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절친의 브이로그속 여사친를 조종해 모텔에서.... (1)
* * *
나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며혜연이 뉴투브 채널 안에서 댓글을 작성할 영상을 고르기 시작했다.혜연이의 브이로그 들은 대부분 간단했다. 아침에 먹는 샐러드, 회사에서 직원들과 먹는 점심,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요리들이런 식인 데인제 보니대부분 그냥먹방이잖아?
그런데도어느 정도 사람들이 재밌게 보는 이유는 그녀의 외모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큰 눈과오뚝한코는 시원시원한 인상을 줬고,가끔전신 거울로비치는그녀의 몸매는 가려짐에 있어도 육감적이라는 게드러나는 몸매였다. 가볍게 영상을 스쳐 지나가며 확인한 후 나는 댓글을 작성했다.
`나랑 섹스한 뒤 집으로 돌아가 기억은 전부 잊어라.`
아까와는 다르게 댓글을 작성하고 곧바로 삭제했다. 댓글이 달렸기만 한다면 삭제가 되든 뭘 하든 내가 상대를쳐다봤을 때명령을 따른다는 것이니 굳이 위험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크게 친해진 건 나이 먹고 나서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봐온혜연이에게이런 짓을한다는 게솔직히 양심에 찔리긴 한다. 물론 이렇게 어느 정도 자각은 하고 있으면서도 분명히 실행될 거라 생각하는저런 내용의 댓글을 달 수 있었던 이유는 댓글의 뒷부분이다.
`기억은 전부 잊어라.` 이 부분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큰 문제가 벌어진다. 무려 어렸을적부터같이 보내왔고, 양쪽 부모님도 서로 알고 지내는혜연이니깐말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아까실험에서 실패했던 것과 같이 애초에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조종은 불가능하다. 결국에 혜연이가 내 명령을 따른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분명 기억을 잃게 되거나 처음부터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기억을 잃어야 할 상황 자체도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말 그대로 지금도 사실상 실험일 뿐이다.
뭐,별생각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두근거리고기대할 수 밖에 없는상황이다. 한동안 일에 빠진 것도 있지만 사람 관계에 있어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지내왔는데. 저 댓글대로 내용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오늘 하루 만에 난 미인 두 사람과 섹스를한 게돼버리는것이다.
이런 생각을하다 보니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했고,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야, 넌 이것저것 사오라더니어디 갔냐?"
"미안해. 힝민지가지나가다 얼굴 볼 겸 들렸다는데. 애도 저녁을 아직 안 먹었다해서같이 먹기로했엉."
스피커 건너편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우는 소리는 내며 사과하는 혜연이, 뭐 이해는 한다지만 나도 모르게잔뜩 기대하며왔더니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냐, 미안하면 다음에우리 집와서 파스타 해주고 가라~ 재료 다 사다 놨으니깐."
"응! 곧 주말이니깐 내가 가서 맛있게 해줄게!"
"그래, 알겠으니깐연락 좀미리하고 와라."
"웅..., 진짜미안해...."
"아니야, 신경 쓰지 말고 맛있게 먹어~"
혜연이와 통화를 끝내고소파에주저앉았다.
당장 궁금했던것들을 해소할수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돼버리니 가슴이 답답하다. 내 명령대로진행됐다면생각 이상으로 많은 쪽으로 가능성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늦은 저녁쯤이면 혜연이는 집으로 돌아오긴 하겠지만,굳이 무리할필요도 없고,조금 전통화로 인해서 또 다른 실험 방향성이열렸다. 그건 혜연이가 만났다는민지라는친구다.
혜연이랑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인데. 이름은 정민지, 나랑은 얼굴을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혜연이네 어머니 부탁으로 술 취한 강혜연 데리러 갈 때마다 몇 번씩 얼굴을 본 적이 있다. 굉장히 청순하고 단아한 느낌에 여자였다. 내가 굳이 이걸 얘기하는 이유는민지가혜연이 뉴투브 채널브이로그에생각보다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채널 주인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내 생각일 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영상에 등장한 인물을특정하는댓글을 달아서 내가 그 사람을 내 명령에 따라조종할수 있다면, 정말 이건 엄청나게 많은가능성이열리는 거라생각한다.
나는소파에축 늘어지게 기대어 있던 몸을 일으켜 스마트폰을 켜 혜연이 뉴투브 채널에민지가등장하는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비슷한일상만큼이나비슷한브이로그영상들을 지나쳐 나는 금방민지가나오는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 오래된 기억이지만, 예전에 봤던 얼굴 그대로였다.
