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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155화 (155/273)

〈 155화 〉 선택적 집순이 오월 (4)

* * *

소주 한잔하자는 내 말에 오월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좋아요."

조금 전까지 소파에 앉아 내게 팔짱을 낀 채 머리를 기대고 있던 오월은 매끄럽게 내게서 빠져나갔다.

스르르 빠져나가는 게 무슨 뱀 같네.

난 그런 오월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천천히 가요. 시간 많잖아요."

"아니요. 얼른 나가요. 조금이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어……."

오월은 민망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요."

난 그런 오월을 귀엽게 바라보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온 씨,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흐음…… 그래도 제주까지 왔는데, 회에 소주 한잔해야죠?"

오월이 놀란 듯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딱 그게 땡겼어요. 얼른 가요."

꼭 어디 뭐 먹으러 갈 때만 되면 저렇게 행동이 거침없단 말이지. 종류별로 맛집을 다 정해놓고 다니는 편인가?

"이번에도 괜찮은 가게 있어요?"

"당연하죠. 시온 씨는 그냥 따라오시면 돼요."

오월은 씩씩하게 옷방으로 걸어 들어갔고, 난 주방으로 들어가 물을 마시면 오월을 기다렸다.

진짜 여러모로 지루할 틈이 없는 여자라니까.

"오월 씨, 정말 그렇게만 하고 밖에 나가도 되는 거 맞아요?"

"네. 괜찮아요. 시온 씨도 봤잖아요. 아무도 못 알아보는 거."

방에서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끝낸 뒤 거실로 나온 오월은 볼캡 모자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때 알아본 건 시온 씨밖에 없어요."

아니, 그래. 그러고 다니면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는 건 나도 인정했고, 당연히 이제 와서 말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근데, 그건 넓은 장소를 한정해서 얘기한 거고, 횟집같이 좁은 실내라면 누군가 알아볼 확률이 꽤나 높을 거 같단 말이지.

뭐, 오월이 생각이 있겠지. 애초에 평범한 횟집에 가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

돈도 많은 여자니깐, 저번처럼 룸을 잡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조명이 어두운 이자카야 같은 곳을 가면 쉽게 오월을 알아볼 사람은 없겠지.

"시온 씨, 얼른 와요. 배고파요."

오월은 어느새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네, 가요."

와, 이런 곳이 있는 줄을 몰랐네.

오월과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해수욕장이었다.

당연히 해수욕장이 신기했던 건 아니고 내 이목을 끌고 있는 건 해변에 있는 포차였다.

모래사장에 테이블과 평상이 넓게 깔려 있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넓은 모래사장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과 불빛 덕분에 밤바다가 더 몽환적으로 보였다.

"저 이런 건 처음 봐요. 신기하네요."

"그렇죠? 시온 씨랑 같이 오고 싶었어요."

해수욕장에 있는 많은 사람 사이로 걷고 있는 오월의 얼굴은 말실수를 했다는 듯 붉어져 있었다.

"왜요?"

"네?"

"왜 저랑 같이 오고 싶었는데요?"

"그건……."

난 계속해서 오월을 빤히 쳐다봤고, 오월은 졌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시온 씨랑 같이 있으면 즐거우니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곳에 함께 가고 싶었어요."

이 여자는 방송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가 말도 잘하네…….

오월을 놀려먹으려던 내가 오히려 빨개진 귀를 숨기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크흠, 고마워요."

민망한 건 당연히 나뿐만이 아니었다. 저런 대답을 한 오월은 나보다 더 민망해 보였거든.

오월은 괜히 앉을 자리를 고르며 말을 돌렸다.

"됐어요. 어디 앉을까요?"

그나저나, 해수욕장이라니 생각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온 거 같은데?

`등잔 밑이 어둡다.` 느낌이 살짝 들긴 하지만 늦은 시간에 야외에 있는 만큼, 주변이 어두컴컴해 오월의 얼굴을 누군가 알아보기는 매우 힘들어 보였다.

심지어 볼캡을 푹 눌러쓴 채 안경까지 끼고 있으니 저걸 알아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뭐, 그런 걸 떠나서 이곳 분위기 자체가 꽤나 정신 사나워 모르는 누군가에게 집중할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다들 각자 무리끼리 술 먹으며 떠들기 바쁘니 굳이 다른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오월 씨, 저기 앉아도 돼요?"

"네. 저기로 가죠."

마침 바다에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 평상이 있길래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머리 위에 조명들이 모래사장을 밝게 빛내고 있었고, 그 덕분에 평상에 앉아서 파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뷰가 생각보다 더 좋은데? 뭐, 자리가 이런 자리인 만큼 가격이 씹창렬이긴 했지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분 내러 왔으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바다를 보면서 술 먹는 건 처음이라 묘하게 설레네요."

"……뭘 그런 거 가지고 설레고 그래요."

오월은 아까 했던 말이 아직도 민망했는지, 여전히 내 시선을 살짝 피하고 있었다.

"설레고 있는 건 그쪽 아닌가……."

내가 나지막하게 혼자 속삭이자 오월이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요?"

