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156화 (156/273)

〈 156화 〉 선택적 집순이 오월 (5)

* * *

오월이 등장하자 눈앞에 있던 여자들의 표정이 꽤나 어두워졌다.

"아…… 여자친구분 계셨구나, 죄송해요~"

내 옆에 팔짱을 끼고 바짝 붙어 있는 오월을 아래위로 잠시 흘겨보던 여자는 옆에 있던 자신의 친구를 끌고 걸어갔다.

여자들이 다행히 오월을 알아본 거 같진 않았다.

하긴, 안경이랑 모자를 쓰고 있으니 나름대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도 하고, 저 두 사람도 상당히 취해 있으니 눈앞에 있는 여자가 오월이라는 생각을 못 했겠지.

"저 사람들은 뭐예요?"

멀어지는 여자들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내게 팔짱을 낀 채 딱 달라붙어 있는 오월을 내려다봤다.

안경이랑 모자로 가려져 있긴 하지만, 확실히 너무 예쁜 얼굴이다.

심지어 이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깐 귀엽기까지 하네.

오월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 내게 말을 걸었던 두 여자가 못 생겨 보일 지경이었다.

뭐, 애초에 오월이랑 비교를 한다는 거 자체가 조금 잔인하긴 하지만.

"제가 오월 씨랑 같이 있는 걸 못 봤나 봐요."

"아, 그래요…? 인기 많아서 좋겠네요?"

자신이 일행인 줄 모르고 내게 말을 걸었다고 생각하니 오월은 기분이 조금 풀린 거 같았지만, 이내 다시 차가운 말투로 돌아왔다.

뭐야, 질투하는 거야?

난 킥킥대며 여전히 내게 팔짱을 끼고 있는 오월을 끌고 우리 테이블로 걸어갔다.

"설마요. 그냥 아무나 찔러보고 있었겠죠."

"그 여자들,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가게에 들어가던데요?"

"에이, 무슨……."

진짜네? 주위를 둘러보니 그 두 사람이 정말 안 보였다.

이렇게 되면 딱히 할 말이 없잖아…….

괜히 민망해서 조용히 테이블에 앉으려는데, 오월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평소에도 저런 여자들이 말 걸어요?"

"그럴 리가요. 이런 적 거의 없어요."

오월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거의? 그럼, 말을 거는 여자들이 있긴 있다는 거네요?"

"뭐, 그렇죠."

난 싱긋 웃었고, 오월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생각보다 질투가 심하네? 문제는 질투하는 모습이 더 예쁜 것 같다.

"어떤 여자들이 말을 거는데요?"

아니,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하면 내가 대체 뭐라 대답을 해야 해?

진심으로 상황이 난처해져서 고민에 빠져 있는데, 오월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예뻐요?"

풉, 폭소가 터져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아냈다.

"왜 웃어요…!"

내 인생에서 본 가장 예쁜 여자가 그런 질문을 하는데, 안 웃길 수가 있겠냐고.

난 웃음을 멈췄지만,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오월에게 답해주었다.

"네, 예뻐요."

오월의 표정이 더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얼마나 예쁜데요?"

"그렇게 궁금하면 거울 한 번 봐요."

내 대답이 이해가 안 됐는지 오월은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

"말 거는 여자가 예쁘냐고 물어봤잖아요."

"네. 근데 제가 거울을 왜…… 아!"

안 그래도 취기가 돌아 살짝 벌게져 있던 오월의 볼이 대놓고 빨개지기 시작했다.

"오월 씨도 저한테 말 걸었잖아요."

"무슨 그런 소리를 해요…! 아, 진짜 미쳤나 봐……."

오월은 생글생글 웃고 있는 내 시선을 피해 괜히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얼굴을 식히려는 듯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하긴, 저 정도로 얼굴이 달아올랐으면 뜨거운 게 본인도 확실하게 느껴지겠지.

아, 진짜 재밌네.

근데, 솔직히 존나 민망하다. 내 입에서 저딴 말이 나오다니, 씨팔.

갑작스럽게 차오르는 오글거림을 느낀 나는 민망해 죽으려 하는 오월과 나를 위해 괜히 말을 돌렸다.

"오월 씨, 그 멤버분을 무슨 일이래요?"

"네?"

날 돌아보는 오월의 얼굴은 여전히 꽤나 달아올라 있었다.

"방금 통화하고 왔잖아요. 전화 받을 때 표정이 어둡길래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예요."

"아, 별일 아니에요. 예진이가 편의점 갔다 오는 길이 무섭다고 통화해달라 한 거였어요."

예진이 너…… 생각보다 겁이 많구나.

"그래도 그렇게 통화까지 해주시는 거 보면 말은 그렇게 해도 은근히 아끼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거든요? 그냥 안 해주면 징징거리니깐, 대충 해주는 거죠."

확실히 오월은 차갑긴 해도 꽤나 다정한 편이 있다.

뭐랄까, 사람이 외모도 말투도 너무 차갑다 보니 저런 성격이 조금만 드러나도 상당히 따뜻하게 느껴진단 말이지.

"역시, 오월 씨는 따뜻한 사람이네요."

"또…! 그런 말 좀 하지 마요!!!"

오월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저러니깐, 괜히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데?

