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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8화 (8/273)

〈 8화 〉 결국 내게 다리를 벌린 10년 지기 여사친. (1)

* * *

나연이의 몸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깨끗하게 닦아 준 뒤, 내 반팔 반바지를 입혀서 이불까지 덮어주고 방에서 나왔다. 술기운도 남아있고, 하물며 방금 까지 그렇게 격렬한 섹스를 했으니 온몸에 힘이 빠져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을 초반밖에 기억 못 하는 나연이를 곧 다가올 아침에 어떻게 이해시킬까 고민에 빠졌다. 뭐, 제일 간단한 건 그냥 네가 잔뜩 취했고, 나랑 이러쿵저러쿵 했다~ 하고 넘기는 거다. 평소 술버릇도 잘 모르는 여자애한테 네가 사고를 쳐서 그걸 치우느라 옷을 벗기니 뭐니 하다간 괜한 의심을 살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연이 스스로 첫 만남부터 날 유혹 했던 걸 기억하고 있으니, 자기가 술에 취해 기억도 못 하는 상태로 나와 섹스 했다 해도 그녀는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가 날 수상하게 여겨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그녀가 가진 나의 대한 기억을 통째로 날리는 수밖에 없겠지만.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니 잠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시간도 늦었고, 평소 잘 시간은 이미 지나있었다. 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쓰러져 내리덮는 눈꺼풀에 순응했다.

머리 쓰는 것도 엄청나게 지친단 말이지.

"오빠! 왜 여기서 자고 있어요?"

나연이가 내 가슴팍을 흔들며 날 깨우고 있었다. 창문으로는 햇볕이 들어오고 있었고, 눈부심과 피로 탓에 난 눈을 게슴츠레 떴다.

흐릿하게 나연이가 보였다. 볼 때마다 타이트한 옷들만 입고 있던 그녀는 자신에겐 사이즈가 크고 널널한 내 옷을 입고 있어 오히려 새로워 보였다. 저렇게 입고 있으니 그냥 귀엽구나.

"흐으응~ 몇 시야?"

난 소파에서 몸을 비틀어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대답했다.

"9시 조금 넘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어제 무슨 짓 했어요?!"

맨손으로 대충 머리랑 얼굴을 정리하고 나니 나연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잠버릇이 조금 있는지 머리가 꽤 헝클어져 있었고, 초조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짓? 했지. 근데 둘이 같이했어."

"헙..."

난 씨익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답했고, 나연이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기억 안 나? 많이 취한 거 같진 않던데."

"제 술버릇이 원래 그래요.... 취해도 딱히 티가 안 나는 성격이라... 화장도 못 지우고 잤네 힝."

역시나 예상대로 나연이는 나에게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는듯했다. 난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은 채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끌여 당겼다. 나연이는 당황한듯했지만, 별다른 저항하지 않고 내 옆에 앉았다. 난 다시 몸을 뉘어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말했다.

"해장할 겸, 아침 먹고 가 집까지 태워다 줄게."

"넹.... 집은 이 근처라 혼자 걸어가도 괜찮아요. 그리고 저 그렇게 밑에서 위로 쳐다보면 못 생겨 보이거든요!"

나연이는 허벅지를 베고 누운 내가 영 불편한지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다 신경질 내며 손바닥으로 내 눈을 덮어버렸다.

"아악! 야! 눈 찔렸다!"

"헉! 오빠! 미안해용...."

"응 뻥이야."

"아 진짜!"

그렇게 나연이와 꺌꺌 거리며 꽁냥대던 중 그녀의 시선이 테이블 쪽으로 집중됐다.

"응? 내 팔찌 왜 저기 있지?"

그녀는 테이블 위 자신의 팔찌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것도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할 부분인데. 잊고 있었다. 제발 별다른 의심 안 해줬으면 좋겠는데.

"직접 풀어서 저기 올려놓던데?"

난 시큰둥하게 대답했고, 그녀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저 밖에선 절대 액세서리 안풀거든요... 이거 봐요 목걸이랑 귀걸이는 그대로 있잖아요. 뭐지?"

강수를 둬야겠다.

"사실... 어제 이 자리에서 키스하다 팔찌가 자꾸 내 머리카락에 걸려가지...!"

"그만!"

그녀가 이번엔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넘어간 거겠지?

"오빠만 만나면 희한한 일들이 생기네요. 필름이 이렇게 끊겨본 것도 처음인 거 같은데...."

"나도 그 나이 땐 그랬어~"

"뭐야~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나연이는 신경 쓰이는 게 없는 듯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우린 다시 웃으며 떠들고 장난치기 시작했다.

