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 오월 일상 (1)
* * *
"다음 주까지 저랑 같이 있어요."
이불 밖으로 눈만 빼꼼 내밀고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오월.
아니, 그렇게 쳐다보면 애초에 거절을 할 수가 없잖아.
다른 사람도 아닌 오월의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그 누가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겠어.
"알겠어요."
뭐, 솔직히 일정도 딱히 없고 오히려 바라던 상황이니 나야 나쁠게 전혀 없다.
오히려 오월이 먼저 저런 말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지.
대답을 들은 오월은 내가 이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 몰랐는지 꽤나 당황스러워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헙……. 진짜요?"
"네. 진짜죠. 이런 걸로 거짓말을 치겠어요?"
"시온 씨 출근해야 하지 않아요?"
하긴, 오월은 날 평범한 직장인으로 알고 있을 테니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부탁하는 태도도 묘하게 조심스러웠던 거였어.
흐음…… 그나저나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으려나.
뭐, 막 질러도 되겠지. 돈 많은 걸 이제 와서 굳이 비밀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
"회사가 자유로운 편이라 괜찮아요. 제가 쉰다고 크게 문제 삼을 사람도 없고요."
오월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애초부터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지 내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난 그런 오월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고, 눈만 빼꼼 내밀고서 날 바라보던 오월은 다시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며 등을 돌렸다.
"……고마워요."
살짝 긴장한 듯 떨리는 오월의 목소리.
"뭐가요?"
"같이 있어줘서요."
"그 정도로 뭘, 저도 오월 씨랑 같이 있고 싶었어요."
고맙긴, 오히려 처녀를 받은 내가 더 고맙지.
이런 상황이 되니깐 내가 현실에서 오월의 처녀를 정말 가져갔다는 게 실감이 난다.
내 대답을 들은 오월은 민망했는지 살짝 몸을 움츠리더니 이내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귀엽게 꿈틀대며 내 품속으로 들어오는 오월.
"……안아줘요."
난 오월의 머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를 포근하게 끌어안았다.
따스하네.
알몸으로 하는 포옹은 상당히 마음을 간지럽힌다.
오월의 부드러울 살결이 몸에 닿고, 풍만한 가슴이 내 몸에 뭉개지는 감각은 정말 황홀함 그 자체다.
자기 전에 오월이랑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모닝 발기가 안 됐었는데, 이제 막 되려고 하네.
난 품속에 있는 오월을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흣…… 살살해요."
"싫어요. 그냥 터트려버릴래."
"안돼요…! 어제도 내가 계속 살살해 달라 했는데, 계속 무시하고…! 더 쎄게 하고!"
내 가슴팍에 머리를 박고 있던 오월이 고개를 살짝 들어 꽤나 짓궂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진짜 귀엽네.
"오월 씨가 너무 예쁘고, 도저히 좋아서 참을 수가 없는데 어떡해요."
"으…… 그런 말도 금지예요!!! 계속 그런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잖아요!"
"네? 전 그런 생각 없었는데요?"
품에 안겨서 날 노려보는 오월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없기는…! 계속 설레는 말로 제가 얼타는 사이에 전부 시온 씨 마음대로 해버리잖아요!"
"크흠, 그렇게 설렜어요?"
희고 차가운 오월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른다.
"모, 몰라요…!"
아, 이건 진짜 너무 간질간질해서 심장에 안 좋다.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난 정말 오월을 터트릴 듯 강하게 끌어안았다.
"꺄읏! 아파요…!"
"너무 귀여운 벌이에요."
"……이씨! 그만 해요……."
"싫어요."
"아, 놔줘요!!"
"안아줘요?"
"아…! 놔달라고요!!!"
"안아달라고요?"
"아!!! 진짜 미쳤나 봐!!!"
오월과 나는 침대에서 서로 부둥켜안은 채 폭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꽁냥거리며 잠이 깨니 중요한 사실이 하나 떠올랐다.
아, 잠깐만 이렇게 노는 건 좋은데 생각해보니깐 오월이 이 집에서 혼자 사는 게 아니잖아?
오월을 바라보니 그녀는 왜 그러냐는 듯 의아한 예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별 생각 없어 보이는데, 예진이는 어쩌려는 거지?
만약 예진이가 돌아오면 이 집에서 나가야 할 거 아니야.
"오월 씨, 근데 제가 다음 주까지 여기 있으면 이 집에서 같이 지낸다는 멤버분은 어떡해요? 그렇게 되면 집에만 있는 건 힘들 거 같은데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 단호하게 대답하는 오월.
"걔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괜찮아요."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흐음, 하긴 오월도 다 생각이 있었겠지.
난 흐뭇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월의 볼을 쓰다듬었고, 잠시 고민하던 오월이 날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저 시온 씨랑 집에만 있을 생각 없는데요."
"네? 그럼 어디 가려고요?"
제주도에서도 위험한 상황이 은근히 있었는데, 여기서 대체 어딜 가려는 거야…?
오월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갈 때 알려줄게요."
흐음, 왜 저러는 거지? 고민이 있는 거 같은데…….
뭐, 일단 당사자가 말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참고 기다려야겠다.
앞으로 오월과 보낼 시간은 많으니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차차 들어도 늦지 않으니까.
