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 장난감 하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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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되고 무서워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통화를 하기 시작한 리나는 지금 소파 구석에 앉아 잔뜩쫄아있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응, 응……. 응."
리나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짧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
물론, 이 전에 열심히 핑계를 대며변명을 하긴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게 딱히 통한 거 같진 않다.
하긴 뭐, 몰래 외박하다 걸린 상황에서 그런 거짓말들이 통할 리가 없지.
그나마 다행인 건 리나가 전화를 받고 열심히 핑계를 대면서 자취하는 친구네서 자고있었다는 말을 했고, 그 덕분에 남자랑 외박한 건 들키지 않는 것 같았다.
몰래 외박한 걸로도 저렇게쫄아서통화를 하고 있는데, 남자랑 외박한 거까지 걸리면 아주난리나겠구만.
아니면 애초에 리나네 어머니가 눈치를 채고 있을 수도 있다.
리나가 변명했던 전후 상황이 너무 어설프게도 했지만, 이게 또 부모는 자식의 거짓말을 귀신같이 눈치채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근데 솔직히 내가 혼나는 거 아니라 별 상관없긴 해.
그리고, 그래봤자 혼나는 거지 뭐 죽기야 하겠어?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잔뜩쫄아있는 리나를 보고 실실 웃으며 누워 있는데, 드디어 리나의 통화가 끝났다.
리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내게 천천히 걸어와 침대에 누워 내 품에 안겼다.
"히잉…… 난 이제 죽었다……."
난 입술을 삐죽 내민 리나의 볼을 어루만지며 싱긋 웃었다.
"뭐라셔?"
"엄마아빠방금 집에 도착한 거래……."
"아, 그래? 어쩌다가…?"
"그건 나도 몰라……."
이렇게멘탈이제대로 나간 리나는 처음 보는 거 같네.
"그럼 너 얼른가야되는거 아니야? 대충 씻고 얼른 옷 입어. 태워다줄게. 아, 아니다. 그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호텔 앞으로 택시 불러줄게.
"아냐, 괜찮아. 이따 해 다 뜨면 오라고 했어. 지금 가면 더 혼나……."
그래도 나름 합리적인 어머니시네. 그래, 아직 캄캄한 새벽에 이렇게 예쁜 딸이 돌아다니는 건 너무 위험하지.
계속해서 긴장된 표정으로 우울한 눈빛을 띠고 있던 리나는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아! 몰라!!! 나도 이제 스무 살 성인 됐는데, 왜 이렇게 뭐라 하는 거야!!!"
이렇게급발진을 한다고…?
"나이를 떠나서 말 한마디없이 외박을 했으면당연히 혼나는 거아니냐…?"
"몰라아!!! 어차피 혼날 거 느긋하게 아침까지 먹고 갈래!!!"
뭐 엄청난 반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씩씩하게 말하는 리나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씨…… 왜 웃냐!"
"아, 미안. 혁명가를 보고 웃으면 안 되지."
"죽을래?"
리나가 주먹으로 내 팔뚝을 툭 치며 날 노려봤고, 난 그런 리나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나저나, 리나야 너 괜히 집에 가서도 어머니께 대들고 그러지는 마라."
"왜?"
뜨끔했다는 표정을 짓는 리나.
"잘못하면 쫓겨나 인마."
내가 실제로 20살 때 집에서 대들다 쫓겨났었거든.
"쫓겨나면 나야 좋지! 나도 이제 독립할 거야!"
거참 팔자 좋은 인간이네. 저번에 술 먹으면서 얘기 들어보니깐 아직도 돈 관리는 전부 부모님이 해주시는 거 같던데, 방 하나도 혼자 못 구할 인간이 무슨 독립이야?
뭐, 솔직히 정말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집 정도야 내가 충분히 구해줄 수 있긴 하지만.
"그냥 하지 말라면 하지 좀 마!"
"싫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이렇게는 이제 못 살아!"
리나는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아니, 저번에 글램핑도 그냥 보내주신 거 보면 딱히 엄하거나 고지식한 집안은 아닌 거 같은데 얘는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긴, 이 나이대는 원래 이런 거지. 굳이 따져보면 나도 리나랑 다를 게 없었으니까.
"그래,니 마음대로해라."
어찌 됐든 갑작스럽게 리나의 어머니한테 왔던 전화는 잘 해결된 거 같고, 차오르는 반항심에 열심히 씩씩거리던 리나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거 같다.
그리고, 내 품에 안겨있는 리나는 지금 우리가 알몸 상태로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이제서야깨달았는지 내게서 살짝 멀어졌다.
크흠, 갑자기 그러니깐 나도 기분이 묘해지잖아.
나는 내게서 살짝 멀어진 리나를 살짝 감싸 안으며 다시 내 쪽으로 잡아당겼고, 살짝 저항하던 리나가 다시 내 품으로 이끌려오며 풍만한 가슴이 내 팔에 물컹하며 닿았다.
"……."
잠시 정적이 흘렀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몸을 꿈틀거리는 리나 탓에 우리의 몸이 맞닿아 있는 반경이 점점 넓어졌다.
그렇게 난 리나의 알몸을 온몸으로 느끼며 발기했다.
리나는자신의 허벅지를쿠욱찌르고 있는 내 자지를 느꼈는지 어색하다는 눈빛으로 내 시선을 피하며 괜히 입을 열었다.
"……아침 뭐 먹지?"
그리고, 그런 리나의 모습은 날 더욱더 꼴리게 하고 있었다.
"리나야, 아직 해 다 안 떴지?"
"으응…? 어, 그렇지…?"
"그럼 시간 여유 충분히 있는 거지?"
"아…… 응……."
