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내게 시비 건 남자의 여자친구를 조종해 차 안에서 입에 물리기. (1)
* * *
"야! 김태형! 너 또 왜 그래!!!"
단발머리 여자가 한 손으로 양아치를 붙잡고 말리는 듯했다. 양아치는 그녀를 전혀 신경도 안 쓰고 날 쏘아보고 있었다.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뜬금없이 욕설과 고함이 들려오자 많은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욕을 먹은 당사자인 나는 양아치에게 다가갔다. 지나가던 많은 사람이 우리를 의식하고 있던 터라, 아까는 걷기도 힘들더니 지금은 길이 뚫려있는 듯했다. 난 양아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씨발? 야, 좆도 안 미안해 븅신 새끼야. 이제 어쩔래?"
내가 히죽거리며 말하자. 양아치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며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양아치와 나는 이제 거의 서로 딱 붙어서 마주 보고 있었다.
겁나게 부담스럽구만.
분위기가 고조되니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집중됐다. 양아치는 분을 못 이기듯 내게 소리쳤다.
"이거 완전 미친 새끼네. 야 밖으로 나와!!!"
으 귀아파, 난 다시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나가긴 뭘 나가, 이 씨발럼아. 나 원래 나가고 있었어."
"이 개새끼가, 너 밖에서 보...."
"김태형!!! 그만 하라니깐!!!"
단발머리 여자가 양아치 팔을 확 잡아당겨 끌었다. 그녀의 표정은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했고, 확실히 울어도 예쁠 얼굴이었다. 양아치는 단발머리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열 받은 건지 몰라?"
"미안하다고 했잖아!!!"
단발머리 여자는 당장에라도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딱 봐도 작아 보이는 그녀는 덩치가 나만한 남자를 손쉽게 끌고 나갈 수는 없었다.
아니, 그건 그렇고 여자애한테 화난 거면, 그럼 나한테 한 건 화풀이냐?
이젠 서로 언성을 높이는 두 사람을 보고 주변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꽃송이 아니야?"
"어, 진짜네? 옆에 싸우는 건 누구지?"
꽃송이? 방송이나 뉴투브 하는 사람인가 보네. 그럼 옆에 있는 새낀 뭐지?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 저렇게 어그로 끌리는 짓거리를 왜 하는 거지.
사람들이 수군대며 자신을 알아보자 꽃송이라는 단발머리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양아치도 지금 상황을 느낀 듯 그녀를 따라가려 했지만, 분이 안 풀린 듯 나에게 말했다.
"야, 넌 씨발, 또 눈에 띄면 뒤지는 거야."
"쫌!"
꽃송이라고 불린 여자가 다시 양아치에 팔을 잡아당겼고, 양아치는 이번엔 그녀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욱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아, 꽃송이 남자친구 있다더니 진짜인가 봐."
"뉴투브 하는 거에 집착 개심하다고 완전 또라이 라던데."
"꽃송이 남친이랑 동거하면서 맞고 산다는 소문도 있더라."
양아치는 끌려가면서도 아직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흠, 그 정도라고? 저 양아치가 진짜 그런 미친놈이면 이렇게 사람 많은 장소에서 저 지랄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일단 저 여자가 뉴투버 라는 거지?
오늘 아무것도 안 하고 좋게 넘어가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난 두 사람을 뒤쫓아 걷기 시작했다.
난 노려보던 양아치는 오히려 자신을 쫓아 오는 나를 보며 살짝 놀란듯했다. 사람 건드려 놓고 이렇게 좋게 끝날 줄 알았냐?
"너 뭔데 쫒아오냐? 진짜 뒤질래?"
난 양아치를 철저하게 무시하며 꽃송이라는 뉴투버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그쪽 뉴투버 꽃송이 맞죠?"
대답은 양아치에게서 들려왔다.
"맞는데. 씨발 네가 뭐 어쩔건데?"
아, 거 또라이 새끼 좀 조용히 하지. 난 양아치를 또 무시했고, 다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뉴투버 남자친구가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아무나 잡고 욕치고 그래도 되는 거예요?"
난 웃으며 해맑게 말했고, 드디어 그녀가 대답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냥 없던 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려요."
"야!!! 뭔 사과를 해!!! 너 진짜 작작 깝치고 좋게 보내줄 때 가라."
둘이 아주 난리가 났다. 하나는 부탁하고, 하나는 욕하고, 손발 한번 드럽게 안 맞는구만.
난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부탁 들어드릴게요. 대신 남자친구랑 헤어지세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내 생각일 뿐이지만, 무언가 들킨 듯한 모습이었다.
