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였던 내가 여신이 되었습니다-137화 (108/138)

〈 137화 〉 #136 우리의 계획

* * *

인과율.

모든 일은 원인에서 발생한 결과이며, 원인이 없이는 아무것도 생기지 아니한다는 법칙.

한 마디로 그 상황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막는 힘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어떤 사람은 그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인과율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주위 사람들의 판단과 인과율을 설정한 사람의 판단.

여기에 있는 존재는 나와 에레보스 그리고 주신.

내가 분해에 성공한다면 광신까지 총 네 명이 된다.

우리는 3명이고 광신은 1명이니 주변 사람의 판단을 충족할 수 있고, 에레보스가 인과율을 설정한거니 인과율을 위반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 모두 충족할 수 있었다.

우리의 계획은 내가 주신님을 분해해서 광신과 나누면 인과율을 위반해서 이 공간을 터트리는 것이다.

공간을 터트린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차원의 틈.

없어져도 크게 문제 될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주신이 이 공간에서 사라진다면 문제 될 수 있는 공간이므로 없애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에레보스를 바라보니 이 공간에 인과율을 설정하는 것에도 장애물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으윽...에레보스...”

분해가 되는 과정을 고통스러워 하는 주신님.

하지만 고통보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분해가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마치 점성이 짙은 액체가 달라붙은 것처럼 주신님과 광신은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나...?’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수술실의 의사가 메스를 들었을 때의 마음가짐처럼 조심히 광신을 주신님과 나눠갔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근원을 전부 소모하고 분해를 실패할 거다.

이런 상황에서 해야 될 일은 하나였다.

포기할 부분을 찾는다.

모든 부분을 정확하게 나눌 수 없다면 필요한 부분만 나누면 된다.

선택과 집중.

주신님이 에레보스를 나눈 것처럼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나눈다.

그리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한다.

당연히 광신의 증오나 다른 부분들은 정확하게 나눠야 한다.

그럼 포기할 부분은...

“에레보스.”

“무슨 일 있어?”

에레보스는 어느 정도 인과율 설정이 끝났는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지금 분해하고 있는데 완벽하게는 못 나눌 듯싶어.”

에레보스는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능력 부분을 포기할 거야.”

주신님의 능력을 포기한다.

원래 완벽하게 분해를 이뤘을 때 광신은 굉장히 약해진 상태로 나올 것이다.

우리에게 이미 패배한 상태라서 자신의 기운들을 많이 소모한 상태니까.

하지만, 능력 부분을 포기한다면 주신의 기운을 광신이 가져가게 된다.

주신님은 지금 완전한 상태다.

그 완전한 상태의 기운을 가져간다면 광신은 우리의 예상보다 강할 가능성이 생긴다.

잘못하면 계획이 어긋날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포기할 부분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 그렇게 한다.”

에레보스는 흔쾌히 수락했다.

“괜찮겠어?”

내가 묻자 에레보스는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날 믿어.”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서서히 끝나가기 시작했다.

“에레보스, 이제 끝났어.”

분해는 성공적이었다.

능력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나누는 데 성공했다.

“그럼 이제 시작하자.”

에레보스의 말과 함께 나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근원이라는 메스로 광신을 베어냈으니 이제 주신님 속의 광신을 꺼낸다.

분해로 나눈 것이 다시 합쳐지기 전에 빨리 꺼내야 했다.

광신을 꺼내기 시작하자, 내 손에서 강렬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분해!”

그러자 주신님의 몸이 강한 빛을 내며 그 속에서 에레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에레보스는 광신.

에레보스의 나뉜 몸 그 자체였다.

“흐윽!!”

분해는 성공적이었다.

주신님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으나 몸에 큰 이상이 보이지는 않았다.

“으... 이게... 뭔...”

그리고 광신은 서서히 정신을 차려갔다.

나는 주신님을 부축한 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에레보스는 앞으로 걸어나왔다.

광신은 어느 정도 정신차리고 주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분해...인가?”

에레보스는 담담하게 기운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광신 또한 자신의 기운과 근원을 꺼내 들었다.

근원을 꺼내 들자 광신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아마 본인도 이상할 거다.

힘이 없어야 하는데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을 테니.

광신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 정도로 만만해 보였다는 소리인가?”

“한 번 이긴 상대가 무서울 리 없잖아?”

에레보스는 그런 광신을 비웃었다.

“하... 그렇지... 그럼...”

광신의 눈에 붉은 안광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대로 절망을 보여주도록 하마.”

광신의 기운들은 여기저기 뿌려지며 우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에레보스는 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자신의 기운을 이용하여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기운들을 전부 요격하였다.

기운들이 전부 요격되는 장면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하늘과 땅에서 엄청난 폭발들이 일어나며 강한 불빛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나는 소리는 온몸을 울렸다.

­우웅...

“윽...!”

“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싸한 느낌이 들게 했다.

인과율.

잠깐의 싸움 동안에 이미 인과율이 위반된 것이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광신도 느꼈다.

“인과율인가?”

광신은 잠깐 생각하더니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네.”

­웅웅웅웅웅웅...

