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해체한 걸그룹의 막내 멤버 리나의 처녀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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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렁!
엑셀레이터에 발을 살짝 얹자 우렁찬 배기음이 들려왔다. 물론 배기음이 진짜 으르렁 소리를 내진 않고, 적어도 내 귀에는 울부짖는 호랑이 소리로 들린다.
재력을 갖추게 된 내가 가지고 싶었던 첫 번째는 바로 차다.
CLS 53 AMG, 삼각별을 가진 그 차를 샀다. 뉴투브로 보면서 침만 질질 흘리던 드림카 였는데. 실제로 이 차 스티어링을 붙잡고 있으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실내, 하지만 외관과 실내 모두 엄청나게 스포티함이 느껴지... 그만하자. 뭐, 그냥 존나 좋은 차를 샀다 이 말이야.
서하은을 복종시키는 작전이 성공하고 시간이 꽤 지났다.
그녀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그냥 통째로 내게 주었다. 투자 정보만 옮기고 돌려줄 예정이었는데. 그냥 가지라 하더라고?
왜 그런지는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알았다. 서하은이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 정보를 보관 하는 어플은 기기 간 연동이 가능해 실시간으로 그녀가 기록하는 정보가 내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스마트폰으로도 작성되고 있었다.
언제나 새로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거지.
호텔에서 서하은과 헤어지고 나서 난 내가 가진 모든 현금을 털기 시작했다.
사람을 100% 믿는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난 서하은의 투자 정보는 맹신하고 있었다.
예금과 적금을 전부 깨고 심지어 차까지 팔아 치웠다. 물론 집은 손대지 않았다. 보증금 그렇게 빨리 돌려받을 수도 없고, 주변인들에게 너무 과한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난 서하은의 투자 정보를 따라서 당장 수익률이 높은 종목 위주로 골라 시드를 크게 늘리고, 그녀가 선택한 안전하게 수익률 상승이 보장되어 있는 우량주들도 어느 정도만 적당히 투자해놨다.
서하은의 정보는 매일 변경 되는 탓에 늘 확인하며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야 하지만, 말 그대로 이건 돈으로 행하는 기적이었다. 아무리 봐도 서하은의 뉴투브는 취미가 맞다.
왜냐고? 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을 올린 내가 워낙 겁쟁이인 탓에 아직 가상화폐 쪽은 전혀 투자하지 않았거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 보이는 주식 쪽을 골라서 투자한 거지만, 가상화폐 쪽을 골랐으면 아마 내 계좌는 적어도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불려져 있었을 거다.
하지만, 물론 지금도 어마어마한 수익이다. 내가 평생 구경도 못 해볼 돈을 만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꿈에서도 타 본 적 없던 드림카를 몰고 있기도 하고.
그나저나 서하은은 호텔에서 모습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연락하면서 귀찮게 굴 줄 알았는데.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첫날 문자로 연락처에 자기 번호가 등록되어 있다고 알려준 걸 제외하면 의외로 딱히 연락 한 통 없다.
하긴, 난 그녀를 내게 복종 시킨 거지. 날 귀찮게 굴도록 만든 적은 없으니깐. 오히려 좋다.
난 엑셀레이터를 깊게 밟으며 마치 시트 속으로 처박히듯 시원한 가속을 했다.
막상 좋은 차를 가지고 있어도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그냥 집으로 왔다.
평소랑 똑같은 집이지만, 주차장에 내 드림카가 세워져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남다르긴 하다.
뭐, 갈 곳이 없어서 집에 오긴 했지만, 할 게 없는 건 절대 아니다.
뉴투브에 댓글을 달아서 사람을 조종하게 된 지도 시간이 꽤 됐고, 이런 능력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 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댓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스마트폰이 가진 고유한 능력인지 말이다.
만약에 후자라면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분실하게 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사고로 스마트폰이 파손돼 작동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가장 끔찍한 경우는 이 스마트폰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능력을 빼앗기는 것.
그렇기에 난 이 부분을 실험해 볼 이유가 있다. 서하은 공략에 성공해서 금전적인 여유는 말할 것도 없고, 시간적인 여유도 생겼으니 천천히 머리를 굴리면서 실험해 볼 생각이다.
