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리나 호감작 (2)
* * *
식사를 마치고 리나를 집으로 태워다 주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나름 사이좋게 가고 있다.
평소라면 엄두도 못 냈을 만한 일상적인 대화를 했는데.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쉬는 날엔 뭐하냐, 이런 평범한 질문들을 주고받았다.
맛있는 걸 배부르게 먹어서 기분이 풀린 건지. 아니면 조종의 효과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리나가 생각 이상으로 내게 호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연예인이라고 해도 사람 사는 건 똑같구만, 리나는 고기 종류면 대부분 다 좋아한다 했고, 쉬는 날엔 딱히 뭘 하기보단 집에 누워서 드라마나 예능 보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지금 향하고 있는 리나의 집 주소만 해도 그렇게 집값이 비싼 곳도 아니다. 뭐, 원래 이런 집 값 같은 거 전혀 몰랐지만, 요새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보니 은근 이 분야에 빠삭해졌다.
오히려 MCN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되는데. 막상 이렇게 일이 생겨도 늘 잘 해결되니 불편한 그 순간만 지나면 딱히 할 필요가 없게 느껴진다.
일단 리나는 그렇게 엄청나게 유명했다고 생각할 만한 아이돌이었던 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평범한 20살 여자애 같았다.
그렇게 차에서 리나와 평범한 대화를 오가며 운전을 했고, 리나는 자신의 집에 도착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난 리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그 순간 마침 횡단보도에 신호가 걸려 차를 세우자 우리는 눈을 마주쳤고, 리나는 뭔가 다짐한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더니 말을 건넸다.
"수아랑 대체 무슨 사이예요?"
하긴, 이게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지. 어쨌든 리나는 조종당하며 내게 호감을 느끼고 있고,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상대방의 여자관계는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으니깐.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리나는 꽤나 자존심이 상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궁금해요."
"전 별로 알려주고 싶지 않은데요."
"... 왜요!"
"흐음, 정 궁금하면 앞으로 저랑 자주 만나요."
"그쪽이 수아랑 사귀는 사이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래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대꾸하는 리나를 보며 덩달아 나도 어이가 없어졌다.
의외로 상식적인 소리를 하네? 생각해보면 촬영할 때 로렌한테 먼저 사과도 했었지. 생각보다 개념이 박혀있는 편인가? 그게 딱히 좋은 점은 아닌데.... 뭐, 양심적인 문제인 거라면 나중에라도 조종으로 해결하면 되니깐 괜찮겠지.
"우선 하나만 먼저 알려주자면 수아랑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 그리고 사귄다 쳐도 별로 상관없잖아요?"
"그게 왜 상관이 없어요!"
"리나 씨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오늘 저랑 저녁을 먹으러 오지도 않았겠죠."
이번엔 엄청나게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그런 의도를 가진 건 아니었어요...."
"수아와 제 관계가 신경 쓰여서 절 만나는 게 불편하다면 앞으로 두 번 다시 저랑 단둘이 안 보면 되는 겁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면 그냥 단순하게 만나면 되겠네요. 만약 제가 수아와 연인 사이라면, 무작정 절 안 만날 생각이에요?"
일단 수아와 연인 사이가 아니라는 건 사실이다. 사귀는 척을 잠시 했을 뿐이지.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그렇진 않겠지만, 고민해 볼 순 있겠죠...."
리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하고 있었다. 조종의 효과는 생각보다 강하지. 그로 인해 작을지언정 내게 강한 호감을 느끼고 있을 리나는 날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수아와 어떤 관계인지는 앞으로도 저랑 만나면 언젠가 알려드릴게요.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잖아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요."
긴 침묵이 이어졌고, 한참 뒤 리나가 대답했다.
"알겠어요...."
역시, 댓글 명령의 효과는 엄청나다. 사실상 지금 내가 한 말은 '난 양다리 걸칠 거야.'라는 말과 다를 게 전혀 없었는데도 리나는 날 만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뭐, 리나가 저 정도까지 생각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 건 분명 할 것이다. 그럼에도 수긍을 한 것은 조종의 효과가 강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
일단 리나가 내게 생각보다 강한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분명 해졌다. 지금 리나가 생각하는 게 수아와 나를 두고 경쟁을 하는 건지. 수아와 함께 나를 만나는 것까지 다짐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둘 중 생각을 하고 있어도 나한테 나쁠 건 전혀 없지. 오히려 좋다 할 수 있으려나.