검은 긴 생머리는 그녀를 더 청아하고 단아하게 보이게 했으며, 정갈한 예쁜 이마와 쌍꺼풀이 없는 눈매는 세상 누가 봐도 청순을 떠올릴 수 있는듯했다.
우선 내 생각이맞았다면, 혜연에겐 지금 하나에 명령이 들어가 있는 상태다. 만약 여기서 실수를 해 혜연이에게 내가 또 어떠한 명령을집어넣는다면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이미 댓글을 삭제해 버렸으니 명령의 내용을 수정할 수도 없다. 이것도 언젠가 확인을 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지금은 최대한 단순하고단일적인문제들을 해결하고 그 뒤로 많은 가지가 뻗어 나가도록 확인하는 게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해야 할 행동은 이거다.
`너 근데 뭐 먹으러갔냐?`
혜연이에게 보낸 까톡이다. 음식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는지 금세 답장이 왔다.
`악마막창인뎅오게?`
`아닠ㅋㅋ나도 저녁 뭐 먹을지 해서물어본 거야`
`머야알게쏭`
두 사람이 어디 있는지는 알았다. 난 당장 몸을 일으켜 집 밖으로 나갔다.
다시 집에 들어왔다. 파스타 재료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나가야지.... 재빠르게 정리하고 다시 집을 나섰다.
"후, 덥다 더워."
낯선리모컨을들어 올려 불을 켜고 에어컨을 틀었다.
에어컨 작동음이 들렸고, 푹신푹신한 하얀 침대와 이불에걸터앉았다. 물론 내 이불도 내 침대도 아니다. 난 이런 이불안 쓰지.
여긴 집에서차를 타고15분 정도 걸리는아누스모텔,가까운 곳으로갈 수도있었지만, 일부러어느 정도위치가 떨어진 곳으로 골랐다.편하자고하는 게아니라 실험이니깐. 결정적으로 집 근처 모텔은 허름해서 딱히 가고 싶지 않기도했지만.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드디어 이거다. 난 스마트폰을 화면을 켰다. 바로 아까 보고 있던 혜연이와민지가등장하는영상이 재생됐다. 과연 이렇게 복잡한 명령도 가능할까? 난 댓글을 작성하기시작했다.
`정민지는 강혜연과 일정을 전부 마치고 혼자아누스모텔 403호로 찾아와 나랑 섹스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가 오늘 나와의 기억에 대해서 전부 잊는다.`
댓글을작성하면서도오글거리고내가 미친놈 같아서 소름이 돋지만, 지금 이 방법 말고는 떠오르는 게없다. 댓글이등록됐고, 이번에도 재빨리삭제했다. 혹여나 채널 주인이 댓글을 확인하게 된다면 굉장히불쾌할 거고, 하물며 더 나아가면 어떠한의심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뭐, 익명으로 보호되는 곳에서 댓글을 단 당사자가 나라는 것은 절대로생각 못 하겠지만, 당사자들의 실명이언급된이상 분명 나를 포함한 지인들이 의심을 받게 될것이다.
댓글 삭제를확인한 뒤, 난차 키를챙겨 이번엔 모텔방을 나섰다.
사람이북적북적한먹자골목이다. 차를 주차하고창밖을바라보니악마막창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부터 중요하다. 내 지금까지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서 내가 지금 혜연이는 마주치게 된다면, 혜연이는 분명 내 명령을 따를 것이다. 문제는 이게어떤 식으로될지를 모른다는것이다. 당장 내가 있는 차로 달려올 건지, 곧바로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우리 집으로향할 것인지, 이런 위험 부담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내가 생각한 방법은뜻밖에간단하다.
나는 가게에서 나오는 혜연이를 절대 쳐다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처박고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들려오고 혜연이가 전화를 받았다.
"밥 먹고 있어?"
"응, 아직 먹고 있지."
"그러면 그악마막창먹자골목들어오기 전에 있는 편의점 알지?그쪽으로잠깐만 와봐."
"아, 왜! 밥 먹고 있는다니깐!"
너무 예상하던 대답이라 웃음이 나온다.
"잠깐만 와봐~ 줄 거 있어서 그래, 잠깐이면 되니깐 후딱 와서 받아가."
"진짜, 밥 먹는데 더럽게 귀찮게 하네, 혼자 가면되는 거지?"
