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화 〉 오월은 나한테 처녀를 두 번이나 따이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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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는 내내 눈에 힐끗힐끗 들어오는 오월의 뽀얀 허벅지와 귀엽게 내 어깨에 살짝 기대고 있는 오월의 머리 때문에 도저히 집중을 못 했다.
"얍삽이 안 쓰니까 별것도 아니네!"
"얍삽이는 오히려 오월 씨가 쓴 거 같은데요…?"
"네? 제가 언제요?"
내게 몸을 반쯤 기대고 있는 오월이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자 도저히 할 말이 없었다.
"크흠, 아니에요."
뭐, 어차피 오월이 이렇게 몸으로 내 집중력을 흩트려놓지 않았어도 이길 가능성이 전혀 안 보여서 딱히 억울한 건 없다.
나야 제주도에서 나온 이후로 딱히 게임할 시간이 없었는데, 오월은 대충 봐도 그때보다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거든.
저번엔 가끔씩 콤보가 끊기는 모습이라도 보였지, 오늘은 거의 뭐 완벽한 수준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내 캐릭터를 후드려 팬 오월은 만족했다는 듯한 귀여운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새끼가 게임에서 이기고 저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으면 진짜 쌍욕 박고 싶었을 거 같은데, 오월이 저러고 있으니 진짜 어이가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그런 오월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거 같아 괜히 헛기침을 하며 오월의 시선을 피했다.
"크흠, 이제 다른 게임 해요."
내가 자신의 시선을 피하자 오월은 몸을 일으켜가며 내 시선을 따라왔다.
"어? 설마 자존심 상한 거 아니죠?"
"아니거든요? 다음엔 연습해서 올 테니까 딱 기다려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날 바라보며 싱긋 웃는 오월의 표정에서 말뿐만이 아닌 진심으로 하는 기대가 느껴졌다.
후우…… 이거 연습한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거 같은데…….
뭐, 어쩔 수 없지.
남자로 태어났으면 한판은 제대로 이겨봐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오월과 사소한 듯 진중한 약속을 나누고 저번에 했던 게임과 비슷한 협동 게임을 꽤나 즐겁게 했다.
"시온 씨가 그 버튼 누르고 있어요!"
"네. 그 버튼이요. 내려오면 안 돼요. 악!!! 죽었잖아요!"
가끔씩 일부러 장난을 쳤는데, 그럴 때마다 게임에 상당히 진심인 오월의 반응이 너무나 재밌었다.
"이씨…… 일부러 그랬죠?!"
"아니요. 키가 익숙하지가 않아서요."
"거짓말 같은데……."
이러다 내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짧은 루트라도 찾아내면 오월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헐, 시온 씨 그거 뭐예요? 거기 어떻게 갔어요?"
"네…? 그냥 대충 벽 타고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아서 해본 건데요……."
"시온 씨 사실 천재 아니에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뭐랄까, 오월에게 이렇게 극찬을 받은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심지어 그게 게임 속에서라니……, 하하.
어쨌든 오월하고 웃고 떠들며 게임을 한참 동안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나버렸다.
"아, 웃겨 죽겠네. 오월 씨 캐릭은 팔이 왜 저래요?"
"시온 씨가 계속 잡아당겨서 고장 난 거잖아요!"
오월은 귀엽게 볼을 부풀리며 날 노려봤고, 난 재밌다는 듯 웃으며 오월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내 머리가 자신의 어깨에 닿자 오월은 순간 당황했는지 몸이 굳어버렸다.
지는 계속 이러고 있었으면서 내가 똑같이 행동하니깐 이제 와서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래도 오월은 내 행동이 싫지 않았는지 자신의 어깨에 있는 내 머리 위에 자신의 머리를 얹으며 말했다.
"……이제 술 마시러 가요."
"벌써요? 오월 씨 아직 게임 더 하고 싶은 거 아니에요?"
"이상하게 시온 씨랑 게임하면 진이 다 빠져요……."
흐음, 솔직히 나도 그렇긴 하다.
게임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가 저녁도 먹어놓고 벌써 출출한 거 같네.
그렇게 오월과 술자리를 시작했다.
나름 세 번째 갖는 술자리라고 제주도에 있을 때처럼 묘한 어색함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벌써 오월하고 술을 세 번이나 마시고 있다니 기분 참 묘하네.
조금 전 신 나게 했던 게임 얘기로 시작했던 술자리를 어느새 일상 얘기를 지나쳐 어느새 서로의 과거까지 닿아 있었다.
"오월 씨도 어릴 땐 그런 면이 있었네요. 사실 이렇게 친해지기 전엔 막연히 차가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뭐, 솔직히 처음에 그렇게 느껴졌던 건 팩트였으니 말이야.
심지어 떠도는 소문으로도 성격이 워낙 까칠하다고 알려져 있었으니…….
"이미지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진짜 피곤해요. 착하다고 할 만한 성격은 아니지만, 저 굳이 따지자면 나름 평범한 성격이거든요…!"
살짝 취기가 올라 열을 내는 오월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스킨쉽을 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온다.
이따 실컷 할 수 있을 테니 우선 지금은 참아야지.
"아니, 오월 씨를 알게 된 지금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차갑다기보단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고요."
"……."
부끄럽다는 듯 내 시선을 피하며 혼자 소주를 한 잔 마시는 오월.
"같이 마셔요."
내가 잔을 내밀자 오월은 하는 수 없다는 듯 잔을 부딪쳤다.
참고로 방금 했던 얘기는 오월이 앞에서 있어서 하는 립 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솔직히 성격 안 좋은 여자를 꼬셔서 따먹는 게 목적이면 굳이 이런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지.
