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다음은 누굴 따먹어 볼까? (3)
* * *
이다혜에게 간단하게 차 구경과 시승까지 시켜주고 다시 바베큐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의외였던 건 최서진도 차에 꽤나 관심이 있었는지 나와 이다혜를 함께 따라왔었다.
처음 보는 여자들이랑 자리에서 일어나니 리나와 수아의 따가운 시선도 함께 따라오긴 했지만....
가는 길에 간단한 대화를 나눠보니 두 사람은 25살로 동갑이었고, 나보다 한 살 많았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라고 한다. 흠, 요새는 친구끼리 저렇게 느낌이 다른 게 유행인가? 아니, 애초에 그런 게 유행이 될 수는 있는 거냐.
뭐, 일단 시승이라고 표현하긴 했는데. 그렇게 거창한 것까진 아니었고, 이다혜가 근처에 와인딩 코스가 있다 해서 최서진과 이다혜를 태우고 가볍게 한 바퀴 돈 정도였고, 당연히 술은 입도 대지 않았다.
물론 여자를 둘이나 태웠으니 조금 쏘고 다닌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렇게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던 최서진이 차가 격하게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굉장히 새로웠다.
묘하게 귀여운 맛이 있었단 말이지.
어쨌든 그렇게 반쯤 장난으로 차를 몰며 이다혜가 말했던 코스를 가볍게 놀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게 운전 실력이 나쁘지 않다고 칭찬을 받았는데. 자동차 관련 분야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 칭찬받으니 꽤나 기뻤다.
그렇게 펜션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와서 차를 세우고 우리는 모두 차에서 내렸다.
최서진은 멀미 때문인지 꽤나 불편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흠, 내가 따라오라고 한 적은 없잖아? 본인이 본인 발로 직접 따라온 거지 난 모르는 일이다.
난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며 걷기 시작했고, 이다혜는 어느새 내 옆에 따라붙어 말을 걸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별거 아니었는데요. 뭐, 저도 심심했었는데 재밌었어요."
나와 이다혜의 대화를 듣던 최서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만 죽을 맛이네...."
최서진의 말을 들은 이다혜는 그녀를 비웃듯이 말했다.
"내가 너 따라온다 할 때부터 그럴 거 같더라!"
"죽을래...?"
"아니!"
대화를 나누는 거 보니 두 사람이 친한 친구라는 게 확 느껴졌다. 난 죽을상을 하고 있는 최서진에게 말을 건넸다.
"죄송해요. 멀미 하시는지 몰랐어요...."
"아, 괜찮아요."
최서진은 나에게 손사래를 치며 걷기 시작했고, 이다혜는 다시 내 옆에 붙어 나란히 걸으며 말을 걸었다.
"혹시, 다음에 또 시간 내주실 수 있어요?"
"뭐, 상관없을 거 같은데. 왜요?"
"저희 채널에서 시온 씨 차를 리뷰하고 싶어서요. 물론 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돼요."
"괜찮을 거 같아요. 날짜랑 시간만 정해서 알려주세요."
와... 내 차가 뉴투브 리뷰 영상에 올라간다니. 신기하면서도 뿌듯한 느낌이다. 심지어 이다혜가 운영하는 뉴투브 채널은 상당히 유명하다. 그런 곳에 올라간다니 내가 비싼 차를 타고 있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그 뒤로는 이다혜와 서로 번호를 교환했다. 뭐, 다음에 다시 만나려면 연락처가 필요하니깐.
사이 좋게 대화를 나누는 나와 이다혜를 지켜보면 최서진은 인상을 팍 쓰고 말했다.
"야. 나 먼저 간다. 얼른 진토닉 한 잔 타 먹어야겠어...."
"같이 가아~"
나와 대화를 나누던 이다혜는 먼저 앞장서서 걸어가는 최서진을 향해 달려가 그녀에게 팔짱을 꼈다.
지금까지 그녀들은 내 옆에 나란히 서 있거나 앉아 있어서 몰랐던 사실인데. 내 앞에서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그녀들의 뒤태가 굉장히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서진은 짧은 회색 돌핀 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워낙 말라서 내가 선호하는 허벅지가 꽉 차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얇은 허벅지와 대비되는 넓은 골반이 색기를 뿜어냈다.