그러나 리나는 이런 대담한 선택에 비해 굉장히 자신에게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운전하며 조수석을 힐끗 바라보니 매우 시무룩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리나가 눈에 들어왔거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가?
흠, 뭐던 간에 이쯤에서 댓글 명령을 하나 더 작성에서 확실하게 갈무리를 짓는 게 좋을 것 같다.
운전하며 조수석을 힐끗 바라보니 굉장히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나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긴 어렵지만, 저 표정은 자신에게 실망한 표정이었다.
이런 대화를 시작했을 때 부터 리나의 집 근처에 도착한 상태였고, 대화가 끝날 때 즘엔 어느새 그녀의 집 앞이었다.
난 근처에 대충 차를 주차하고 조수석에서 내리는 리나와 함께 나도 내렸다. 그리고 시무룩해진 리나를 바라보며 재빨리 스마트폰 움직여 그녀의 뉴투브 채널 영상에 들어가 댓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 품에 안기며 나와 함께 하는 것에 있어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리나가 마음을 다잡는 데는 충분하겠지.
댓글을 작성하고 평소처럼 곧바로 삭제했다. 곧장 리나를 바라보니 그녀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리나는 안절부절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양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내 품에 들어왔다. 난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 위로 내 팔을 두르며 그녀를 안았다.
품속에 안긴 리나는 날 애타게 만들었다. 내 턱밑에 있는 머리칼에서 느껴지는 좋은 향기와 내 품에 들어온 그녀의 체취 그리고, 풍만한 가슴이 강하게 자신을 어필하며 내 촉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심지어 지금 내 품에 안겨 있는 그녀가 화면으로만 보던 리나라니 이거 믿기지가 않는구만.
"기분 나쁜 거 아니죠?"
내가 기분이 나쁠 리가 있겠냐.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전혀요."
품속에 리나가 고개를 숙여 내 가슴팍에 이마를 대고 말했다.
"우리 또 언제 만나요?"
"주말에 연락할게요. 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네. 좋아요……. 근데 말 좀 편하게 하면 안 돼요?"
"그럴까요? 전 별로 상관없는데. 리나 씨가 편한 대로 할게요."
리나는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내 품에서 날 올려다보는 리나가 너무도 귀여워 보였다.
"난 반말 할 거야."
진짜 귀엽네. 난 웃으며 리나의 머리에 손은 얹었다. 리나는 민망하다는 듯 다시 내 품에 고개를 파묻었다.
하긴, 우리 저번에도 서로 반말하면서 싸웠었지. 난 존댓말이 불편한 스타일은 아니긴 하지만, 리나 같은 경우엔 반말로 대화하는 게 나도 더 편한 것 같다.
"그때도 반말로 대화했었는데. 기억나?"
내가 실실거리며 말하자 리나가 내 가슴팍을 이마로 툭 쳤다.
"그때 얘기 하지 마. 또 열 받을라 하니깐."
"악! 미안해. 이제 슬슬 집에 들어가야지."
"응.... 안 그래도 갈 거였거든!"
흠, 반말하니깐 애가 묘하게 더 까칠해진 거 같은데....
리나는 날 살짝 밀어내며 내 품에서 벗어났다. 리나의 볼엔 홍조가 살짝 피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볼을 한 번 꼬집어 보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올랐지만, 참았다. 괜히 또 한 소리 들을라.
"번호 줘."
우물쭈물하며 뭔가를 꺼내서 내게 건넨 리나의 손을 바라보니 그녀의 스마트폰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우리 서로 번호도 모르는구나. 다음에 만나려면 연락처는 알고 있어야지.
난 리나의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내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고, 내 스마트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난 곧바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리나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얼른 들어가. 들어가는 거 보고 출발할 거니깐."
"응.... 조심히 가. 오늘 고마웠어."
난 리나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리나는 내게 짧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연 노란색 꽃무늬 원피스 치마를 팔랑이며 걷는 리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묘하게 기분이 상쾌해지는 듯했다.
리나는 잘 걸어가다 중간에 한 번 날 뒤돌아봤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손을 흔들자 리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갔다.
리나가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며 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난 곧바로 시동을 걸고 다른 목적지로 출발했다.
