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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130화 (130/273)

〈 130화 〉 수아 데이트 (2)

* * *

일단은 밖에서 데이트하고 싶다는 수아의 말을 듣고 곧바로 차에 태워서 출발하긴 했는데.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긴 하다.

당연히 집안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수아가 거의 풀 세팅을 해서 나와 있는 것도 그렇지만, 묘하게 화가 나 있다는 거 같단 말이지.

"무슨 일 있어요?"

"아뇨."

표정, 말투에서 분명하게 느껴진다.

이건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거다.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얘기해줘요."

"……그냥, 우리 맨날 집에만 있잖아요."

잠시 뜸을 들이는 수아.

"한 번 정도는 밖에서 연인처럼 보내고 싶었어요."

살짝 슬픈 듯 덤덤하게 얘기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괜히 가슴 한편이 아릿하다.

하긴, 생각해보면 늘 수아랑은 집에서만 뒹굴거리면서 놀았었지.

마땅히 불만을 표하는 모습이 전혀 없길래 저런 마음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수아도 이제 20살이 된 여자애일 뿐인데 말이야.

"그럼, 오늘같이 재밌게 놀아요."

나름 진심으로 대답한 건데, 수아의 표정이 꽤나 당황스러워 보인다.

흐음…… 내가 대답을 잘못했나?

"또 뭐 속상한 게 있는 거예요? 앞으로는 밖에 나와서 이렇게 시간 자주 보내요."

"아…… 그런 거 아니에요…! 출장 갔다 바로 와서 오빠도 피곤할 텐데, 응석 부려서 죄송해요……."

오히려 내게 사과하는 수아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더 불편하다.

얼굴을 보니 아직 얘기 못한 게 더 있는 거 같은데…….

"얼굴이 안 좋아 보여서 그래요. 저한테 속상했던 거 있으면 바로바로 다 얘기해줘요. 고치려고 노력할 수 있으니까."

"……그게 아니라…… 오빠한테 이렇게 찡찡거려놓고, 정작 뭐 하고 놀아야 하는지는 잘 몰라서요……."

차가울 정도로 흰 피부와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수아가 내게 쩔쩔매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끌어안아 주고 싶은 기분이다.

이제 보니 수아랑 오월이 인상이 조금 비슷하단 말이지.

물론, 오월 쪽이 훨씬 더 차갑고 공격적인 인상이지만.

"그냥 다른 평범한 연인들처럼 재밌게 놀면 되죠."

난 싱긋 웃으며 조수석으로 손을 뻗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수아의 손을 붙잡았다.

"넵……."

수아의 하얀 볼이 작게 홍조로 물들고 있었다.

"미리 얘기해줬으면 식당이라도 예약했을 텐데, 통 말을 안 해주니 진짜 즉흥적으로 놀아야겠네요."

"죄송해요……."

"사과받으려고 한 말은 아니에요. 저도 수아 씨랑 밖에서 시간 자주 보내고 싶으니까, 원하는 게 있으면 앞으로는 꼭 미리 말해요."

"넵……. 근데 혹시 저 혼나는 거예요…?"

"비슷해요. 그렇게 말 안 해주고 혼자 꽁해있으면 전 모르니까요."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시무룩한 수아의 표정을 보니 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쁜 여자랑 밖에서 데이트하는 걸 싫어할 남자는 없어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수아가 너무 귀엽다. 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려는 걸 참기 위해 괜히 창밖을 바라봤다.

으…… 저런 말을 한 것도 쪽팔린데,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더 불편하잖아…!

"히히… 고마워요."

"크흠."

괜히 헛기침을 하며 다시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직진신호가 들어온 사거리를 통과했다.

그나저나, 문제가 한 가지있다.

원래 오늘 목표는 수아를 잔뜩 따먹고 내 자지를 받아내느라 지친 수아를 품에 안고 꿀잠을 자는 것이었다.

물론, 이걸 못하게 돼서 문제라는 건 절대 아니다.

사실 뭐, 섹스야 실컷 데이트한 뒤 모텔이든 호텔이든, 아니면 수아네 집이든 가서 하면 되는 거니까.

진짜 문제는 내가 존나 피곤하다는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리나와 글램핑에 가서 밤새 먹고 노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고, 그렇게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하느라 더 피곤해졌다.

그 상태로 지금 수아와 데이트를 하게 됐으니 나도 모르게 피곤한 티를 팍팍 내서 수아를 실망시킬 것 같다는 거지.

결국 영화관에서 개꿀잠을 자버렸다.

"오빠, 많이 피곤했어요…?"

얼음이 거의 다 녹아서 먹지도 못할 상태가 돼버린 콜라를 버리고 있는데, 수아가 걱정스럽다는 듯 날 바라보고 있었다.

시발, 미안하고 뭐고를 떠나서 오는 길에 차에서 떠벌렸던 게 있어서 그런지 쪽팔려 죽겠네.

그냥 기억을 지워버릴까…….

"크흠, 괜찮아요. 영화가 너무 지루해서 저도 모르게 잠들었나 봐요."

실제로 영화가 존나 재미없고 지루하긴 했다.

요새 화제인 영화들은 죄다 자리가 없거나 떨어져 있었거든.

그래도 더 이상 별말 없는 거 보면 코는 안 골았나보다.

그건 불행 중 다행이네.

안심의 한숨을 쉬고 있는데, 수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내 귀에 작게 속삭인다.

"오빠 코도 골아서 제가 오빠 코 잡고 있었어요……."

안 되겠다. 오늘 기억은 지워야겠다.

"농담이에요…! 히히."

히죽 웃으며 사뿐사뿐 통로로 향하는 수아.

어이가 없네. 얘가 원래 저런 장난을 치는 스타일이었나?