"아, 그리고 오월 씨, 저 궁금한 거 하나 더 있어요."

"뭔데요?"

"아까 그 여자분들이 오월 씨 보고, 제 여자친구라던데, 그건 그냥 조용히 인정하고 넘어가시는 거예요?"

"……."

날 바라보는 오월의 머리에서 마치 김이 나는 거 같았다.

확실히 와인보단 소주가 훨씬 더 취한단 말이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며 계속해서 잔을 부딪친 오월과 나는 꽤나 취했고, 조금 전 택시를 타고 채정화의 집 근처에 내렸다.

"아, 오늘도 오월 씨 덕분에 진짜 재밌게 놀았어요."

"사람을 그렇게 놀려 먹으니 본인은 재밌었겠죠."

오월이 짓궂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걷고 있는 골목이 꽤나 익숙하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 오월을 처음 데려다줬던 골목길이었다.

다른 점은 그때는 넘어지는 오월을 붙잡아 주며 우연찮게 손을 잡고 걸었었지만, 오늘은 암묵적으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손을 잡고 걷고 있다는 것이다.

"오월 씨 탓도 있긴 해요."

"제가 왜요."

"반응이 재밌으니까, 계속 놀리게 되잖아요."

"이씨……."

솔직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저렇게 예쁜 얼굴과 차가운 인상을 가진 여자가 내 한 마디에 쩔쩔매면서 얼굴을 붉히고, 어찌할 줄을 몰라 하는데 당연히 재밌지.

"삐진 건 아니죠?"

"이런 거 가지고 안 삐져요."

말은 저렇게 했지만, 입술은 삐죽 튀어나와 있다.

난 그런 오월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고, 오월은 내 손을 꽈악 쥐었다.

나를 응징하려는 목적으로 힘을 준 거 같은데 그 정도 가지고는 안 아프거든?

오히려 오월의 손이 더 느껴져서 좋기만 하다.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가느다란 오월의 손가락.

전역 이후로는 손을 붙잡은 정도로 몸에 변화가 생기거나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상대가 오월이어서 그런지 손을 잡고 걷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랫도리에 점점 피가 쏠리고 있었다.

미치겠네, 이거 괜히 티 나면 민망한데.

그렇게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오월과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집 앞에 도착했고, 우리는 어제처럼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얼른 들어가요."

"네……."

혹시나 어제처럼 오늘도 술 취해서 실수할까 봐, 오월을 얼른 집으로 들여보내려 했는데, 오월이 붙잡고 있는 내 손을 놔주질 않았다.

손가락으로 내 손을 애틋하게 붙잡은 채 날 아련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오월을 보고 있으니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안 들어갈 거에요?"

"……시온 씨는 그냥 갈 거예요?"

아, 오월은 진짜 심장에 안 좋은 여자가 맞다.

난 몸에 피가 빠르게 돌며 자지를 부풀릴 거 같은 감각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오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냥 안 가면 실수할 거 같은데."

내가 싱긋 웃으며 대답하자 오월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그 과정에서 오월은 자연스럽게 내 품 안으로 들어왔다.

오월은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았고, 난 그런 오월을 부드럽게 양팔로 감쌌다.

내 품에 안긴 오월은 꽤나 속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공항 데려다줄게요. 아침에 만나요……."

"오월 씨도 내일 서울 가잖아요. 전 괜찮아요. 혼자 갈게요."

"싫어요…!"

어제 와인을 마시며 대화하던 중 오월이 서울로 올라가는 날짜를 듣고 나도 같은 날로 비행기 표를 예매해놨다.

"아니, 하루에 두 번이나 공항에 왔다 갔다 하면 불편하지 않겠어요?"

"전 저녁 비행기라 괜찮아요."

오월은 살짝 삐진 듯한 얼굴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여자도 고집은 진짜 세구나.

"알겠어요. 이제 진짜 들어가요. 아침에 만나려면 일찍 일어나야죠."

"……네."

난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오월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내일 봐요, 오월 씨."

잠시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던 오월은 날 있는 힘껏 꽈악 끌어안았다.

"호텔 도착하면 까톡해요."

나지막하게 말한 오월은 날 놓아준 뒤 도망치듯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진짜 귀여워서 꿀밤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네.

호텔에서 강한 숙취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 어제 호텔에 무슨 정신으로 돌아온 건지 모르겠네.

어젯밤 오월하고 술은 진탕 마셨더니 진짜 간만에 제대로 취했었다.

그래도 이번엔 오월을 곱게 집으로 돌려보냈으니, 술 취해서 실수한 건 전혀 없었다.

물론, 그냥 보내는 게 힘들긴 했다. 솔직히 술 취한 상태로 술 취한 여자를 곱게 집으로 보낸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

심지어 그 상대가 무려 내게 앵기는 오월이었으니, 말할 것도 없지.

어제 취해서 실수한 건 없나 기억을 더듬던 나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잠금화면이 풀리자마자 통화내역이 나타났다.

와, 어제 잠들기 전에 오월이랑 통화를 한 시간이 넘게 했구나.

통화내역을 보니 오월과 전화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진짜 귀엽게 놀았구만.

일단 자기 전에 통화하면서 오월이 8시쯤 데리러 온다고 했었으니깐, 기다리게 안 하려면 슬슬 준비하고 있어야겠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