실험 결과로서 가장 좋은 건 물론 나 자체에 댓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전성이 매우 높아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작동이 불가능하다 해도 다른 스마트폰이나 심지어 컴퓨터, 노트북을 이용해 댓글 명령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이니 내겐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렇게 생각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은 실험해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
난 방으로 들어가 오랜만에 컴퓨터를 켰다.
허구한 날 뒹굴뒹굴하며 스마트폰만 만지는 탓에 잘 사용하지 않는 데스크탑 이었는데. 기껏 사용해도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될 줄이야.
난 금세 부팅돼서 켜진 모니터를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투브에 들어가자 수 많은 영상이 나타났다. 이 중에 누군가를 골라서 실험을 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좋을까?
난 천천히 마우스 휠을 내리며 썸네일들을 훑어봤다. 그러다 익숙한 실루엣과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리나? 내가 아는 그 리나인가?
리나가 누구냐면 부대에 있을 때 한창 미쳐있던 크라운걸 이라는 여자 아이돌의 막내 멤버였다. 심지어 난 크라운걸중에서도 리나를 제일 좋아했는데. 일단 얼굴과 몸매가 너무 내 취향이었다.
동글동글한 이목구비와 오뚝한 코, 부드러운 인상을 가졌지만, 그와 반대로 굉장히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선보이는 그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관능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뉴투브 썸네일에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은퇴 아이돌 뉴투브 시작합니다! 라는 제목을 가진 영상이었다.
맞다, 얘네 망했었지. 사실 생활관에서도 크라운걸이라는 아이돌한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리나 말고는 나머지 멤버들 이름은커녕 맴버가 총 몇 명이었는지도 기억 안 난다.
노래가 마땅히 좋은 것도 아니었고, 멤버들 간에 조화가 좋은 것도 아니어서 크라운걸은 천천히 망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크라운걸이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바로 리나였다.
멤버중에서도 워낙 돋보이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고, 어린 나이에 비견 되는 노련함 덕분인지 예능에서도 늘 주목받았다.
회사는 당연히 그런 리나를 밀어주며 크라운걸의 인지도를 끌어올려 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해체한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결국 아이돌을 은퇴하게 된 줄은 전혀 몰랐다.
내가 리나를 발견한 영상이 채널의 첫 영상이었는데. 심지어 업로드되고 날짜가 꽤 지나 있었다.
리나의 채널에 들어가 보니 그 영상 이외에도 많은 영상이 있었고, 저번 주에 업로드된 영상의 썸네일이 눈에 딱 들어왔다.
20살 리나, 처음으로 술 먹어봅니다.
20살? 하긴 내가 리나를 한창 좋아할 때도 미성년자인 걸 알고 있긴 했다. 전역하고 시간도 지났으니 리나도 성인이 됐겠지. 생각하긴 했었지만, 올해 20살이 된 거라니. 어리긴 하구나.
그때 당시에 리나는 내가 바라보며 좋아할 수만 있는 연예인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난 댓글 명령으로 그녀를 조종할 수 있다.
난 실험 대상과 다음 목표를 모두 리나로 결정했다.
우선 목표를 정했으면 그 대상의 정보를 알아내야지.
난 인터넷 속에 풀려 있는 리나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20살, 검정고시, 은퇴한 아이돌, 몸매, 성형.
리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 여러 가지가 보였다.
일단 내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리나는 성형이라는 관계가 전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한창 리나를 좋아하던 때에 내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 연습생으로 활동했고, 유명한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잠깐 출현해 반짝인기를 끌었다.
그때 당시에 리나의 사진들이 아직도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데. 지금이랑 그냥 똑같이 예쁘게 생겼다.
하지만,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활동하며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한 탓에 또래 애들 대부분이 겪어본 학창 시절을 즐기지 못했다.
리나는 결국 고등학교 입학마저 해보지 못하고, 연습생 생활에 매진하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다음 곧바로 데뷔 한 거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 데뷔한 결과는 리나에게 은퇴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그렇게 힘든 연습생 생활을 버티며 노력해 왔는데. 왜 한 번에 실패로 아이돌을 은퇴 한 건지 의문이긴 하지만, 난 그녀의 사정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니 크게 할 말은 없다.
생각을 정리하며 검색을 이어나가던 중 익숙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실버 엔터테인먼트.