난 우리가 함께 덮고 있는 이불을 옆으로 치운 뒤 리나를 바라봤다.
베개에 기대 반쯤 누워 있는 리나의 뽀얀 젖가슴이 내 자지를껄덕거리게만들었고, 리나는 볼을 붉히며 그런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리나와 새벽부터 짐승같이 섹스했다.
리나에게 두 차례나더 질내사정을 했다.
어제 처음 보게 된 리나의 알몸도 아직 낯선데, 그런 리나의 보지에서 내 정액이 줄줄 흐르는 모습은 진짜대꼴이었다.
그렇게 하면서도 꼴리는 섹스를 끝마치고, 지금은 간단하게 아침을 시켜 먹은 뒤 리나를 집에 태워다주는 중이다.
재밌는 점은 호텔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씩씩한 표정을 짓고 있던 리나가 본인의 집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굳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리나야, 너 괜찮아?"
"나, 나 아무렇지도 않은데?"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 따로 없다.
"이제 곧 도착하는데, 진짜 집 앞에 내려줘?"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혹시나 나 때문에 리나가 더 혼날까 봐여러모로 걱정이 됐던내가 리나에게 근처에 내려두겠다고제안을 했었는데, 자신감이 가득했던 리나가 그냥 집 앞에 내려달라고 했었다.
근데, 지금 그 자신감 가득했던 모습은 전혀 없고, 너무쫄아있어서 확인차 다시 한번 물어보는 거다.
"……응! 아, 아니… 골목 들어가기 전에 내려줘……."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난 예고도 없이 튀어나올 뻔한 웃음을 가까스로 삼킨 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도 다행인 게 저 모습을 보니 리나가 쫓겨날 걱정은 딱히 안 해도 될 거 같다.
설마 저렇게쫄아있는상태로 집에 들어가서 대들진 못하겠지.
……아니야, 얘도 워낙또라이기질이 있어서 집에 가면 또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뭐, 그래도 별일 있겠냐. 잘해결되겠지.
잔뜩 긴장해 있는 리나를 옆에 두고 대충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전을하다 보니어느새 리나네 집 근처에 도착했다.
"여기 세워줄까?"
"응……."
"너무 걱정하지 마, 많이 안 혼내실 거야. 진짜 화나셨으면 새벽에 곧장 널 데리러 오셨겠지."
"그렇겠지…?크흠, 그리고…! 나 걱정 별로 안 하거든?!집 가서당당하게 말할 거야!"
아이고, 참도 그러시겠다. 그 와중에집 가서뭘 말하겠다는 거야…?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웬만하면 참아 리나야……."
"싫거든! 이리 와."
내 옷깃을 잡아당긴 리나는 내 입술에 수줍게 입을 맞춘 뒤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귀엽게 날 바라봤다.
"운전 조심히 해. 들어가면까톡할게."
"응. 많이 안 혼나길 바랄게."
"그럴 거야!"
배시시 웃으며 씩씩하게 대답한 리나는 조수석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고, 차 문을 닫은 뒤 날 바라보며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난 흐뭇한 감정을 느끼며 그런 리나에게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리나는 걸어가면서도 중간중간 뒤돌아 날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고, 잠시 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쟤도 은근히 기운이 넘친단 말이지.
어젯밤에 섹스를 그렇게 하고 술도 먹었는데,새벽같이 일어나섹스를 두 번이나 더 하고도 저렇게 팔팔하냐.
나는존나게피곤한데 말이야.
뭐, 리나야 아이돌 생활을 했으니 체력적으로는 뛰어난 걸 수도 있겠구나.
일단 나는 호텔로 돌아가서 좀 더 자야겠다.
어차피 리나네 부모님도 새벽에 오셨던 걸 생각하면 지금은 주무시고 계실 확률이 높고, 리나가 혼나는 것도 아마 저녁으로 미뤄지겠지.
어떻게 됐는지는 그때 들어야겠다.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한 뒤내비를찍고 차를출발시키려는데,휴대폰에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나하령, 확인하면 연락해.`
생각보다 연락이 빠르게 왔네? 그나저나, 문자 내용이 너무 건방진 거 아니야?
뭐, 솔직히 전혀 불쾌하진 않았다.하령은또 이런 맛이 있어서 재밌는 거니까.
난 싱긋 웃으며 차를출발시킨뒤 곧바로 문자를 보낸하령에게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이어졌고, 이내 묘하게 공격적인 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여보세요.
"결정한 거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일단, 만나서 얘기해.
내 질문을 듣고꽤나망설이던하령은어울리지 않게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
"아니지.니가결정한 게 아니면 내가 굳이 만날 이유가 없잖아? 확실하게 대답해."
……결정했어.
"그래? 그럼 지금데리러 갈게. 주소 찍어서 보내."
대신, 조건이 있어.
조금 심심하게 넘어왔다 싶었는데, 역시 재밌게해주는구나.
난 작게 실소를 터트리며 끝 차선에 잠시 차를 세웠다.
"난니 조건같은 거 딱히 들어줄 생각 없는데?"
그럼 앞으로 내 영상을퍼지든 말든신경 끄고그냥내버려 둬.
오…… 생각보다세게 나오는데?
"흐음…… 일단 무슨 조건인지들어나 볼게. 얘기해봐."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잖아. 지금 주소 보낼게.
하령은나와 통화를 길게 하는 것조차 불쾌하다는 듯 주소를 보내겠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진짜 까칠하네. 뭐, 솔직히 내가 했던 짓을 생각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전화를 끊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하령에게문자로 주소가 도착했다.
하령이날 기다리고 있을 장소로내비를고쳐 찍고, 다급한 마음으로 차를출발시켰다.
다행히 너무 먼 곳은 아니네.
아,하령의표정을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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