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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32화 (103/138)

〈 132화 〉 #131 모두의 판단

* * *

“으...”

나는 주신님이 만든 포탈로 들어가고, 정신을 잃었다.

“로엔! 정신이 들어?”

그리고 밖의 세계로 나왔다.

감겨있던 눈을 뜨기 시작하자 에레보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카리온, 페르세스, 엘로아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윽...!”

그리고 팔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팔을 바라보자 잘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광신이 노아스님이 만들어준 팔을 잘랐었지.

“아... 돌아왔구나.”

“하아... 다행이다.”

다른 마신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마신들의 흔들리던 눈빛들이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광신은?”

내가 묻자 카리온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해결했어. 네 덕분이야. 로엔.”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웃지 못했다.

“으!! 드디어 끝났네...”

페르세스는 기지개를 쭉 켰다.

“돌아가면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있을 거다. 아무도 건들지 마.”

“난 한 달 동안 잠만 자겠다.”

“난 지금 그런 생각도 안 난다...”

페르세스의 말에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

에레보스는 그저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저...”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붓는 것 같았지만, 해야 하는 말이었기에 조심히 입을 열었다.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나는 모두에게 주신에 관한 말을 해줬다.

주신을 죽이고 광신을 없앨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광신을 없애고 주신을 구하고 싶다는 이야기.

나는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 말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 혼자서 한 선택이니까.

나는 이야기를 끝내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

­콩

그러자 페르세스가 내 머리에 꿀밤 한 대를 때렸다.

나는 머리에 느껴진 타격에 고개를 살짝 들었다.

모두는 웃고있었다.

“미안하다는 말 금지라고 했지?”

내가 처음 탄생했을 때 했던 말.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모두를 처음 만났을 때 나를 따뜻하게 반겨줬던 모두였다.

그런데 내가 이런 행동을 하더라도 그 말을 해주니 너무나 고마웠다.

“로엔. 다 컸네. 더 이상 가르칠 게 없겠다!”

카리온도 장난스럽게 말하고 내 머리를 헝클었다.

“로엔. 잘했어.”

엘로아도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로엔... 고맙다.”

그리고 에레보스는 진심으로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살짝 울상인 표정.

그러나 행복이 곁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 에레보스의 표정이 어느 정도 이해 갔다.

자신 때문에 광신과 같이 봉인되어있는 주신.

자신과 가장 친했던 존재가 자신 때문에 봉인되었다.

그리고 죽음까지 선택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에레보스는 버텨냈다.

누군가 그런 에레보스를 보면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지만, 버텨냈다라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온 기회.

주신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였다.

“후... 그럼 힘들긴 해도 한 번 해볼까?”

페르세스는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첫 번째로 해야 할 일. 주신을 구한다.”

페르세스가 말하자 엘로아가 뒤를 이어 말했다.

“두 번째로 광신을 죽인다.”

카리온은 입꼬리를 올렸다.

“겨우 두 개밖에 없네.”

말로 하면 두 개지만...

“그걸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에레보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제일 문제는 카루아와 다른 ‘나’를 분리하는건가.”

“분리라고 해도...”

근원을 이용한 분해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러려면 광신과 주신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야한다.

그 둘이 봉인된 장소로.

그리고 분해되는 순간 광신은 주신의 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지금 상태에서 광신과 싸운다면 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몸을 다 치료하고 다시 와야 하나...”

나는 잘려있는 팔을 봤다.

나의 몸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엘로아와 페르세스가 더 문제였다.

엘로아는 더 이상 왕관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페르세스 또한 싸운다는 것은 무리에 가까웠다.

지금 싸울 수 있는 존재는 나와 에레보스 그리고 카리온.

그러나 카리온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마지막에 광신에게 찔린 상처에서 계속 피가 나오는 듯해 보였다.

그래도 소환수들을 이용한다면 계속 싸울 수 있는 카리온이다.

“그 공간에서 소환수를 이용할 수는 없다.”

“에?”

내가 카리온의 소환수에 대해 말하자 에레보스가 고개를 저었다.

“주신이 봉인한 공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든데, 그런 공간에서 다른 포탈을 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야.”

“그럼...”

카리온도 싸울 수 없다.

