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오월한테 호감 얻을 수 있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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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뛰는 심장을 달래며 오월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조수석에 타서 와인바로 가고 있다.
오월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타고 함께 술을 마시러 가게 되는 날이 내 인생에 오게 될 줄이야.
아…… 갑자기 확 긴장되네.
물론, 낮에 오월을 만났을 때도 긴장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는 심지어 자연스럽게 수다도 떨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차 안에선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나야 너무 예쁜 사람을 봐서 얼었다 치면 되겠는데, 오월은 왜 저러는 거야?
확실히 오월도 낮에 나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던 모습에 비하면 지금은 굉장히 어색해 보였다.
인사할 땐 무슨 마녀라도 된 것처럼 날 홀릴 듯이 인사하더니 진짜 적응 안 되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아마 오월은 지금부터 나와 술을 마시러 간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긴장한 것 같다.
이 전에는 우연히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던 거라면 이번엔 본인이 직접 약속을 잡아 나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한 것이니 감상이 다르겠지.
난 분위기를 조금 풀어볼 겸 괜스레 입을 열었다.
"오월 씨 지인분이 하는 와인바로 간다고 하셨죠?"
"네. 친한 언니가 하는 곳인데, 되게 좋아요. 조용하고."
다른 사람의 평범한 지인이라면 딱히 흥미도 안 생길 텐데, 오월의 친한 언니라니 나도 모르게 흥미가 잔뜩 생긴다.
뭐, 어차피 가면 보게 될 테니 티 내지 말아야지.
"그래요? 기대할게요."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부담스럽잖아요……."
한 손으로 운전하며 반대 손을 턱과 볼에 가져다 대는 오월, 난 그런 그녀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은근히 부담을 잘 느끼시네요."
"이게 제 성격이라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시온 씨는 저랑 취향이 비슷하니깐, 잘 맞을 거라 생각해요."
내 취향은 조작된 취향이긴 했지만, 낮에 갔던 가게도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거 생각하면 지금 가는 와인바도 충분히 좋은 곳일 거라 생각한다.
무려 오월이 자주 가는 곳이라는데, 설마 별로겠어?
"그렇겠죠? 근데, 전 솔직히 바에 가는 것보단 오월 씨랑 마시는 와인이 더 기대되네요."
오월은 나랑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어…… 와인이 기대된다는 뜻이죠?"
"네. 뭐, 그렇죠."
내가 별 뜻 없다는 말투로 대답하자 오월은 당황한 듯 말을 돌렸다.
"……한 10분 뒤면 도착해요."
"금방이네요."
이걸 내 탓이라 해야 할지, 오월의 탓이라 해야 할지, 분위기를 풀기 위한 내 노력은 물거품이 돼버렸고, 차 안엔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목적지 부근입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내비게이션에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여기가 목적지 근처라고…? 그냥 숲인데?
주변에 보이는 건 울창한 나무들과 차가 몇 대 서 있는 주차장이었다.
다행히도 주차장에는 가로등이 잘 돼 있어 주차하기는 꽤나 편해 보였고, 오월은 익숙하다는 듯 주차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여기 와인바가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
만약 날 데려온 상대가 오월이 아니었다면 장기 털리는 걸로 오해하기 딱 좋았을 것이다.
오월이 능숙하게 주차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는 내 생각보다 더 운전을 잘하는 것 같다.
빠르게 주차를 마친 오월과 함께 차에서 내렸고, 주차장 밖으로 쭈욱 이어진 길을 바라보니 큰 건물과 불빛들이 보였다.
아, 저쪽에 있는 거구나. 괜히 혼자 이상한 생각 했네.
차에서 클러치백을 챙긴 오월이 날 바라봤다.
"초입은 어두우니깐, 조심해요."
차에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날 고혹하던 그녀였지만, 가로등 밑에서 불빛을 받고 있는 오월은 더욱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길게 뻗어 아름다운 오월의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 풍만한 가슴 모든 게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저 희고 각선미가 훌륭한 다리가 보지 속으로 내 자지를 받아들일마다 거칠게 흔들렸던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발기가 될 뻔했다.
"시온 씨, 왜 그래요?"
"아, 아닙니다. 가죠."
"뭐야, 설마 무서워서 그래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 날 바라보는 오월.
어이가 없네. 그런 거 아니거든?
"저 겁 없습니다."
오월은 내가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아~ 무서워하는 거면 손이라도 잡아줄까 했어요."
지금이라도 사실 존나 무섭다고 이실직고할까.
주차장에서 불빛이 희끗희끗 보이는 곳으로 길을 따라 쭈욱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이 점점 밝아졌다.
꽤나 넓은 공터에 들어서자 옆에 작은 연못이 불빛들을 반사하고 있었고, 여전히 나무에 가려져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건물이 크네. 단순한 와인바는 아닌 거 같은데.
"낮에는 카페로 운영하고, 밤에만 바를 이용할 수 있어요."