"응 혼자 오면 돼, 바로 앞이잖아. 얼른 나와 끊는다!"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 혜연이는 편의점에 도착해서내가 안 보이니바로 나한테성질 내며전화를걸 거다. 그러면 그때 재빨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민지를내 눈으로 쳐다보고 나오면 되는 것이다. 재수 없으면민지랑눈이 마주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될 땐곧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 혜연이에게네가너무성질을내서 그냥 직접 왔다 둘러대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다.
줄 건 뭐냐고? 그런 거 없다. 깜박하고못 챙겼으니다음에 준 다 하면 된다. 나연이가 입던 그런 티셔츠나 사줄까?
역시 선물은검은색이지, 이런 생각이나하던 중혜연이에게 전화가 왔다.
"야!!! 어디야편의점이라며!"
"아 미안하다. 여기다 차세우면 안 된다고당장 차빼라 해서지나쳐 버렸어. 다음에 줄게!"
"이런 미친새ㄱ"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리고 차 문을 열고 나와악마막창안으로 들어갔다. 창가 구석 자리에 혼자 앉아 있는민지가보였다. 멀리서 보이는그녀였지만, 여전히 청순하고 예쁜 그녀였다. 저녁 시간이라 가게는 바빴고,정신없이움직이며 돌아다니는 직원들은 나를 알아채지 못한듯했다. 어찌 됐든 난 분명민지를내 눈으로 쳐다봤고, 조용히 가게를빠져나왔다.
다시아누스모텔 403호다.
침대에 대짜로 뻗어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까톡으로 혜연이의 욕설이 날아오긴 했지만, 무난하게 잘 넘겼으니 됐다. 선물도 진짜 줄 거 라니깐? 오늘이 아닐 뿐이지.키키
확실하게 난민지를쳐다보고 왔으니 앞으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민지와 혜연이가 있는 가게에서이곳까지는10분 정도 거리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위치이니 만약 이 명령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내가 생각하기엔 더 멀고 시간이 걸리는 명령도 가능할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내가 명령에집어넣은`일정을 전부 마치고.` 와 `기억은 전부 잊는다.` 이런 세세한조건들까지조종할 수 있다면 오늘 실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게 된다.
뭐 민지가오지 않으면난 시원하고 푹신푹신한 침대 있는모텔방에서대뜸 하루 쉬다가는 거지만,어이없어서웃음이 나왔다. 오전부터 확실히 나연이와말도 안 되는섹스를 하고,온종일머리를 굴렸더니.정말 급 피로가몰려왔다.
눈이 스멀스멀 감기기 시작했다. 이건 버틴다고버텨지는 게아니다. 그냥 그렇게되는 거지.
나는곧이어잠에빠져들었다.
"띵동,띵동."
익숙한 듯생소한 초인종 소리에 소스라치며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바라보니 시간은 오후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얼마 잠도못 잤네.
난 곧바로 거울로 향해 얼굴을 확인하며 머리 매무새를 정리하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현관문을 열었다.
민지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녀는 160 초반 정도돼 보이는키에타이트한반팔카라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몸에 달라붙어 라인을 자극적으로 노출하는 옷과 상반되게 카라 단추는 끝까지잠그고있었다. 어깨 뒤로는 그녀의 긴 검은생머리가흐르고 있었고, 팔과 허리 사이로도 머리칼이 살짝 보였다. 은은한 조명으로 밝지 않은 모텔 복도에서도 그녀의 머릿결은매우 부드럽고윤기가 있어 보였다.
그녀는 찾아 왔을 뿐 아직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날마주치자마자달려든 나연이랑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직도 그녀를 날 바라보며 서 있었고, 그녀의 표정은 정말 당혹스러워 보였다. 그 눈빛은 정말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난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쳐다보며 나도 모르게 점점 그 눈빛에 빠져들어 가는듯했다.
"시온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첫마디가 내 이름이라니, 순간벙찌게되었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응, 민지야 너 여기왜 온 거야?"
내가대답하자마자그녀는 더욱당황스러워하며고개를 숙였다.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고, 그 모습은 이번에 봤던 나연이를 떠오르게 했다. 나연이는 완전저돌맹진이었는데. 사람에 따라 명령을이행하는스타일도 다른 건가?
아니지, 애초에 당사자가 정신적이든 뭐든 어떤 이유로든 명령을 버텨서거부할수 있다면? 그런 거라면 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해결해야하는 거지?
라며당황해하고있었지만, 그렇게 길게 당황할 필요도 없었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민지가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나를 천천히 밀어내며 403호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뒤돌아 현관문을 닫았고,한 걸음 더다가와 까치발을들어, 내게입을 맞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