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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122화 (122/273)

〈 122화 〉 리나 글램핑 (1)

* * *

눈을 뜨니 새벽녘이었다.

서하은의 팔을 베고 그녀의 품에 아이처럼 안긴 나는 내 얼굴 앞에 있는 보드랍고 풍만한 가슴 속으로 더더욱 파고들었다.

잠을 자고 있던 서하은은 품속으로 파고드는 내 탓에 몸을 살짝 뒤척였지만, 잠에서 깨진 않았다.

영상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 정신을 지쳤다고 해도 현실에서 낮잠을 워낙 길게 자서 그런지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후우……. 오랜만에 존나 일찍 일어났네.

잠에서 깼어도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나는 서하은의 얇은 허리를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고, 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기 때문에 맨살이 닿는 기분 좋은 감촉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흐음, 서하은도 몸매는 오월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뭐, 굳이 따지자면 오월 쪽이 더 뛰어나긴 하지만.

그렇게 영상 속 현실 재현도를 떠올리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나는, 잠시 후 역시 새로운 능력은 대단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완전히 잠에서 깨버렸다.

더 자기는 글러 먹은 거 같네. 지금 몇 시쯤 됐으려나.

서하은의 몸을 살짝 밀어내며 머리맡에 있는 내 스마트폰을 집은 나는 화면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am 06:08

눈 뜬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확인한 스마트폰 화면이 눈이 부시긴 했지만, 마침 창밖으로도 해가 뜨고 있어 크게 눈 부시진 않았다.

그나저나, 새벽녘이라 이른 시간일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로 일찍 일어났을 줄은 몰랐네.

그렇게 아침 의례처럼 잠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는데.

까톡!

`나 캠핑 가보고 싶어.`

이렇게 이른 아침에 누가 까톡을 보내나 했더니, 리나였다.

얘는 이 시간에 안 자고 뭐 하는 거야?

`대뜸 캠핑 가보고 싶다는 게 뭔 소리야?`

`뭐야 오빠 안 자고 있었어?`

`방금 일어났어 넌 밤샜냐?`

`헐.... 나도 방금 일어났는데?`

세상 별일 다 있네. 어떻게 둘 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똑같이 일어났지?

흐음……. 할 것도 없는데. 딱 마침 일어나 있기도 하고, 리나나 만나서 놀까?

`캠핑은 왜 가고 싶다는 거야?`

`인별 보고 있는데 캠핑 사진들 보니깐 너무 가고 싶어졌어....`

`그래 가자 씻고 준비하고 있어 집 앞으로 태우러 갈게.`

`갑자기? 지금?`

`왜 가기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빨리 준비해`

`아 진짜 느닷없네!!!`

`대뜸 캠핑 가고 싶다 한 건 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갑작스럽잖아!!!`

`그럼 그냥 가지 말까?`

`캠핑 갈 때 뭐뭐 챙겨야 되지???`

그렇게 당황스러워하는 리나와 까톡을 나누며 시시덕거리고 있는데.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서하은이 잠에서 깼다.

"으응……. 시온이, 언제 일어났어?`

"나도 방금 일어났어."

조금 전까지 내가 서하은의 팔을 베고 그녀의 품속에 안겨 있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잠에서 깬 서하은이 내 품으로 파고들어 내 팔을 베고 누웠다.

난 내 품속에 들어온 서하은을 한쪽 팔로 가볍게 감싸 안았다.

"좀 더 자. 아직 새벽이야."

"아니야……. 너무 많이 자서 이제 잠 안 와. 새벽에도 몇 번 깼어. 시온이 머리 때문에 팔이 너무 아파서 잠에서 깼던 건 절대 아니야……."

서하은은 부스스한 얼굴로 칭얼거리듯 말했다.

이 귀여운 것.

난 싱긋 웃으며 서하은의 볼에 입을 맞췄고,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내 품속에 들어온 서하은은 자연스럽게 내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게 됐다.

"아침부터 리나랑 까톡하고 있었어?"

"응. 리나도 일찍 일어났더라고."

나와 리나의 카톡 내용을 잠시 지켜보던 서하은은 싱긋 웃었다.

"캠핑 가려고?"

"응. 얘도 가고 싶어 하고, 나도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오려고."

서하은은 리나가 내게 까톡으로 보낸 인별에서 캡처한 캠핑 사진을 자세히 보더니 말했다.

"그럼, 내가 캠핑장 알아봐 줄게. 시온이, 이런 거 잘 모르잖아."

내가 잘 모른다고? 어이가 없네.

"내가 군대에서 텐트를 얼마나 많이 친 줄 알아?"

"시온아……. 리나가 하고 싶은 캠핑은 그런 거 아니야……."

서하은은 날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아닌가…?

"그래? 그럼 부탁 좀 할 게 누나."

간단하게 짐을 챙긴 뒤에 차를 타고 리나를 데리러 왔다.

어차피 1박 2일로 다녀올 생각이니깐, 짐은 딱 필요한 것만 챙겼다.

급하게 움직이느라 못 챙긴 게 분명히 있을 거 같긴 한데. 필요한 게 있으면 이따 마트에서 사도 되고, 서하은이 예약해준 캠핑장에 매점도 있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리나의 집 앞에 도착해서 대충 주차를 하자 타이밍 딱 맞게 리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피로해 보이지만 꽤나 들뜬 표정을 하고 있는 리나는 검은색 하이웨스트 레깅스와 노란색 크롭티를 입고 있었고, 한쪽 어깨에 캔버스 백을 메고 있었다.

아직 더운 날씨긴 하지만, 리나는 혹시 모를 추위를 신경 썼는지 얇은 겉옷을 캔버스 백에 걸어두었다.