"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현관문이 열리자 흰색 하트 무늬가 잔뜩 박힌 검은색 원피스 파자마를 입고 있는 수아가 날 반겼다.
이렇게 입고 있으니 평소보다 훨씬 귀엽네. 그나저나 애는 파자마도 검은색을 입고 있냐....
"네. 저녁 약속이라 저도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방 끝났네요."
난 신발을 벗으며 현관문을 닫고, 수아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오전, 로렌의 폴 댄스 센터에 있을 때 미리 수아에게 저녁에 만나자고 연락을 보내놨었다. 그러나 수아는 내가 리나를 만나고 왔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내가 거래처와 저녁 약속이 있다고 말했거든.
사실 수아는 리나와 내 사이에 흐르던 수상한 기류를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이니만큼 리나를 만나고 왔다 얘기해도 상관없을 거라 판단하긴 했다. 말 그대로 어차피 수아는 리나와 내 관계를 알고 있으니깐.
그러나 수아는 나와 리나의 사이를 방해하기 위해 내게 일주일간 사귀자는 조건을 건 이후로 오히려 본인이 내게 더욱더 빠져 있는 상태였고, 그만큼 지금 내가 그녀를 찾아온 목적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얘기하지 않았다.
뭐, 어쨌든 그래서 수아는 지금 내가 거래처와 저녁 약속 때문에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 늦어질까 조마조마하며 급하게 달려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수아의 집으로 급하게 달려온 것은 사실이긴 하다. 진짜 급한 게 있긴 하거든.
리나를 만나고 온 걸 숨긴 것도 같은 이유다. 급하게 따먹으러 왔는데. 질투해서 안 대주면 어떡해.
"안에 뭐 입고 있어요?"
"네?!"
수아는 화들짝 놀라며 양팔로 몸을 감쌌다. 흠, 저러는 거 보니깐 브라는 안 차고 있구만.
"빨리 말해줘요. 뭐 입고 있어요?"
"아... 저, 팬티만...."
수아는 한 손으로는 가슴을 가리고 나머지 손으로는 부끄러운 듯 자신의 꽃봉오리가 있는 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크으, 이거지. 수아는 정말 반응만 봐도 개꼴린다.
"벗어봐요."
"네...?"
"잠옷 벗어봐요. 보고 싶어서 그래요."
수아는 이 상황이 매우 불편한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침대로 가면 안 돼요...?"
"안돼요. 여기서 벗어요."
너무 못되게 구는 거 같아서 수아에게 미안하긴 한데. 이 반응을 보고 있으니 진짜 당장에라도 자지가 바지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내 자지는 지금 수아의 부끄러워하는 모습만 보고도 벌써 거의 발기가 다 된 상태다.
수아는 천천히 손을 움직이며 파자마 단추를 조심스럽게 풀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정이 좋진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불쾌해 하고 있진 않았다. 단지 미친 듯이 부끄러워하고 있을 뿐이지.
천천히 단추가 풀리며 수아의 새하얀 피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떡 삼켰다. 흠, 침 삼키는 소리가 너무 큰대. 쪽팔리게 수아가 듣진 못 했겠지?
어느덧 수아는 단추를 전부 풀었고, 내 손에 딱 꽉 차게 들어올 사이즈인 그녀의 가슴이 단추가 풀린 파자마 사이로 힐끗힐끗 보였다.
수아는 파자마를 천천히 밑으로 내리며 벗기 시작했다. 그녀의 매끄러운 어깨라인 부터 흰 피부와 봉긋한 가슴, 그리고 핑크색 꼭지. 난 정말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최선을 다해 점점 드러나는 수아의 알몸을 집중해서 지켜봤다.
허리쯤에서 수아가 붙잡아 내리던 파자마를 놓자 파자마 원피스는 수아의 팔목까지 주르륵 흘러내리며 수아는 팬티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이 됐다.
수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숙이고, 양팔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가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수아가 저렇게 부끄러워하며 가리고 있으니 오히려 더 꼴리기 시작했다. 특히 수아의 검은색 팬티는 살짝 사이즈가 작은 듯 수아의 몸에 딱 붙어 있었는데. 정말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모양새였다.
난 부끄러워하며 꼼짝도 안 하고 서 있는 수아를 더는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난 수아를 둘러메고 침실로 향했다.
"꺄앗!!!"
진짜 가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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