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다음은 누굴 따먹어 볼까? (2)
* * *
리나는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며 질문하고 있었다.
수영장에 들어갔다 왔냐고? 그럴 리가. 난 탕에 들어가는 건 좋아해도 물놀이는 별로 안 좋아한다.
"아니. 여기저기 둘러보기만 했는데. 애초에 수영장에 들어갔으면 내 옷이 이렇게 뽀송뽀송 할 수가 있겠니?"
"흠, 그러네. 내가 착각했나 봐!"
리나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명쾌한 답을 얻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후, 식겁했네. 뭐, 어쨌든 리나가 착각한 게 맞긴 하니깐. 난 수영장에 들어갔던 여자애랑 뒹굴다 왔지. 내가 수영장에 들어간 적은 없다.
그나저나, 얘는 냄새만 대충 슥 맡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역시 여자의 촉은 다르다는 건가?
앞서 걸어가고 있는 리나의 뒷모습이 묘하게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리나가 뒤돌아 날 바라봤다.
"빨리와. 하은 언니가 오빠 기다려."
"날 왜 기다려?"
"뭐, 소개해줄 사람 있다는 거 같은데?"
"소개해줄 사람? 난 소개 받을 사람이 없는데...?"
나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에 빠지자 리나가 또 열을 냈다.
"아! 이상한 말장난하지 말고 빨리와!!!"
이 미친 인간아 말장난한 거 아니야. 진짜 어이가 없네. 하지만 말대꾸하면 괜히 말이 길어지니깐 그냥 따라간다.
리나는 다시 씩씩하게 계단을 향했고, 난 천천히 그녀의 뒤태를 관음하며 따라갔다. 래쉬가드에 반바지를 입고 있긴 하지만, 역시 수영복은 수영복이다. 몸 전체적인 라인을 드러내고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걸어가는 리나를 바라보니 눈이 즐겁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어, 안녕하세요!"
리나가 계단에서 누군가를 보고 밝게 인사를 건넸다.
누구지? 나도 계단을 내려가며 밑을 바라보니 모노키니를 입고 있는 로렌이 있었다.
로렌과 리나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난 조용히 뒤에서 지켜봤다. 그러던 중 로렌과 눈이 마주쳤고, 리나에게 쓸데없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눈인사를 나눴다.
리나는 나와 로렌이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별 생각 없이 지켜보더니 로렌에게 질문을 건넸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옷 좀 갈아입고 오려고요~ 슬슬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부담스럽네요."
리나는 로렌의 수영복을 빤히 쳐다봤다.
"아... 그럴 수 있겠네요!"
리나의 활기찬 대답을 듣고 나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려버렸다.
"뭐 이씨, 왜 웃어!"
웃긴 했지만, 나도 리나와 같은 생각이긴 하다. 저 정도 복장이면 부담스러울 만도 하지. 아니, 로렌은 자신이 부담스럽다는 게 아니라 다른 여자들이 자신 때문에 부담스러울 거 같다는 뜻으로 얘기한 걸지도 모른다.
저 정도 몸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로렌의 수영복은 적어도 내가 여기 와서 본 사람 중에서는 가장 자극적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소위 모노키니라고 불리는 그 검은색 수영복은 가슴 가운데가 탁 트여져 얇은 스트랩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안 그래도 커다란 가슴을 가진 로렌에게 그런 복장은 더욱더 자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밑으로 그녀의 꽃봉오리를 가리고 있는 수영복은 꽤나 많은 남자의 상상력을 폭발시켰을 것이다.
뭐, 난 저 속을 알고 있으니 상상할 필요도 없지만. 그리고 내 취향에 더 가까운 건 리나의 몸매다.
계단에서 묘한 어색함과 침묵이 이어졌고, 난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따 밑에서 봬요~"
"얼른 오세요!"
"네. 그래요~"
우리는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각자 발걸음을 옮겼다. 리나는 곧바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로렌은 날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내 옆을 지나치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로렌을 보니 가벼운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또, 저런 복장과 몸매를 봤는데. 가만히 있기는 좀 그렇잖아?