계속 내게 무시당하던 양아치는 이번엔 정말 눈이 돌아버린 듯했다.
"씨발!!!"
양아치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던 그녀를 뿌리친 채, 내게 성큼성큼 걸어와 정말 나와 이마가 맞닿을 듯 밀착했다. 왜 이래 존나 부담스럽게.
양아치의 눈을 부글부글 끓는 듯했고, 주변 사람들만 없었으면 당장에라도 날 후려칠 듯했다. 이건 나도 좀 많이 짜증 나는데? 그래도 포커페이스는 지켜야지. 난 그를 비웃듯 말했다.
"아~ 씨발 존나 냄새나네."
"밖으로 나와라."
이 새낀 씨발이랑 밖으로 나오라는 말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나?
양아치랑 내가 대치 상황을 하고 있자. 꽃송이라는 여자는 지칠 대로 지쳤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양아치 어깨 넘어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쳐다보자 양아치도 뭔가 느낀 듯 휙 뒤돌아서 그녀를 쳐다보곤 재빨리 따라가기 시작했다.
"야! 송이야!!!"
그녀는 어떤 대꾸도 하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고, 양아치는 나와 그녀를 한 번씩 번갈아 보더니 그녀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너 여자친구 간수 잘해라?"
난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건넸고, 양아치는 다시 나를 쏘아봤지만, 더는 별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는지 이번엔 입을 다물었다.
난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꺼내 뉴투브를 실행시켜 꽃송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채널과 여러 영상이 함께 검색되어 나왔고, 낯익은 그녀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 실제로 마주친 그녀의 표정은 정말 지치고 우울해 보였지만, 영상 속 그녀는 해맑게 웃고 있어 더욱 예뻐 보였다.
구독자는 10만 명 정도, 내가 실제로 본 뉴투버중엔 구독자가 제일 많았다. 지금까지 봐온 사람들은 뉴투버라기 보단 사실 취미에 가까웠으니깐. 그녀의 컨텐츠는 리뷰나 게임 위주였고, 가끔 일상을 담는 영상도 업로드 하는 듯했다.
영상과 썸네일들을 가볍게 훑어 봤지만, 저 남자친구라는 양아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난 이미 꽤나 멀어져 버린 그녀를 바라보며 댓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제1 주차장 입구로 혼자 와서 입으로 내 정액을 먹고, 곧바로 남자친구와 헤어져라.'
댓글 명령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건 또 처음이네.
근데 뭐, 사람 여러모로 열 받게 했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난 댓글을 작성한 뒤, 다시금 그녀의 뒷모습을 확실하게 쳐다보고 등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싸움에 발걸음을 멈춰 서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수두룩했지만, 어느새 다들 각자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나도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차에 앉아서 에어컨 틀어놓고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으니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는듯했다.
역시 사람 많고 정신 사나운 곳은 안 가는 게 최고야.
그나저나 시동 걸고 에어컨만 틀고 있으려니 기름 아까운데 언제쯤 오려나?
나는 주차장 입구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차를 옮겨 세워둔 뒤, 내게 명령을 받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확실하게 채널 주인임을 확인했고, 쳐다보는 것까지 완벽하게 마쳤으니 분명히 조종당해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혼자 오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그 양아치를 때 놓고 오는 데 있어서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그래도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깐 금방 도착하겠지.
난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그녀의 채널에 들어가 영상들을 보며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한송이, 채널명은 꽃송이가 피었네, 다들 참... 채널명은 참 독특하게 잘 짓는다.
영상을 몇 편보니 그녀는 자신을 꽃송이라고 칭했고, 누가 봐도 그렇지만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듯 하다. 나이는 21살, 어릴 거라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서 깜짝 놀랐다.
야외 컨텐츠나 리뷰를 진행할 땐 대부분 혼자 셀카봉을 들고 촬영하는 듯했고 가끔은 카메라를 들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듯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까 그 양아치는 아니었다. 지금 영상 속에서 촬영해 주고 있는 사람은 여자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깐.
