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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152화 (152/273)

〈 152화 〉 선택적 집순이 오월 (1)

* * *

잔뜩 긴장한 채로 채정화의 집에 가고 있다.

물론, 당연히 채정화를 만나러 가는 건 아니고, 그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오월을 만나러 간다.

다행스럽게도 어젯밤 오월에게 먼저 까톡이 온 덕분에 그녀를 만날 기회는 생겼지만, 뭐랄까 말투에서 꽤나 화가 나 있는 듯한 향기가 풍겨와서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긴장하지 말자, 여차하면 기억도 지울 수 있으면서 뭘 긴장하고 있는 거야.

일단 만나서 상황을 보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하자.

어젯밤에 갔던 길을 기억하고 있어서 딱히 내비를 찍을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내가 지내고 있는 호텔에서 채정화에 집까지 얼마 걸리지 않아서 까먹을 일도 없고 말이야.

어쨌든 채정화의 집 앞에 도착해서 곧장 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오월에게 까톡을 보냈다.

까톡을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월이 건물 입구에서 나왔다.

안 그래도 차가운 인상이긴 하지만, 확실히 오월은 어제보다 날 차가운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너무 편하게 입고 나온 거 아니야?

오월이 밖에 다닐 때마다 위장 용도로 딱히 꾸미지 않고 편하게 입고 다니는 거야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 느낌과 상당히 달랐다.

그동안은 안경이나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리거나 선글라스를 껴서 눈을 가렸었는데, 지금은 정말 그냥 편하게 집 앞 편의점을 가는 듯한 복장이었다.

차 앞에 서 있다 건물 입구에서 나온 오월을 보고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월은 점점 다가오는 날 바라보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난 멋쩍게 웃었다.

이거, 화난 게 아니라 삐진 느낌인데?

"어…… 잘 잤어요?"

"네."

고개를 돌린 오월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묘하게 입술이 삐진 티를 내고 있는 거 같다.

뭐,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오월과 가까워지자 그녀의 편한 복장은 더욱더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별다른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여전히 너무도 예뻤…… 아니, 이게 아니라. 오늘은 마스크나 안경, 모자 없이 그냥 밖으로 나와 있는 오월이었다.

"근데 오월 씨, 그대로 어디 가도 괜찮은 거예요?"

"안 괜찮죠. 들어와요."

"네?"

짤막하게 대답한 오월은 곧장 뒤돌아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자 오월은 잠시 발걸음을 멈춰 날 돌아봤다.

"점심 안 먹었죠? 집에서 같이 먹어요."

"아, 네. 근데 오월 씨 혼자 사는 거 아니지 않아요?"

"언니는 출근했어요."

아, 맞아. 낮에는 카페로 운영한다 했었지.

굳이 일 문제가 아니어도 친한 동생 썸남이랑 그렇게 섹스를 했으면 뭐, 집 정도는 비워주는 배려는 해야지.

그나저나, 오월이 날 집으로 들일 줄이야. 이런 건 예상을 못 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나쁠 건 전혀 없네. 마침 딱 배도 고팠으니까.

"그럼, 오월 씨가 점심 해주는 거예요?"

"아니요. 그쪽이 뭐가 이쁘다고 제가 밥을 차려줘요."

엘리베이터를 잡은 오월이 싸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크흠, 삐졌다고 화가 안 난 건 아니구나…….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내가 영상에서 봤던 오월은 이것보다 더 까칠했었다.

나름대로 좋은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겠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에도 오월은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화 많이 났어요?"

"제가 왜 화가 나요?"

내용과 다르게 상당히 틱틱대는 말투.

아직 대화할 상태는 아닌 것 같으니 조용히 하고 있어야겠다.

괜히 건드려서 열 받게 하면 안 되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딱히 채정화가 집에 있었어도 상관없었다는 것이다.

채정화의 집은 전원주택이었고, 오월은 그중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긴, 그만한 카페와 바를 운영하는 사람이 평범한 곳에서 살 일은 없지.

심지어 오월도 굉장히 급이 높은 연예인이니 말할 것도 없고.

능숙한 손길로 현관문을 여는 오월의 등 뒤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들어와요."

현관문이 열리고 난 드디어 오월의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영상 속에서 들어갔던 오월의 집은 예진이와 같이 쓰는 숙소에 가까웠으니 사실상 이곳이 진짜 오월의 집이라고 봐도 되겠군.

현관에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니 모던한 화이트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집이 특이하네. 구조가 독특한 편이라 그런 건가?

앞장서서 집 안으로 들어간 오월이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날 바라봤다.

"소파에 앉아 있어요. 딱히 가리는 거 없죠?"

"네. 어지간하면 다 잘 먹어요."

난 싱긋 웃으며 대답했고, 오월은 짓궂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오월 씨, 집 구경해도 돼요? 구조가 되게 신기하네요."

"……너무 헤집고 다니지만 마요."

"넵."

오월은 주방으로 보이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난 깨끗한 바닥에 가볍게 발을 내디디며 느긋하게 집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구조가 신기해서 그렇지, 집 자체가 엄청나게 넓은 편은 아니네. 물론, 사람 혼자 살기엔 어마어마한 크기지만.

짧은 복도를 지나 살짝 열려있는 방문을 밀어내니 오월의 옷방으로 보이는 방이 나타났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옷만 입어서 예상 못했는데, 정말 옷이 엄청나게 많구나.

하긴, 생각해보면 어젯밤에 와인바를 갈 때도 존나 예쁘게 꾸며 입고 왔었지.

심지어 옷방에 걸려 있는대도 화려해 보이는 옷들을 보니 어젯밤에도 오월이 나름 평범하게 입고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옷 방은 그만 구경해야겠다. 혹시나 민망할 수 있는 속옷 같은 거라도 보게 되면 오월이 더 삐질 수도 있다.