로렌은 날 완전히 지나쳐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고, 뒤를 돌아 로렌을 바라보니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가 씰룩거리며 내 시선을 자극하고 있었다.
심지어 모노키니 덕에 안 그래도 완벽한 로렌의 엉덩이는 더욱더 내가 군침을 흘리도록 만들었다.
난 잠시 앞을 바라보며 리나가 얌전히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걸 확인하고 다시 로렌의 엉덩이를 바라보며 손을 어깨 뒤로 잡아당겼다.
짜악!!!
"히익!"
손바닥으로 로렌의 모노키니를 입고 있는 엉덩이를 후려치자 모노키니의 기분 좋은 촉감과 함께 그녀의 맨 엉덩이를 때릴 때와는 묘하게 다른 소리가 들렸다.
내게 대뜸 엉덩이를 맞은 로렌은 꽤나 놀랐는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곧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리나의 뒷모습을 쳐다봤고, 그 순간 리나도 뒤돌아 로렌을 바라봤다.
리나는 내가 로렌의 엉덩이를 때린 소리를 듣고 의아해하며 나와 로렌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방금 무슨 소리예요?"
로렌은 곧장 등을 돌려 내게 맞은 엉덩이를 숨기며 리나에게 대답했다.
"아... 모기가 있어서요...!"
"이 정도 소리면 모기 형태도 없어졌겠는데요?"
내가 다시 뒤돌며 말했다. 로렌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꽤나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는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난 리나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로렌을 바라보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로렌은 리나가 자신을 보고 있는 탓에 대놓고 열받은 티는 내지 못했지만,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놓쳤네요. 하하."
복수는 다음에 침대 위에서 해주세요. 누님.
가볍게 로렌을 능욕하고 마당으로 나오니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줄어들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베큐장에서 뿜어내는 연기와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시각과 후각을 자극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바베큐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 뒤로는 미각을 자극당해 발목을 묶이겠지? 배고프다. 나도 얼른 가야지!
마당을 가로질러 바베큐장으로 향하며 주변을 바라보는데. 이 정도면 마당이 아니라 정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분위기가 진짜 좋단 말이지.
이렇게 리나와 나란히 이런 분위기 좋은 곳을 걷고 있으니 묘하게 설레는 감각과 함께 저번에 리나를 조종해 펠라치오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분위기 좋은 곳을 걷고 있었지.
리나를 슬쩍 내려다보니 그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볼에 홍조를 띠고 있었다. 비슷한 생각은 아니려나? 리나는 내게 펠라치오 해줬던 기억이 없으니깐.
"왜, 뭘 봐!"
"손잡고 싶은데. 사람들 때문에 아쉽네."
"...... 이따 저녁에 잡아줘."
리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걸음을 재촉했다. 진짜 장족의 발전이다. 귀엽기도 존나 귀엽고 말이야.
빠르게 걷는 리나를 따라가니 금세 바베큐장에 도착했다. 옅게 느껴지던 바베큐 냄새가 근처까지 다가오니 완전 폭발하고 있는 지경이었다.
가까이 와서 자세히 바라보니 요리사 모자를 쓴 남자 세 분이 커다란 그릴들 앞에 서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거 바베큐 스케일이 친구들이랑 대천에서 잔뜩 녹슨 그릴에 천 원짜리 불판 사서 목살이랑 삼겹살 구워 먹던 거랑은 수준이 다르구나.
고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진짜 입을 벌리고 있으면 침이 줄줄 흐를 거 같았다. 운전하는 내내 아무것도 못 먹고 도착하자마자 서연이랑 그렇게 폭풍 섹스를 했으니 허기질 수밖에 없지.
꽤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워낙 테이블이 많아서 자리가 없지는 않았다. 슬슬 내 참을성이 바닥나서 아무 데나 빈 곳에 앉으려는 찰나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서하은이 보였다.
"시온아. 여기!"
서하은이 있는 테이블로 리나와 함께 다가가니 그곳엔 수아도 함께 있었다.
리나는 앉아 있는 수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 여기 있었냐?"
"응. 왜 나 찾았어?"
"아니? 내가 왜?"
저게 대체 무슨 대화야....
