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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153화 (153/273)

〈 153화 〉 선택적 집순이 오월 (2)

* * *

오월의 느닷없는 제안으로 얼떨결에 이를 닦게 됐다.

뭐, 밥을 먹었으면 이를 닦는 게 당연하긴 하다. 마침 장소도 집이고 닦아서 나쁠 건 전혀 없으니까.

근데 뭐랄까, 말한 타이밍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오월의 생각이 너무 속 보인단 말이지.

그 덕분에 나란히 서서 욕실 거울을 바라보고 이를 닦는 건 굉장히 어색했다.

특히 거울 속으로 비치는 오월은 날 이를 닦으며 굉장히 낯부끄러워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지금, 밥을 먹고 이도 깨끗하게 닦은 오월과 나는 소파에 앉아 어색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정 자세로 앉아 있다.

눈앞에 있는 TV라도 켜져 있으면 어디 시선을 고정할 곳이라도 있을 텐데, TV 화면 마저 어두컴컴하게 꺼져 있어 마땅히 눈을 둘 곳이 없다.

결국 시선을 옆으로 돌려 오월을 바라보자 그녀의 붉어진 귀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당장이라도 내 옆에 있는 오월을 마음대로 탐하고 싶다.

문제는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도저히 함부로 행동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후우…… 어차피 오월 쪽에서 대놓고 나한테 시그널을 보냈는데, 내가 괜히 너무 움츠러들어 있는 건가?

그래, 남자가 먼저 나서야지. 너무 망설이는 것도 좋지 않다.

난 계속 오월을 바라보고 있었고, 오월의 귀가 점점 붉어지는 걸 보니 그녀도 분명히 지금 내 시선을 느끼고 있다.

"저기, 오월……."

"시온 씨!"

오월은 꽤나 상기된 얼굴로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갑자기 뭐야?

내가 갑자기 말을 걸어서인지, 오월과 서로 말하는 타이밍이 겹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월은 내 말을 끊듯 다급하게 날 불렀다.

"네…?"

"게임 할래요?"

갑자기 무슨 게임을 하자는 거야? 집에 마땅히 게임이 있어 보이는 스타일도 아니구만.

혹시 보드게임 같은 걸 하자는 건 아니겠지?

"어, 무슨 게임이요?"

"이것저것 있긴 한데, 게임 싫어하는 건 아니죠?"

"싫어할 리가 없죠. 좋아해요."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오월은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월은 커다란 TV 앞에 서서 밑에 있는 선반을 만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작은 기계음과 함께 TV가 켜졌다.

하자는 게임이 보드게임 같은 게 아니라 콘솔 게임이었어?

진짜 예측할 수가 없는 여자네.

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게임패드 두 개를 들고 내게 다가오는 오월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퉁명스럽게 말하는 오월의 표정은 꽤나 민망해 보였다.

"오월 씨도 게임 좋아하나 봐요?"

"좋아하긴 하는데, 자주는 못 해요."

하긴, 오월은 상당히 바쁜 편이지.

어젯밤, 와인을 마실 때 오월이 이번 휴일도 겨우 만들었다고 내게 말했었다.

살짝 오월이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는 별 감흥 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쉬는 날에 틈틈이 하는 편이에요."

생각해보니 예진이가 오월은 쉬는 날에 대부분 집에 있다고 얘기했던 게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휴일을 보내는 편이구나.

내게 게임패드를 하나 건네준 오월은 다시 내 옆에 앉았다.

"시온 씨, 좋아하는 게임 있어요?"

"음…… 저는 콘솔 게임은 잘 몰라서요. 오월 씨가 하고 싶은 거 하죠."

"그러면 이걸로 해요."

그 뒤로는 오월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했다.

"시온 씨, 저거 죽여요!"

"아, 네!"

"그 가방 챙겨서 저기까지 들고 가야 해요."

"네!"

"거점 활성화 시켜요. 그럼 포탑이 나와서 저 괴물들 다 죽여줘요."

"넵."

엄청나게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총질을 해대는 그런 게임을 했는데, 여러 가지 임무가 동시에 쥐어져서 상당히 재밌었다.

심지어 오월이 게임을 상당히 잘해서 더 편하고 재밌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같이 게임을 하는 상대가 오월이라 더 재밌는 것도 있긴 했지만.

"시온 씨, 뭐해요! 부품 안에 던져요."

문제는 게임을 너무 잘해서 따라가는 게 힘들다.

쉬는 날에 간간이 하는 느낌이길래 그냥 적당히 하는 건가 싶었는데, 이 정도면 완전 고인물 수준이잖아?

설마 다른 게임도 이 정도로 잘하는 건가?

쉬는 날에 게임만 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긴 하다.

게임 자체가 너무 손이 바빠서 게임 중에는 오월을 쳐다볼 시간이 없었고, 중간중간 로딩 때마다 오월을 바라봤는데, 아주 즐거워 보였다.

지금도 마침 로딩이 걸린 덕분에 오월을 바라보고 있다.

진짜 예쁘네. 볼 한번 꼬집어보고 싶다.

"……왜요?"

오월과 눈이 마주쳤는데도 나도 모르게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꽤나 민망한 기분에 난 고개를 휙 돌렸다.

"오월 씨가 게임 너무 잘해서 패드가 다른 게 아닌가 해서 쳐다봤어요."

내 대답에 오월은 재밌다는 듯 킥킥 웃었다.

"바꿔줄까요?"

"됐어요. 나도 자존심이 있지."

오월과 나는 실소를 터트렸고, 소파에 앉아 있는 우리의 거리를 처음보다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좀 쉬죠. 저 화장실도 가고 싶어요."