"아~ 아니에요. 근데, 너무 제가 먹고 싶은 것만 시켜서 오월 씨는 어떡해요?"

오월은 날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길게 쏘아보더니 결국 능청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을 했다.

"제가 마음대로 시키라고 한 거잖아요. 전 여기 와서 거의 다 먹어본 거라 괜찮아요."

"누구랑 왔었는데요?"

"정화 언니랑 왔었죠."

오월은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겠네요…!"

하긴, 첫 키스도 어제 나랑 겪었던 여자를 의심할 필요는 없지.

오월 성격에 이런 걸로 절대 거짓말을 하진 않을 테니까.

내 의심이 오월에게도 작게나마 느껴졌는지, 오월과 나 사이에서 묘한 어색함이 흘렀고, 다행히도 내가 쓰잘때기 없는 말을 꺼내기 전에 아르바이트생이 간단한 안줏거리와 소주, 소주잔을 가져다주었다.

"회 나오기 전에 먼저 한잔하고 있을까요?"

"그래요."

회와 여러 가지 해산물이 나오고 평상 위에 있는 우리 테이블은 꽤나 근사하게 채워졌다.

가격이 상태가 존나 안 좋아서 그렇지. 맛은 나쁘지 않네.

"시온 씨, 다음에 게임 다시 해요…!"

"네, 네. 그렇게 하자니깐요?"

오월은 취기가 조금 오르니 내게 졌던 격투 게임 마지막 판이 떠올랐는지, 진 게 억울하다는 말투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 기술은 어디서 배워가지고……."

"어디서 배운 게 아니라 본능이 익힌 기술입니다."

"뭔 헛소리를 그렇게 멋지게 해요…?"

"저 멋있어요?"

"아니요."

오월과 나는 서로 실소를 터트렸고, 우리는 이렇게 계속 별 의미도 없는 수다를 즐겁게 떠는 중이다.

"전복 회 맛있네요. 오월 씨도 좀 먹어요."

"저 신경 쓰지 말고, 시온 씨 많이 먹어요."

이게 대체 무슨 대화법이냐……. 그래도 오월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이것마저 재밌다.

난 싱긋 웃으며 오월에게 소주가 가득 차 있는 내 잔을 내밀었다.

"짠이나 하죠."

오월은 자신의 잔을 들어, 내 잔에 가볍게 부딪혔고,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술잔을 비워냈다.

소주 간만에 마시니깐, 왜 이렇게 맛있냐.

"근데 오월 씨, 오늘 처음에 했던 게임, 그거 다음 스테이지는 어떻게 깨요?"

"아, 그거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지만, 확실히 오늘 둘 다 게임을 재밌게 해서 그런지 얘기 주제는 대부분 게임이었다.

그렇게 오월과 신나게 게임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오월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오월은 발신자를 보고 작게 인상을 썼는데, 핸드폰 화면을 슬쩍 보니 오월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사람은 예진이였다.

"시온 씨, 잠시만요. 저 멤버랑 통화 좀 하고 올게요."

"네, 천천히 하세요. 저도 어차피 화장실 가려고 했어요."

나와 오월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월은 예진이와 통화를 하기 위해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는 그나마 조용한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예진이 이 기집애는 대체 평소에 뭘 하고 지내길래, 같이 지내는 언니가 연락만 오면 인상을 쓰게 만드는 거야?

하긴, 생각해보면 예진이는 첫 만남부터 정상은 아니었지…….

심지어 내가 댓글 명령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친구의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와 섹스를 하고 싶어 했으니 말이야.

오월이 저렇게 신경을 쓰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래도 내가 영상 속에서 봤던 오월은 예진이를 상당히 아끼고 있었다. 당연히 그만큼 더 신경이 쓰이겠지.

화장실에 다녀온 뒤 우리 테이블에 돌아왔는데, 오월은 아직도 예진이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 아직 안 보였다.

뭐, 내가 천천히 통화하라고 했으니 얌전히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오월을 기다리려는데, 앉기 직전에 꽤나 취해 보이는 여자 두 명과 눈이 마주쳤다.

사나이의 본능 때문에 마주친 눈을 나도 모르게 피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 두 여자는 내게 다가와 말을 걸고 있었다.

"저기요!"

"네?"

해수욕장에 막 도착했을 때, 이런 장소에서 다른 사람한테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던 건 취소다.

두 명이나 있었네.

심지어 둘 다 꽤 예쁘다.

두 여자 중 한 명이 수줍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혹시 일행 있으세요?"

설마 내가 오월이랑 같이 있는 걸 못 본 건가?

괜히 이 장면을 오월이 보거나, 그 과정에서 이 여자들이 오월을 알아보게 되면 생각보다 더 피곤해질 거 같아 얼른 둘러대서 돌려보내려는데, 누군가 내게 팔짱을 끼며 대신 대답했다.

"네. 일행 있어요."

팔꿈치에 닿는 폭신하고 풍만한 가슴.

살짝 놀라 옆을 보니 오월이 내 팔에 바짝 붙어 그 여자들을 불쾌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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