아 씨팔, 뭘 까먹었나 했더니 겉옷을 안 챙겼네.

뭐, 죽기야 하겠냐.

그나저나, 평일이어서 그런지 이른 새벽이어도 출근하는 듯한 사람들이 꽤 보였다. 그 덕에 리나는 얼굴을 숨기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내게 걸어왔지만, 저렇게 훌륭한 몸매를 훤히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있으니 결국 몇몇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많은 여자의 몸을 보긴 했지만, 역시 리나의 몸매가 딱 내 취향이란 말이지.

빠른 걸음으로 내 차에 다가온 리나는 잠시 주변을 확인한 뒤 다급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 차에 탔다.

은퇴하긴 했지만, 리나도 아이돌이었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겠구나. 심지어 지금은 뉴투버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야.

차에 탄 리나는 짓궂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이씨…….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어!"

"너, 말하는 거치고 표정은 엄청 설레 보이는데?"

리나는 내 시선을 살짝 피했다.

"나 캠핑 처음 가본단 말이야…!"

난 리나가 내 시선을 피하자 드디어 눈앞에서 그녀를 몸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레깅스를 입은 리나의 허벅지는 시트에 살짝 눌려 더더욱 관능미를 내뿜었고, 하이웨스트 레깅스와 짧은 노란색 크롭티를 입어 힐끗힐끗 보이는 리나의 뽀얀 속살은 내 심장을 살살 간지럽히듯 야릇했다.

아, 너무 이런 생각만 하지 말자. 처음이라는데. 책임지고 즐겁게 해줘야지.

생각해보면 리나도 어렸을 적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으니 이런 여가생활을 쉽게 즐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즐겨보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느라 바빴으니 말이야.

여러모로 즐기고 와야겠네.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내 시선을 피하던 리나는 어느새 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리 캠핑장 예약해놨어."

"오빠, 텐트 칠 줄 알아?"

"알지. 근데 여기는 다 설치돼 있다더라."

"캠핑 장비는?"

"그것도 다 세팅돼 있어."

사실상 캠핑장에서 하는 글램핑이지.

"그럼 몸만 가면 돼?"

"응. 먹을 것만 사가면 돼. 근처 도착하면 마트부터 들르자."

"헐……. 시간도 별로 없었을 텐데. 오빠 준비성 짱이네……."

크흠, 사실 장소를 알아보거나, 예약하는 둥 귀찮은 건 내가 씻는 동안 서하은이 전부 다 했고, 난 출발하기 전에 그녀에게 간단한 설명만 들었을 뿐이다.

서하은이 예약해 준 장소가 리나가 인별에서 보고 캠핑 가고 싶다며 내게 캡처해서 보낸 사진 속 장소와 워낙 똑같았으니 딱히 더 할 것도 없었고 말이야.

문뜩 머릿속에 배시시 웃으며 날 배웅했던 서하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에 이뻐해 줘야겠네.

난 싱긋 웃으며 조수석에 앉아 있는 리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리나는 홍조를 띠며 내 손을 살포시 붙잡았다.

운전하는 내내 즐겁게 드라이브를 하듯 리나와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꽤나 가까워져 있었다.

"슬슬 장 봐야겠다. 다음 큰 마트 보이면 바로 들어갈게."

"어, 오빠! 저기 마트!"

리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큰 마트가 있긴 했지만, 반대편 차선에 있었다.

"리나야. 저긴 못 가."

"왜?"

"귀찮으니까, 인마."

리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다행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우측에 큰 마트가 나타나 그곳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평일이어도 휴가철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고, 리나는 그 모습을 보자 표정이 꽤나 당황스러워졌다.

주차를 끝낸 뒤 먼저 차에서 내려 리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 안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던 리나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쓴 채 나타났다.

얼굴이 다 가려져 있는데 뭔가 리나의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야, 그게 더 수상해 보이는 거 아니냐?"

"그,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뭐, 리나도 아이돌이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이 정도 인파면 분명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야.

그나저나, 그럼 리나도 오월이랑 예진이처럼 질내사정을 싫어하려나?

흐음……. 일단 장부터 보자.

난 다시 리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리나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내 손을 붙잡았다.

우리는 그렇게 주차장에 있는 많은 사람을 가로질러 가며 걸었지만, 다행히도 다들 자기 차에 짐을 싣느라 바빠 리나의 수상한 모습에 관심 가지지 않았다.

우리는 곧장 마트에 들어가 카트를 하나 끌고,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장난을 치고, 수다도 떨면서 장을 보고 있는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마트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남녀 한 쌍을 이룬 커플들이었다.

어린 연인들부터 젊은 부부, 노부부까지.

가족 단위나 친구 단위는 정말 눈알을 미친 듯이 돌려야 한 팀 찾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이었다.

"오빠, 이러고 있으니깐 우리도 완전 커플 같다."

나만 느낀 게 아니었네.

"우리 사귀는 거 아니었어?"

내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리나는 발끈했다.

"아니거든!!!"

"계속 손도 잡고 다녔으면서 뭘."

"그, 그거는…!"

"그리고, 너 나랑 키스도 했잖아?"

퍼억!

리나의 주먹이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아야…!"

"죽는다. 진짜."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가려져 있어야 하는 리나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화난 얼굴은 당연히 아니고, 부끄럽고 민망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잔뜩 붉어진 얼굴 말이다.

그게 아니면 저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할 이유가 없잖아?

옆구리의 아직 통증이 남아 있긴 했지만, 난 싱긋 웃으며 리나의 손을 붙잡았고, 내게서 고개를 휙 돌린 리나는 손에 부드럽게힘을 주며내 손을 맞잡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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