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신 능력 각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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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다혜의 집 소파에 앉아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
그리고 이다혜는 여전히 내 눈앞에서 벽을 짚고 엉덩이를 내민 채 서 있고, 내 거짓말에 속아 교성을 연기하던 그녀는 뒤늦게 수치심과 허망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는지.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윽… 흐으윽…."
저런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약해지네. 차라리 즐기게 해줄 걸 그랬나? 아니지. 자지가 살아나면 그때는 충분히 즐기게 해주면 되겠다.
난 소파에 등을 풀썩 기대며 기억을 되짚었다.
우선 영상 속에서 구현된 현실의 퀄리티는 상상 이상이다. 현실과 전혀 차이가 없는 정도야.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그렇고,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렇다.
이런 능력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현실에서도 마음에 드는 여성을 조종할 때 굉장히 편리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서하은을 조종하기 위해 무작정 박람회까지 찾아갔던 그런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심지어 그날은 서하은이 하루 늦게 도착하는 탓에 시간을 버리기까지 했었다.
말 그대로 운에 기대어 실행했던 작전이었는데. 이 능력이 있다면 성공률을 훨씬 높여서 확신을 더욱더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
물론 그 뉴투버가 최초공개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는 가정이 붙긴 하지만,? 최근 꽤나 많은 수에 뉴투버들이 대부분 최초공개 기능을 사용하고 있고, 여기서 내 능력을 활용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정보를 알아낸다면 현실에서 조종하기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집 주소나 간단한 생활 패턴등 기본적인 정보들만 알아내도 엄청난 이점이지만, 하물며 내가 이곳에서도 댓글 명령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떠올리면 그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정보들까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지금 이다혜가 불감증에 가까운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잖아?
예를 들어, 내가 현실로 돌아가 이다혜를 이질감 없이 조종해 성감을 강화 시킨 뒤 평생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오르가즘을 충족시켜 준다면?
난 그녀에게 성적인 쾌락을 눈 뜨게 해준 유일한 남자가 되는 것이지. 그렇게 된다면 아마 그녀를 내 성노예로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뭐, 일단 내 눈앞에 있는 이다혜부터 만족하게 해줘야겠지만.
어떤 식으로 그녀를 다뤄야 하는지 미리 알고 있다면 그만큼 난 현실에서도 능숙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 예습을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지.
그나저나, 또 놀라운 점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깨달은 건데. 오늘 날짜는 분명 11일이었지만, 이다혜의 뉴투브 채널에 들어가니 18일 날 업로드 된 영상이 떡하니 있었다.
그러나 내가 슈퍼챗을 쐈던 최초공개 중인 영상은 없어서 굉장히 의문스럽긴 했지만, 하나 가설을 세워보자면 아마 영상 속에서 한 번 더 영상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막아놓은 것 같았다.
이건 댓글 명령을 사용할 때 여러 가지 조건이 있던 것과 비슷한 이치겠지.
심지어 내 스마트폰은 데이터가 전혀 터지지 않았고, 통화 기능마저 먹통이었지만, 뉴투브에 댓글을 달고 영상을 시청하는 건 확실히 가능했다.
사실상 이 말은 내 스마트폰의 어플 중 뉴투브만이 기능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유일한 기능마저 제대로 돼 보이진 않았지만, 결국 내 스마트폰으로 그나마 사용할 만한 건 스톱워치나 계산기 같은 기본 어플들과 뉴투브 뿐이었다.
하물며 내 스마트폰의 시간마저 내가 들어온 영상 속에 날짜와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혹시나 싶어 이다혜의 스마트폰도 확인해봤지만, 이렇게 특별한 경우를 띄고 있는 건 내 스마트폰뿐이었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애초에 내가 영상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부터 이미 현실성은 사라졌다.
어쨌든 확실한 건 내가 현실에서 가지고 온 스마트폰은 여전히 현실의 정보를 담고 있었다.
후우, 앞으로 알아가야 할 것들이 훨씬 많겠지.
슬슬 바깥세상은 얼마나 잘 구현돼 있는지 확인해볼까?
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바닥에 던져놓은 내 바지를 주워 입고, 이다혜의 클러치백을 뒤져 도어락 키와 지갑에 있는 현금 133,000원을 전부 챙겼다.
아, 물론 이 돈이 탐나서 챙기는 건 절대 아니다. 실험의 한 과정일 뿐.
나가서 쓸 돈이 없기도 하지만, 만약에 현금을 지니고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 그대로 돈 복사니깐.
"필요한 게 돈이에요? 흐윽… 얼마든지 드릴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다혜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고개만 돌린 채 날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눈물을 흘리며 내게 애원하고 있었다.
조금 전엔 욕까지 하더니 다시 존댓말로 돌아왔네.
"누가 너 죽인데? 돈은 언젠가 돌려줄 테니까, 일단 지금은 좀 조용히 하고 있어."
"그, 그게 무슨…?"
내가 나가 있는 동안 비명을 지르거나 고함을 쳐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도 있으니 확실히 입을 막아놓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흐음, 어차피 이다혜의 성감을 강화 시킬 생각이니깐, 소리를 못 내게 하는 댓글 명령을 사용하면서 미리 워밍업을 시켜줘야겠네.