오월이 좋은 여자니깐, 좋은 이야기를 해줄 뿐이다.
난 잔을 내려놓고 오월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래도, 아까 했던 얘기는 진짜 감동적이네요."
소주를 마신 뒤 잠시 뜸을 들이던 오월은 민망하다는 듯 날 흘겨봤다.
"시온 씨가 말하는 것처럼 제가 그렇게까지 따뜻한 사람은 아니에요. 같은 상황이었으면 누구나 그랬을 걸요?"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좋은 일은 좋은 일이죠. 그 어린 나이에 무언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대단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난 실실거리며 오월을 놀리듯 칭찬했고, 결국 오월을 못 버티겠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으…! 그만 해요! 낯부끄러워 죽겠네……."
격하게 대답하는 오월의 모습을 보며 난 폭소를 터트렸다.
"알겠어요."
"씨이…… 그만 웃어요! 계속 그렇게 부담 주니까 술도 평소보다 더 취하는 거 같잖아요."
"저도 그래요. 오늘따라 빨리 취하네요."
가볍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날 민망하다는 듯 노려보고 있는 오월.
오월의 저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더 놀리고 싶다.
그것도 그렇고 마주 보고 있으니 정말 너무 예뻐서 심장이 거칠게 뛴다.
"혹시 제가 술에 빨리 취하는 게……."
"이상한 소리 하면 때릴 거에요."
"넵."
크흠, 놀리는 건 그만해야겠다.
그렇게 가벼운 분위기로 술잔을 비우며 꽤나 시간이 흘렀다.
까톡으로 그렇게 수다를 떨었는데도 만나서 서로 이렇게 할 말이 많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귀엽게 볼에 홍조를 띠고 있는 오월은 제주도에서 봤던 모습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취기가 올라 있었다.
"이제 천천히 마셔야겠어요. 계속 이렇게 마시면 금방 취할 거 같아요."
"그럼 저도 천천히 마실게요."
말은 이렇게 하는데, 나도 지금 같은 페이스로 계속 마시면 금방 취해버릴 거 같다.
기껏 오월의 집까지와 가지고 만취해서 잠들 순 없으니 정신 차려야지.
오월은 귀가 뜨거운지 양손으로 귀를 문지르며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그럼, 영화 보면서 가볍게 맥주 한잔할까요?"
……그렇게 섞어 마시면 더 취하는 거 아닌가…?
아니야, 술에 대해서는 나보다 오월이 훨씬 더 전문가니깐, 하자는 대로 하자.
소주를 더 마셔봤자 취하는 길밖에 없기도 하고.
"네. 좋아요."
내가 승낙하자 오월은 해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엽고, 예쁘고, 환장하겠네.
심지어 술에 취하니깐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어서 미치겠다.
난 이러한 감정들을 최대한 자제하며 난생 처음 보는 캔맥주를 꺼내는 오월을 바라봤다.
"시온 씨는 뭐 마실래요?"
"그냥 오월 씨 마시는 거랑 똑같은 걸로 주세요."
캔맥주를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 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오월.
뭐놈에 여자가 맥주 고르는 모습마저 저렇게 예쁘냐.
그렇게 오월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문뜩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근데, 영화도 보는 거면 맥주는 어디서 마셔요?"
내 질문이 갑작스러웠지는 오월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고, 이내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 방이요……."
"아……."
생각해보니 영상 속에서 봤던 오월의 방은 꽤나 큰 TV가 달려있었다.
침대 옆에는 편하게 맥주를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도 있었고 말이야.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네.
근데 심장이 왜 이렇게 두근거리냐.
후우…… 기대하던 순간이 찾아왔으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오월은 캔 맥주 두 개를 꺼내 예쁜 맥주잔에 예쁘게 따랐고, 그렇게 오월과 나는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편하게 등 기대고 마시면서 보면 돼요."
"고마워요."
오월은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가볍게 음료를 즐기며 영화를 자주 보는지 자리를 세팅하는 게 상당히 익숙해 보였다.
성격이 성격인지라 배게 세우는 각도 예술이네…….
그렇게 난 오월이 세팅해둔 침대 위에 올라가 편하게 등을 기댄 채 맥주를 한 입 마셨다.
"이거 되게 맛있네요."
사실 취해서 뭔 맛인지 구별이 안가긴 하는데, 일단 얻어먹는 거니 맛있다고 한다.
"맛있죠? 제주도에도 그렇고, 시온 씨가 확실히 저랑 입맛이 비슷해요."
"하하……."
크흠, 별생각 없이 말한 건데 의도치 않게 점수를 따버렸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시온 씨, 이 영화 봤어요?"
"아니요. 제목도 처음 봐요."
오월은 꽤나 신이 난듯한 모습으로 내게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해줬고, 내 좋다는 대답과 함께 그 영화를 보는 걸로 결정이 났다.
딱히 거절을 할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오월이 설명해준 줄거리가 상당히 흥미로웠단 말이지.
오월은 능숙한 손길로 리모컨을 만져 영화를 재생시켰고, 침대로 다가왔다.
그러고보니깐 오월이 내 자리만 세팅해줬지 자기 자리는 세팅을 안 했잖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오월이 내 앞에 서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
오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 위로 올라오더니 내 다리 사이에 앉아 내게 등을 기대며 품속으로 쏘옥 들어왔다.
"……불편해요?"
"아뇨."
침대에 반쯤 기대어 앉아 있는 나와 내 품속으로 들어와 내게 백허그를 당하듯 안겨 있는 오월.
양손에 감겨 있는 오월의 잘록한 허리와 은은하게 풍기는 샴푸 향이 심장을 떨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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