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 오월은 나한테 처녀를 두 번이나 따이네 (1)
* * *
난 소파에 누워서 오월에게 온 까톡을 멍하니 바라봤다.
오월 시온 씨 지금 서울이에요?
당연히 연락이 올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 대뜸 올 줄은 몰랐단 말이지.
물론, 오월에게 연락이 온 게 싫다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기뻐서 펄쩍 뛰고 싶은 마음이니까.
일단 답장부터 해야겠다.
나 네 저 서울에 있어요
까톡이 전송되자마자 오월은 곧바로 읽었다.
1이 사라지는 속도는 연락하는 여자애들 중에 오월이 제일 빠른 거 같은데?
오월 저 다음 주 중으로 시간 날 거 같아요
오월 시온 씨는 시간 괜찮아요?
나야 뭐, 오월을 만나는 거면 없던 시간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 당연히 괜찮다.
나 괜찮아요 아직 확실한 시간은 모르는 거예요?
오월 네... 다음 주 인 건 확실해요
하긴 오월이야 워낙 바쁘니 정확하게 시간을 내기 힘든 것도 이해가 가긴 한다.
이런 건 시간 여유가 넘치는 내 쪽에서 배려를 해줘야겠지.
나 알겠어요 제가 어떻게든 시간 맞출 테니까 정해지면 편하게 연락주세요
오월 고마워요....
뭐랄까, 단순하게 까톡을 하는 것뿐인데도 오월의 감정이 전해지는 거 같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도 감정 전달이 잘 됐던 여자여서 그런가?
신기한 감정이다.
나 만나는 건 어디서 만날까요?
이번에도 1은 곧바로 사라졌지만, 답장은 금방 오지 않았다.
고민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망설이고 있는 거야?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고 오월에게서 다시 까톡이 왔다.
오월 시온 씨가 우리 집으로 와요
나 그래요
오월이 하도 뜸을 들이는 바람에 나도 살짝 긴장하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원하는 대답이 나와서 마음이 편해졌다.
영상 속에서 오월을 존나게 따먹었던 집을 현실에서도 가보고 싶단 말이지.
오월에게 답장을 보낸 뒤 그녀의 까톡 프로필 사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처음 번호를 받았을 때도 봤던 거지만, 참 수수하단 말이지.
오월의 프로필 사진은 아쿠아리움에서 찍은 듯한 바다거북 사진과 귀여운 펭귄, 이름 모를 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보니 은근 위장하는 느낌도 있는 거 같네. 오월 입장에서 떡하니 자기 사진을 걸어놓는 건 힘들 테니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유명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그렇게 오월의 까톡 프로필을 구경하고 있으니 또 까톡이 왔다.
오월 그럼 제가 다시 연락할게요
오월 근데
오월 어떻게 연락을 한 번도 안 할 수 있어요?
연달아 오는 까톡을 다급하게 확인하니 뭐랄까 그라데이션 분노가 느껴지는 오월의 까톡을 볼 수 있었다.
흐음…… 생각해보면 오월한테 연락처만 받고 제주도에서 돌아온 뒤로 연락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구나.
그도 그럴 게 나는 서울 와서 나대로 바빴단 말이지.
하령도 따먹어야 했고, 리나와 수아도 챙겨야 했으니 말이야.
물론, 그런 얘기를 오월한테 떠들어댈 수는 없으니 대충 얼버무려야겠다.
나 미안해요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
오월 됐어요
오월 나만 그쪽 생각한 거지 뭐
꽤나 삐친 듯한 오월의 까톡을 보고 있으니 머릿속에 오월의 삐진 얼굴이 떠오르는 듯하다 이내 흩어져버렸다.
그런 얼굴을 쉽게 지어 보일 여자가 아니지…….
근데, 오월이 까톡에선 묘하게 감정을 잘 드러내는 거 같네.
덕분에 나도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말이야, 오월이 내 생각을 했다니. 가슴이 격렬하게 두근거린다.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나는 다급하게 까톡을 보냈다.