내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건물을 바라보며 걷고 있으니 오월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낮에도 한번 와보고 싶네요."
평소 같았으면 별 관심 안 가졌었겠지만, 옆으로 예쁘게 잘 꾸며진 정원이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연광을 받으면 어떤 모습일지 새삼 궁금해졌다.
"해 떠 있을 때 보면 더 예뻐요. 시간 될 때 같…… 오시면 좋을 거예요."
흐음, 중간에 재밌는 소리를 들을 뻔한 거 같은데…… 일단 모르는 척해줘야겠다.
그렇게 오월과 와인바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누며 건물 앞에 도착했다.
건물 입구가 앞에 있어 곧장 그곳으로 들어가려는데, 오월이 날 불러세웠다.
"이쪽이에요."
앞장서서 걷는 오월을 뒤따라가니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건물 입구가 있었다.
오월이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자 문이 스스로 열리며 여자 한 명이 나왔다.
"일찍 왔네?"
문을 열고 나온 건 30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고풍스러워 보이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를 올림머리 집게 핀으로 잡아놓은 모습이 꽤나 전체적으로 미인인 그녀와 잘 어울렸다.
은근한 퇴폐미가 느껴지는 그녀는 오월과 날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얘기 했던 사람이 저분이야?"
"응. 시온 씨 인사해요. 여기 사장님이에요."
난 꽤나 강렬한 인상을 가진 그녀에게 최대한 간결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반가워요. 얘기 전해 듣고 만날 생각에 기대 많이 했어요."
그녀는 꽤나 능글맞은 미소로 날 대했다.
오월은 그 모습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전혀 불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언니가 기대를 왜 해. 시온 씨, 저 손 좀 씻고 올라갈게요. 사장님이 룸으로 데려다주실 거예요."
"아, 네."
"따라오세요."
오월은 왼쪽 복도로 걸어갔고, 나와 여사장은 계단 위로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늘 여자보다 계단을 먼저 올라가려는 편인데, 이번엔 여사장에게 안내를 받는 탓에 선두를 내주게 됐다.
아,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 지 모르겠네.
계단이 그렇게 넓지 않아 난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원피스 너머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가 내 시선을 자극했다.
괜히 트집 잡힐 수도 있으니깐 그냥 아예 고개를 숙이고 걷자.
머릿속에 여사장의 엉덩이가 자꾸 떠오르는 걸 참아내며 계단에 전부 올라서자 그녀가 흐뭇하게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는 오른쪽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귀는 사이에요?"
질문 하나도 묘하게 진득한 그녀.
길게 말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가? 뭐, 일단 오월 얘기겠지?
"아니요. 그냥 친구 같은 느낌입니다."
내 대답이 웃겼는지 그녀는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친구 같은 느낌은 뭐예요?"
"크흠,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서요."
"그렇군요."
그리고 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정적이 맴돌았다.
독특한 사람이네. 저렇게 여자가 괜히 분위기 잡는 거 보면 그냥 확 따먹어버리고 싶다.
여사장은 날 룸 안으로 안내해주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남자를 데려온 건 처음이에요."
말하는 방식 진짜 느닷없네.
"오월 씨…… 얘기하시는 거죠?"
"네. 가끔 친구나 같은 맴버들 정도나 데려왔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네요."
"아…… 제가 기쁘게 생각하면 되는 건가요?"
"편하게 생각하세요."
다시 날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여사장. 지금 보니 그녀도 상당한 미인이다.
그나저나, 이제 진짜 뭐라 대답할지 모르겠네.
말을 무시하긴 좀 그래서 대답을 쥐어짜 내고 있는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시온 씨는 오월이를 어떻게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냐고…? 딱히 그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일단 간단하게라도 대답은 해야겠지.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 같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긴 했다. 내가 영상 속에서 봤던 오월은 너무도 차가웠으니까.
"생각보다…? 아~ 하긴, 우리 애가 알려진 소문이 너무 안 좋죠."
그녀가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오월이 등장했다.
"소문이 이상한 거지. 난 그렇게 싸가지 없지 않거든?"
"그래도 넌 그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네, 네, 시온 씨 언니가 이상한 얘기는 안 했죠?"
의심 가득한 오월의 눈빛 넘어 능글맞게 웃고 있는 여사장이 보였다.
"네. 그냥 평범하게 대화 나누고 있었어요. 하하."
"시온 씨 반응이 수상한데……."
"내가 이상한 얘기를 왜 하겠니?"
난 어색하게 웃었고, 그런 날 흐뭇하게 바라보던 여사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직원 올려보낼게. 시온 씨, 다음에 또 봬요."
"네.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여사장은 마지막까지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며 룸 밖으로 사라졌다.
오월은 그녀의 구두 굽 소리가 멀어지자 내게 얼굴을 확 들이밀었다.
와, 진짜 너무 예뻐서 심장 떨린다.
"언니가 무슨 말 했는지 빨리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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