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137 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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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카루아가 에레보스를 불러들여 싸웠을 때, 사실 카루아에게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카루아가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완전한 상태의 에레보스를 정정당당히 싸워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에 수렴했다.
그러나, 싸우기 전 카루아가 했던 말에 에레보스는 카루아를 공격하지 못했다.
그 둘은 서로 기운을 끌어올리고 맞붙으려고 했다.
“카루아...!”
“에레보스...”
그리고 에레보스가 공격을 날리려 손을 들었을 때, 카루아는 작게 말을 내뱉었다.
“사랑해...”
카루아는 눈을 질끈 감고 에레보스에게 기운을 날렸다.
“아...”
에레보스는 그 말을 듣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카루아에게 공격을 날릴 수도, 카루아의 공격을 막을 수도 없었다.
그저 가슴이 아려올 뿐이었다.
에레보스는 카루아를 사랑한다.
카루아는 에레보스를 사랑한다.
서로 아끼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런 사랑하는 마음까지 밝히지는 않았었다.
그런 사랑하는 마음을 밝힌 게 최악의 상황이라는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서 에레보스는 포기했다.
저항하는 것도, 다른 일들도.
‘카루아. 사랑해.’
에레보스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속으로만 말하고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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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 사랑해!!!"
“아...?”
나는 멍하니 상황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주신님이 큰 소리로 고백한 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주신님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머리 위에서는 마치 김이 올라오는 모양이 보이는 것 같았다.
무...무슨 상황이여...
고백해서 혼내준다... 뭐 그런 거야?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효과는 있는 거 같았다.
분명 공격을 날리려고 손을 들었던 광신은 손을 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에레보스가 앞으로 나와 카루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상황을 전부 알게 되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한 점이 있어.”
에레보스는 광신을 보고 말했다.
“카루아와 네가 동화되기 시작했는데 왜 동화가 끝나지 않고 일을 진행했을까...”
에레보스의 말을 듣자 나도 의아해졌다.
사실 주신과 동화가 끝나고 나오면 힘이 더 강한 게 당연했다.
주신의 힘과 광신의 힘이 합쳐지는 거니까.
“로엔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시간대가 맞지 않지. 로엔이 제대로 알려지기 전에 광신도들이 움직였으니까.”
에레보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가브리엘에게 들었던 이야기. 동료를 아끼는 마음을 제거했다. 그걸 들으니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지.”
에레보스의 미소는 승리를 향한 미소가 아니었다.
그저 행복함이 세겨져있는 미소였다.
“내가 카루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너에게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하...”
“그저 카루아가 너에게 전부 동화되어 없어지기 전에 움직인 거잖아?”
광신은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에레보스는 입을 열었다.
“그 때의 나에게 카루아는 내 모든 거였어. 내 모든 움직임과 삶에는 카루아가 스며들어있었지.”
그리고 옆에 있는 나를 보면서도 웃어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마신들도 있지. 그때의 나는 아니었으니 넌 잘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 점점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에레보스와 광신은 다를 게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에레보스는 마신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중간계를 지켜보며 배움을 얻었다.
광신은 이곳에 갇힌 채로 중간계에 대한 증오를 키워갔다.
그러나 그 둘에게 주신님을 아끼는 마음은 강하게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난 카루아를 공격하지 못해.”
광신은 에레보스의 말에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너희 둘은 아니야.”
광신은 나와 에레보스에게 기운을 날렸다.
“아니. 넌 나와 로엔도 공격하지 못해.”
에레보스가 말하자 광신이 날렸던 공격들이 전부 사라져버렸다.
분명 에레보스가 어떤 움직임을 취하지도 않았는데 공격이 사라져 버린 거였다.
그러나 난 이 기술을 본 적이 있었다.
근원으로 공격을 분해해 없애는 능력.
가짜 주신님을 상대할 때 봤던 능력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주신님이 그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신님은 손을 들고 있는 상태로 주위에 근원을 뿌렸다.
그리고 그 주위의 근원들은 주변에 날아오는 능력들을 전부 분해해버라고 있었다.
가짜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완벽한 능력이었다.
주신님의 근원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치 밤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처럼 주위를 밝히며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주변에 날아오는 공격들을 전부다 사라지게 만들었다.
“카루아...”
광신은 작게 주신님의 이름을 말했다.
“광신... 아니. 또 하나의 에레보스... 내가 미안해.”
주신님은 근원을 광신에게 날렸다.
그 근원을 빠르지 않게 천천히 날아갔다.
“너라는 존재를 만들어낸 내 잘못이야. 미안해...”
광신은 주신님이 날린 근원을 막으려 했지만, 그 근원은 막히지 않았다.
날아가는 궤적을 바꾸지 않으며 앞으로만 날아갔다.
앞에 막는 모든 물체를 분해하며 날아갔다.
그리고 광신이 근원으로 그 주신의 근원을 분해해도 다시 근원은 분해되었다가 결합했다.
분해로 근원을 없애더라도 결합으로 다시 기술을 복구시킨다.