그럼 그 양아치는 대체 왜 여기까지 따라와서 자기 여자친구 인생을 조지려는 건지 더욱더 의문이다. 본인이 촬영을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일행인 티는 팍팍 내고, 젊은 여성 뉴투버가 남자친구 있는 걸 밝혀서 크게 좋은 점이 없을 텐데 말이다. 하물며 그 인파 속에서 흥분해 욕까지 해댔으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계속해서 영상을 확인하고 있지만, 그 양아치가 등장하는 모습이 없는 걸로 봐서는 그녀도 그 양아치를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은 건 아닌듯한데. 정말 아까 사람들이 수군대며 떠들던 소문들이 진짜인 건가? 뭐, 집착이 심하다. 맞으면서 동거한다. 그런 말들을 들었는데. 그게 진짜라면 오히려 내가 지금 그녀에게 내린 명령과 앞으로 하게 될 조종이 그녀 인생에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서하은이 내일 도착하게 돼서 하루 시간도 남고, 안 그래도 심심하고 지루하던 차에 잘됐다. 한 발 빼는 게 급하진 않지만 나도 못한지 며칠 돼서 굳이 이런 상황을 절대 마다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런 미녀면 더욱 환영이지.
이렇게 그녀에 대한 정보를 생각하며 머리 굴리던 도중 주차장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한 여자가 보였다.
아까 봤던 검은 단발머리를 한 여자가 맞았다.
조금 전에는 양아치 덕분에 너무 정신 사나워서 제대로 보질 못했지만, 지금은 편안하게 차에 앉아 창문으로 주차장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그녀를 제대로 관찰하게 됐다.
그녀의 키는 150 초중반 정도로 작아 보였고, 왜소하다 생각될 정도로 말랐다. 단발머리를 했지만, 한쪽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 흰 피부와 얇은 목선이 은은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 밑으로 반팔 티셔츠를 청바지 안으로 넣어서 입고 있었는데. 타이트하게 딱 달라붙는 청바지는 왜소한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을 드러나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는 유독 눈에 띄었는데. 왜소한 체격에도 귀엽게 딱 힙업 된 엉덩이는 왠지 모를 건강미가 느껴지는 듯했다.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넓은 골반과 힙업 된 엉덩이를 보고 있자니, 그녀의 청바지를 벗겨 허리를 붙잡고 뒤로 쑤셔대는 상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됐다. 이런 상상을 하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자니 그녀가 관능적으로 보였다.
흠, 이거 입으로 빨게 하는 거 정도로는 만족 못 할 수도 있겠는데?
난 드라이브에 기어를 넣고 차를 움직여 그녀에게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저 찾는 거죠? 타세요."
대뜸 지나가던 차가 창문을 열고 말을 걸자 그녀는 흠칫 놀랐지만, 금세 내 얼굴을 알아보고 대답했다.
"아...! 저도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녀는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렸다.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는 나는 다시 말을 걸었다.
"저 찾으러 온 거 아니에요?"
"맞아요...."
그녀는 곧바로 차 문을 열어 차에 탔고, 난 차를 돌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없이 운전하는 나를 보며 그녀는 당황하고 있었고, 내게 말을 걸었다.
"어디 가는 거예요?"
"그냥 사람 없는 곳으로 가는 거예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다시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네...? 왜 그런 곳을...?"
"저한테 할 말 있어서 찾아온 거 아니에요? 유명하시던데 불편 하실까 봐 자리 옮기는 거예요."
"아...."
그녀를 살짝 바라보니 얼굴을 붉히며 할 말이 없다는 듯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지하주차장 내려가는 길 창밖에 뭐가 보이신다고 창밖을 보실까. 이미 여러 번 느껴본 어색함이 밀려왔다.
이제는 슬슬 이런 어색함이 익숙해졌다. 어차피 조종을 당하는 당사자는 명령을 반드시 이행해야 할 뿐이고, 난 자연스럽게 그녀들이 명령을 따를 수 있게 조금씩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뭐, 처음 나연이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내가 뭘 하든 결국 명령에 따라 반드시 조종당하게 돼 있지만, 내가 조금씩 이끌어 준다면 훨씬 수월하게 그녀들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니 이런 대화나 행동들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 주차장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이곳이라면 주차되어 있는 차량도 제일 적을 테고, 마찬가지로 인적도 가장 드문 장소일 테니 그녀가 마음 편하게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난 더욱 구석으로 차를 몰아 주변에 차가 한 대도 없는 곳으로 차가 벽을 바라보게 전면주차를 했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기둥 탓에 창문 시야가 막혀있었고, 정면 유리창도 주차장벽 덕분에 마찬가지로 시야가 막혀있었다.
이제 주변에 우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졌다.
그녀는 이렇게 완벽히 차단된 시야 때문인지 처음엔 불안함을 느끼는 듯했지만, 자신의 반드시 따를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이행하기 위해 최적의 장소라는 걸 깨닫고, 내 옷깃을 붙잡아 살짝 잡아당기며 말을 걸었다.
"저기... 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익숙한 눈빛이 느껴졌다.
한송이는 내게 조종당했던 그녀들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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