그 위로는 헐렁한 흰색 나시를 입고 있었는데. 사실 조금 전 차에서부터 몇 번씩이나 그녀의 검은색 브라를 훔쳐보고 있다. 뭐, 딱히 훔쳐본 것도 아니었다. 나시가 워낙 커서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보이는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어쨌든 최서진은 자신의 금발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가볍고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있었고, 이다혜는 그런 최서진과는 반대되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다혜는 위아래로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골반과 힙에 딱 달라붙어 라인을 드러내는 반바지는 길이가 딱 엉덩이 까지만 가려주는 수준이었고, 그 위로는 검은색 크롭티을 입고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몸 딱 달라붙어 그녀의 어깨라인 부터 잘록한 허리까지 한눈에 들어오게 해주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녀가 포니테일로 질끈 묶어놓은 갈색 머리카락이 짧은 크롭티와 반바지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맨살을 은은하게 가리고 있는 부분이었다.
난 느긋하게 그녀들을 뒤따라가며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둘 다 아주 맛있어 보인단 말이지.
이다혜와는 우선 선약을 잡아놨으니 그때 충분히 따먹을 수 있을 거 같고, 최서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뭐, 그녀가 뉴투버인 이상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무조건 따먹을 수 있지만.
난 이다혜와 최서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을 어떤 댓글 명령으로 조종해 가지고 놀까 하는 고민 말이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들을 바라보고 걷다 보니 어느새 바베큐장에 도착했다.
그 뒤로는 정말 간만에 실컷 먹고 마시고 놀았던 것 같다. 해는 이미 사라져서 주변은 깜깜해져 있었고, 취기가 이렇게 올라오는 걸 보면 정말 원 없이 놀았다는 거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니 옆에 있던 리나가 날 따라 나왔다.
"오빠 어디가?"
"나 화장실 가려고, 같이 갈까?"
"응."
리나도 생각보다 취기가 올랐는지 얼굴이 꽤 빨개져 있었다. 나도 술기운이 오르니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 걷고 있는 리나가 더욱더 귀여워 보였다.
난 그런 리나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오늘 우리 같이 술 먹긴 했네?"
"응. 재밌었어. 그래도 다음엔 단 둘이 먹어...."
리나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내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귀엽다 귀여워....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나는 리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고, 평소 리나 같았으면 하지 말라고 난리를 쳤겠지만, 취기가 올라서인지 얌전히 있었다.
그렇게 펜션 안에 있는 화장실에 도착해서 난 금세 볼일을 보고 나와서 리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거실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흠, 저거 아까 나랑 계단에서 부딪혔던 유지민이라는 여자애 아닌가?
조금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얼굴을 보이지 않지만, 옷차림을 보니 유지민이 맞았다.
아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그리고, 사실상 여름휴가 파티라는 명목은 뉴투버들한테나 적용되는 거지. 나나 얘 같은 회사 직원들은 사실상 워크샵일텐데. 이렇게 취해도 되는 거야?
그 와중에 짧은 청바지 탓에 훤히 드러난 유지민의 허벅지가 내 시야를 자극했다. 술기운 오르니깐 괜히 더 꼴리는 거 같네.
아니다.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자. 너무 고되고 피곤한 일정에 쭈그려서 잠든 걸지도 모르잖아? 일단 정신 좀 차리게 해야겠구만.
유지민에게 다가가려 하는데. 뒤에서 리나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뭐해?"
"너 기다리고 있었지. 가자."
흠, 저건 이따 챙겨야겠구만.
리나와 함께 우리 테이블로 돌아와서 잠시 눈치를 보다 조용히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빠져나왔다.
난 걸음을 재촉해 조금 전 유지민을 봤던 곳으로 향했고, 그곳에 도착하니 유지민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쭈그려 앉아 있었다.
난 그녀의 어깨들 흔들어가며 말했다.
"저기요."
나름 격하게 어깨를 흔들었는데. 유지민은 미동도 없었다.
"저기요!!!"
"네?!!!"
내가 언성을 높이며 유지민의 어깨를 확 밀어내자 그녀는 기겁하며 일어났다.
흠, 만취해서 거실에 쭈그려 잠들어 있던 거치곤 얼굴도 멀쩡하고 술 냄새도 별로 안 나는데?
"저 기억나요? 여기서 뭐 해요...?"
"아...! 잠깐만요!"
유지민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급하게 다시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었다.
"얼굴 깨끗하니깐, 저 보고 말해도 돼요."
"진짜죠...?"
"네. 진짜예요. 술 많이 먹었어요?"