그리고 다른 기술들은 전부 분해한다.
주신이 가진 최고의 능력.
분해와 결합이었다.
“너를 이렇게 만든 나 때문이야... 미안해...”
주신님은 그 근원이 광신에게 다가가는 동안 광신에게 사과를 반복했다.
그리고 근원이 광신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제 쉬어... 그만 고통 받고 쉬도록 해...”
주신님이 말하자 광신 앞에 도착한 근원이 강한 빛을 내며 광신에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아. 이제 끝인가...”
광신의 몸은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했다.
손가락과 발 끝부터 서서히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난 그저 카루아와 함께 완벽한 세계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광신은 웃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내 증오만 남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카루아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 증오 때문, 나를 위해 했던 행동이었지.”
광신은 갑자기 나를 바라봤다.
“이런 증오 없이 사는 것도 꽤 재밌었을 거 같긴 하네. 친구들도 만들고.”
그렇게 광신은 사라져갔다.
광신의 몸은 마치 빛의 조각처럼 주변에 흩날렸다.
주변에 별빛을 뿌리듯 작은 빛들이 되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가 주신님은 갑자기 에레보스를 노려봤다.
그리고 볼을 부풀리고 투덜대며 말하기 시작했다.
“너! 어떻게 이런 곳에서 다시 고백해보라고 시킬 수 있어!!”
“그게 확실하니까? 광신은 나였으니, 나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으... 아무리 그래도.”
"사랑해. 카루아."
"으...!!!"
주신님의 얼굴을 엄청나게 빨게졌다.
마치 활화산이 폭발하기 전처럼 빨게져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주신님은 나를 슬쩍 쳐다봤다.
내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 고백하고 고백 받은게 부끄러운 듯 싶었다.
그러자 에레보스가 주신님의 손을 잡으며 나를 봤다.
“로엔, 너도 나중에 네 짝을 찾아봐.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이니까.”
에... 갑자기 나한테?
나는 볼을 긁적였다.
“어... 알...았어?”
나는 의문으로 답했다.
뭐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긴 한데... 난 그럼 남자를 찾아야 하나... 여자를 찾아야 하나...
속에서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뭐 에레보스랑 주신님이 행복하면 된 거지.
그러자 우리의 뒤에 한 포탈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 나가자.”
“이 공간은?”
내가 묻자 주신님이 머리 위로 근원을 한 방울 날렸다.
그러자 이 공간은 점점 사라지듯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레보스와 주신님은 나를 보며 포탈 쪽으로 손짓했다.
“모두를 만나러 가자.”
그렇게 우리는 포탈로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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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나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웠다.
“진짜 너무 힘들었어...”
“로엔은 나중에 일 잘하겠네~ 처음 겪은 일이 이런 일이니.”
카리온은 드러눕는 나를 보면서 웃었다.
“끄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어...”
내가 볼멘소리를 내자 모두가 웃었다.
“이제 돌아가자.”
엘로아는 웃으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집으로 가야지.”
“으... 힘든데 조금만 더 누워있으면 안 돼?”
나는 오랜만에 엘로아에게 응석을 부리며 말했다.
“계속 그렇게 누워있다가는 감기 걸려.”
“에이... 무슨 신한테 감기야... 나도 이제 신이라는 자각이 있다구.”
나는 엘로아의 말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진짠데? 몸이 약해지면 신도 감기 걸려.”
“뭐?”
나는 엘로아의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신도 감기가 걸린다고?
아무리 내가 잠도 자고 밥도 먹는 인간 같은 신이라고 해도 감기가 걸린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진짜야?”
“진짜겠냐. 바보야.”
내 말에 페르세스는 나에게 꿀밤을 먹이며 말했다.
“으...”
“후후...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네 팔도 치료해야 하니까. 이제 신계로 돌아가자.”
엘로아는 그 말을 하며 주신님을 바라봤다.
“그동안의 화포도 풀자고.”
그러자 주신님도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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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가 카루아에게 봉인 당한 후에도 엘로아는 지옥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잠만 자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의 볼을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으...”
잠을 자다가 그 느낌에 엘로아는 눈을 떴다.
그러자 눈 앞에 있는 존재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카...카루아?”
“엘로아. 오랜만이야.”
“카루아... 어떻게...!”
엘로아는 놀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미안... 여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을 거 같아. 그냥 염치없지만, 부탁 하나만 하려고 왔어.”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것보다...”
엘로아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 말들을 삼켰다.
카루아의 얼굴에 여러 가지 감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여러 가지 감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엘로아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그저 카루아의 말을 다시 물었다.
굳이 다른 질문으로 카루아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어떤 부탁이야? 최선을 다할게.”
“고마워... 부탁은...”
하지만, 카루아의 부탁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웠다.
“다른 마신들을 부탁해. 네가 나를 대해줬던 것처럼 가족같이 지내줘.”
엘로아는 그런 부탁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카루아 다운 부탁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알았어. 최선을 다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