임나연, 가볍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예민하구나. 앞으로 나연이는 조종하는 횟수를 줄이거나 더는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흠, 그건 그렇고 9시란 말이지. 강혜연이 어제 진탕 술 마시고 놀았다 가정하면 아마 점심 지나서 쯤 우리 집으로 쳐들어올 것이다. 그 전에 나연이를 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우선 밥부터 먹을까?

"나연아 뭐 먹을까?"

"페퍼로니 피자!"

아침 댓바람부터 피자를 시켜 먹었더니 속이 니글거린다....

24시간 문 여는 피자집도 있구나. 나연이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손에 피자 한 조각을 들고 티비로 넷플릭스를 틀어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아니, 얘는 넷플릭스 있냐고 재밌는 거 보여준다더니, 지만 재밌게 보는구나. 그래도 귀여우니 됐다.

근데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나연아 너 집에 안 가니? 라고 생각하자마자 드라마 한 편이 끝났고, 나연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으으응! 잘 먹었어요. 슬슬 집에 가야지."

"네가 사놓고 뭘 잘 먹었데~ 내가 잘 먹었지."

"그래도요 히히."

"노란 칫솔 새 거니깐 그거 쓰면 돼."

"네엥."

나연이는 귀엽게 총총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옷 빌려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꼭 깨끗하게 빨아드릴게요!"

어제 일이 떠올라서 그런가? 왜 이렇게 야하게 들리냐.... 애는 기억도 못 하겠지만, 하하.

"아냐, 괜찮아 그냥 너 가져도 돼. 그나저나 진짜 안 데려다 줘도 괜찮아?"

현관문 앞에서 어젯밤 그녀의 옷과 짐들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나연이를 배웅하고 있다. 난 그녀에게 쇼핑백을 건네줬다.

"걸어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릴 텐데~ 이 대낮에 걱정돼요?"

나연이는 쇼핑백을 건네받으며 짓궂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걱정되지, 집 가는 길도 기억 못할까 봐."

난 싱긋 웃으며 대답했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내 손을 살짝 붙잡았다.

"미안해요... 다음엔 술 적당히 먹을게요! 우리 또 보는 거 맞죠?"

"응. 그때 못 갔던 가게도 가봐야지. 집 도착하면 연락해."

"넹...."

나연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한 발짝 더 다가왔고, 까치발을 들어, 내게 입을 맞췄다.

"갈게요!"

나연이는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고, 그대로 뒤돌아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아이고, 다칠라 천천히 좀 가지... 확실히 나연이는 너무 귀엽다.

난 나연이 배웅을 마친 뒤,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시종일관 여러모로 날 흐뭇하게 해주던 그녀가 떠나간 집은 고요함을 넘어 삭막함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나 혼자 있는 거 되게 좋아하는 성격인데, 이렇게까지 느끼는 거 보면 나연이가 나를 참 즐겁게 해주는구나.

일단 혜연이가 집으로 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애가 우리 집에 오든 말든 집을 치우거나 그럴 필요는 전혀 없지만, 어젯밤 나와 섹스를 나눈 여자가 방금까지 집에 있던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미 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했고, 굳이 혜연이를 실험대상으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도 사라진 상태지만, 난 한번 내린 댓글 명령을 취소하는 방법은 모른다.

그리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굳이 취소할 생각도 없다.

난 건장한 남자고, 혜연이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내가 그녀를 탐하지 않는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얘기니깐.

그녀는 자연스럽게 우리 집으로 찾아와 명령을 따라 조종당해 나와 섹스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그 기억을 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평소다워야 한다.

조종을 당해 섹스를 나누는 순간에 기억은 그녀에게서 사라지겠지만, 날 마주치기 전까지 기억은 분명 남아있을 테니 그 기억 속에 우리 집과 나는, 혜연이가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평소다움을 보여야 한다.

물론 당사자인 혜연이가 평소답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오히려 문제가 안 된다. 집으로 돌아가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해도, 평소답지 않았던 자신을 떠올린다면, 내가 아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테니까.

뭐, 그냥 청소하면서 하는 딴 생각이다. 댓글 명령의 효력은 이미 확인했다. 별일 생기겠어?

스마트폰에서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상대는 혜연이었다. 귀신 같은 인간 기똥차게 전화하는구만. 난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 여보세요."

"야, 너 여자친구 생겼냐?"

?

"?"

"왜 대답이 없어. 여자친구 생겼냐니깐?"

"느닷없이 뭔소리 하는 거야. 아직도 취해있냐?"

살짝 혼이 나가 있긴 했는데 재빨리 되찾아 대답했다.

"취하긴 뭘 취해 나 어제 술 안 마셨거든?"