광신이 그 말을 하니 인과율은 엄청나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네, 날 여기서 없애려는 생각이지?”

그 말을 하는 광신은 이전과 다른 분위기였다.

전에는 세상을 멸망시킨다는 목적에 집착하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증오로 만들어진 존재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의 광신은 조금 달랐다.

이미 목적이 실패해 해탈한 모습 같았다.

“어차피, 내가 여기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할 거 같네.”

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는 더욱 불안해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

진정으로 광증이 도진 존재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난 너희라도 데려가겠다.”

광신은 엄청난 기운을 꺼내 하늘 위로 올렸다.

그리고 그 기운을 우리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윽...!”

에레보스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공간은 이미 인과율 위반으로 무너지고 남았어야 한다.

그렇게 설정하기로 약속했으니까.

하지만 에레보스가 그 인과율을 감당하고 있었다.

이 공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버티고 있는 이유는 카리온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2시간.

우리가 이곳에서 2시간을 버티기로 했다.

이 공간에서 밖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일이 끝날 타이밍을 밖에서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카리온이 2시간 뒤 포탈을 열어주기로 약속했다.

물론 밖에서 포탈을 여는 법 외에 여기서도 포탈을 열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입구를 연다면 입구를 열어준 사람은 이 공간에 남아야 한다.

차원의 틈을 여는 것은 강제로 여는 방법밖에 없어서 입구가 닫히지 않게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구를 잡아주는 사람은 이 공간에서 벗어나는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카리온과 시간으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지나간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우리는 30분을 이곳에서 버텨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팔 한 쪽이 없는 상태에 근원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주신님은 지친 듯 보이지만 싸울 수 있는 상태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주신님이 기운을 사용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주신님이 지금 힘을 사용하면 인과율이 더 위반되어 에레보스가 힘들어 질 테니...

그러니 에레보스가 버티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에...에레보스!!”

주신님은 에레보스를 보며 소리쳤다.

“으...‘나’라서 그런지 정말 짜증나는구만...”

에레보스는 광신의 공격과 인과율을 버티며 투덜되었다.

“하하... 그래... 내가 죽으니 다른 ‘나’도 죽는 게 맞지... 그래... 그게 맞는 거다.”

광신의 눈은 이미 맛이 간 상태였다.

“에레보스...!”

에레보스의 표정은 점점 구겨졌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자 에레보스는 한숨을 내뱉고 말했다.

“아... 그래 알았어...”

에레보스는 광신의 공격을 받아내며 말했다.

“인과율 해제.”

에레보스가 말하자 주변을 감싸고 있던 황금색 물결이 다시 목걸이, 인과율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

자신의 기운을 쏟아붓고 있던 광신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날리던 공격을 멈췄다.

“크하하하... 뭐야. 포기한 거야?”

광신은 웃음을 터트리며 우리에게 비아냥거렸다.

“인과율이 없으면 날 어떻게 죽이게? 이 공간은 그대로 놔두게?”

광신은 정확하게 우리의 허점을 짚고 있었다.

인과율이 없으면 이 공간에서 자신을 죽일 수 없다는 점을.

이 공간이 나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그러나... 그치만... 설마...

이 사실을 우리가 모르고 들어왔을까?

“카루아.”

“어...?”

“나를 봉인했을 때 방법을 사용해.”

“뭐?”

우리의 계획은 처음부터 두 가지였다.

분해가 일찍 끝나 광신의 기운을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자 에레보스가 말했었다.

­흐음... 그때는 한 가지 방안이 있긴 해.

­어...? 뭔데?

­카루아한테 맡기면 될 거 같다. 뭐 정확한 것은 말해주기 좀 뭐해서 들어가서 보여줄게. 대충 설명해주자면 내가 봉인 당했을 때 카루아가 사용했던 방법이야.

에레보스는 그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얼버무렸다.

우리는 에레보스에 대한 믿음이 있기도 하고 에레보스가 봉인 당했을 때의 방법이라고 하니 신뢰가 갔다.

근원도 가지고 있던, 최강이었던 에레보스가 당했던 방법이니...

그런데 주신님의 반응이 영 이상했다.

갑자기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하며 입을 벌리고 손을 얼굴 앞에 두고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아...아니. 그걸 지금 하라고? 그때랑은 상황이 다르잖아!”

“아마 통할 거다.”

“아니... 그래도 아니... 아니 그게 아니...”

주신님은 ‘아니’를 반복하며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하...! 그때 ‘그 방법’이 지금의 나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광신 또한 어이없는 얼굴을 취했다.

뭐야... 대체 무슨 방법인데...

광신과 에레보스, 카루아는 서로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카루아. 해 봐.”

“으...읏... 진짜... 난 몰라.”

주신님은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딴 방법 이제는 안 통한다.”

그러자 광신은 자신의 기운을 끌어올려 공격할 준비를 했다.

“에레보스...! 주신님이...!”

내가 위험하다고 말하려고 하자 에레보스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주신님은 붉어진 얼굴로 광신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앞으로 나온 주신님에게 어떠한 기운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무슨 기술을 사용하길래...!

“에레보스!!! 사랑해!!!”

...아?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