아니면 단순하게 밖에 나와서 기분이 좋을 걸 수도 있겠네.

여러모로 자주 데리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영화 보는 건 대차게 망했으니 밥이라도 제대로 먹여야겠다.

수아는 영화가 나름대로 재밌었는지 꽤나 해맑아 보였다.

"배고프죠?"

"음…… 그런 거 같아요."

영화표를 예매하고 수아가 팝콘이랑 콜라를 사는 동안 재빠르게 한우 오마카세를 예약해놨다.

딱 한 팀 자리가 시간에 맞게 비어있었으니 운이 존나게 좋았지.

"그럼 슬슬 밥 먹으러 가죠. 소고기 좋아해요?"

"네."

대답만 보면 시큰둥한데, 지금 수아의 표정은 굉장히 설레 보인다.

"그럼 바로 가죠. 이 근처예요."

잘 구워진 안심 추리를 입속으로 집어넣은 수아는 귀엽게 입을 오물오물거렸다..

"맛있어요?"

"……완전, 완전 맛있어요…!"

다행히도 수아 입맛에 잘 맞는 거 같다.

"아직 한참 더 나오니깐, 많이 먹어요."

"넵."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네. 하긴, 인당 35만 원짜리 코스인데, 맛있어야지.

사실 이 한우 오마카세도 로렌이 처음 소개해준 곳이다.

로렌 덕분에 맛있는 가게는 진짜 많이 알게 됐단 말이지.

생각난 김에 로렌한테도 조만간 연락 한번 해야겠다.

그나저나, 수아는 먹는 걸 볼 때마다 느끼는데 저 조그마한 입으로 참 잘 먹는단 말이지.

ASMR이 아니라 먹방 뉴투버를 해도 꽤나 성공했을 것 같다.

먹는 걸 보고 있으면 은근 복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빠져든다.

수아는 내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날 돌아봤다.

"그냥 귀여워서 봤어요. 많이 먹어요."

대뜸 그런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린 수아는 다시 먹는데 집중했고, 고개를 돌린 수아의 귀가 붉어져 있었다.

진짜 귀엽네.

"아… 완전 배불러요."

디저트까지 깔끔하게 먹고 식당을 나섰다.

저렇게 배부르다고 말하는 수아의 배는 음식을 먹기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다 어디로 간 거야?

저 마른 몸이 골반이랑 힙은 제대로 살아있는 거 보면 먹은 게 다 그쪽으로 가는 건가?

이런 실 없는 생각을 하며 수아의 몸매를 관음하고 있는데, 수아는 맛있는 걸 먹어서 텐션이 더 올랐는지 폴짝 거리며 내게 팔짱을 꼈다.

이런 모습을 몇 번 더 보면 수아의 차가운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서 많이 흐려질 거 같다.

심지어 내게 팔짱을 끼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수아를 보고 있으면 더더욱 그런 이미지가 흐려진다.

그냥 존나 귀엽다는 소리야.

"이제 어디가요?"

"배부르니깐, 카페 가서 소화 좀 시키죠."

"좋아요."

말투는 참 시큰둥한데, 표정이랑 눈빛은 들떠있단 말이지.

하긴, 수아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평범한 여자애는 아니었네.

대뜸 일주일 동안 사귀자는 제안을 했었으니까.

그 인연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우리 둘 다 몰랐겠지.

저번에 로렌과 갔던 카페에 왔다.

그때는 로렌이 유부녀이기도 하고 날도 너무 더워서 루프탑을 사용하지 않고 실내에 있었는데 오늘은 날씨도 나름 시원하니 수아와 함께 커피와 디저트를 챙겨서 루프탑으로 올라왔다.

딱히 말은 하지 않지만, 루프탑에서 풍경을 구경하는 수아의 눈빛은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한참을 루프탑에서 주변 풍경을 구경하던 수아는 테이블로 돌아와 내 옆에 앉았다.

"시원해서 좋아요."

짧게 감상평을 마친 수아는 작은 포크를 들어 티라미수를 작게 떠서 먹었다.

"배부르다더니 그게 또 들어가요?"

"디저트 배는 따로 있어요."

날 흘겨보며 대답하는 수아를 보고 난 실소를 터트렸고, 수아도 작게 웃었다.

그렇게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가볍게 수다를 떨고 있는데 꽤나 어려 보이는 여자 둘이 다가왔다.

"저, 저기……."

수아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앉은 채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나한테 말을 거는 건 아닌 거 같고, 수아 구독자인가?

"호, 혹시… 그, 수아님 맞으시죠…?"

"네. 맞아요."

"와…! 저 완전 옛날부터 구독자예요!"

역시, 내 예상이 맞네. 수아도 확실히 인기가 많긴 하구나.

수아와 두 사람은 연예인과 팬 같은 대화를 짧게 나누었다.

"저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세요…!"

"진짜 너무 예뻐요…!"

두 여자는 생각보다 수아에 열렬한 팬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난 없는 사람처럼 수아와 두 사람이 어색한 모습으로 사진을 몇 장 찍는 모습을 재밌게 구경했다.

사진도 다 찍었고, 인사도 하길래 이제 가는 줄 알았는데, 두 여자 중 한쪽에서 다시 수아에게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옆에 분은 남자친구…?"

"아, 네."

수아의 짧고 쿨한 대답에 나와 두 여자 모두 잔뜩 당황해서 벙쪄버렸다.

아니, 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이거 생각보다 피곤해질 수도 있단 말이야.

뭐, 굳이 따져보면 큰 문제는 아니긴 한데, 대충 친한 오빠라고 얼버무리려 했던 내 입장에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짧은 정적이 흘렀고, 수아에게 질문했던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헐… 비밀 꼭 지켜드릴게요!"

"안 지켜주셔도 돼요."

수아는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답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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