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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183화 (183/273)

〈 183화 〉 한 지붕 아래 리나와 수아 (7)

* * *

"그럼 리나야, 집 갈 때 수아도 태워서 같이 들어갈까?"

"왜?"

쟁반에 빵을 가득 담아 들고가던 리나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크흠, 너무 정색하는 거 아니야…?

질색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려나.

난 단호한 태도로 대답한 리나를 바라보며 괜히 턱을 살짝 만졌다.

"아마 우리 집 갈 때쯤이면 수아도 일정 다 끝났을 거야."

이 정도면 나름의 설명이 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리나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목적지도 같고, 시간도 맞으니 태워서 가는 게 좋겠지?"

난 어색한 표정으로 리나를 달래듯 말했고, 리나는 그제서야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알겠어."

후우…… 별일도 아닌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꽤나 긴장됐다.

내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걸 확인한 리나가 앞서 걸어가기 시작하자 난 리나의 매력적인 뒷모습을 바라보며 따라 걸었다.

조금 징징거리긴 해도 저 모습을 보면 마음이 거의 다 풀린단 말이지.

어쨌든, 리나가 수아와 계속해서 같이 지낼 생각이 있다는 건 확실하게 확인했다.

진심으로 싫었으면 앞으로 어떠한 문제가 생기든 말든 무작정 수아네 집에서 나가도 되는 거였고, 그게 아니라면 본집으로 들어가도 되는 건데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당장이라도 수아가 꼴도 보기 싫어 죽을 거 같았으면 집 가는 길에 태워서 가는 것도 싫다고 했을 것이다.

뭐, 정색하면서 왜냐고 묻긴 했지만, 그게 싫다는 뜻은 아니니깐 말이야.

그리고, 나름대로 저렇게 수아한테 가져다줄 빵까지 챙기는 거 보면 생각보다 별로 안 싫어할지도 모르는 거지.

일단, 얼른 계산하고, 커피 시키고, 올라가서 소화 시키면서 좀 쉬어야겠다.

배부른 상태로 머리 쓰니깐 묘하게 지치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한참 앞서서 케이크를 구경하고 있는 리나.

케이크를 바라보는 리나의 눈빛이 아주 초롱초롱했다.

쟤는 배도 안 부른가…….

난 걸음 속도를 높여 리나에게 다가갔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카페는 꽤나 좋은 분위기와 뷰를 가지고 있었고, 그 덕에 리나와 느긋하게 좋은 시간을 보낸 뒤 밖으로 나와 지금은 수아를 데리러 가는 중이다.

퇴근시간이 아슬아슬하게 겹쳐서 걱정하긴 했는데, 이 정도면 뭐 양호한 편이지.

조수석을 슬쩍 바라보니 카페에서는 신 나게 수다를 떨며 날 긴장 하게 만들던 리나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도 그럴게. 리나가 오늘 아침에 나와 수아가 섹스했던 얘기를 꺼낼까 봐 잔뜩 긴장한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리나는 오전에 있었던 그 일은 언급 없이 평소처럼 일상 얘기를 하면서 수다를 한참 떨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지.

아마, 배도 부르고 맛있는 걸 먹은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게 아닐까 싶다.

애초에 댓글 명령으로 정신도 어느 정도 조작해놨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그렇게 리나는 운전하는 내 옆에서 배부르다는 듯 축 늘어져 있었고, 전방주시를 하며 자신을 힐끗 바라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었다.

볼따구를 진짜 울 때까지 꼬집어주고 싶네.

그나저나, 생각해보면 리나도 꽤나 잘 먹는단 말이지.

나랑 글랭핑장에서 갔을 때도 상당히 잘 먹었던 걸 생각하면 저 예쁜 몸매가 꼴리기보단 신기하게 느껴진다.

난 나른한 표정으로 멍을 때리고 있는 듯한 리나에게 괜히 말을 걸었다.

"근데, 리나야. 너 그렇게 실컷 먹어도 괜찮냐?"

"이씨…… 지금 시비 거냐?"

"아니, 진짜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짓궂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던 리나에게 정말 순수하게 궁금할 뿐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잘 먹는 거 치곤 너 엄청 말랐잖아. 신기해서 그래, 그런 와중에 나올 곳은 다……."

"악!!! 또 이상한 소리 하려고!!!"

리나가 빼액 소리를 지르며 다급하게 내가 하려던 말을 막았다.

아니, 가슴이랑 엉덩이가 훌륭하다는 칭찬인데, 그게 이상한 소리야?

심지어 이미 물고 빨고를 뛰어넘어서 섹스까지 한 사이인데 말이야.

난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리나를 바라봤고, 리나는 어쨌든 내가 자신에게 시비 걸려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듯 민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빠 만날 때만 그렇게 먹는 거거든…… 그리고, 가끔씩 치팅데이 하루는 꼭 필요하다 그랬어!!!"

흐음…… 그건 그렇지.

하긴, 평소에 까톡하면서 리나가 자기 아침이라고, 점심이라고, 사진 찍어서 보낸 것들 보면 상당히 먹는 게 부실했다.

오월도 그렇고, 예쁜 몸매를 가진 여자들은 관리하느라 내 생각보다 더 고생을 많이 하는 구나.

내가 그만큼 더 예뻐해 줘야겠네.

이렇게 나눴던 대화가 다시 물꼬를 터서 리나와 또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로 실컷 수다를 떨면서 운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수아가 있는 곧 근처에 도착했다.

데리러 간다고 미리 얘기는 해놨으니 아마 수아도 슬슬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수아가 건물 입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까톡을 받고 그쪽으로 갔는데, 차를 세울만한 장소가 아니라 건물 뒤편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웠다.