유지민은 슬쩍 고개를 들어 날 올려다봤다.
"아니요.... 제가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일단 술 들어가면 잠드는 버릇이 있거든요...."
아, 그래서 이런 상황이 벌어져 있던 거였네. 왠지 상태가 멀쩡하더라.
"그리고.... 오늘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알겠으니깐, 일어나요. 방에 데려다줄게요."
난 유지민의 손목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유지민은 내가 이끄는 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기대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잘 됐다. 이대로 방으로 데려가서 한 발 빼야겠다.
유지민을 부축해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그녀의 살결이 내 팔과 닿으며 부드러운 감각을 느끼게 해주었다. 난 더욱더 과감하게 유지민의 허리를 한쪽 팔로 감쌌고, 유지민은 조금 놀란 듯 움찔거렸지만, 얌전히 있었다.
취기가 오른 탓인지. 팔에서 느껴지는 여자의 얇은 허리의 감촉은 날 은근히 꼴리게 만들었다. 난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 걸 느끼며 걸음을 재촉했다.
"오빠, 뭐해요?"
씨이발.
뒤를 돌아보니. 수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애는 대체 왜 여기 있는 거냐...? 하긴, 그도 그럴 게. 우리가 신나게 먹고 마시고 노는 동안, 수아는 단 한 잔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러니 심심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던 걸 수도 있지.
아니면, 내가 조용히 빠져나오는 걸 눈치채고 따라온 건 분명 아닐 거다. 애초에 그때 당시에 수아는 그 자리에 없었거든.
난 침착하게 수아에게 대답했다.
"저희 직원분인데. 많이 취하셨는지 거실에서 자고 계시네요. 방에 데려다주려고요."
"아~ 네. 그러세요."
수아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유지민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후, 이렇게 된 이상 별다른 방법은 없다. 일단 얼른 데려다주고 오자.
난 수아를 내버려 두고 유지민은 부축해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물론 그녀의 허리에서 손은 뗐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존나 따가웠거든.
계단을 올라와 복도를 걷고 있으니 유지민이 날 살짝 밀어냈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걸을 수 있어요. 저 괜찮아요."
"그래요? 그럼 전 가볼게요. 푹 쉬세요."
유지민에게서 등을 돌려 돌아가려는데. 그녀가 갑자기 내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네...?"
"저,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유지민은 내 손목을 붙잡은 채 근처 방으로 들어갔다. 뭘 준다는 거지? 난 그녀를 따라갔고, 유지민을 방에 들어가 자신의 가방으로 보이는 짐을 뒤지더니 숙취 해소제를 꺼내 내게 건넸다.
"제가 진짜 술을 못 마셔서 챙겨왔거든요.... 필요하시면 드세요!"
"저보단 그쪽이 드셔야 하지 않을까요?"
"제 건 따로 있어요!"
유지민은 배시시 웃으며 날 바라봤다. 흠, 귀엽네.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난 그녀에게 숙취 해소제를 건네받아 방을 나가려는데. 유지민이 또다시 내 손목을 붙잡았다.
"저...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아니요. 없어요. 그건 왜요?"
비슷한 게 많긴 한데. 뭐, 딱히 여자친구는 아니니깐.
"...... 제가 그 쪽한테 관심 있어서요."
뭐야. 지금 이렇게 대놓고 유혹한다고? 조금 전에 계단에서 마주쳤을 때도 느끼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술기운 때문인가?
내가 유지민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녀가 내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번호 알려 주세요...."
"네. 알겠어요."
하루 만에 여자한테 번호를 두 번이나 따이다니. 내 생에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내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며 수줍은 모습을 보이는 유지민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를 더욱더 따먹고 싶어졌다. 후, 그러나 분명히 밑에서 수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유지민은 새로운 여자라 자극이 강할 뿐이지.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당연히 수아가 훨씬 높다. 수아에게 내가 공을 얼마나 열심히 들였는데. 굳이 쓸데없는 모험을 할 필요는 없지. 흠, 그래도 아쉽긴 하네.
난 유지민에게 내 번호를 입력한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넌 다음에 따먹어 줄게.
"연락해요."
"네...."
쑥스러워 하는 유지민을 두고 방을 빠져나와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가니 역시 수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수아는 다가오는 날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내가 선수 쳤다.
"따라와."
난 수아의 손목을 붙잡고,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그녀를 계단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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