나 저도 오월 씨 생각했어요
나 바쁠까 봐 함부로 연락을 못 한 거죠
나 제 연락 때문에 오월 씨한테 문제가 생기면 안 되잖아요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오월 계속 짧게 대답만 하시던 분이 뭔가 갑자기 말이 많아졌네요?
오월 그래도...
오월 시온 씨가 제 생각했다니까 기분은 좀 풀렸어요
휴우…… 다행이네.
그나저나, 본인도 그동안 연락 안 한 건 마찬가지면서 나한테만 이렇게 뭐라 하니깐 살짝 어이가 없는데?
나 근데 오월 씨도 연락 안한 건 마찬가지 아니에요...?
계속해서 칼답으로 오던 오월의 까톡이 다시 느려졌다.
잔뜩 당황하고 있는 오월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당황하는 모습은 하도 많이 봐서 잘 떠오르네.
난 오월이 아쿠아리움에서 내 바지에 커피를 쏟은 뒤 미친 듯이 민망해하고,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그렇게 잠시 혼자 히죽거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오월에게 까톡이 왔다.
오월 그래서 내가 오늘 먼저 까톡했잖아요!
오월 시온 씨한테 도저히 연락이 안 오니까!!!
크흠, 그건 또 그렇네. 생각해보면 오늘 먼저 연락한 게 오월이었지.
오월 남자가 돼서 연락도 한 통 먼저 안 하고...!
나 앞으론 먼저 연락 하겠습니다
오월 됐어요!!!
오월 제가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 제가 먼저 연락해야겠죠
오월 (이모티콘)
삐진 거치고는 너무 귀여운 거 아니냐?
근데 삐쳐도 뭐 어쩔 수 없어. 챙길 여자가 많아서 바쁜데 어떡하냐.
그래도 기분은 좀 풀어줘야겠지.
나 삐지지 마요
오월 안 삐졌거든요?
나 내가 먼저 연락은 못 해도, 오월 씨한테 연락이 오면 언제 어디에 있든 난 곧바로 갈 수 있어요.
나 그러니까 삐지지 마요 나도 오월 씨가 보고 싶어 죽겠으니까.
오월 ...말은 잘 해요
최대한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말 해봤는데, 이걸로 기분이 조금이나마 풀렸을지 모르겠네…….
오월 저도 시온 씨 보고 싶어서 죽겠어요
나 빨리 봤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오전 시간 내내 소파에서 누워서 오월과 히죽대면 까톡을 나눴다.
초반에 삐쳤던 오월에 기분이 풀리자 우리는 그간 참아왔던 이야기를 터트리듯 까톡을 서로 보냈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월과 대화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지 않지만, 이 설레는 감정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아마 누가 말리지 않는다면 정말 하루종일 이렇게 까톡만 할 것도 같단 말이지.
물론, 오월이나 나나 누가 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온종일 까톡을 할 수는 없었다.
오월은 언제쯤 시간이 나는지 내게 대략적으로라도 알려준 뒤 스케줄을 소화하러 떠났고, 난 소파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어지간하면 리나와 수아 일어났을 때 인사하고 가려고 했는데, 조용히 먼저 가야 할 거 같다.
저 기집애들 자고 있는 분위기가 도저히 금방 일어날 분위기가 절대 아니야.
심지어 리나는 오늘 촬영도 있는 걸로 아는데, 어쩌려고 저렇게 자는 거야?
그렇다고 지금 당장 깨울 필요는 또 없다. 늦은 오후에 하는 촬영이니 저렇게 곤히 자고 있는 애들을 내가 오전에 깨울 이유가 딱히 없지.
뭐, 솔직히 그냥 둘 다 자고 있을 때 슬쩍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도 크고 말이야.
어차피 이 집에서 나가면 곧장 서하은을 만날 생각이니 PD나 매니저를 통해서 시간 맞춰 전화로 깨우게 해야겠다.