오늘 길 내내 나와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떨던 리나는 이제 곧 수아를 만난다는 사실 때문인지 표정이 확 굳어 있었다.

난 그런 리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수아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다니깐, 가서 데려올게."

"이쪽으로 알아서 오라 하면 되지……."

리나는 삐쳤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여기 처음 와본 애가 제대로 찾아올 수 있겠니? 그냥 내가 데려오는 게 더 빨라."

"걔는 바보래? 무슨 주차장도 못 찾아온 데?"

"너도 길 모르잖아, 리나야……."

"……얼른 데려오기나 해!!!"

난 작게 실소를 터트리며 차에서 내렸다.

길치가 길치를 욕하고 있네.

그래도 리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빠르게 걸어 건물 입구로 수아를 찾아갔다.

수아가 아침에 입고 나갔던 옷을 봐 뒀기에 건물 앞에 모인 인파 속에서도 수아를 재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흐음, 근데 저건 뭐지?

수아 옆에 남자가 한 명 붙어서 말을 걸고 있었다.

안 그래도 빠른 속도로 걷고 있던 나는 그 모습을 보자 내 걸음은 사실상 경보가 돼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며 수아의 얼굴이 보였는데, 수아는 작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싸움이 났을 리는 없고, 저 새낀 뭘 했길래 수아가 인상을 쓰게 만드는 거야?

그렇게 난 금세 수아의 옆에 서게 됐고, 아직 내가 왔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 수아의 팔뚝을 잡아당겼다.

"아…! 오빠?"

인상을 쓰고 있던 수아의 표정이 날 바라보자 순식간에 밝아졌다.

난 수아를 내 쪽으로 확 잡아당기며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꽤나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난 작게 미소 지으며 수아에게 말을 걸었다.

"수아 씨, 왜 그래요?"

"별 일 아니에요."

밝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던 수아는 잠시 얼굴을 가다듬어 평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짓더니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저기요,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셨죠? 여기, 제 남자친구예요."

수아는 내게 팔짱을 끼며 내가 자신의 남자친구라는 걸 강조하듯 낯선 남자에게 말했다.

내 팔뚝에 수아의 가슴이 폭신하게 닿으며 동시에 귀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저번에도 그렇고 은근히 간질간질하네.

"아, 죄송합니다."

그 남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수아에게 번갈아 가며 고개 숙여 사과한 뒤 재빠르게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크흠, 딱 봐도 무슨 상황인지 알겠네.

문제는 주위 시선이 점점 우리에게 집중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아 씨, 일단 가죠."

난 내게 팔짱을 끼고 있는 수아를 가볍게 재촉하며 걷기 시작했다.

북적이는 인파를 지나 수아와 리나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무슨 상황이었던 거예요?"

솔직히 어느정도 다 예상이 가긴 하는데, 당당하게 내가 자기 남자친구라고 소개해놓고 무표정으로 귀를 잔뜩 붉히고 있는 수아가 너무 귀여워서 한 번 물어본다.

"그, 음…… 번호를 물어봐서요……."

"아, 그래요? 수아 씨 표정이 안 좋아서 싸움이라도 난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네? 그럴 리가요……. 거절했는데도 남자친구 있냐고 귀찮게 굴어서 잠깐 짜증 났던 거예요."

기집애, 확실히 성격은 진짜 까칠하단 말이지.

그래도 수아의 이런 똘똘하고 칼 같은 성격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잘했어요."

난 싱긋 웃으며 수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고, 수아는 민망하다는 듯 볼을 붉혔다.

그나저나, 확실히 수아도 인기가 많구나.

지금도 길거리에서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수아를 힐끗힐끗 훔쳐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마른 몸에 비해 훌륭한 골반과 가슴을 가진 수아의 몸매는 남자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수아가 가진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는 도저히 눈을 돌릴 수가 없게 만든다.

나도 수아를 처음 봤을 땐 멍하니 빤히 쳐다봤던 게 기억이 나네.

생각해보면 오늘 리나도 사람 몇 없는 카페에서 눈길을 엄청나게 받았었지.

위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온갖 시선이 리나에게 향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여자 둘한테 잔뜩 사랑받으면서 같이 살 수 있다니, 나도 진짜 제대로 복 받았구나.

므훗하게 웃으며 수아를 바라보는데, 수아가 괜히 말을 돌리듯 입을 열었다.

"리나는 어딨어요?"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기 있네요."

차는 꽤나 가까운 곳에 있었고, 리나가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 수아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얘네는 둘이 일부러 짜고 이러는 건가…?

무슨 서로 만날 상황만 되면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거야?

뭐, 좋다고 웃는 것도 이상하니깐 오히려 이게 나을 수도 있다.

"수아 씨는 뒷좌석에 타면 돼요."

"네."

난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에 탔고, 수아도 뒷좌석 문을 열어 차에 탔다.

크흠, 역시 이럴 거 같더라.

리나와 수아는 인사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그 덕에 차 안은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조수석을 바라보니 리나는 창밖을 살짝 바라보며 정색을 하고 있었고, 뒷좌석에 앉아 있는 수아는 옆에 있는 빵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무슨 빵이 이렇게 많아요?"

수아의 말을 듣자 리나가 뜨끔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저게 있었지.

내가 당황하는 리나를 보며 실실 웃기 시작하자, 리나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말하면 죽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챙겨주겠다고 사 온 건데, 그걸 왜 말 안 하냐?

난 뒷좌석에 있는 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리나가 수아 씨 챙겨주겠다고 사 온 거예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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