어? 이거 서하은이 소속된 MCN인데. 설마 리나도 서하은이랑 같은 회사에 소속돼 있는 건가?
조금 더 자세하게 확인해 보니 역시 리나도 서하은이랑 같은 MCN에 소속된 뉴투버였다.
잠깐, 그러면 일이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풀리겠는데?
난 서하은에게서 건네받은 스마트폰을 들어 연락처에 들어가니 저장돼 있는 하나에 번호가 눈에 보였다.
시온이만의 메이드얌
별, 미친... 하긴 저번에도 봤던 거지. 어이가 존나 없긴 한데 딱히 불쾌하진 않아서 안 바꾸고 그대로 뒀었다.
아... 시발, 전화하기가 무섭네.
그래도 서하은이랑 리나가 같은 회사인 건 이미 확인했고, 리나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서하은을 통하는 게 가장 빠르다.
이미 내게 복종하고 있는 상태니깐, 어떤 정보는 가져다주겠지.
난 통화 버튼을 눌러 서하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왕! 주인니...! 아니, 시온이!"
정확히 신호 연결음 두 번 만에 전화를 받았다. 아직도 주인님 타령을 하려고 그러네.
"잘 지냈죠?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어요. 누나."
"응! 시온이 부탁이면 뭐든 들어줄 수 있지!"
"누나가 소속된 MCN에 리나라는 은퇴한 아이돌 있죠?"
이미 질문은 던져놓고 뒤늦게 머릿속에 불안감이 스쳤다.
생각해보니 지금 서하은이 날 대하는 모습을 보면 내게 집착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내게 리나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을 일은 없다고 쳐도 리나에게 질투나 적대심을 품으면 어쩌지?
"응 있어. 왜? 소개해줄까?"
서하은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딱히 질투하거나 그런 거 같진 않은데? 아니지 대뜸 소개를 해준다는데 이게 더 이상 하잖아!
"어... 혹시 뭐, 질투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죠?"
"내가 질투 같은 걸 왜 해? 날 일편단심으로 우리 주인니... 아니 우리 시온이를 사랑할 뿐이야! 난 늘 시온이가 행복하길 바라."
스마트폰 넘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진심이었다. 서하은은 정말 완벽하게 나에게 복종, 순종하며 날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듯했다.
반복 조종의 각인 효과는 대단했다!
"크흠, 고마워요. 근데 소개해주겠다는 건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인데. 리나가 마음에 드는 거 아니야?"
엄청 돌직구로 날리는구만.
"네... 뭐, 일단 그렇긴 한데."
"그럼 소개만 해주면 나머지는 시온이의 그 특별한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잖아?"
역시 서하은은 엄청나게 예리하다. 예상대로 내 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구나. 그녀를 복종시켜 내 편으로 끌어들인 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아무리 같은 회사여도 대뜸 어떻게 소개를 해줄 거냐는 말이죠. 많이 친한 사이예요?"
"친하다긴 보단 그 회사를 내가 운영 하거든...."
?
아! 서하`은` `실버` 엔터테인먼트!
그래, 애초에 막대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서하은이 굳이 자신의 뉴투브 활동에 제약이 될 수도 있는 MCN의 소속 되어 있을 이유가 딱히 없다.
그렇구나 직접 회사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 거였어. 투자 자금은 스스로 충분히 가지고 있고, 또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사업을 차린 거 였군.
서하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여자였잖아. 그녀를 복종시켜 내 편으로 만든 건 훌륭한 선택 정도가 아니라 내겐 알고 보니 엄청난 행운이었다.
"....... 그런 걸 왜 이제 얘기해요!"
"딱히 안 궁금해하길래 얘기 안했쏘. 히히."
궁금해 했을 리가 있나 생각도 못 했는데. 내가 바보였다.
"후, 그럼 소개보단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흐음... 직책을 하나 만들어줄까?"
나쁘지 않다. 내가 같은 회사의 일원이 된다면, 그게 가장 자연스럽게 리나를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거니깐.
"시온이가 우리 회사에 컨설턴트가 되는 거야. 그리고 리나 관련 미팅에 참여해서 자연스럽게 리나를 만나는 거지. 어때?"
"너무 좋아요."
서하은, 넌 내 최고의 메이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