욕실에서 간단하게 씻은 뒤 리나와 수아, 나를 포함한 단톡방을 새로 만들어 두 사람에게 출근 때문에 먼저 간다는 까톡을 남겨놓고 어젯밤 놀면서 생긴 쓰레기들을 챙겨 집에서 빠져나왔다.
어젯밤에 술자리에서도 출근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갈 거라고 두 사람에게 말해놨으니 딱히 불만을 가지진 않겠지.
챙겨 나온 쓰레기는 수아가 자기 전에 분리수거를 전부 해놨기 때문에 대충 던져놓고 시동이 걸려 있는 차에 탔다.
우선 서하은네 집으로 가자.
리나도 수아네 집에 들어갔고, 오월도 자기네 집에서 만나자고 했으니 당분간 호텔에 다른 여자가 찾아올 일은 없다.
그럼 서하은을 다시 호텔에 데려다 놔야지.
오전에 연락은 미리 해놨으니 날 기다리고 있는 서하은을 태워서 곧장 호텔로 가면 된다.
나는 서하은네 집 주소를 내비에 찍고 출발했다.
"시온아, 너 얼굴이 되게 좋아진 거 같다?"
"그래?"
"응. 여자 애들이랑 같이 지내는게 엄청 좋았나 봐……."
뒷좌석에 짐을 싣고 조수석에 탄 서하은은 짓궂은 표정으로 날 놀리듯 말했다.
"뭐, 재밌긴 재밌었어. 좋기도 했고."
두 사람이랑 같이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어서 재밌고, 골라가며 원하는 대로 섹스를 할 수 있으니 상당히 좋았다.
조만간 또 수아네 가서 며칠 지내야겠어.
차를 출발시켰는데도, 서하은은 계속해서 날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리나랑 수아는 어때?"
"흐음…… 사이는 나름대로 괜찮은 거 같긴 한데, 침대가 문제야."
"침대가 왜?"
"한 침대에서는 둘이 같이 자는 게 싫대."
"그건 싫을 만 하지……."
"문제는 수아 혼자 살던 집이라 딱히 크지 않아서 침대 하나를 더 놓을 자리가 없어. 그렇다고, 리나를 계속해서 소파에 재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야."
"그럼 아예 이사를 시켜주는 건 어때?"
역시, 서하은이랑 마음이 통한단 말이지.
"안 그래도 누나랑 그 얘기 하려 했었어. 근데, 이사가 아니라 건물을 하나 사는 쪽이야."
"시온이 너가 생각하는 걸 자세하게 알려줄 수 있어?"
서하은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일단은…… 3층 정도로 나뉘어 있는 단독주택이 좋을 거 같아, 마땅한 단독주택이 없다면 적당한 빌라도 괜찮다고 생각해. "
빌라를 구매하게 되면 공실이 생기긴 하겠지만, 전세로 예쁜 여자만 받으면 되니 문제없다.
예쁜 여자가 전세를 안 들어온다? 그럼 그냥 공실로 두지 뭐.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예쁜 코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생각하던 서하은이 입을 열었다.
"지역은 이 근처로 알아봐 주면 되지?"
"응. 최대한 이쪽에서 안 벗어나면 좋겠어."
"흐음, 그럼 우선 단독주택 쪽으로 알아볼게, 근데 이건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알겠어."
서하은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시간이 걸린다니까, 여유롭게 기다려봐야겠다.
그 뒤로는 서하은과 리나, 수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서하은이 회사 소속 뉴투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딱히 관심 없었는데, 자기 가족처럼 여기는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다.
리나의 수아 얘기를 듣는 내내 서하은은 자신의 귀여운 막내동생 얘기를 듣는 즐겁고 흐뭇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했고, 그날 하루는 서하은의 호의를 잔뜩 받으며 푹 쉬었다.
오월이 알려준 날짜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며 며칠 간 호텔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겼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서하은을 실컷 따먹었으니 자지가 쉴 틈은 딱히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오월과 만나는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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