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서하은에게 다가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면 반말을 했을 텐데. 서하은 맞은편에는 난생 처음 보는 여자와 굉장히 익숙한 여자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흠, 누구지? 뭐던 간에 두 사람 다 훌륭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고, 난 기억을 더듬어가며 서하은에게 말을 건넸다.
"저 찾으셨어요?"
"응. 앉아. 배고프지?"
"네. 토할 거 같아요."
서하은의 옆에 앉으니 테이블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들과 너무도 차가워 겉에 이슬이 잔뜩 맺힌 술병들이 있었다. 양주에, 소주에, 맥주에, 탄산수까지 난리도 아니구만, 어쨌든 테이블을 가볍게 훑어보니 건너편에 있는 그녀들에게 시선이 갔다.
서하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밝은 금발을 가지고 있는 반묶음 머리 여성은 내게 관심 없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그 옆에 갈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질끈 묶고 있는 여성은 내게 친절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 저렇게 미소 짓고 있으니 더 익숙하게 느껴진다. 금발 머리 여자 같은 경우엔 정말 완벽하게 초면이 맞는데.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 갈색 머리 여자는 굉장히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다.
흠,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누구더라?
내가 깊은 고민에 빠져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표정에 당황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꽤나 불편해 보였고, 그 불편함이 더 길어지기 전에 서하은이 입을 열었다.
"흠... 시온아? 너가 그렇게 노려보고 있는 분은 자동차 리뷰어 이다혜 씨고, 옆에 계신 분은 캠핑 뉴투버인 최서진 씨야."
아! 이제야 누군지 떠올랐다! 그녀는 한창 뉴투브로 자동차 리뷰 열심히 볼 때 몇 번 봤던 뉴투버였다. 영상으로 봤던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 착각을 해서 더욱더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는 캠핑 뉴투버 였구나. 묘하게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네.
"안녕하세요...?"
내가 계속 딴생각에 빠져 있자 이다혜가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남시온 입니다."
내 인사를 들은 이다혜은 다시 밝게 미소 지었고, 최서진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예의는 있는 사람이었는지. 날 슬쩍 바라보며 인사를 했다.
최서진의 목소리는 굉장히 무미건조하고 차가웠다.
"안녕하세요."
난 내게 인사를 하는 최서진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내 인사를 받아준 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다혜는 굉장히 밝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예를 들면 호감 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최서진은 굉장히 어둡고 차가운 인상을 가지고 있어 쉽게 다가가기 힘든 그런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딱 봐도 두 사람의 성향이 다른 게 느껴졌지만,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굉장한 미인이라는 것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뭐라고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아와 리나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던 중 서하은이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시온아. 다혜 씨가 너한테 관심이 많아. 그래서 소개해주려고 부른 거야."
아, 맞아. 아까 리나도 서하은이 나한테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고 했었지. 근데 나한테 관심이 많다니 이건 또 뭔 소리야? 오늘 왜 이러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 남자가 됐나?
리나랑 수아가 못 들어서 다행이구만.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다혜를 바라보자 그녀는 수줍다는 듯 웃으며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저... 오늘 타고 오신 차, 신형 CLS 53 AMG 맞죠?"
"네. 맞아요."
"구경 시켜 주시면 안 돼요?"
관심 있다는 게 내가 아니라 내 차였냐? 그런 줄도 모르고 나 매력적인 남자가 돼 버린 건가? 이 지랄 하고 있었네. 실소가 터져 나온다.
리나랑 수아가 들었어도 상관없었겠네.
그나저나, 역시 자동차 리뷰하는 사람이구만, 여기까지 놀러 와서도 차 생각을 한다니. 직업병 같은 건가? 뭐, 아니면 진심으로 자동차를 사랑하는 거겠지.
"안될 거 없죠. 일단 배 좀 채우고 보여드릴게요."
"헐... 완전 감사해요!"
"저도 감사해요. 차 고를 때 뉴투브에 리뷰하신 거 보면서 도움 많았거든요."
내 말을 들은 이다혜는 부끄러워하며 몸을 배배 꼬았다.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런 귀여운 이미지도 있구나. 점점 마음에 드는데?
우선 고기부터 먹자. 배고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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