"그럼 갑자기 왜 헛소리를 하냐."

어제 술을 안 마셨다고...? 급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오랜만에 아침 일찍 상쾌하게 일어나서 산책 브이로그 찍으러 나갔다 왔는데. 계단에서 여자를 한 명 마주쳤거든?"

크흠....

"처음 보는 얼굴이라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는데. 니 옷을 입고 있더라?"

여기까진 아직 수습할 수 있다.

"아~ 올해 이 근처 대학 입학한 사촌 동생인데...."

"아니 아니, 더 들어봐 내가 분명히 어제 술을 안 마셨다 했잖아? 밤에 옆집에서 신음 소리가 들리더라고~"

여기부턴 수습이 안 된다.

"난 다른 집 이겠거니~ 했는데. 지금 보니깐 딱 알겠네. 너 어제, 저 여자랑 잤지?"

쯧, 더는 핑계 대봤자 통하지도 않는다.

"그래, 잤다."

"이열~ 남시온 아직 살아있는데~ 근데 왜 쓸데없이 거짓말을 하려고 그러냐 내가 니 엄마도 아닌데."

"너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하는 거 듣기 싫어서 그랬다 인마."

"사촌동새앵? 낄낄, 아 너무 웃기네. 너 사촌 동생이랑 그러면 그거 무슨무슨 법에 걸리는 거 아니야?"

이렇게 된 이상, 지금 상황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혜연이를 집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그러게 말이다. 거짓말을 쳐도 하필 그딴 거짓말을 쳐가지고, 배고프니깐 와서 파스타나 해줘."

"안되지! 여자친구 있는 남자 집에 내가 어떻게 함부로 들어가고 그러냐~"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야, 혜연아 애초에 여자친구도 아니고, 니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고...."

"그래도 안 돼! 곧 사귈 텐데. 그 여자 입장에서 내가 들락날락하며 밥까지 해주고 그러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개념녀야?

"사귈 일 없거든? 그럼 저번에 말했던 줄 거 있으니깐, 그거라도 와서 받아가."

후... 선물을 미리 사놔서 다행이다.

"그렇게 뜨밤을 보내놓고 안 사귄다고?! 이거 완전 쓰레기 아니야!"

말은 저렇게 하지만, 스마트폰 넘어 실실거리며 웃고 있는 혜연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고, 언제쯤 올 거야."

"근데, 진짜 안 가고 싶은데."

이번에 대답한 혜연이는 진지했다.

"후... 갑자기 왜 그러는데?"

"나, 그 여자 표정 봤거든, 그래서 못 가겠어."

표정? 대체 무슨 표정을 얘기하는 거야.

"미치겠네, 너 그러면 나 앞으로 평생 안 보고 살겠단 얘기야?"

"아니~? 자주 봐야지 절친인데."

이번엔 다시 히죽대며 웃는 혜연이로 돌아왔다.

"그럼 언제 보겠다는 건데. 뭐 부모님들 모일 때나 얼굴 보자 이거야?"

"응! 그거 좋네. 그때 보자~"

혜연이는 건성으로 대답하는듯했지만, 의지는 확고한 듯했다.

근데 혜연아... 우리 각자 부모님 모이는 자리에서 만나면 둘 다 큰일나....

그녀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래, 알겠어. 근데 너 지금 질투하냐?"

스피커 넘어 그녀에 과하게 꺌꺌 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미쳤니? 너한테 질투 같은 걸 하게!"

반응이 너무 격한 게 수상한데....

"그러냐? 알겠어 끊는다."

난 전화를 끊은 뒤, 고민에 잠겼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우선 혜연이를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마주치는 것은 위험하다. 당장 섹스하려 내게 달려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데. 혜연이 말대로 우리 부모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얼굴을 봐?

그건 제대로 미친 짓이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혜연이를 어떻게든 우리 집으로 끌어드리는 것인데.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듯했다.

하지만 역시 혜연이의 반응은 수상했다. 질투인가? 아니,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분명 질투가 맞았다. 굳이 날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긴 시간을 나와 보내온 그녀 딴엔 나에게 소유욕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집을 애초에 지 집 드나들 듯 다니던 그녀였으니 말이다.

내가 질투를 언급하며 그녀를 도발한 방법이 만약 통했다면, 더는 내가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할 필요는 없다.

"쾅쾅쾅!"

전화를 끊은 채로 넋이 나가 제자리에 서서 집중상태로 고민하던 나는 문을 부실 듯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야!!! 남시온!!! 문 열어!"

와, 이게 되네?

"질투?! 질투우?! 넌 뒤졌다."

혜연이가 우리 집 문을 부실 듯 두드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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