난 이다혜를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들어 이 영상 속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미래의 그녀가 담긴 영상을 재생시켜 댓글 명령을 작성했다.
`이다혜는 내가 돌아오지 전까지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내 자지를 1초마다 떠올리며 그 순간마다 성감을 강화 시킨다.`
이런 케이스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댓글 명령이 필요하다. 1에다 10을 곱하는 명령이 아닌, 1에다 100을 더하는 댓글 명령을 사용하는 쪽이 효과가 좋을 것이다.
댓글을 작성하고 이다혜를 바라보며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음에 꽤나 당황한 듯했지만, 이미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겪고 있던 탓에 체념한 듯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이내 말도 안 되는 것이 떠오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휘젓기 시작했다.
그래. 최대한 저항해봐 그게 날 더욱더 즐겁게 해주니깐, 그나저나 갔다 오면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궁금한데?
난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밖을 나섰다.
밖으로 나온 나는 또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과 묘하게 규칙적인 모습으로 걷는 사람들, 높게 들어선 건물들과 이런 도심을 꽉 채우는 소음.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과연 이걸 현실이 아니라 의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애초에 처음 능력이 발동했을 땐 정말 교통사고 죽는 줄 알았었지.
더 이상 영상 속 세계의 구현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렇게 현실과 똑같은데. 결국 가상 세계라고 생각하니. 존나 막무가내로 굴고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다혜를 생각하며 참았다.
잠깐, 시간이 지금 얼마나 지난 거지?
난 스마트폰을 꺼내 작동 중인 스톱워치를 확인했고, 시간은 한 시간이 조금 넘어 있었다.
내가 슈퍼챗으로 후원한 금액이 10,000원이었으니 시간과 후원에 대한 내 추측이 맞았다면 아직은 여유가 꽤 남아있다.
일단 뭐라도 좀 마시자.
난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뭔데 저렇게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지?
카운터를 바라보니 앳돼 보이고 왜소한 여자 근무자가 잔뜩 치장을 한 아줌마를 상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뭐야. 무슨 상황이지?
난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갔고, 대화를 나누는 두 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야. 쿠키 하나 서비스로 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니?"
"그게…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 그래서 지금 싫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뭐야. 씨발, 아지매가 진상 짓 하는 거였어? 실소가 터져 나온다. 이런 것까지 완벽하게 구현돼있다니.
진상 짓 하는 아줌마 뒤에 서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그래. 알겠는데. 너 지금 표정이 왜 그래? 내 말이 기분 나쁘니?"
"아, 아니에요…."
"너 알바지? 사장 나오라 그래."
오른쪽 손바닥의 힘을 줘서 딱 펴고 어깨를 잔뜩 뒤로 잡아당긴 나는 왼발을 내디디며 허릿심과 관성을 이용해 전력으로 앞에 있는 아줌마의 귀싸대기를 후려갈겼다.
"꺄아아악!!!"
귀를 울리는 여자 알바생의 비명 그리고, 뼈와 뼈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있던 아줌마의 머리는 내 손에 의해 튕겨 나갔고, 아줌마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분명 손바닥으로 쳤는데. 왜 죽빵 후려갈긴 거 같은 소리가 나냐?
내게 맞은 즉시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아줌마는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설마 뺨아리 한 대 쳤다고 죽었을 리가….
더 문제는 카페 안팎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내게 집중되고 있었다. 슬슬 도망가야겠는데?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내 눈앞엔 여전히 기겁하고 있는 여자 알바생의 모습이 보였다.
흐음, 얼굴은 이쁘네.
그녀와 잠시 눈을 마주치고 있던 나는 이목이 더욱더 집중되는 걸 느끼고 가게 밖으로 달려 나갔다.
도망치는 모습이 살짝 비굴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진상 아줌마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건 아니니 괜찮다.
적당히 달려 카페 근처를 벗어난 나는 여유롭게 걸어 이다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아줌마를 후려쳤던 손바닥이 욱신거린다. 하긴, 손바닥으로 머리통을 쳤으니 안 아플 수가 있나.
대체 사람을 때린 게 얼마 만인 지 모르겠네. 어차피 현실이 아니어서 할 수 있었던 행동이긴 하지만 뭐, 어쨌든 확실히 속은 존나게 시원했다.
간만에 도망치는 느낌도 짜릿했고, 책임이나 현실 같은 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다리를 이용해 도망치는 일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야.
뭐, 현실이 아니니 잡혀도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날 기다리고 있을 이다혜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해 있었고, 난 곧바로 12층 버튼을 눌렀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너무 기대된단 말이지.
엘리베이터가 12층에 도착하자마자 난 빠른 걸음으로 이다혜네 집 현관문에 도어락 키를 가져다 댔다.
도어락 열림 음과 함께 문이 열렸고, 동시에 작은 신음이 들렸다.
"하응…!"
신발을 벗고 거실 안으로 들어가니 여전히 벽을 짚고 엉덩이를 내민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다혜가 보짓물을 허벅지까지 질질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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