옷방 문을 처음에 살짝 열려있던 그대로 원상 복귀 시켜놓은 채 이번에 문이 활짝 열려있는 방으로 향했다.

와, 영상 속에서 봤던 느낌이라 완전 비슷한데?

이곳은 오월의 침실이었다.

영상 속에서 들어갔던 오월의 침실도 정말 여왕님이 쓸 거 같은 침대와 가구가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침실도 비슷했다.

우리 여왕님 취향은 확고하구만.

저런 비슷한 방에서 오월을 존나게 따먹었던 생각을 하니, 아랫도리가 괜히 움찔거린다.

심지어 같은 공간에 오월이 지금 나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아예 발기가 될 지경이었다.

아오, 진정하자. 오늘은 사고 치지 말아야지.

그렇게 차갑고 까칠하던 오월이 먼저 연락을 준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운이다.

간단하게 집 구경을 마치고 소파에 얌전히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데, 오월이 내게 다가왔다.

소파에 기대어 핸드폰을 만지던 나는 오월이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곧바로 미소를 지어버렸다.

"왜 웃어요…!"

"앞치마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오월은 토끼가 그려진 귀여운 앞치마를 하고 있었는데, 앞치마보다 그 앞치마를 입고 있는 오월이 몇 배는 더 귀여워 보였다.

귀여운 수준이 아니라 저 정도면 사랑스럽지.

내가 계속해서 흐뭇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자 오월은 한숨을 작게 쉬었다.

"얼른 와서 밥 먹어요."

"네, 갈게요."

소파에서 일어나 오월을 따라가니 4인 식탁에 나름대로 근사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깨끗한 그릇에 깔끔하게 담긴 반찬 몇 개와 한가운데 된장찌개, 그리고 뭔지 모르는 생선구이가 있었다.

"와…! 이거 설마 오월 씨가 다 만든 거예요?"

"……대부분 정화 언니가 해놓은 거예요. 제가 한 건 상 차리고 생선 구운 게 끝이에요."

오월은 민망하다는 듯 살짝 인상을 쓰고 있었다.

와, 씨. 그래도 이건 너무 감동적인데?

"오월 씨 근데, 제가 뭐가 이쁘다고 밥을 차려주냐고 하더니……."

"얼른 앉기나 해요!"

생각보다 더 민망했는지, 내 말을 확 끊어버리는 오월.

예쁘기도 존나 예쁘지만, 진짜 재밌는 여자라니까.

영상 속에서 말 끊는 건 열받아 죽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사랑스러워 죽겠네.

난 대놓고 미소를 지으며 가지런하게 수저와 밥그릇이 놓여 있는 식탁 앞에 앉았고, 오월은 내 맞은편에 앉았다.

"이 생선은 이름이 뭐예요?"

오월은 싱글벙글 웃으며 괜히 말을 거는 나를 짓궂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옥돔이요."

"그래도 이건 오월 씨가 절 위해 구워준 거잖아요?"

"……지금이라도 뺏는 수가 있거든요?"

"잘 먹겠습니다!"

그나저나, 오월이 생각보다 생선을 좋아하나 보네.

저번엔 갈치구이더니 이번엔 옥돔구이야?

제주 출신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생선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생선을 상당히 잘 굽는다는 건 확실하게 알겠다.

"와, 이거 진짜 맛있네요."

"많이 먹어요."

오월이 직접 구워준 옥돔구이는 굉장히 맛있었다.

문제는 내가 생선 뼈를 잘 바르지 못한다는 것이고, 내가 답답한 실력으로 생선을 으깨고 있자 오월은 낯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뼈를 발라주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어, 제가 직접 발라먹을게요."

"……그냥 제가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요."

오월은 살짝 홍조를 띠고 있었고, 그녀는 꽤나 설레 보였다.

아, 이거 심장에 안 좋은데.

"잘 먹었습니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오월 덕분에 편안한 식사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요. 그냥 두세요."

"아니에요. 얻어먹었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내가 마음대로 그릇들을 정리하며 싱크대로 가져가자 오월은 꽤나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나중에 해도 되는데……."

"제가 지금 바로 해도 되잖아요?"

오월은 싱긋 웃는 날 보며 말문이 막혔는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여주네?

"어? 기분 좀 풀렸어요?"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웃겨."

난 싱크대에 서서 고무장갑을 낀 채 설거지를 시작했고, 오월은 그런 내 옆에서 그릇을 받아 정리했다.

오월과 싱크대에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꽤나 간질간질하다.

"오월 씨, 어제는 정말 미안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

나름대로 진심을 담아 사과했는데, 오월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하긴, 삐졌든 화가 났든 쉽게 풀리는 건 아니니까.

조금 더 마음에 여유를 갖자고 생각하는데, 오월이 입을 열었다.

"너무 그렇게 격하게만 하지 마요……."

"……?"

내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오월을 바라보자 오월은 귀를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저도 갑자기 도망쳐서 죄송해요."

오히려 내게 사과하는 오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젯밤 오월은 내게 화가 났던 게 아니라 상당히 놀랐던 거 같다.

그나저나, 격하게만 하지 말라고? 그럼 앞으로 키스를 계속해도 된다는 거야?

난 오월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오월은 상기된 얼굴로 부끄럽다는 듯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오월과 눈을 마주친 나는 허리를 숙이며 무의식적으로 점점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는데, 오월이 내 가슴팍을 다급하게 밀어냈다.

"밥 먹었으면…… 이부터 닦아야죠…!"

"네…?"

"아, 아니…… 시온 씨가 더럽다는 게 아니라…… 제가 밥 먹으면 이를 꼭 닦아야 해서……."

"네?"

"같이 이 닦으러 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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