나와 에레보스.

그리고 나 또한 팔 한 쪽이 없었다.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태.

가진 근원도 아마 분해를 하고 난 이후라면 남지 않을 정도로 적게 남아있었다.

“역시... 다음을 기약해야...”

“그것도 기각이다.”

“에? 이건 또 왜.”

내가 의문을 표하자 엘로아가 대답했다.

“광신이 봉인된 공간에 들어갈 수 있을 때는 지금뿐이다. 이미 광신이 봉인을 해제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지금.”

“그럼 어떡해...”

엘로아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품 속에서 한 목걸이를 꺼냈다.

“그게 뭐야?”

“엘로아! 그걸 가져오면...!”

갑자기 에레보스의 눈이 커지며 입을 벌렸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다른 마신들을 봤다.

그러자 다들 가지각색의 표정을 취했다.

하지만 느끼는 감정은 똑같아 보였다.

경악.

“대체 그게 뭔데! 나한테도 말해줘.”

내가 투덜거리자 에레보스가 한숨을 내뱉었다.

“너도 들어본 적 있을 거다.”

엘로아가 넘기는 그 목걸이를 받아들며 말했다.

“인과율. 세계 전체의 힘을 조정하는 힘이다.”

“에? 저게 인과율이라고?”

나는 놀란 얼굴로 그 목걸이를 봤다.

간단한 별 모양의 장식이 체인에 달려있는 평범한 목걸이.

그런 목걸이가 중간계 전체를 관리하는 인과율이라고?

평소에 인과율이라고 하면 당연히 차원에 존재하는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물건이 아닌 마법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저런 물건을 보여주며 인과율이라고 하자 내 머릿속의 개념이 뒤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저걸 왜 가져온 거야?”

“인과율에 대한 건 대충 알지?”

“어... 중간계에서 일정 힘이 넘을 수 없게 하는 힘?”

“맞아. 넘는다면 그 차원이 무너져버리지.”

에레보스는 그 목걸이를 꽉 쥐었다.

“인과율은 중간계에서 일정 힘을 못 넘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진짜 의도는 따로 있지.”

“의도?”

“그 힘을 넘겨 그 차원을 없앨 수 있도록 하는 힘.”

그리고 그 목걸이를 내 눈 앞에 보여줬다.

“그것이 이 인과율이다.”

“하아... 에레보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로엔을 보내는 게 걱정되네.”

“돌아오면 내가 더 좋은 팔로 달아줄게.”

“...그냥 원래 가지고 있던 거랑 똑같은 거로 달아줘...”

그렇게 장난스럽게 대화를 나눴지만, 마음속에 큰 긴장감이 맴돌았다.

“후우...”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에레보스와 내 앞에 엘로아가 섰다.

“둘 다 명심해. 작전대로 하는 거다. 작전에 약간의 뒤틀림이 있을 시 바로 돌아온다. 약속이다.”

“알겠어.”

“알고 있다.”

엘로아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를 껴안았다.

“로엔. 조금이라도 더 다치고 돌아오면 진심으로 혼낼 거니까 조심히 다녀와.”

그런 잔소리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잔소리였다.

나는 바보 같이 웃으며 엘로아에게 말했다.

“헤헤... 걱정하지 마.”

“그래.”

그러자 뒤에서 카리온과 페르세스도 나를 보며 웃어줬다.

“나도 같이 가는데 나한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네.”

에레보스는 그 모습을 보고 투덜거렸다.

“분위기 좋은데 좀 조용히 해.”

“에휴... 다들 순수했던 때가 있었는데...”

에레보스가 투덜거리자 다들 미소를 지었다.

긴장으로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금 풀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모두의 표정에 약간의 긴장감은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보이자카리온이 앞으로 나섰다.

“그럼 포탈을 연다.”

카리온이 집중하자 공간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강제로 공간을 여는 행위.

그로 인해 공간이 갈라지는 것이었다.

“후우...”

점점 공간은 갈라져 포탈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은 포탈은 점점 커져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으로 변했다.

“그럼...”

에레보스와 나는 눈을 마주치고 그 포탈 가까이로 다가갔다.

나는 뒤에 있는 다른 마신들을 봤다.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나와 에레보스는 포탈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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