난 오월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알겠어요. 오월 씨 가고 싶은데 다 가요."
내 대답을 들은 오월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는지 부드럽게 웃었지만, 이내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또 왜 저래…?
"저 시온 씨……."
"네?"
"사실 부탁이 하나 더 있어요……."
뜸을 들이고 있는 오월은 꽤나 부끄럽고 민망해 보였다.
"그, 저…… 아침 좀 해줘요. 온몸이 다 아파서 못 움직이겠어……."
"풉."
나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려버렸다.
"왜 웃어요…!"
"아, 난 또 뭐라고. 누워서 쉬고 있어요. 있는 걸로 최대한 해볼 테니까."
"네. 쓰고 싶은 거 다 써도 돼요."
무슨 밥 차려달라는 부탁을 저렇게 어렵게 하는 거야?
그래도 내가 손님으로 왔으니 배려해주는 건가?
뭐던간에 존나 귀엽네.
그나저나, 오월이 너무 요리를 잘해서 이거 묘하게 긴장되네…….
"맛은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오월 씨가 워낙 요리를 잘해서 걱정이에요……."
"신경 쓰지 마요. 저 다 잘 먹어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오월이 나를 즐겁고 흐뭇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시온 씨가 차려준 아침, 완전 기대되네요."
"아니…… 신경 쓰지 말라더니 그렇게 얘기하면 더 부담되잖아요!"
오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 지었다.
"그냥 아침인데요, 뭘."
"그리고, 이미 아침은 훨씬 지났거든요!"
"그럼 점심이네요."
후우, 늘 카메라와 수많은 사람들 상대로 무대 위에 서는 게 일상인 여자라 그런지 진짜 긴장을 모르는 거 같단 말이지.
오월의 여유가 넘치는 미소와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너무도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긴장을 모른다기보단 태생이 완전 연예인이네.
"크흠, 일단 만들어볼게요."
침대에서 내려와 바지를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오월이 흠칫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어…… 그건 또 언제 커진 거에요…?"
오월과 끌어안고 장난치며 어느새 빳빳하게 발기한 내 자지, 그걸 본 오월은 잔뜩 당황해서 떨리는 눈빛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다 커진 거 아닌데, 와서 볼래요?"
"아뇨! 안 볼래요…!"
이불을 다급하게 덮으며 그 속으로 사라지는 오월.
오월이 아무리 천상 연예인이어도 이럴 땐 평정심 잃는구만.
재밌네.
아, 이제 밥 하러 가자.
간만에 요리해보겠구만.
"생각보다 맛있는데요?"
"생각보다라니…… 완전 기대된다는 건 뻥이었어요?"
"아니에요. 시온 씨가 망했다고 너무 우울해하니깐 조금 걱정했던 거죠!"
내가 만든 해괴망측한 볶음밥을 먹으며 숟가락을 듣고 만족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짓는 오월.
냉장고에 꽤 괜찮아 보이는 재료들이 있길래 정성스럽게 썰어서 볶음밥을 만들었는데, 색이 너무 이상하게 나와서 우울해하던 중 다행스럽게도 맛은 괜찮았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다행이지, 진짜 제대로 쪽팔릴 뻔했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진심으로 맛있어요. 색이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그건 저도 이유를 모르겠네요. 하하."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던 오월은 지금 팬티와 얇은 반팔 티셔츠 한 장만 입은 채 식탁에 앉아 내가 만든 볶음밥을 먹고 있다.
처음엔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오월을 바라보며 뿌듯한 마음만 가득했는데, 지금은 브라을 입지 않아 티셔츠 안으로 살짝 보이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 가운데 유두 밖에 보이질 않는다.
후우…… 밥 먹고 나서 기운이 돋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몇 숟가락 먹자마자 곧바로 꼴리기 시작하냐.
진짜 오월이 그만큼 관능미가 넘치는 엄청난 여자인 것인지, 내가 오월한테 제대로 발정이 난 건지 구별이 안갈 정도네.
시선을 돌리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계속 식사 중인 오월의 젖가슴과 튀어나온 젖꼭지를 빤히 쳐다보게 됐다.
"저, 시온 씨……."
"……네…?"
날 바라보는 오월의 민망하고 수치스러워하는 눈빛을 보니 내가 자신의 가슴만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걸 눈치챈 거 같다.
"저 옷 갈아입고 올까요?"
"아, 괜찮아요. 보기 좋아…… 아니, 이게 아니지. 전 불편한 거 없으니깐 편하게 드세요."
"……저 그만 보고, 시온 씨도 얼른 밥 먹어요."
"넵."
딱 걸렸구만…… 이제 진짜 밥 좀 먹어야겠다. 밤에 너무 진을 뺐더니 확실히 배고프긴 해.
밥을 먹으려는데,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귀를 붉히던 오월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망설임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온 씨, 지금 그거…… 또 발기됐죠…?"
"예?"
"또 커졌냐구요……."
크흠,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야…?
근데 이 상황에서 거짓말하는 것도 웃기니 그냥 솔직하게 대답해야겠다.
"네."
얼굴을 잔뜩 붉히던 오월은 다짐했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밥 다 먹으면…… 또 하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얼른 밥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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