한창 재밌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오월이 패드를 놓고 일어났다.

"네. 다녀오세요."

"시온 씨,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아, 생각해보니 게임 존나 재밌게 하느라 목마른 것도 까먹고 있었네.

"그럼 감사하죠. 아, 다른 거 말고 물 주세요."

오월은 주방에 들러 내게 물을 떠다 준 뒤 화장실에 들어갔다.

게임도 간만에 하니깐, 재밌네.

심지어 그 게임 상대가 오월이라니. 게임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어도 절로 흥미가 생길 것이다.

가장 신기한 건 역시, 내가 오월의 집 소파에 이렇게 팔자 좋게 기대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오월이 차려주는 점심도 얻어먹고, 정말 이건 이거 나름대로 황홀한 기분이다.

이렇게 대충 감상을 정리하며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오월이 손을 털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시온 씨, 이제 다른 게임할까요?"

"지금 게임도 재밌는데, 왜요?"

"저도 재밌긴 한데, 시온 씨랑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데요?"

오월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격투 게임이요."

갑자기 좀 불안한데…….

"오월 씨 격투 게임도 잘해요?"

"네? 아니요. 그냥 가끔 하는 정도예요."

"그래요?"

뭔가 수상하단 말이지. 일단 남자가 돼서 빼는 것도 가오가 상하기 때문에 거절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나도 지금보다 훨씬 어릴 때 맨날 오락실에 들러붙어서 격투 게임을 했단 말이지.

"알겠어요. 해요."

내 대답을 들은 오월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씨발, 상당히 고인물이다.

벌써 몇 판째 오월한테 탈탈 털리고 있다.

내가 처참하게 질 때마다 오월은 싱긋 웃으며 날 바라보는데, 그 미소가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더 빡친다.

"아니, 이건 가끔 하는 수준이 아니잖아요? 콤보를 왜 이렇게 잘 넣어요?"

"그냥 막 누른 건데……."

"오월 씨가 그냥 막 누르면 제 캐릭터가 바닥에 누워서 일어나질 못하는데요?"

"버근가……."

오월은 내게 티가 나지 않도록 실실 웃으며 다음 캐릭터를 고르고 있었다.

심지어 내게 첫 승을 가져가고 나서 오월의 표정이 정말 일품이었다.

내 수준을 파악했다는 느낌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데, 그때 평정심을 잃어 지금까지 죽 털리고 있다.

물론, 평정심 잃지 않았어도 이기진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애초에 난 어렸을 때 이후로 격투 게임 같은 거 안 했단 말이야.

시발…… 뭔 핑계냐 이게. 그냥 여자애한테 털린 거지.

오월은 멘탈이 나간 채로 캐릭터를 선택하고 있는 날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시온 씨, 설마 화났어요?"

"그럴 리가요, 하하."

내 어색한 대답을 들으며 더 즐겁다는 듯이 웃는 오월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내게 제안을 했다.

"이번 판은 내기 걸고 할까요?"

난 의아한 눈빛으로 오월을 바라봤다.

이거 묘하게 실력을 파악하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더니 이러려고 그랬던 거구만.

이제 지가 무조건 이기겠다 싶으니까, 내기하자고 하는 거야.

뭐, 그렇다고 거절할 내가 아니지.

"어떤 내기요?"

"흐음…… 진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어때요?"

"물리기 없습니다?"

"그래요."

오월은 싱긋 웃으며 캐릭터 선택을 완료했고, 나도 결의가 가득 찬 표정으로 캐릭터를 골랐다.

"아, 이런 게 어딨어요!"

"아까 말했죠? 물리기 없다고? 오월 씨가 제 소원 들어주는 겁니다."

"시온 씨, 진짜 치사하네요."

이번 게임은 내가 이겼다.

어릴 적부터 얍삽이로 오락실에서 형들 개빡치게 만들고 도망치는 것에 도가 터 있던 나다.

단 한 판에 승부, 심지어 거기 내기까지 걸려 있다면 절대 질 수 없지.

그러니깐, 이게 무슨 소리냐면, 벗어나기 쉽지 않은 한 기술만 반복해서 오월의 캐릭터를 때려눕혔다.

물론, 오월이 대처법을 알았다면 이전처럼 날 손쉽게 이길 수 있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오월은 대처법을 몰랐다.

비겁하면 뭐 어때냐 승부는 이기면 그만이다.

계속해서 실실거리던 오월은 이제 열받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게임 아예 할 줄 모르는 거 같더니, 그런 이상한 기술을 어디서 배웠어요?"

"사실, 이거 밖에 할 줄 몰라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오월.

그녀는 게임을 졌다는 것보단 소원권을 가지지 못한 게 꽤나 속상해 보였다.

뭐, 그래도 내가 이긴 건 사실이고, 약속은 약속이니까.

"진 사람이 소원 들어주는 거죠? 아까 말했듯이 물리는 거 없습니다."

"알겠어요……."

난 게임패드를 내려놓고, 내 옆에 앉아 있는 오월에게 훅 다가갔다.

"뭐, 뭐해요?"

"오월 씨가 원하는 거."

오월은 다가오는 날 보고 당황했는지 뒤로 물러나며 소파에 등을 기대었고, 난 손을 뻗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쌌다.

난 흔들리는 오월의 눈동자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소원."

점점 다가오는 날 바라보던 오월은 눈을 감았다.

너무도 예쁜 눈, 코, 입.

이번에 내 시선을 가장 자극하는 건 오월의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이었다.

난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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