 아닌 그저 근원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선을 잇고 붙이는 행위는 사실 내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각화해준 능력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분해와 결합은 근원을 사용하듯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미카엘과 가브리엘이 이어지자 얻게 된 것이다.

이제 이 근원을 상대방에게 닿게만 하면 분해와 결합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가브리엘과 미카엘을 바라봤다.

둘 다 이 사실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브리엘과 미카엘이 나를 밀어주기 시작했다.

블랙홀의 중력에 저항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중력에 몸을 맡기고 광신에게 빠르게 날아갈 수도 있었지만, 정확하게 광신을 노리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한 걸음씩 나아갔다.

광신의 앞으로 다가갔다.

검을 앞으로 향하고.

“으...안된다!!! 안된다...!!!!!!!!”

광신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광신 앞에 섰다.

이제 찔러 넣기만 하면...!

나는 서서히 손을 뻗어 광신에게 검을 찔러넣으려고 했다.

“안된다!!!!! 안돼......라고 할 줄 알았느냐?”

갑자기 광신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광신의 모습이 지금의 에레보스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이 힘을 거부할 수 있겠지.”

그러더니 광신의 손에 검이 생겨났다.

어...어떻게.

나는 당황했다.

중력의 힘을 가브리엘과 미카엘이 밀어줘 겨우 버티고 있는데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속에 있는 근원을 전부 분해하라.”

광신은 근원으로 만든 검에 명령을 내리고 검을 휘둘렀다.

앞으로 뻗고 있던 내 팔을 빠르게 베어냈다.

"뭐야 이 팔은?"

하지만 검을 잡고 있던 내 팔은 에루와 노아스가 만들어준 팔이었다.

내 몸이 아닌 인공적인 팔.

그래서 내 속에 있는 근원이 분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뭐 다시 베면 되지."

그리고 광신은 다시 자신의 검에 명령을 내렸다.

"근원을 분해하라."

그리고 나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로엔!!!!!!!”

그러자 멀리서 큰 소리가 들렸다.

내가 눈을 뜨자 내 앞에 있던 광신이 사라져 있었다.

어떻게 된...?

그러자 에레보스의 등이 보였다.

분명 이 위치는...

“로엔!!!!!!!!!!!!!! 쿨럭...”

그러자 저 멀리 광신의 모습과 가브리엘, 미카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가브리엘과 미카엘이 손을 대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 마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 마신은 카리온이었다.

내가 있던 위치도 카리온이 있던 위치였고.

카리온은 광신의 검에 찔린 채로 내가 들고 있던 근원으로 만든 검을 들고 있었다.

“뭐지?”

“쿨럭... 공간에 관해서는 내가 일가견이 있거든... 그리고 근원이 없으면 분해되지도 않잖아?”

나와 카리온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로엔... 이 검으로... 찌르면 되는 거지?”

카리온은 미소를 씨익 짓더니 팔을 뻗었다.

“컥!!”

그리고 광신의 몸에 정확하게 검이 꽂혔다.

근원으로 만들어낸 검을 광신에게 꽂아넣었다.

나와 근원을 떨어져 있지만 큰 상관이 없다.

내 근원이 광신에게 닿아있다는게 중요한거지.

모두가 준 기회.

나는 놓치지 않고 외쳤다.

“결합!!!!!!!”

아...

갑자기 머릿속에 엄청난 두통이 생기더니 눈 앞이 깜깜해졌다.

푹신푹신.

내 머리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주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니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기분은 금방 사라졌다.

슬슬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정신이 들기 시작하자 머리에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으... 머리야...

아...

“과...광신...!”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흰색 배경의 세계.

아무것도 없는 작은 세계.

나는 이곳에 한 번 와본 적이 있었다.

그건 봉인된 광신을 만났을 때였다.

“정신이 좀 드니?”

그러자 온 몸을 이완되게 만드는 평온한 목소리가 들렸다.

천상의 목소리가 있다면 이런 목소리일 것 같았다.

나는 그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자 무릎을 꿇고 미소를 짓고 있는 금발의 여성이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을 보니 내가 누워있다가 일어난 모습이었다.

이 여성 분은 나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안녕? 몇 번 간접적으로 만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직접 얼굴 보는 건 처음이지?”

“아...”

그 여성 분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자기소개부터 해야지.”

그리고 아주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내 이름은 카루아. 주신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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